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현대사 - 1914-2010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72
허승철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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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 우크라이나의 현대사를 서술한 책이다. 1차대전 이전의 역사는 50쪽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11년도 책이라, 2010년 역사까지만 나와 있어서 크림의 경우 현재 상황과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사 시간에 배운 흑토지대, 유럽의 빵바구니,,,이런 표현과 외신으로 접한 체르노빌 원전, 2004년 오렌지 혁명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기에 온갖 '~ 비치'와 '~ 코'들이 등장하며, 몽골과 폴란드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등 주변 강대국들이 순서 외워 내 기억을 정리할 틈 없이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고 분할하는 역사서 읽기가 처음에는 좀 벅찼다. 배경 지식 없는 나라의 통사 읽기는 늘 그렇다. 걍 완독 후 재독 삼독하는 수밖에 없다. 공부니까 지겨워도 참고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어갈수록 점점 의무감으로 읽는듯한 기분이 사라졌다. 저자의 다각적 서술과 균형잡힌 시선 덕분이다. 예를 든다면,

 

하이다마키에 대한 평가는 폴란드, 러시아, 유대인에 다라 다르게 나타난다. 폴란드에서는 하이다마키를 약탈자들로 보고, 이들의 봉기가 폴란드의 몰락을 재촉한 것으로 보는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역사가들은 하이다마키의 잔혹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민중은 하이다마키를 폴란드 지배에 대항하여 용감히 일어난 민족적 전사들로 받아들인다. 타라스 셰브첸코는 이러한 시각에서 장편 서사시 <하이다마키>를 썼다. 유대인들은 특히 하이다마키의 잔혹한 유대인 학살에 분노를 표하고, 특히 우만은 유대인 학살로 유대 하시디즘의 성지가 되었다. 유대인들은 흐멜니츠기 봉기 때의 유대인 학살을 '1차 우크라이나 비극'이라고 부르고 1768년의 학살을 '2차 우크라이나 비극'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이다마키 봉기는 코자크와 농민 자치, 정교회 신앙 보호라는 정치, 종교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인과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과 유대인 사이의 깊은 반목의 골을 파 놓았다.

- 46쪽에서 인용

 

폴란드령 우크라이나의 18세기 농민 봉기를 서술한 위와 같은 부분. '하이다마키'는 봉기에 참여한 코자크와 농민들을 말한다. (터키어로 하이다마크는 강도, 도적) 당시 우크라이나 서부를 지배한 폴란드에 항거하여 러시아와 손잡고 봉기를 일으킨 그들은 폴란드 지주와 가톨릭교도,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러나 믿었던 러시아는 1768년, 반란군을 진압해버린다. 예카테리나 2세 시절이었다. 저자는 이 하이다마키 봉기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입장만이 아닌 다각적 입장에서 균형있게 서술한다. 이렇듯 이 책에는 이 책 읽기전에 접했던 다른 우크라이나 역사책 몇 권에서 보였던 편파적이고 공부를 덜한듯한 서술이 없어 좋았다.

 

사실, 우크라이나 역사서 몇 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정신적으로 좀 벅찼다. 독립을 위해 무장 봉기했다가는 외세에 의존하여 실패하고, 게다가 의존한 외세보다 더 강한 외세가 개입하여 진압당함으로써 봉기 이전보다 더 열악한 피지배 상황으로 놓이는 일의 연속처럼 보이는 역사, 자력 독립이 아니라 구 소련 붕괴를 틈탄 독립, 그 힘들었던 오렌지혁명으로 쿠치마의 독재일당들을 몰아내고 유센코를 당선시킨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기껏 몰아낸 쿠치마 일당인 야누코비치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며, 재벌이 정계에 들어와 온갖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며,,, 자꾸 우리 근현대사와 겹쳐 보였다. 앞서 읽은 다른 저자 책에서는 이런 우크라이나 역사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오렌지 혁명 이후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고 해서 독립 후의 모든 과정이 부정적 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신생국과 슬라브 지역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과 정치 세력 간의 균형적 공존 상태의 확립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정치 문화의 한 부분이다. 특히 오렌지 혁명 때 보여준, 집권층의 불의에 대한 항거 정신과 성숙한 시민 의식은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봉착할 때 언제든지 다시 발현될 수 있는 민족적,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 340 ~ 341쪽에서 인용

