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네가 내년에는 ‘사교계‘에 들어갈 거라고? 도대체 누가 네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을 욱여넣었니? 잘 새겨둬, 이것아, 나는 이제야겨우 살기 시작했어, 알아들어? 그래서 결혼시킬 딸 때문에일찍부터 마음고생할 생각이 전혀 없어. 내가 저것의 귀를잡아당겨 생각을 바로잡아주지 않고 왜 이러고 있나 몰라." - P29

그녀는 피투성이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러면 15일의 무도회는 열릴 수 없을 것이다. 엄마는 이렇게 말하겠지. "계집애, 죽기로 작정했으면 다른 날을 고를 수도 있었잖아!" 자기 입으로 이렇게까지 말했으니까. "나도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나도, 나도..." 어쩌면엄마의 그 말이 다른 무엇보다 훨씬 안 좋았다.…. 앙투아네트는 엄마의 눈에서 그토록 차갑고 적의에 찬 여자의 시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P34

그녀는 눈물에 젖은 베개에 머리를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나른하고 허한 일종의 쾌감이 그녀의 고단한 팔다리에부드럽게 퍼져나갔다. 그녀는 가벼운 손가락을 움직여 잠옷 속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게, 경건하게, 사랑을 위해 준비된 아름다운 몸・・・ 그녀는 속삭였다.
"열다섯 살, 오로미오, 줄리엣의 나이…."
그녀가 열다섯 살이 되면, 세상의 맛이 바뀔 터였다. - P35

앙투아네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막 껍질을 벗긴오렌지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여자‘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으며 오히려 무시해버린다고 의자 뒤에 버티고 서 있는 하인이 믿게끔, 그녀는 천천히, 차분하게 먹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퉁퉁 부은 눈꺼풀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이 옷 위에 뚝뚝 떨어져 반짝였다. - P36

그녀는 꼼꼼하게 화장을하기시작했다. 우선 크림을 두손에 개어 두툼하게 바른 다음, 볼에는 붉은색 블러셔를, 눈썹에는 검은색을 칠했다. 그러고는 눈꺼풀을 관자놀이 쪽으로 길게 늘여주는 작고 가벼운 선을 긋고, 분을 바르고……그녀는 아주 천천히 화장을 했다. 가끔 화장을 멈추고 거울을 집어 열정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나는 눈길로, 냉혹하면서도 의뭉스럽고 교활한 눈길로 자신의 모습을 집어삼킬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에 난흰 머리카락 한올을 꽉 집었다. 그리고는 온갖 인상을 써가며 그것을 뽑았다. 아! 삶은 온통 어긋나 있었다!  - P54

 그녀는 아홉 시 45분, 열 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를 들었다. 열 번의 종소리라니…. 앙투아네트는 부르르 몸서리를 치고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범죄현장에 이끌리는 미숙한 살인자처럼 살롱을 향해 걸어갔다.  - P58

그녀는 혼자 남게 되자 곧바로 창문으로 다시 달려갔다. 대로를 따라 올라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몇 대는 그들의 집 앞에서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그러면 캉프 부인은 허리를 숙여 시커먼 겨울 거리를 눈으로 삼킬 듯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차들은 멀어져갔고, 엔진 소리는 점점 약해져 어둠 속으로 까무룩 사라졌다.  - P66

‘조르주, 조르주, 누가 초인종을 눌렀잖아요. 못 들었어요?"
"레의 가게에서 얼음을 가져왔습니다."
캉프 부인은 폭발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니까! 사고나 오해가 있었을 거야.
아니면 날짜나 시간을 잘못 알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제 열한 시 십 분, 열한시 십 분이라고!" 그녀가 절망에 빠져 되뇌었다. - P68

‘엄마는 어떻게 이깟 일로 저렇게 울고 있을까? 그럼 사랑은? 죽음은? 엄마도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걸 까맣게 잊은걸까?
어른들 역시 금방 지나가버리는 하찮은 일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앙투아네트는 그들을 두려워했었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 그들의 헛되고 부조리한 위협 앞에서 벌벌 떨었었다.  - P73

