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마지막 1권
-스완네 집 쪽으로
드디어 프루스트 거꾸로 읽기를 끝냈다. 처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권을 읽었을 때는 이 마법의 문장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관념적인 표현들이 난무한 가운데 어떤 것이 현실이고 회상인지 구분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많은 페이지가 자장가로 그려졌고 몇 차례나 읽다가 잠이 쏟아지는 경험을 한 뒤 프루스트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이런저런 소설과 비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작가들의 공통의 고향이나 되는듯이 반복되는 '그리스.로마 신화'나 '오이디푸스'와 '신곡'또는 '오디세우스'처럼 예상치 못한 문장의 골목골목에서 마주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찬사와 경탄에 마지못해 다시 읽기에 도전했고 무모한 거꾸로 읽기를 시도했다.
p.86 마들렌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무상을 아랑곳 않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게 올 1월 즈음이었을 것이다.1권에서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내가 거꾸로 읽기를 한 계기중에 큰 몫을 차지했다. 거꾸로 읽기의 장점은 이렇다.1권에서 많이들 포기하는데 거꾸로 읽기를 하면 포기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결말을 알 수 있다.(물론 민음사는 완전한 결말까지 완간한 상태는 아니다. 민음사와 통화해 보니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종 13권으로 완간예정이라고 한다.)
결말을 읽게 되면 일단 결말이 뭔지 알았다는 우월감?과 자부심으로 인한 일종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이 성취감은 거꾸로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 이왕 결말도 알았는데 과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되짚어보자"하는 식이다. 결말을 읽어냈으니 중도에 포기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1권을 읽고 포기한 경우는 시작부터 백기를 들었다는 굴욕감과 결말과는 닿을 수 없다는 아득한 부담감이 존재한다. 이런것들로부터 자유로운 거꾸로 읽기는 보다 의욕적이고 주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p.170 예전에 읽었을 때 내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내 기쁨의 원인이었던 드문 표현에 대한 동일한 취향,동일한 음악적인 유출, 동일한 관념론적인 ** 철학을 인식하면서, 나는 내 사유의 표면에 전적으로 단조로운 형상을 그려 보이는 베르고트의 어느 특정 문단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베르고트의 모든 저술에 공통되는 그의 ‘관념적인 단락‘을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모든 유사한 구절들이 그단락과 혼동되면서 일종의 두께와 부피를 갖춰 내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 다른 장점은 주인공 마르셀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이 작품의 특성 때문이다. 마르셀은 사실 이 작품에서 전체 내용이 담고 있는 소년과 청년기를 '회상'하며 현재에 존재하고 있다. 즉 마르셀을 실존 인물이라 가정할 때 마르셀에게 보다 가까운 기억은 당연히 '결말'부근인 것이다. 엄마의 저녁 키스를 받기 위해 가파른 계단에서 기다리는 어린 소년의 '나'는 책의 서사적 편의로 말미암아 1권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마들렌의 마법'이 일어난 시기이므로 거꾸로 읽어 이곳에 닿을 경우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마치 바그너 음악을 들을 때 곡의 분위기가 상승하면서 클라이막스와 함께 절정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1권부터 읽는 것은 마들렌의 마법이 뭔지 모르고 그 설명을 읽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건 나의 경우이지 모두에게 해당사항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자꾸만 1권에서 책을 놓는 나와같은 경험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거꾸로 읽기를 추천드린다. 1권의 벽에서 돌아서며 포기하기엔 이 작품은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한번 더 비유하자면 거꾸로 읽기는 마치 정상에서 리프팅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작품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조망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ㅡ물론 1권부터 프루스트의 마법에 걸려들어 완독까지 가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ㅡ나 역시 완간이 되면 1권부터 다시 읽기를 해 볼 생각이다. 그렇다! 거꾸로 읽기를 해서 완독을 하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것이 바로 프루스트의 마법, 마들렌의 마법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북플의 보석. 스콧님은 정방향 역방향 읽기를 모두 성공하셨다는 후문이!!!!
p.182 뭔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나더니, 다음에는 위쪽 창문에서 모래 알갱이를 뿌리듯 가볍고 넓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그 소리가 퍼지고 고르게 되고 리듬을 타고 액체가 되고 울리고 수를 셀 수 없는 보편적인 음악이되었다. 비였다.
비가 내리는 소리를 보편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프루스트!
이런 예쁜 문장이 넘쳐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사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프루스트는 아무 곳이나 펼쳐도 아름다운 문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홍차에 적신 레몬향 가득한 마들렌의 향기로 과거의 잃어버린 시간들, 입체적인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희극적 요소들, 역사, 미술, 음악, 철학적 메시지가 가득한 작품. 하지만 그저 때때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나가는 것도 프루스트를 색다르게 감상하고 음미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 될 것이다.
과거는 지성의 영역 밖이다. 그 힘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에 즉, 우리가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어떤 물질적인 대상 안에 과거가 숨어있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현상으로, 프랑스 작가 M.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유래하였는데, 2001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헤르츠(Rachel Herz) 박사팀에 의해 입증되었다.
프랑스 작가 M.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유래하였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프루스트 현상은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하는 일을 말한다.
이 현상은 2001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헤르츠(Rachel Herz) 박사팀에 의해 입증되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한 뒤, 나중에는 사진을 빼고 냄새만 맡게 하였다. 그 결과 냄새를 맡게 했을 때가 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과거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어떤 사건과 관련된 기억들이 뇌의 지각중추에 흩어져 있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는 흩어져 있는 감각신호 가운데 어느 하나만 건드리면 기억과 관련된 감각신호들이 일제히 호응해 전체 기억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도 고성에는 마들렌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준다는데 가보고 싶다.ㅎㅎ
출처:블로그lovely j daily,enjoy MY life,JYOG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