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비행기 조종사였다)은 나와 만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전화로 거절 사유를 설명했다. "옛날 일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 3년이나 전쟁터에 있었어요. 그 3년 동안 나는 여자가아니었죠. 여자로서 내 몸은 죽어버렸어요. 생리도 끊기고 여성으로서의 욕구도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꽤 예뻤어요………… 우리 남편이 나에......
게 청혼했는데 ・・・・・・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이가 청혼하면서 그러더군요. 전쟁은 끝났고,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우리는 억세게운이 좋았다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나는 엉엉 울고 싶었어요. 소리소리지르고 그 사람을 두들겨패고 싶었어요. 결혼? 지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하게 돌아가는데 결혼을 하자고? 세상이 온통 까맣게 타버리고 보이는 거라곤 시커먼 벽돌뿐인데, 결혼을 하자니..… 그래서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꽃도 선물하고, 데이트도 신청하고, 달콤한 말도 하란 말이에요‘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그이를 거의 때릴 뻔했어요・・・・・・ 정말 그이를 때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그때 그이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한쪽 뺨이 발갰는데, 그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발간 그 상처 위로. 그때 알았어요, 그이도 내 마음과 같다는 걸. 그러자나도 모르게 대답이 나와버렸죠. 그래요, 우리 결혼해요‘ - P23

도스토옙스키가 던진 물음. ‘사람은 자신 안에 또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 이 물음을 이제 나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악은 분명 매혹적이다. 그리고 선보다 솜씨가 뛰어나다. 마음을 더 잡아끈다. 내가 전쟁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세계에점점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른 것들은 모두 빛을 잃고 흐릿해지며 시들해졌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다. 이제 나는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의 고독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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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곳에서 돌아온 이들의 고독을 이해한다.다른 별에서 왔거나 저세상에서 온 것 같은 그외로움을 이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있으며, 그 세상은죽음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알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세상의 뭔가를 말로표현하고 전달하려 시도할 때 이들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입이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이들은 이해하려 하지만, 모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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