"넌 착한 아이야, 앙투아네트・・・ "
바로 그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 한 사람은 올라갔고, 또 한 사람은 어둠 속으로 내려갔다. 그들은그렇게 ‘삶의 길 위에서‘ 엇갈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앙투아네트가 부드럽게 되뇌었다.
"내 가엾은 엄마.…." - P75

"만약 아주머니가 그를 보살피는 동안 독일군이 들이닥쳤다면?"
"오! 내가 손도 못 대게 했을 거야. 나한테 권총이 있었거든 우리가 그런 식으로 지키는 남자는 자식이나 마찬가지야. 설사 죽는다 해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를 보호했을 거야" - P84

얼굴이 상한 그 자그마한 여자는 한때 영웅이었다. 질베르트는 지난 전쟁 동안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여러차례 들었다. 아마 이번 전쟁이 치러지는 동안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마들렌 아주머니를 가엾게 여겨야 할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고 질베르트는 생각한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평생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단 나흘 만에전부 써버린 것이다. - P85

질베르트는 그 모든 얼굴 중에서 열정 가득하고 자부심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여자의 얼굴을 찾는다. 그런얼굴이야말로 거기에 깃든 영혼에 걸맞을 테니까. 하지만마들렌은 건강하고, 천진난만하며, 질베르트 자신처럼 약간은 되바라져 보이는, 못생기지도 예쁘지도 않은 젊은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사람이 아주머니예요?"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툭하면 토라지고, 버럭 화를내고, 생쥐를 무서워할 것 같은 평범한 젊은 여자.
질베르트는 아주 부드럽고 복잡한 자존감이 가슴을 가득채우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 역시 필요하다면 사랑을베풀고 괴로움에 몸부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P86

한 남자를 알려면, 그가 식탁에서, 또는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구는지 봐야 한다.  - P89

"그만 해요, 카미유언니, 그만해. 말해봤자언니 마음만아프니까." 이모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냐, 내버려둬. 속이라도 후련해지게 그동안 얼마나숨이 막혔는지..." 엄마가 대답했다.
나는 엄마가 실제로 숨이 막힌다는 듯, 두 손을 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P123

그래서다시 들어가 새 모자를 사서 나오다가 문턱에서 앙리와 마주쳤어. 그 순간 우린 서로를 바라봤고, 사랑에 빠져들었지…. 오 분만 늦었다면, 그는 한쪽으로, 나는 다른 쪽으로갔을 거고, 우리의 운명은 엇갈렸을 거야. 그랬다면 나도 너희처럼 늙을 때까지 평온하게 살고 있겠지." - P128

"네 말이 맞아, 마르셀 그건 우연이 아니라 본능, 나아가욕망의 문제야. 결국, 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욕망하는 걸 얻게 돼. 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 P130

블랑슈. 네가 정말 사랑에 빠졌다면 그 남자를 밀쳐내지 않았을 거야. 부끄러움도, 그의 눈에 아름다워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잊었을 거야. 네가 정말 사랑에 빠졌다면 사랑이널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거야." - P132

‘언니는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모든 걸 받아들였어. 네 입술에서 나오는 ‘언니는 그를 사랑했어‘라는 말은 싱겁고 차가워. 하지만 나로서는..….
아!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어. 뭐랄까,
그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나에게는 목소리의 뉘앙스, 발소리, 목에 와 닿는 손의 감각, 격렬한 몸싸움과 키스가 필요했어. 빵이나 물, 소금이 필요한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의 말들은 빈약하고 서툴렀으며,
목소리도 고르고 단조로워서 정열적이지 않았다. 그랬다,
엄마에게는 열정의 흔적이 더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경험자의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가, 예술가, 천재적인 창조자가 망설이며,
틀려가며, 고쳐가며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소녀들에게말하듯 그 노처녀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 P138

"아까는 내가 불행했다고 했지." 엄마가 끼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네가 부러워. 너희의 평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하지만... 난 풍요로웠고, 가득 채워졌었어. 그런데 너희는아무것도 누리지 못했지."
그러자 나의 이모 알베르트가 뜨개질감을 떨어뜨리고는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 P140

