흐리고, 많이 선선해짐.
1.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요며칠 동안은 비가 엄청나게 많이왔다. 15년 전쯤이던가? 동네 골목에 물이 찬적이 있었다. 처음 이집을 개약했을 때 부동산 중개인은 이 동네가 평지어도 물이 찬적이 없었다고 자랑삼아 얘기했었다. 그런 줄로만 알고 살았는데 그때 그것을 보고 실소를 했다. 그래도 뭐 금방 문제 해결을 해서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때는 발목 정도 찼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의 종아리까지 찼다. 지하에 사는 아저씨네는 물이 창문으로 들어와 일부 세간살이가 젖었다. 새삼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2. 지난 주 화요일에 신청한 책을 오늘 다 받았다. 한 권의 책을 시차를 두고 받았는데 난 내가 그렇게 신청한 줄도 몰랐다. 신청할 때 일괄 배송을 원하는가에 표시를 해야하는데 뭘 늦게 받는다는 거지? 그것도 모른 체 그냥 알아서 배송하겠지 했다. 그런데 비 때문에 먼저 보내주기로 한 책이 하루 연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늦게 보내주겠다던 책도 같은 날 받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예상은 맞았다. 저녁 늦게 도착할거란 문자다. 그런데 웬걸 문자만 그렇게 받았을 뿐 막상 받기는 이틀 후인 오늘에야 겨우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해가 지는데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내일이나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물난리 때문에 물건이 밀려 어쩔 수 없다고.
예전 같으면 화를 내거나 속을 부글부글 끊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항력의 천재지변 아닌가. 나에게 배송될 책이 잘 있는 거 확인됐으니 언제 보내주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된다. 물난리에 일가족이 집안에서 참변을 당하고, 사람이 맨홀에 빠져 죽고, 감전사 하는 마당에 좀 늦게 받는다고 어디가 잘못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택배원의 안전이 우선인 것 같다.
3.
그래서 우선 먼저 받은 책은 이것이다. 받은 즉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책은 거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란 생각이 든다. 비신앙인들은 좀 안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좋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를 상당히 논리적이면서도 뜨겁게 외치고 있다.
상당히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읽지는 않았지만 밑줄을 긋기 보다 안 긋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4.
문제의 오늘 받은 책이다. 5% 원서 발췌다. 이미 나왔고 지난 19년도에 개정된 책인데 찾는 사람도 없는지 위의 책과 같이 못왔다. 나도 이런 책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책 신청을 하려고 하다보니 우연히 발견해 무조건 신청했다. 고전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흉을 볼지도 모르겠다. 나도 원래 벽돌책 두권 가지고 있다. 영화로도 봤는데 여간해서 붙들지 못하고 있다. 하루키는 심심하면 읽는다고 하던데. 이제 이런 책 못 읽는다. 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이걸로 읽다 벽돌책을 읽을지.
5.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리스 고전을 소개하는데 몇년 전 중고샵에서 사 놓고 이제야 읽는다. 왜 이제야 읽는가 후회하며 읽고 있다.
지난 2013년도에 나왔는데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거의 묻혀진 책일 것 같은데 정말 좋다.저자가 모 신문사 종교 담당 기잔데 문체가 정말 좋다. 간간히 사진이 들어가 있고.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6. 날씨가 선선해지니 밤에 잠자는 게 수월해졌다. 이불 덮고 자니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