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국악 퓨전 그룹 <공명>의 공연이 있어서 다녀왔다.
22년 됐고, 음악계에서는 나름 알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도 많은지 공연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600석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겨우 반을 넘은듯.
아무튼 이 그룹의 공연을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건 나로선 거의 행운에 가까운, 아니 행운이다. 난 이 그룹을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고, 아니 뭐 이런 음악이 다 있나 거의 넋을 놓고 들을 정도였다. 그후로 난 이들의 팬이 되었다. 실제로 공연한 것을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시간 맞춰서 갈수도 있는데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30분 정도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는 것으로 떼웠다. 이렇게 유명한 그룹의 공연에 사람이 없다는 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나야 성격상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만큼 나 개인으론 잘된 일이지만 속으로 이 좋은 공연을 이렇게 모르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순수 국악은(그것도 나이드니 좋더라만) 몰라도 퓨전 국악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이 얼마나 소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지 느껴보라고, 집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만 인정할 수 있어도 이 그룹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중들은 처음엔 낮서니 그냥 의례적인 박수만 치더니 나중엔 그야말로 물개 박수를 친다. 한 시간 반되는 공연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앵콜곡까지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갈 때 이들의 음악을 틀어 주는데 마냥 앉아서 듣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무대 뒤라도 쫓아가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도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이들은 어디서 모여 어떻게 연습하고, 공연은 어떻게 잡혀있을까? 새삼 궁금하긴 했다. 이러다 나도 사생팬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특별히 누구의 팬 같은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팬심이 뭔지 이해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