누군가의 욕망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그대로인정하고 연민하기는 어렵다. 연민은 그 욕망의 못남,혹은 찌질함이 내 것이기도 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아주 쉽게 회피의 언어로 욕망을비난할 때, 이렌 네미롭스키는 직설의 언어로 욕망을연민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가식과 허세로 존재를증명하고자 하는 엄마나 이웃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비아냥이면서 동시에, 그들에 대한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세상도 삶도 믿지 않는 자가 쓴, 그리하여 세상도 삶도이해하게 하는 역설이 네 편의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가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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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비행기 조종사였다)은 나와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전화로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옛날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3년이나 전쟁터에 있었어요. 그 3년 동안 나는 여자가아니었죠. 여자로서 내 몸은 죽어버렸어요. 생리도 끊기고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꽤 예뻤어요..… 우리 남편이 나에게 청혼했는데......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이가 청혼하면서 그러더군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우리는 억세게운이 좋았다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나는 엉엉 울고 싶었어요. 소리소리지르고 그 사람을 두들겨패고 싶었어요. 결혼? 지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하게 돌아가는데 결혼을 하자고? 세상이 온통 까맣게 타버리고 보이는 거라곤 시커먼 벽돌뿐인데, 결혼을 하자니..… 그래서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꽃도 선물하고, 데이트도 신청하고, 달콤한 말도 하란 말이에요‘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그이를 거의 때릴 뻔했어요..... 정말 그이를 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때 그이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한쪽 뺨이 발갰는데, 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발간 그 상처 위로. 그때 알았어요, 그이도 내 마음과 같다는 걸. 그러자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버렸죠. 그래요, 우리 결혼해요‘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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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셧군요. 시작부터 안타까운.....

미미 2022-07-09 18:06   좋아요 2 | URL
좋은 문장도 많아서 벌써 재독하고싶고 필사도 하고싶어요 ^^

페넬로페 2022-07-09 1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이 구절이 마음에 닿았어요.
전에 읽었는데 재독하고 싶네요^^

미미 2022-07-09 21:19   좋아요 3 | URL
읽어보셨군요! 초반부터 마음이 끌리는 구절이 잔뜩있네요. 한 번만 읽을 내용,글은 분명 아닌거같아요 ^^

새파랑 2022-07-09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새 이 책 인기가 많나봅니다~!! 노벨상 수상에 평도 엄청 좋네요~!!

미미 2022-07-09 23:32   좋아요 2 | URL
여성주의책 함께읽기 이달의 책인데 워낙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노벨상도 탔었군요!! 저는 오늘 시작해서 아직 초반이지만 훌륭한 문장이 많아요. 새파랑님도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7-10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 문장 기억 납니다.
쉽게 읽기는 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약간 <여성과 광기> 읽을 때처럼, 마음이 무겁고, 힘들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또 전쟁과 목숨에 관한 이야기이니...또 다른 슬픔이 느껴지는 책인 듯 합니다.
그래도 미미님의 응원을 기원 합니다^^

미미 2022-07-10 08:59   좋아요 2 | URL
아 그렇네요!! <여성과 광기>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겠어요. 증언들이 나오니까요. ^^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겠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그래도 함께 읽으니 또 완주하게되겠죠?ㅋㅋㅋ후반기에 벽돌책도 있던데 그것도 그래서 두렵지가 않아요. 나무님 이런저런 감상 올려주실테니 늘 기대도 되구요.
나무님 응원합니다^^*

alummii 2022-07-10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우울해질까봐 도저히 못 읽겠어요 ^^리뷰만 보고 다닌다는...ㅋㅋ

미미 2022-07-10 08:53   좋아요 2 | URL
그런 경우가 있죠^^ 저도 몇권 아주 힘들게 읽었어요ㅋㅋㅋ

이 책 아직까지는... 초반이긴한데 글을 워낙 잘써서 감탄하며 읽는 즐거움이 더 컸어요

alummii 2022-07-10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쿠나 ~~잘쓴글이라니 읽고 싶어졌어요 !!

