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업체가 운영하는 대형 마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송곳]의 등장인물인 노동상담소 고구신 소장이 말합니다.
"혁명의 나라 프랑스 업체가 왜 노조를 거부하는지 아세요? 여기서는(한국) 그래도 되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108
소수당 의원이 입막음 당한 채 물건처럼 5~6명의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막 들려 나갈 때 경호처장이란 사람이 의원을 때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더 얼마나 못 볼 꼴을 봐야 하는 걸까. 군대에서 정신교육을 하는 책자에 대한민국 지도가 들어 있는데 11군데에 독도가 빠져 있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남은 임기는 또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나. 답답한 마음에 너무 자주 확인해서 그런 건가. 이 시간을 나와 함께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에 신장식 변호사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나의 아지트가 된 극장에서 열렸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작은 공간에 제법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혼자 그 자리에 갔는데도 외롭지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정치 문제에 있어서 상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겠지? 거의 매일같이 목도하는 불의와 몰상식에 분노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방송에서만 봤던 신장식 변호사가 들어왔다. 반가운 박수소리가 분위기를 띄웠다. 이 동네에 오니 노회찬 의원이 떠오른다고 했다. 신변호사는 정의당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지나온 삶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대학에 들어가 대모를 했었고 철거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며 그 때, 사회에 도움이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전공을 바꿔 로스쿨에 들어간 이야기들. 50대가 되어 방송인이 되었고 지난 10월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인물 때문에 그 자리마저 위태로웠었다는 후문까지. 그리고 책에 담긴 600일간의 역대급 정부 이야기.
신장식 변호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라는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언제 혁명이 일어나는지 말해줬다. 마치 원형경기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중앙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시에 목도하듯 공유지식의 동심원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목격자라는 확신이 충분히 퍼질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목요일에는 정희진 선생님의 특강을 온라인으로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좋은 질문들이 연달아 나왔었다. 그중에서 이런 각자도생 사회에서 느끼는 정치적 올바름, 부채의식을 어찌해야 할지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은 공부도 사회운동이다. 책을 사는 것도 사회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혼란스러워 어떤 걸 우선시해야 할지 모를 땐 스스로를 우선순위로 하라고. 먼저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공부하자. 살아남자.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갈등도 적어지고 이후 현명한 대처도 가능해진다. 교과서는 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교사이자 반면교사여야 한다. 그것이 가해자가 가해자로서 역사에 남는 방법이다.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