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김어준의 이름하여 '비키니 1인 인증샷' 사건이 터지자 이택광, 권혁범 같은 남성 평론가들은 <나꼼수>의 "강한 마초이즘"이 폭로 되었다며 "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젠더(성)와 섹슈얼리즘에 대해선 성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라며 성찰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곧 김어준이 <시사IN> 주최로 열린 '시사IN 토크 콘서트'에서 자신은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다"며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희롱에는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사진을 올린 여성이 우리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가는 우리한테서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관계가 우리와 그녀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
"우리에게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지만 그녀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우리에게는 그녀가 싫다는데도 수영복을 올리라고 말할 권리가 없고 거꾸로 그녀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데 그 말을 못하게 할 권력도 없다. 따라서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여성에 오랜 세월 성적 약자였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예민할 수 있고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약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자 훗날 사회비평가 박권일이 이런 논평을 내놨다. "김어준 씨 발언은 그의 젠더 문해력이 얼마나 처참한 수준인지를 다시금 폭로할 뿐이다. 김 씨 주장대로라면 권력관계상 중학교 남학생이 여성 교사를 성희롱하는 일은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성희롱 사건은 실제로 번번히 벌어졌고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남성 중심- 여성 혐오 사회에서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권력이며 때로 감독하고 평가하는 교사 권력마저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정봉주가 나섰다.
그는 삼국카페에 사과 편지를 게재하면서 김어준은 <나꼼수> 방송을 통해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린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탄성을 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보다는 시위의 발랄함, 통쾌함에 감탄했다"면서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섹시한 동지'는 존재할 수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말인지 막걸린지...?!)
김어준 또한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예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한국 여성운동이 '피해자 프레임'을 벗어날 시점이 왔다며, 자신이 일부러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논의의 현주소를 드러내게 만들려 했고, 현재로서 논의가 미진한 면이 있지만, 주진우 기자에 대한 탄압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이 국면을 일단락 짓겠다고 말했다. (좀 말이 웃기는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면 끝까지 하지 말던가. 게다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 와중에도주진우를 지켜주려고 했다니.)
그러자 권김현영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 여성이 올린 사진이 갖고 있는 폭발력이 있다. 사진을 받았을 때 주진우가 '누님들 왜 그러세요, 너무 부끄럽잖아요'라고 이야기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진의 성적인 의미를 무시하지도 않고, 시위 방식의 발랄함을 인정하는 방식. 그들의 지금까지의 워딩에서는 그렇게 이야기가 됐어야 한다. 정봉주는 '저는 부인도 있는 몸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렇게 이야기 됐어야 한다. 그걸 가지고 갑자기 '대박', '코피 조심'이라느니, '생물학적 완성도'가 어쩌네 하면서 이 여성의 정치적 발랄성을 다른 방식으로 수신했기 때문에 이 농담은 실패했다. 이 실패한 농담은 결국 여성들에게 '진보 진영에서 우리는 누구였나'라는 반복된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77 ~80쪽 요약)
지금 진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