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꾸짖음을 달게 받을 작정으로 서간문을 시작합니다.
글이란 내가 얼마나 구린지 본격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용기를내 자모를 맞추고 문장을 만들어 자신을 변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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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정도는 자아의식의 정도에 비례한다 - P155

115 역주: 소크라테스에 있어서 ‘죄가 무지‘인 것은 소크라테스적인 이해는 근본적으로 ‘지행합일‘을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만일 내가 올바른 것을 알고 있다면 올바른 것을 행할 것이며, 따라서 내가 올바른 것을 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올바른 것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만일 내가 선한 행위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선한 행위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사실은 그것을 참으로 알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죄의 원인은 무지‘인 것이다. 물론 키르케고르는 ‘무지가 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고려하기보다는 ‘무지가 곧 죄인 것처럼 고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죄란 곧 진리를 알지 못하는 상태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P169

정신의 생활 속에는 정지상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는본래 상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활동 중에 있다.  - P180

 사실상 참된 목사는 참된 시인보다 훨씬 드문 법이다 - P196

셰익스피어가 맥베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한 것은 과연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거장다운 말이다. "죄로 인하여 생긴 일은 오직 죄에 의해서만 힘과 강함을 얻는다" (3막 2장),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죄는 그 자신의 내부에서 일관된 것이며 악이 그 자신 속에서이처럼 일관된 것이기 때문에 죄가 그 안에서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 P205

이런 의미에서 파우스트』에서 악마메피스토펠레스가 "절망하는 악마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144라고 한말은 아주 적절하다. 왜냐하면 여기서 절망한다는 것은 회개나 은총의 말을 듣고 싶을 정도로 악마가 약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P210

인간이 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려고 한다면 신으로부터 가장 멀리떨어져 있어야 한다.  - P219

인간이 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인간적인 명성이나 인간들 사이의 신망을 통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은 비천한 인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신 것이다.  - P245

그리스도는 호위하는 사람도 자신을 보필하는 종도 없이 스스로 천한 종의 모습으로 이 지상에 내려왔다. 그렇지만 좌절의 가능성 (아아,
이것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얼마나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을까!)이 그리스도와 바로 그의 곁에 서 있던 자 사이에 절대적인 심연을 만들고 있다. 이런 좌절의 가능성은 예전부터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었고, 또지금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좌절하지 않는 자는 믿음을 가지고 예배를 드린다
그런데 신앙의표지인 예배는 예배받는 자와 예배드리는 자 사이에 무한한 질적 차이를 가진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음을 표현해 주고 있다. 신앙에 있어서도 좌절의 가능성이 변증법적인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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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탐구하고있는 작가와 화가들처럼 그들도 우리가 아닌 사람, 우리의 것이아닌 삶을 헤아려봄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를 헤아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헤아려보고자 하는 것은 왜 우리가 이런 식으로 우리 자신을 헤아려보는가이다.) - P79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방식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참해지기를원한다." 

해즐릿의 이 말은 프로이트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행복이 아니다. "습관과 선호로인해 자신의 일부이고 수천 개의 회상, 결핍, 고통을 통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된 자신의 취향과 역량에 꼭 맞는 행복을 원한다."  - P80

엠프슨은 프루스트가 매듭짓지 않은 질문을계속 이어간다. "한 장소(환경, 정신상태)에서의 삶은 언제나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두 장소에서의 삶은 환희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바람직한 전환은 둘이라는 숫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믿어야 할까? n+1개의 장소에서 사는 것은 n개의 장소에서 사는것보다 무조건 더 가치가 있을까?" 

엠프슨의 글은 우리가 어디에서 사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는 우리가 말하고 쓰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의미로 흘러넘치는 단어들을좋아하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평생 그런 단어들을 발굴하는가? 엠프슨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프루스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는 스타일에서 얻는 즐거움을 바로 그렇게 풀면서묶는 이중성으로 계속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통합된 것들은 구문에서 하나로 묶인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가치 이론을 제외하면 n+1 이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만 한다." - P83

논리적 주장의결혼식에 은유의 밀월이 축복을 내리면 그 결과로 태어난 후손은 우리를 묶는 동시에 풀어준다. 구속하는 동시에 해방한다. 단어가 그러하듯이, 자녀가 그러하듯이. - P84

내가 갈 수도 있었던 다른 길들을 상상하는 것은 나를 위한더 많은 삶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것과 저것, n+1, 나는 이 세계 안에서 또 다른 세계, 내가 거의 만질 수 있고 거의 맛볼 수있는 세계를 본다. 그 다른 세계는 이 세계의 일부다. 그림자가 사물의 일부이듯, 기억이 인식의 일부이듯, 꿈이 일상의 일부이듯. - P85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나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당신은 우리가 실제로 사는삶이야말로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가 뭐라고 노래했더라? "나는 달을 보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을 보고 있을 거예요." - P86

