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뜨거울 땐 ‘호트(Hot)’라고 말해요

영국 영어 이렇게 다르다

김현진기자 born@chosun.com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영국청년 콜린은 ‘미국에선 영국식 영어를 쓰는 사람이 인기가 있다’는 정보에 솔깃, 무작정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 술집에 당도한 그가 영국식 발음으로 ‘버드와이저’ 하나를 주문하는 순간,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술집 안에 있던 여성들의 시선이 그를 향해 쏟아진다. 결국 합석까지한 여성들은 이것저것 눈 앞에 놓인 물건들을 가리키며 발음해 볼 것을 요구한다. 콜린이 영국식 영어로 하나씩 발음할때 마다 미국 여성들은 탄성을 내뱉으며 쓰러진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국의 표준 영어는 일반적으로 ‘Queen’s English’‘BBC English’‘Oxford English’ 라고 불린다. 정식 명칭은 ‘RP(Received Pronunciation)’. 영국에선 역사적으로 그 시대의 왕 또는 여왕이 쓰는 영어가 표준어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상황이 변했다. 여왕의 영어가 너무 ‘이상해’ 아무도 따라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결국 여왕도 보통 사람들 눈높이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1953년 엘리자베스여왕 2세의 즉위 당시 연설과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송년사를 비교하면 여왕의 영어가 점차 덜 ‘귀족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수 있다.

    • 옥스퍼드 대학교

    RP는 ‘황금 삼각지대’라 불리는 옥스퍼드·케임브리지·런던 등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서 쓰인다. 이 지역 인구는 영국 전체인구의 3% 정도. RP는 사용자의 사회계층과 교육수준이 높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나치게 ‘멋을 부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가장 큰 차이는 발음. 자음을 소리대로 정확하게 발음하는 영국식 영어는 ‘t’나 ‘r’ 등의 발음을 부드럽게 굴리는 미국식보다 또렷하게 들린다. 모음의 발음 역시 차이가 난다. 영국식 영어에서 ‘a’ 는 대체적으로 ‘아’, ‘o’는 ‘오’로 발음된다. 예를들어 미국식 영어로는 ‘hot’를 ‘핫’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영국식으로는 ‘호트’라고 한다. 단어 역시 다른 경우가 꽤 많다. 지하철도 영국에선 ‘underground’, 미국에선 ‘subway’다. 아예 단어의 철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미국 영어의 ‘center’를 영국에선 ‘centre’로 적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의 영향이 크다.

  • 다양한 지역 색도 영국 영어의 특징. 북부 지역으로 갈 수록 발음과 억양이 한층 강해진다. 가장 독특한 것은 스코틀랜드식 영어. 억양과 단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스코틀랜드 영어 번역기’까지 있을 정도다. 다만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딘버러’ 방언은 억양이 심하지 않고 발음이 부드럽다. 영화배우 ‘숀 코네리’가 에딘버러식 영어를 구사한다.

    런던에도 방언이 있다. 런던 인구의 30%는 ‘코크니(cockney accent)’란 특이한 사투리를 쓴다. ‘따발총 쏘듯’ 매우 빠른게 특징. 묵음이 아닌 첫 음절의 ‘h’ 발음을 하지 않거나 ‘에이’로 발음해야 할 부분을 ‘아이’로 발음하는 등 표준 영어와 적잖은 차이가 난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엔 투박한 런던 사투리를 표준 영어로 교정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묘사된다.

    ‘cockney rhyming slang’이라 불리는 속어(俗語)도 있다. 런던 동부 이스트엔드(East End) 지역에서 불법으로 장사하던 상인들이 자신들만의 ‘암호’를 만든 데서 생겼다는 설이 있다. 아직도 일부 잔재가 남아있다. ‘apples and pears’는 ‘계단’, ‘teapots’는 ‘아이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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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빵 2007-02-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다르군요. 흠. 뭐 영국거나 미국거나 모르긴 마찬가진데 전. ㅋㅋㅋ

    비로그인 2007-02-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 영어가 더 좋습니다만, 옆에서 조근조근 앉아 말할 때는 한없이 발랄하고 사쾌한 미국 영어도 좋아요. 그 특유의 억양만큼이나 그 억양을 내뱉는 사람이 제겐 중요한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