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쓸쓸할 때가 제일 제정신 같아.
그래서 밤이 더 제정신 같아.
어려서 교회다닐 때 기도 제목 적어내는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걸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거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이불 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 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난 왜 늘 슬플까?
왜 늘 가슴이 뛸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수도.
인생은 이런거야 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한해.
죽어서 가는 천국따위 필요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ㅡ나의 해방일지 중...염미정의 독백
일종의 고백-이영훈 (영상은 곽진언의 리메이크 OST '나의 해방일기' 중)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 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또 어떤 날에는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나를 좀 안아 줬으면
다 사라져 버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서로 다른 마음은 어디로든 다시 흘러갈테니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존엄이 무슨 성배처럼 인간 안에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존엄하다는 건 서로 확인해줘야 알 수 있다. 그 확인은 사소하다 싶은 의례로 매 순간 일어난다. P.103
나는 이 모든 질문들에 끌린다. 이 질문들에 쉬운 답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P.19
모든 글은 곱씹기 아닐까. 인생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나쁜 일도, 비유를 하자면 길가다 뺨 맞는 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게 인생이니까. 그런 저런 사사로운 것들... 곱씹다보면 그냥 삼키고 넘길 때와는 다른 맛이 난다. 나는 왜 그 일이 신경쓰이는지, 나는 타인에게 그런 일로 상처준 일 없었는지 생각해보게되고 그러다 보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보이고 그러면서 관심의 방향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보이고 뭘 원하는지 알게되고. 그렇게 너를, 나를 발견하다 보면 나와 이 세계의 관계에 대해, 함께 살아가는 문제들이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