미미 2022-07-10 09:18   좋아요 2 | URL
필사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더라구요^^*

그레이스 2022-07-10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르뽀에 담겨진 증언들을 하나도 놓칠수 없었던 책입니다.

미미 2022-07-10 22:5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도 읽어보셨군요! 오늘 일이있어 진도를 많이 나가진 못했는데 증언들 부분에서 저도 빠져들었어요^^

mini74 2022-07-1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여자들을 향한 시선과 거친 언행등,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들과 너무나 다른 대우때문에 더 슬펐어요.

미미 2022-07-11 13:37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읽어보셨군요~^^♡그랬을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필요해 전쟁에 동원했지만 끝난 후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을듯 합니다.ㅜㅜ
 

한 여인(비행기 조종사였다)은 나와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전화로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옛날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 3년이나 전쟁터에 있었어요. 그 3년 동안 나는 여자가아니었죠. 여자로서 내 몸은 죽어버렸어요. 생리도 끊기고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꽤 예뻤어요………… 우리 남편이 나에......
게 청혼했는데 ・・・・・・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이가 청혼하면서 그러더군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우리는 억세게운이 좋았다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나는 엉엉 울고 싶었어요. 소리소리지르고 그 사람을 두들겨패고 싶었어요. 결혼? 지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하게 돌아가는데 결혼을 하자고? 세상이 온통 까맣게 타버리고 보이는 거라곤 시커먼 벽돌뿐인데, 결혼을 하자니..… 그래서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꽃도 선물하고, 데이트도 신청하고, 달콤한 말도 하란 말이에요‘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그이를 거의 때릴 뻔했어요・・・・・・ 정말 그이를 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때 그이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한쪽 뺨이 발갰는데, 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발간 그 상처 위로. 그때 알았어요, 그이도 내 마음과 같다는 걸. 그러자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버렸죠. 그래요, 우리 결혼해요‘ - P23

도스토옙스키가 던진 물음. ‘사람은 자신 안에 또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 이 물음을 이제 나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악은 분명 매혹적이다. 그리고 선보다 솜씨가 뛰어나다. 마음을 더 잡아끈다. 내가 전쟁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세계에점점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른 것들은 모두 빛을 잃고 흐릿해지며 시들해졌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다. 이제 나는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의 고독을 이해한다.

🦄🦄🦄 - P24

이제 나는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의 고독을 이해한다.다른 별에서 왔거나 저세상에서 온 것 같은 그외로움을 이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으며, 그 세상은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알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세상의 뭔가를 말로표현하고 전달하려 시도할 때 이들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입이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이들은 이해하려 하지만, 모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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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하면 인종차별, 성 차별을 하게되는 걸까?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성차별을 하기 쉬운 소인을 가진 태아도 없다. 타자화는 강의나 교육을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배우게 된다. - P30,토니 모리슨, 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이 세상을 떠나기 2년전 내놓은 에세이다. 그녀의 말대로 사람이 차별과 혐오를 타고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차별과 혐오,그리고 전쟁에 대한 일반적 시각에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 차별과 혐오를 배우고 습득한다. 페미니즘이 성차별에 있어서 생물학적 구분보다 사회,문화적 습득을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런면에서 과학과 의학, 사상까지도 예외없이 왜곡된 것들은 부단히 찾아내고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 필연적인 것은 없다. 수없는 선택의 결과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노예제를 ‘낭만화‘ 하려는 문학적 시도는 좀 다른 경우이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시도는 노예제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고, 심지어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소화하기 쉽게, 심지어 선호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 무해한 통제도, 탐욕스러운 통제도 궁극적으로는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 P35,토니 모리슨, 타인의 기원


