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에서 벗어나고,
나의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을 언어로써
털어내버리고,
헛된 번뇌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ㅡ 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어쩌자고 수영도 못하면서 서핑이 하고 싶을까? 더운 여름에는 부쩍 바다가 보고 싶고 바다에 밀려드는 파도를 보면 서핑을 하고 싶어진다. 서핑하는 사진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서핑했다는 이야기를 글로 읽어도 내 심장박동이 귀까지 울리는게 느껴질만큼 기분이 들뜬다. 요즘 안그래도 내가 진짜 원하는 삶과 나의 현실이 얼만큼 동떨어져있는지를 종종 생각하곤했다.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취미, 사회적활동까지... 그 거리는 어쩌다 이렇게 아득해졌을까,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파도는 바다의 전진하는 힘과 비례하여 버티는 땅의 힘이 만나는 곳에서 부서진다. '파도'라는 한 사건의 경계,이는 파도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다. 파도가 처음 부서지기 시작하는 이곳 너머 파도 이전의 세계가 바로 서퍼들이 대기하는 지점인 '라인업'이다. 서핑을 시작하기 위해 서퍼는 반드시 이 마지막 파도 하나를 넘어 가야만 한다. 그러나 부서지기 직전의 파도는 한 사람을 들어 냉동댕이칠 만한 힘이 있으므로, 이는 서퍼가 파도와 겨뤄 이길 때에만 넘을 수 있는 문이 된다. P.10
글이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큰 위험부담없이 마음껏 탐험해볼 기회를 준다. 생명의 위협없이 히말라야를 오르게 해준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그랬고 사람들 앞에서 뻣뻣한 몸을 노출할 필요 없었던 '아무튼 발레'가 그랬다. 물론 생생한 경험과는 다른 차원의 대안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위안이 된다. 용기를 내어 실제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하니 일석이조. 이 책은 서핑과 사랑에 빠진 저자의 이야기다. 문장들이 실천과 현실사이 아득한 내 안의 속박과 나태함의 경계를 슬며시 좁혀주는 것만같다. 나도 서핑보드 위에 서서 파도의 결을 만져보고 싶다.
그날 신이 난 나는 일곱 시간 정도 바다에 푹 잠겨 있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이렇게 신이 나도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비틀거리며 다시 풍덩, 서프보드에서 자빠질 때 느껴지는 폭신폭신한 바다의 감촉이 좋았다. 그날의 실패에서는 짭조름한 맛이 났다. 하지만 다시, 또다시. 파도가 나의 일이 되려면 내겐 좀 더 많은 실패가 필요할 것이었다. P.18
사랑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그 속으로 뛰어드는 건 더 좋다 P.26
푸시업을 하고 서프보드에 디딘 두 발 아래로 파도의 심장박동 같은 리듬을 느낀다. 라이딩을 하며 왼손으로 슬쩍 파도의 결을 만졌다. 좋다. P.28
김종완(of NELL)ㅡ 용기
너를 보며 나를 생각 했어
머뭇거리는 그 눈빛으로
왠지 모를 너만의 것이 있겠다고
조용히 맴도는 네가
말없이 말하는 네가
너 다웁게 빛나는 걸
너를 보며 나를 알게 됐어
작은 그곳에 숨 돌릴 틈 없다는 걸
알 수 없는 바람이 날 찾아왔어
나처럼 꿈꾸는 네가
자꾸만 보이는 네가
소리 없이 내 문을 열어
한 걸음 뒤에선 당신이
그렇게 세상과 날 발 맞추게 하네
물결처럼 나는 자유롭게
가슴 뛰게 하는 널 향해
한 걸음 뒤에선 당신이
그렇게 세상과 날 발 맞추게 하네
물결처럼 나는 자유롭게
가슴 뛰게 하는 널 향해
한 걸음 뒤에선 당신이
그렇게 세상과 날 발 맞추게 하네
물결처럼 나는 자유롭게
가슴 뛰게 하는 널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