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은 내 욕망뿐 아니라 내 한계도 드러낸다. - P35

제임스는(헨리 제임스) 작가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알아야만 그 작가가 실제로 쓴 소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 P37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한다. 미래에 다른 삶을 살 가능성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때면 어김없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길들을 떠올리게 된다. 존 치버 John Cheever가 어두운 숲 속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 선 것은 그가 인생의 중반에 다다랐을 때였다.


중년에는 불가해함이, 당혹스러움이 있다. 이 시간 내가가까스로 알아낸 것은 일종의 외로움이 전부다. 눈에 보이는 이 세계의 아름다움조차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그렇다. 사랑조차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어디선가 길을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고,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 P47

신이 사랑이 넘치는 존재라면 그런 신이 당신을 속속들이 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 P52

과거는 때로는 색과 모양이 제각각으로 비치는 어지러운만화경으로, 때로는 흑백사진으로, 때로는 냄새로, 때로는 피부를 따라 흐르다 마음을 옥죄는, 어디서 밀려왔는지 모를 감정의파도로, 때로는 얼굴에 번지는 작은 미소로 다가온다. 역광을 받은 텅 빈 도로처럼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것이 신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을 등장시킨 덕에 당신은자신이 살아온 삶에 비현실적인 확신을 갖고, 당신이 살지 않은삶에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다. - P56

"명예를 위해 살았으니, 아놀로와 나란히!
라파엘로가 기다리고 있소. 신께로 올라가리 셋이 함께"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오. 적어도 그랬을 것같소.
아니었을 수도"


ㅡ브라우닝 - P75

그렇게 브라우닝은 우리에게 안드레아와 루크레치아 사이의거리, 현재의 안드레아와 안드레아가 될 수 있었던 사람 사이의거리를 재게 만든다. 브라우닝이 이런 거리를 만들어낼 때 사용하는 주요 도구, 브라우닝의 붓과 팔레트는 은유와 행의 길이, 어조와 운율이다. 브라우닝의 액자는 극적 독백이다. 이 형식은 브라우닝이 발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75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안드레아의 목소리와 루크레치아의 침묵을 그려내지 못한다.
그리고 안드레아와 안드레아가 될 수 있었던 화가 사이의 거리도그려낼 수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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