이 책을 읽으며 '노예제'의 자리에 '남성주의'나 '가부장제'를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위의 발췌문에 적용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억압과 차별에 페미니즘이 공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니 모리슨은 권력을 가지려는 욕구 때문에 타자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타자의 마음을 빼앗아 내 자신의 거울 속으로 도로 데리고 들어오고 싶어 한다. 어떤 경우에든ㅡ 경계심을 갖든, 헛된 존경심을 느끼든 ㅡ인간은 타자에게 개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 자신은 꼭 지녀야 한다고 고집하는 그 개인적 특성을 남에게는 허락지 않는 것이다. - P75


그런면에서 문학을 가까이 하는 것,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성의 어리석고 용납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자주 접하는 건 '타자화'를 무너뜨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등장 인물들의 어떤 행동이나 삶의 방식에 불편해진다면 그 캐릭터보다는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그게 왜 불편한 것인지, 왜 용납할 수 없는지를 말이다.





그들이 한 일은 관객들 앞에 거울을 내민 것이다. 추하게 생긴 사람이 그 거울 앞을 지나간 것이 과연 그들의 잘못이겠는가? 거울에 무슨 당파가 있는가?p.10 스탕달 '아르망스'의 서문에서.


미국에서 노예제가 만연했을 때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에게 행한 가혹행위, 타자화하며 용납하지 않던 것들은 흑인들에게 고통을 야기했지만 그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흑인 노예들이 아닌 백인들의 야만성과 잔인성이다. 즉 상대를 타자화하고 고유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고집은 대상화된 이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 대상화하는 주체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처받는 것은 타자화,대상화된 이들 뿐만이 아니다. 





남자는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시켜야만했다. 유일신을 통해 남자는 스스로를 상징적 자아로 만들고 생애사를 가진 창조물이 되어 여자와 자연으러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이름을 주고 대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남성)는 자신에게는 상징을 만드는 권력을 부과하고, 여성에게는 생명-죽음-자연(life-death-nature)의 유한성을 부과함으로써 이 존재적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 P350,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페미니즘이 과거 역사를 토대로 남성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과거 남성중심적인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인류의 화합에 피해를 준다. 문제는 이들이 말하는 인류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역사는 이미 지난 것이니 당시 고통당한 사람들, 또 그 무게가 얼만큼 현재 우리에게 영향을 주건 잊어야 하고 앞으로의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일까? 과거의 실제한 고통은 괜찮고 앞으로의 예견된 (불명확한)고통은 안괜찮다? 이들도 그런 과거가 옳지 못했다는 것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부장제의 역사연구와 그 문제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는 현재도 남아 있는 가부장제,남성중심적 구조,가치관등의 근원을 영영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동시에 이해불가한, 필연적인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작금의 불합리한 상황을 가볍게 여겨지도록 조장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은 힘을 얻고자 하는 (어쩌면) 본능적인 하나의 수단이다. 다만 그 방법에 차이가 드러난다. 어떤 이들은 부단히 자신을 갈고 닦아 힘을 얻고 어떤 이들은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혐오해 자신이 힘있는자라는 인식으로 간다. 하지만 후자는 부실하다. 왜냐하면 혐오 대상의 유무로만 자신의 힘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임기응변에 가깝다. 그러므로 내면에 항상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휘두르는 힘이 진짜가 아니란 것을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스스로의 무지와 공포를 숨기기 위해 진실을 회피하려고 하고 사실을 왜곡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Two Minds 뇌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사고를 한다고 한다. 깊은 사고와 얕은 사고로 나뉘는데 공포로 자극되는 얕은 사고는 생존 본능에 가까운 것이고 즉각적인 반응이다. 즉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반응은 아니다. 인간의 생활환경이 포식자에게 둘러싸인 원시사회가 아닌 현대로 들어서면서 이런 얕은 사고는 더이상 생존에 유리한 반응이 아닌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는 이러한 대중의 공포를 이용한다. 여기에 필수요건은 몰이해다. 이해하려하는 노력은 깊은사고에 속하고 보다 고차원적인 생존반응이며 앞으로의 환경에 더욱 적합하다. 깊이있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해하려는 방법을 훈련하다보면 단순사고로 인한 오류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차별과 혐오가 그런 것들이다. 우리는 더이상 원시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만 한다. 



