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밑줄이 의미가 없어지려고한다. 이 사람이 말하는 방식,말하는 것들이 다 마음에 든다

우리는 한순간 우리가 되는 데 실패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는온전한 인간이 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될수도 있었을 모든 것, 우리가 놓친 모든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한순간 다른 사람의 몫을 아까워했다. 마치 케이크를 자를 때처럼,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자를 때 자신의 몫이 작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처럼.

ㅡ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파도The Waves - P6

자신이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이
자신이 주도한 삶인 경우는 드물다‘
ㅡ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P17

어느 날길을 걷기 시작했고, 어느날 멈출 것이다. 그러나 책의 페이지처럼 길에도 여백이 있고, 페이지의 여백처럼 길의 여백도 한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내 삶에 끝이 있고 언젠가는 끝난다는 미래의 한계만이 아니라 지금이순간에도 내 삶에 한계가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나는 하나의 삶, 이 삶을 산다. 이 삶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삶 이외의 다른 삶도 없다. 나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 P17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은 기막힌 우연이면서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 P18

내 가슴에서 울려 퍼진 외침은 "모든 사람이 한때, 오직 한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한 사람, 오직 한 사람이다. 우리는 사람은 누구나결국에는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다르게 경험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오직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로 인해서도 우리 자신과 주변 세계를 다르게 경험한다. - P20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로 인해 지금 내게 오직 하나의 삶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심리학자 애덤 필립스 Adam Phillips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생을, 다시 말해지금의 삶보다 더 나은 삶, 더 충만한 삶을 이 생 안에 집어넣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부여된다"고.  - P20

그런 반전이 운문의 일이다. 
시는 반복적으로 회귀하면서 완성된다.  - P24

친구 둘이 난로 앞에 앉는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남편이 아내와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퇴근길에, 어떤 사람은 장을 보고 난 후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다.
한 여자가 드레스를 수선하려고 잠시 하던 일을 멈춘다. 빠르게달리던 기차가 역에 들어서고, 한 남자가 침대칸에서 화장실로가는 길에 창밖을 내다본다. 한 어린 여자애가 정신분석 전문의와 50분간 상담을 한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잠시멈추고 성찰할 시간을 낼 수 있다. 우리는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시선을 밖으로 돌려 우리가 없는 곳을 본다. 물론 책을 읽는다는 것도 이와 같다. 우리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허구의 인물들은 조용히 우리 자신을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P25

살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은 내가 나의 길을 가면서 만난 가능성들에 주목하게 하는 한편, 내가 타고난 조건들에 대해서는 점점 무심해지도록 만든다. (그 이야기들은 정치적인 이야기이기전에 윤리적인 이야기이다.)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삶을 길에 비유하면 단 하나의 근본적인 조건, 수많은 가능한 ‘나‘들 중에서단 하나의 나, 지금의 ‘나‘로 살아간다는 조건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특정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병원의 냄새, 간호사의 이름, 그 남자의 표정에 그와 동시에 아주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관념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될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오직 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이런 식으로 분리된 시선은 언어를 부수기도 하고 언어를 다시만들기도 한다. - P26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류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개의 삶만 살게 된다는 것이다."  - P26

삶은 배타적이다. 삶을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삶과 이야기 모두를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우리의 삶을 이야기로 대하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사회비평가인폴 굿맨 Paul Goodman 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중반 정도 되면 가능한 것들이 있다. 끝날 때는모든 것이 필연이다." 성장은 배제하고 확정한다.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인다. - P27

시는 의미의 직전까지 다가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뭔가 중요한 것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낸다. 의미와 같은 시공간에 나란히 머물고 있지만, 그 의미를완벽히 소유하지는 못한다. 

사람의 기질에 따라서는, 적어도 나와 같은 기질의 사람에게는 이런 경험이 한없이 매혹적이다. 의미가 영원히 내게로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괜찮다. (T.S. 엘리엇의 말이 생각난다. "시에서 ‘의미‘의 주된 사용법은 아마도, 일반적으로는.… 독자의 습관 중 하나를 충족하는것, 즉 독자의 마음을 딴 데로 돌리고 고요하게 만드는 것이리라.그리고 그동안 시는 독자를 상대로 자신의 일을 한다. 마치 가상의 도둑이 집 지키는 개에게 늘 미리 준비한 질 좋은 고기 조각을 던져주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혹여 의미를 찾는다면, 그 시가 당신에게 중요해졌다면, 그 의미는 그런 의미를 얻게 된 원인과 분리할 수 없게 된다. 그 시를 읽은 경험은 당신이 시에서 얻은 것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비평가가 해석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훌륭한 스승과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말하지 않은 채 둘것인지, 언제 말하기를 멈춰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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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1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문장이 좋은 책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궁금하네요. 미미님 리뷰까지 기다리렵니다. ^^

미미 2022-05-31 16:42   좋아요 0 | URL
이런 글,분석을 참 좋아하는데 리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써서 알려드리고 싶긴해요*^^*

서니데이 2022-06-01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평론을 많이 쓴 작가의 에세이네요. 좋은 문장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미님, 오늘부터 6월입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미미 2022-06-01 08:56   좋아요 1 | URL
아 역시 그래서 읽기에 좋았었나 봅니다ㅎㅎ
서니데이님 6월의 시작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웃음가득한 한 달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