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술로서의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깊게 잊고 있는 한 가지 일이 필요하다. 이 일을 잊고 있기 때문에 나의 책들을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 한 가지 일을 위해서 독자들은 거의 소가 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현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한 가지 일이란 되새김하는 것이다. -니체
독서의 궁극은 재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족한 지혜를 끊임없이 탐하듯 읽고 싶은 책들을 긁어모으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아차 싶었다. ㅡ그렇다고 지금의 탐욕을 멈추겠다는 의미는 아니다.ㅡ 반성하는 의미로다가 조만간 책 정리를 한바탕하려고 하는데 재독할 소장용 책들, 빨리 읽고 팔아버릴 책들, 천천히 읽어도 될 만한 책들로 나눌 생각이다.
그 안에서도 소설과 비소설로 구분해야지... 이게 왜 반성하는 의미냐면 이렇게 나눠야 좀 더 빨리 책을 솎아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궁극의 독서를 향한 발걸음이 조급해진다. 책을 생각하면 되도록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도 결국엔 책을 읽기 위한 몸의 근육들을 단련하고 싶기 때문이고 그런 와중에 정신도 보다 명료해질 거란 믿음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 달 고민했던 독서대를 하나 장만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건 아무래도 허리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수동으로 그때그때 조절 가능한 책상을 구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물가도 올라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최대한 미루던 차에 이 기특한 물건을 발견했다.( 어쩌면 궁극의 독서를 향한 내재된 열망이 실마리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
본래 목적은 악보대인데 나와 같은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지 이렇게 기존 독서대를 그대로 활용한 보면대가 몇 개 판매되고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서서 책을 읽을만한 '악보대'를 검색하다가 뼈대만 앙상해 보이는 그야말로 악보만 겨우 놓을 악보대들 뒤로 이런 모양을 발견한 것. 받아보니 썩 마음에 들어 친애하는 이웃들에게 자랑질을 해본다.
어제 책을 두 권 주문해 받았는데 황태칩이랑 쫀득이도 와서 여기에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책 읽으면서 천천히 먹으려고 했는데 김부각 뒤지지 않는 바삭바삭한 식감과 노릇하고 순박한 냄새에 취해 너무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ㅠ.ㅠ 말차 쫀득이도 꽤 맛이 좋았는데 한 박스 사다 놓고 먹고 싶지만 그랬다가 며칠 만에 끝장 낼 것 같아 자제해야 될 듯하다. 저 와인은 칠레산인데 향이 진하고 무척 깊은 맛이 내 취향이었다. 북플은 겪으면 겪을수록 묘한 곳으로 남이 먹는 거, 남이 입는 거 이미지로 보는 일에 관심이 없어 평소 트위터나 페북, 인스타를 하지 않음에도 여기서 음식사진이 올라온 걸 보면 쉽게 혹한다. 최근에는 순댓국 사진을 보고 야밤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서 배달을 (배달 자제하려고 배달앱 지웠던 내가 다시 깔아서) 시켰.....아 독서대 자랑하려고 했었는데....
뭔가 옆에서 연주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기분 좋아져서 방에도 갖고 들어가 이렇게 놔보고...
참고로 가격은 4만원대 초반이니 어지간한 독서대 가격이다.
비슷한 다른 제품이 리뷰도 제법 많았는데 이것 보다 튼튼해 보이지 않아서
나는 이걸로 결정. 남들 좋아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사람 아닙니다. 저.
책은,먹는 건 그럴때도 있지만(많지만)허허...
나는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그것은 온화한 자부심이자 우아한 움직임이며 가볍게 지속되는 좌절로서, 저 먼 고대의 역사로부터 전해진 회피 기술을 갖고 있다. 저항의 표식이라고는 가볍고 별난 아이러니뿐이다. 삶에는 이런 측면이 있다. 추운 겨울에 털옷을 입고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ㅡ클라리시 리스펙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