초반에 나는 시가 의미의 직전까지 가는 한껏 고조된 경험을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제 나는 시가 흔하면서도 고립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절정의 경험도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시를 이해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한 가지(유일한 한 가지는 아니다)는 고립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난해한 시를 읽으면서 정신적폐소공포증에 빠진다. 조각난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그러나 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공간이 열리고, 빛이 들어오고, 빛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 P89

조지 엘리엇은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삶 자체가 아니라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경험을 증폭하는 방법이자 개인의 운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동지인 인간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법이다." 엘리엇의 장편소설은 그녀가 삶에서 그런 상상의 여정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중요하다고 믿었는지를 보여준다. 또 그녀는 바로 그런 이유로 예술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화가이건, 시인이건 소설가이건 예술가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우리의 공감 범위의 확장이다." - P97

우리는몰입하는 동시에 거리를 둔다. 이런 춤을 추는 동안 독자의 몰입도가 결정된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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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6-02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자신을 헤아려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요즘은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미미 2022-06-02 11:07   좋아요 1 | URL
메타인지라고도 하던데
독서는 자신을 헤아리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요! 요즘 부쩍 그러네요😅

scott 2022-06-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몰입하는 동시에 거리를 둔다.]

맞습니다

그 거리 사이에는
이런 물건
╔══╗♫ *´”)
║██║ ¸.•´¸.•*´¨) ¸.•*¨) ♫ ♪
║(O)║ (¸.•´ (¸.• ♫ ♪
╚══╝
스맛! 폰 ^^

미미 2022-06-03 07:43   좋아요 1 | URL
스맛 폰 제꺼보다 훨
예쁜데요?!!*^^*
 

내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은 내 욕망뿐 아니라 내 한계도 드러낸다. - P35

제임스는(헨리 제임스) 작가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만 그 작가가 실제로 쓴 소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 P37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한다. 미래에 다른 삶을 살 가능성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때면 어김없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길들을 떠올리게 된다. 존 치버 John Cheever가 어두운 숲 속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 선 것은 그가 인생의 중반에 다다랐을 때였다.


중년에는 불가해함이, 당혹스러움이 있다. 이 시간 내가가까스로 알아낸 것은 일종의 외로움이 전부다. 눈에 보이는 이 세계의 아름다움조차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그렇다. 사랑조차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어디선가 길을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고,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 P47

신이 사랑이 넘치는 존재라면 그런 신이 당신을 속속들이 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 P52

과거는 때로는 색과 모양이 제각각으로 비치는 어지러운만화경으로, 때로는 흑백사진으로, 때로는 냄새로, 때로는 피부를 따라 흐르다 마음을 옥죄는, 어디서 밀려왔는지 모를 감정의파도로, 때로는 얼굴에 번지는 작은 미소로 다가온다. 역광을 받은 텅 빈 도로처럼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이 신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을 등장시킨 덕에 당신은자신이 살아온 삶에 비현실적인 확신을 갖고, 당신이 살지 않은삶에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다. - P56

"명예를 위해 살았으니, 아놀로와 나란히!
라파엘로가 기다리고 있소. 신께로 올라가리 셋이 함께"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오. 적어도 그랬을 것같소.
아니었을 수도"


ㅡ브라우닝 - P75

그렇게 브라우닝은 우리에게 안드레아와 루크레치아 사이의거리, 현재의 안드레아와 안드레아가 될 수 있었던 사람 사이의거리를 재게 만든다. 브라우닝이 이런 거리를 만들어낼 때 사용하는 주요 도구, 브라우닝의 붓과 팔레트는 은유와 행의 길이, 어조와 운율이다. 브라우닝의 액자는 극적 독백이다. 이 형식은 브라우닝이 발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75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안드레아의 목소리와 루크레치아의 침묵을 그려내지 못한다.
그리고 안드레아와 안드레아가 될 수 있었던 화가 사이의 거리도그려낼 수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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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밑줄이 의미가 없어지려고한다. 이 사람이 말하는 방식,말하는 것들이 다 마음에 든다

우리는 한순간 우리가 되는 데 실패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는온전한 인간이 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될수도 있었을 모든 것, 우리가 놓친 모든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한순간 다른 사람의 몫을 아까워했다. 마치 케이크를 자를 때처럼,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자를 때 자신의 몫이 작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처럼.