가부장제 체계는 역사적인 구성물인 만큼, 그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도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시간은 그 경로를 따라 거의 끝나가고 있는것 같다 ㅡ가부장제는 더 이상 남성들 혹은 여성들의 욕구에 봉사하지 못하며, 군사주의 위계 그리고 인종주의와의 뗄 수 없는 연관성 속에서 지구상에 있는 생명의 존재자체를 위협한다. - P397,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참고 영상 *공포 장사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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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09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통해서도,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도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과정이 많이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책이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미미 2022-07-09 06:37   좋아요 4 | URL
등대지기님 반갑습니다. 네~ 결국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고 스스로를 더 이해하기도 하니까요.

읽어봐 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7-09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의 표현이 점점 다양해지고 한목소리를 모으는것이 가능해질수록 이런 차별도 점점 없어질거라 생각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도 중요한거 같고요. 새로운 패러다임은 미미님과 함께 ^^

미미 2022-07-09 09:18   좋아요 2 | URL
네~나와 다른 것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 나름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필요하죠. 코로나로 독서인구가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긍정적으로 보여요*^^*

그레이스 2022-07-09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자주 접하는 것은 ‘타자화‘를 무너뜨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동의합니다.
자신에게 질문하는 -제가 지향하고 노력하는 - 독서입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비러브드>읽고 충격적이었지만 좋았었어요^^

미미 2022-07-09 13:27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래서 소설을 읽고 이곳에서 글 쓰고 다른분들의 감상도 읽고 이야기 나누며 저에대해 더 알 수 있었던것 같아요. 저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채울것이 많아 더 행복한!ㅎㅎ
토니 모리슨이 인종차별에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소설 속에 꾸준히 담았다고해서 읽어보려고요 ^^

감은빛 2022-07-09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없다 라는 영화 유튜버를 보면서 풍자의 긍정적인 면과 비판을 위한 비판의 부정적인 면 사이에서 참 줄타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아닌 다른 활동도 꽤 하나 보네요.

보통 재난 상황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공포로 인해 무분별한 행동으로 쉽게 휩쓸리는 인간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한때 유행한 좀비 이야기들도 대부분 좀비는 그저 배경에 불과하고 생존한 사람들의 비인간성을 그리는 경우가 많죠.

미미 2022-07-09 14:35   좋아요 1 | URL
비평가 정준희 때문에 찾은 영상인데 함께 진행하는 사람이 ‘거의없다‘군요
영상을 좀더 찾아봐야겠어요. ^^

미드 ‘워킹데드‘에서도 더
무서웠던건 위기에 몰린이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는 전쟁, 좀비 대신 분쟁상황,경제위기,여러 갈등요소를 이용해 정치,미디어가 대중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행동하도록 현혹하는것 같아요.

cyrus 2022-07-09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로그인하면 정말 보기 불편한 가짜 뉴스나 정보가 많이 보여요. 특정 대상을 조롱하면서 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게시물에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옹호해요. 이미 우리 사회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너무 쉽게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미미 2022-07-09 18:1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부분이 걱정되더라구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독자의 검증능력이 어느때보다 필수적이죠.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무책임한 정보도 난무하는데 단순한 과도기였으면 좋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2-07-09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자에 대한 질문을 나에 대한 질문으로 돌릴 수 있는 힘. 그것이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니 모리슨의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미미 2022-07-09 18: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많은 사람이 활용하진 않죠. 짧은 에세이인데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어요.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요. ^^

페넬로페 2022-07-10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계층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신적 계층의 사람들처럼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프루스트의 문장이 생각납니다. 혐오와 차별은 배우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신의 주변으로부터요~~
거의 없다님이 방구석 1열에서 활동할 때 참 좋았는데 그 뒤 약간씩 말이 생기더라고요~~ㅠㅠ
저도 책과 소설을 통해 타인을 더 많이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미미 2022-07-10 00:44   좋아요 3 | URL
덕분에 프루스트의 책을 더 읽고싶어집니다~♡ㅎㅎ
혐오와 공포라는 현상이
필연적인것이 아니라 배워 학습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참 중요한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방법을 찾아야된다는 생각을 토니 모리슨을 통해 했습니다. 거의없다님에 대한 논란도 검색이 되던데 아직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어요.
갈수록 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살고있네요 ^^

