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술 - 최고의 승부사 트럼프의 이기는 전략
스콧 애덤스 지음, 고유라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트럼프를 알게된 건 8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언제나 그렇듯 기업인의 성공 스토리는 변함없는 독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또 언제나 그렇듯 그런 것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공한 사람이 그만은 아닐테니.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그가 다시 매스컴에 등장했다. 이번엔 부동산 재벌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다. 처음 그가 모습을 드러냈을 땐 조각같은 날렵한 외모였는데 그도 세월의 흔적을 비껴갈 수 없었는지 덩치 좋은 노인의 모습이다. 그때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기업인이 무슨 정치냐고.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둘은 자웅동체 같은 것이긴 할 텐데도 소위 말하는 장삿꾼이 정치를 한다는 건 별로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꼭 아니더라도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는 그런 적이 없어서인지는, 또 아니면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건지는 몰라도 역대 미국의 대통령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이고, 뭘 하더라도 점잖고 우아하다. 당장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시절 적수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보라. 그녀가 얼마나 고상하고 멋져 보이는지. 무엇보다 그 싯점에서 미국도 이제 여자 대통령이 나올 법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영국도, 독일도, 미얀마도 하다못해 탄핵을 당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 또는 총리를 내는 판국이었다. 더구나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힐러리는 트럼프 보다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는 법이 거의 없는 대통령 선거에 힐러리는 고배의 잔을 마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을 마냥 반가워했던 것도 아니다. 반가워 했던 사람은 트럼프 자신과 가족, 공화당 지지자들 정도랄까? 그의 대통령 당선에 화를 냈던 건 미국 국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 국민들은 자신이 트럼프를 찍은 것을 쉬쉬하고 부끄러워 했던 것일까? 이를 두고 샤이 트럼프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대통령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처럼 그야말로 기상천외였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내가 봐도 미스터리고, 악재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김정은과 좀 대립했어야 말이지. 둘이 막말을 쏟아 붓는데 북미 그 사이에 낀 우리 남한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랬던 그들이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평화 무드다.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만화같기도 하다. 물론 언제까지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 보다야 낫지만 순식간에 이러고 나오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 TV를 보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여준 이미지가 좋다보니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가 사실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은 역시 권력을 가진 이가 그전에 뭘 했던지간에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좋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구나 싶다. 동시에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도 좀 달라졌다. 이제까지의 생각은 어디로 가고 그는 어쩌면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 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동안 빨간 넥타이를 하고 나오지 않았던가?완전 산타 복장은 좀 그럴테니 약식으로 그러고 나와 자기를 그렇게 봐달라는 의미처럼도 해석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 그리고 난 또 생각한다.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것을 트럼프는 했는데 왜 그들은 하지 못했던 걸까? 사실은 할 수 있었는데 안했던 건 아닐까? 자신은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의 고귀한 지위를 지켜야 한다며 너무 사렸던 것은 아닐까? 트럼프는 아들 같은 사람한테 온갖 들을 욕, 못 들을 욕을 다 먹어 가면서도 결국엔 김정은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못했던 건 아닐까? 별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트럼프를 알게 모르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떨 때 어땐 액션을 취하는지 TV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하다못해 북미회담을 앞두고 판을 깨려고 했을 때도 우린 그의 수를 읽으려고 했다. 사실 그건 그도 일부러 보여준 액션이긴 하다.

 

그가 후보 때나 취임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그는 미국이 이득을 얻는 길이면 그것이 무엇이 됐던지간에 해 낼 거라고. 그 말은 미국이 이득을 얻는데 방해되는 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새로운 국수주의자 나셨네 빈정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트럼프가 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하루아침에 김정은의 손을 잡았는지를. 대통령이 되는데 자존심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도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그리고 약간 부럽기도 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 그런 대통령이 있었나? 적어도 자존심을 버리면 무엇을 얻는지 생각해 본적은 있을까?

 

그는 절대로 지는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매스컴에서 사라진 이후에 크고 작은 협상과 거래에서 어떻게 자신의 패를 잃지 않으며 상대를 자신 앞에 굴복시키는지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사실 우리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동시에 너무 얕봤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내게 친절하고 정감있게 대해주는 사람이 좋긴 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고 싶어지는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난 처세술이나 자기계발류의 책을 거의 안 읽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때문에 평생이 가도 거의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읽었다.저자가 유명한 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자신을 인터뷰하라고 친히 지목한 게 자신이란다. 왜 그랬는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읽으면서 언뜻언뜻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우선 그게 트럼프 방식이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을 받겠지만 그런 건 트럼프 스타일이 아니다. 그리고 웬지 트럼프 특유의 호기로움 같은 게 저자에게서도 느껴진다. 그러니까 트럼프는 그런 점이 자신과 대등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저자는 트럼프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런 중립적 인물이 트럼프를 인터뷰하는 게 좋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난 트럼프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터뷰를 하고나서 인물 분석을 한 일종의 보고서 형식이다. 뭐 트럼프를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던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했을까?  뭔가 산만한 것이 나와는 좀 안 맞았다. 나중에 트럼프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가장 많이 기대되고 흥미롭다. 아,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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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8-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럼프가 부동산 재벌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 프로레슬링 단체 WWE에 출현한 적이 있어요. 그때 트럼프는 선역 재벌 캐릭터로 나왔는데, 이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ㅎㅎㅎ