ㅡ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파도The Waves - P6

자신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이
자신이 주도한 삶인 경우는 드물다‘
ㅡ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P17

어느 날길을 걷기 시작했고, 어느날 멈출 것이다. 그러나 책의 페이지처럼 길에도 여백이 있고, 페이지의 여백처럼 길의 여백도 한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내 삶에 끝이 있고 언젠가는 끝난다는 미래의 한계만이 아니라 지금이순간에도 내 삶에 한계가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는 하나의 삶, 이 삶을 산다. 이 삶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삶 이외의 다른 삶도 없다. 나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 P17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은 기막힌 우연이면서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 P18

내 가슴에서 울려 퍼진 외침은 "모든 사람이 한때, 오직 한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한 사람, 오직 한 사람이다. 우리는 사람은 누구나결국에는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다르게 경험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오직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로 인해서도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 다르게 경험한다. - P20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로 인해 지금 내게 오직 하나의 삶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심리학자 애덤 필립스 Adam Phillips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생을, 다시 말해지금의 삶보다 더 나은 삶, 더 충만한 삶을 이 생 안에 집어넣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부여된다"고.  - P20

그런 반전이 운문의 일이다. 
시는 반복적으로 회귀하면서 완성된다.  - P24

친구 둘이 난로 앞에 앉는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남편이 아내와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퇴근길에, 어떤 사람은 장을 보고 난 후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다.
한 여자가 드레스를 수선하려고 잠시 하던 일을 멈춘다. 빠르게달리던 기차가 역에 들어서고, 한 남자가 침대칸에서 화장실로가는 길에 창밖을 내다본다. 한 어린 여자애가 정신분석 전문의와 50분간 상담을 한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잠시멈추고 성찰할 시간을 낼 수 있다. 우리는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시선을 밖으로 돌려 우리가 없는 곳을 본다. 물론 책을 읽는다는 것도 이와 같다.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허구의 인물들은 조용히 우리 자신을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P25

살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은 내가 나의 길을 가면서 만난 가능성들에 주목하게 하는 한편, 내가 타고난 조건들에 대해서는 점점 무심해지도록 만든다. (그 이야기들은 정치적인 이야기이기전에 윤리적인 이야기이다.)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삶을 길에 비유하면 단 하나의 근본적인 조건, 수많은 가능한 ‘나‘들 중에서단 하나의 나, 지금의 ‘나‘로 살아간다는 조건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특정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병원의 냄새, 간호사의 이름, 그 남자의 표정에 그와 동시에 아주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될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오직 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이런 식으로 분리된 시선은 언어를 부수기도 하고 언어를 다시만들기도 한다. - P26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류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개의 삶만 살게 된다는 것이다."  - P26

삶은 배타적이다. 삶을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삶과 이야기 모두를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우리의 삶을 이야기로 대하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사회비평가인폴 굿맨 Paul Goodman 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중반 정도 되면 가능한 것들이 있다. 끝날 때는모든 것이 필연이다." 성장은 배제하고 확정한다.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인다. - P27

시는 의미의 직전까지 다가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낸다. 의미와 같은 시공간에 나란히 머물고 있지만, 그 의미를완벽히 소유하지는 못한다. 

사람의 기질에 따라서는, 적어도 나와 같은 기질의 사람에게는 이런 경험이 한없이 매혹적이다. 의미가 영원히 내게로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괜찮다. (T.S. 엘리엇의 말이 생각난다. "시에서 ‘의미‘의 주된 사용법은 아마도, 일반적으로는.… 독자의 습관 중 하나를 충족하는것, 즉 독자의 마음을 딴 데로 돌리고 고요하게 만드는 것이리라.그리고 그동안 시는 독자를 상대로 자신의 일을 한다. 마치 가상의 도둑이 집 지키는 개에게 늘 미리 준비한 질 좋은 고기 조각을 던져주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혹여 의미를 찾는다면, 그 시가 당신에게 중요해졌다면, 그 의미는 그런 의미를 얻게 된 원인과 분리할 수 없게 된다. 그 시를 읽은 경험은 당신이 시에서 얻은 것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비평가가 해석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훌륭한 스승과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말하지 않은 채 둘것인지, 언제 말하기를 멈춰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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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1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문장이 좋은 책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궁금하네요. 미미님 리뷰까지 기다리렵니다. ^^

미미 2022-05-31 16:42   좋아요 0 | URL
이런 글,분석을 참 좋아하는데 리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써서 알려드리고 싶긴해요*^^*

서니데이 2022-06-01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평론을 많이 쓴 작가의 에세이네요. 좋은 문장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미님, 오늘부터 6월입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미미 2022-06-01 08:56   좋아요 1 | URL
아 역시 그래서 읽기에 좋았었나 봅니다ㅎㅎ
서니데이님 6월의 시작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웃음가득한 한 달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