공쟝쟝 2022-07-10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노예제...를 떠올릴 때는... 노예제 보다 더 근본적인 가부장제.. 를 거기에 넣고 다시 읽을 때는... 저는 아주 아주 아득하게 되는 데요, 인류가 기후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조금씩 더 많은 존재들을 존재로서 바라보게 된다면.... 노예제가 폐지 된 것 처럼.....요.... 정말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힘든 이야기인가?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ㅋㅋ (그렇게 힘들었단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 미래의 인류여...)
그리고 여담인데 두개의 뇌... 저는 자연환경이 재난을 가져오지 않으니까 인간들이 스스로 재난을 창조한 것이 주식과 코인 아닌가..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웃었습니다. ㅋㅋㅋ

미미 2022-07-10 23:10   좋아요 2 | URL
마침 오늘 최재천 교수의 영상에서 20년내 한반도 식량난, 80년내 지구멸망가능성을 봤거든요? 정작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할 문제들에는 대부분 손놓고 있고(주도적으로 나서야할 힘 있는 자들부터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당장의 경제적이익에 빠져 엉뚱한 재난을 만들어내는것 같아요. (공포장사 같은)
주식, 코인도 그렇네요!ㅋㅋㅋ
본능적으로 이카로스의 후예인건지...이건 뭐 다죽자는 모양새 ㅋ.ㅋ
 

사람은 어떻게 하면 인종차별, 성 차별을 하게되는 걸까?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성차별을 하기 쉬운 소인을 가진 태아도 없다. 타자화는 강의나 교육을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배우게 된다. - P30

노예제를 ‘낭만화‘ 하려는 문학적 시도는 좀 다른 경우이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시도는 노예제를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고, 심지어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소화하기 쉽게, 심지어선호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 무해한 통제도, 탐욕스러운 통제도 궁극적으로는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 P35

미국으로 온 이들 이민자들은 ‘진짜‘ 미국인이 되려면 태어난 나라와의 연을 끊거나 그
연을 아주 경시함으로써 백인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는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곧 ‘피부색‘과 동일한 의미가 되었다. - P45

바움의 결론 중 한 가지는 이렇다.
‘다시 말해 인종은 권력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방인, 외부인, 타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쓸 때 그 관계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 P57

그들이 채찍질을 하다가 지쳐 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가하는 처벌은 교정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엄연히 사디즘 행위다. 벌을 가하는사람이 도중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는 계속하지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채찍질을 한다면, 과연 매를 맞는 사람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런극도의 고통은 순전히 채찍을 든 사람의 쾌감을위해 설계된 것 같아 보인다. - P62

서로 무해하게 접근하기 위해, 고작해야 푸른공기일 뿐인 우리 사이의 거리를 뛰어넘기 위해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은 적지만 강력하다. 언어와 이미지, 그리고 경험이다. 경험은 앞의 두 가지, 혹은 한 가지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고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언어 (말하기, 듣기, 읽기)는우리에게 거리를 좁히고 거기 몸을 맡기라고 격려한다. 심지어 명령할 수도 있다. 그 거리가 대륙 간의 거리이든, 한 베개 위에 있든, 문화적 거리이든, 나이나 젠더로 인해 그 거리가 명확해지든 흐릿해지든,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든 생리적거리이든, 이미지는 갈수록 지식 형성의 영역을지배해가고 있다. - P71

타자의 마음을 빼앗아 내 자신의거울 속으로 도로 데리고 들어오고 싶어 한다. 어떤 경우에는 경계심을 갖는 헛된 존경심을 느-끼든-인간은 타자에게 개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 자신은 꼭 지녀야 한다고 고집하는 그 개인적 특성을 남에게는 허락지 않는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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