stella.K 2018-08-01 19:45   좋아요 0 | URL
헉, 그건 몰랐던 사실이네.
경력이 다양하구만. 뭐는 못하겠어?ㅋ

2018-08-01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8-0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김정은이 마음을 열고 나설 타임에 마침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우리 삶에 운이 작용한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stella.K 2018-08-01 19:50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 운이라는 것도 자신이 만든다잖아요.
그러고 보면 트럼프는 기가 아주 센 사람 같아요.
허센지 아니면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모든 걸 다스리고 주관하는 것처럼
행세하잖아요.
그게 믿음을 줄지 아니면 미움을 살지 그걸 모르겠어요.ㅋ

레삭매냐 2018-08-0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와 미국 행정부 사이의 괴리가
항상 문제였죠.

민주당 정권-보수정부, 공화당 정권-
진보정부 이런 식의 대립구조가 이번에도
반복되는가 싶었지만 트황상이 파격적으
로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켰으니 그것 참.

아마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준비
만으로 1년이 걸렸을 거란 의견에 수긍이
갔습니다.

어쨌든 자기 나름 대로 미국의 국익을
위해 전 세계와 맞짱을 뜨겠다는게 반대할
미국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stella.K 2018-08-01 20: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세계와 맞짱!
미국이 그런 걸 또 좋아하긴 하죠.
어찌보면 가장 미국스런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샤이 트럼프엔 은근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통령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요?
트럼프 어깨 장난 아니잖아요.ㅎㅎ

서니데이 2018-08-0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본 적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이미지가 금방 떠오르지는 않네요. 많이 보아서 익숙한 이미지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리고 사업가와 정치인이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그 때와 지금 시기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도 달라질 수 있을거예요.
stealla.K님, 더운 밤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stella.K 2018-08-04 18:36   좋아요 1 | URL
ㅎㅎ 젊었을 때 아주 잘 생겼어요.
지금도 인터넷 어디엔가 찾아 보면 있을 것도 같은데...
배우 같이 잘 생겼죠.
그런데 늙어서는 진짜...
원래 젊었을 때 잘 생긴 사람이 늙어서도 잘 생기긴 힘들죠.
반대로 젊어서 인물이 그러면 나이들어 나아보이는 경우도 있구요.ㅋ

오늘은 어제보다 다소 좀 덜 더운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더운 거긴하지만 그동안 쩔쩔 끊은 것에 비하면...
서니님도 좋은 주말 보내십쇼.^^

2018-08-11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1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11 16:02   좋아요 0 | URL
선물번호를 어디서 찾니?
잘 모르겠네...
이거 하도 안 해 봐서 기억이 나질 않아.ㅠ

cyrus 2018-08-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 이메일 계정에 북 기프티콘 메일 안 왔어요? 제가 누님한테 북 기프티콘을 보내면 누님 이메일 계정에 제가 보냈다는 사실을 알리는 메일이 와요. 아마도 그 메일에 선물번호가 있을 거예요.

stella.K 2018-08-11 16: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야. 이메일로 오는 거지?
그게 안 왔다는 거 아니니...
이 문제 때문에 유레카님 때도 내가 알라딘에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데 자기네들도 그걸 잘 모르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어떻게 어떻게 해서 받긴 했는데...
하다못해 이달의 당선됐다는 메일도 꼬박꼬박 오잖아.
그런데 기프티콘은 항상 걸려.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선물번호 너도 잘 모르겠지?
천상 월욜날 전화로 알아보는 수 밖에.ㅠ

cyrus 2018-08-11 16:53   좋아요 0 | URL
제가 기프티콘을 받았을 때 메일로 왔고요, 그 메일에 선물번호가 있었어요. 자주 받지 않아서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 기억으로는 선물번호가 메일에 있었어요.

기프티콘 취소하고 집으로 보낼까요? 그게 더 편하겠어요. ^^

2018-08-11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8-1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등록대기‘ 상태인데 취소가 안 되네요.. ^^;;

cyrus 2018-08-1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핸드폰 번호로 다시 전송할께요.

stella.K 2018-08-11 19:22   좋아요 0 | URL
아, 지금 왔어. 등록할게. 고마워.^^

cyrus 2018-08-11 19:23   좋아요 0 | URL
다음부터는 핸드폰 번호나 이메일 주소로 보내야겠어요.. ^^;;

cyrus 2018-08-11 19:29   좋아요 0 | URL
등록완료 확인했어요. 이쯤되면 나한테도 등록완료 메일이 와야하는데 아직 안 왔어요. 메일 수신이 좀 늦네요..

stella.K 2018-08-11 19: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 다음에도 또 선물해 줄 거야?
내가 동생 하나는 잘 둔 것 같아.ㅋㅋㅋㅋ

선물 받으면 연락할게.
좋은 주말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