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셀프 연재 노동자 이슬아 작가가 처음 어떤 식으로 광고를 했을까 궁금해서 그녀의 블로그를 찾아 봤습니다(사실 이런 일은 제가 웬만해서 잘 안 하는 일인데 ㅠ). 그런데 거기서 이 작가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은 마감과 원고료가 있지 않으면 글을 잘 안 쓰는 게으름뱅이 작가라구요. 순간 풉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이미 여러 번 말하긴 했지만)저는 소설을 쓰고 싶어 교회에서 연극 대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작 쓰겠다는 소설은 쓰지 않고 저 역시 마감과 원고료에 대한 근육만 키웠거든요. 그러니 아, 작가는 이런 족속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온거죠.
작가도 엄연한 직업인만큼 거기에 자신의 생계를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스토옙스키나 발자크는 자신의 노름빚을 갚기 위해 소설을 썼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들이 21세기에 활동을 했거나 아니면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에 이메일이란 게 있었다면 이슬아 작가처럼 연재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슬아 작가는 자신의 학자금을 갚기 위해 연재를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갚아야할 빚이 있는 것은 아닌데 노후대책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ㅋ 사실 저의 책이 나오고 나서 얼마 안 있다 마태우스님으로부터 책 하나를 써 달라고 권유를 받았는데 (지면상 내용은 생략하고)그때 저는 흔쾌히 쓰겠다고 약속을 했었죠. 사실 저의 첫 책이 나오고 나서 다음엔 뭘 하지 약간 막막하고 있었는데 내심 목표가 생긴 것 같아 잘됐다 싶었습니다. 마태우스님께서 그렇게 관심을 가지시고 권유해 주신 건 고마운데 어느 정도 쓰고 중단이 되어버리더군요.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더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마감과 원고료가 없으면 안 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저는 주로 대본을 썼습니다. 대본은 책 쓰는 것과 달라서 사람들의 반응이나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책을 쓰는 건 오로지 혼자 하는 작업이죠, 나중에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고작입니다.
제가 이슬아 작가의 방식을 주목했던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독자에게 직거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판다는 점. 달리 말하면 독자와 소통하며 글을 쓴다는 점. 솔직히 저의 첫 책도 그렇게 하다가 나온 것이기도 하죠. 원고를 완성해도 제 글을 선 듯 사겠다는 출판사가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그래서 저도 시험 삼아 저의 글을 3월 한 달 동안 연재방식으로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해 볼까 합니다. 해 보고 나서 괜찮겠다 싶으면 연장하고, 아니다 싶으면 거기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썩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과연 몇 분이나 구독을 해 주실지 모르겠지만 단 한 사람만 신청하더라도 저는 그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잠깐 소개하자면, 사실 저는 자서전 쓰기에 관심이 많은데 고전적인 방법은 아니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아카이브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저는 늘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거든요. 저는 주로 7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쓰다보면 조그만 계집애가 살면서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흡수해 가는지 보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답을 달 수 없는 미스터리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쓴다는 점에서 저는 ‘기억 수집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서전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라는 관점에선 미시사나 개인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제목을 정하지 못했습니다.ㅠ)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들은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고, 같은 연배가 아니더라도 저 사람은 저 시대를 저렇게 살았구나 할 것 같습니다. 재미와 감동은 보장 못합니다. 그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하지만 약간의 의미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사람의 이야긴데. 혹시라도 저처럼 자서전에 관심이 많거나 앞으로 쓰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에겐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저의 어린 날의 삽화로 보셔도 됩니다.
저의 글은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4회 발행할거구요. 어쩌면 호외판을 한 번 내지 두 번 발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량은 A4 3매 내외고, 각 소제목마다 해시태그인 #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검색을 편리하게 하도록 하는 표기법입니다. 저의 글을 읽다가 연관된 기억이나 단어가 떠오르신다면 기록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한 달치 구독료는 9,000원으로 하겠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굳이 이유라면 저도 누구처럼 주 5회 발행하면 좋겠지만 왠지 부담될 것도 같고, 그냥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 달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연재를 하게 되면 그땐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작가들이 받는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한 장당 1만원 내외라고 합니다. 한 번 내신 구독료는 반환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구독신청 하실 때 가급적 신중하게 하시고, 신청하셨다면 마음 바꾸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신청 기간은 오늘(25일)부터 3월 2일 토요일까지 받겠습니다. 구독방법은 저의 이메일 stells15@naver.com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3월 2일까지 구독료를 보내주신 분들에 한 해 저의 글을 기본 16번 배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 첫 발송은 3월 4일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혹 만의 하나 발송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느 날 병이나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갑자기 제 노트북이 먹통이 되거나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럴 경우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전날 못 받아 보신 것까지 빠짐없이 받아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점 또한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신청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