 

내가 역사에 좀 관심이 있고 좀 읽기는 읽었지만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시대의 역사를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읽어가면서 좀 이상하다 싶은 책은 잘 알아본다. 내 촉으로는, 그 나라 옆의 강대국 입장에서 서술하거나 그 나라 민중을 비하하거나 그 나라 역사의 부정적 면만을 강조하거나 그 나라 약자들의 처지를 경박하게 희화화 왜곡하거나 그 나라 역사를 서술하면서 우리 역사를 보는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에 기반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책은 서술의 객관정도와 상관없이 이상한 역사책이다. 이 책에는 그런 점이 없고, 우크라이나 민중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서 좋았다. 전에 읽은 이상한 역사책 때문에 우울했던 기분이 좀 나아졌다.

 

***

 

리뷰쓰려고 다시 검색해보니 같은 저자의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9월에 새로 나왔다. 새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1차대전 이전 50쪽에 불과했던 부분이 100쪽으로 늘어나있고, 2010년 대선 이후 야누코비치 대통령도 서술되어 있다. 이 리뷰를 보고 우크라이나 역사를 읽으실 분은 참고하시길. 이 책은 지도가 적어 아쉬웠는데 새로 나온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여튼, 지도랑 상관없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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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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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역사 읽다가, 타라스 쉐브첸코 시집 읽다가, 문득 생각났다. 앞서 책들에 나오는 카자크/코사크가 어릴 적 읽은 <대장 불리바>에 나오는 전사 집단이었다는 것을. 아놔, 그동안 속고 살았다. 난 코사크 집단이 폴란드와 터키에 맞서 러시아를 지키는 군대인줄 알았다. 사실 우크라이나 아닌가! 그래서 어릴적 축약본 동화로 읽었던 <대장 불리바>말고 <타라스 불바>를 다시 읽는다.

 

타라스 불바의 두 아들이 신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온다. 불바는 카자크 집단이 있는 자포로체 세치로 두 아들을 데려가 용사 교육을 시키고, 자기 역시 카자크 일원이 된다. 16세기, 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 유역에는 자유로운 무장 집단인 카자크 군진이 6곳에 있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집단이 자포로체였다. 폴란드와 전쟁이 시작된다. 장남 오스타프는 막사 대장이 되지만 차남 안드리는 폴란드 귀족의 딸을 사랑해 적진에 합류한다. 불바는 안드리를 자기 손으로 죽인다. 기대했던 오스타프가 포로가 되어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복수전에 나서다 최후를 맞이한다.

 

전쟁 장면과 인물 묘사가 생생하다. 16세기 우크라이나와 카자크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사흘치 음식을 다 먹고 마셔버리고 난동을 피우는 폭력적이고 잔학한 카자크 용사들은 미친 전쟁광같다. 학살과 약탈에 눈먼 자들, 온통 <삼국지>의 장비만 모인 군대같다. 내가 전에 읽은 동화 <대장 불리바>는 아이들 읽으라고 원작을 순하게 많이 고친 거 였나보다. 맘에 안든다. 읽는 내내 투덜거렸다. 도대체 이게 왜 명작이냐,,,왜 이들은 폴란드에게 당하고 이웃 유태인 마을에 가서 유태인을 화풀이 학살하는 거냐,,, 타라스 불바는 아내를 때리기까지 하는걸,,,하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오직 조국과 종교만을 숭배하는 아버지 불바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아들 안드리의 대립에서 작가는 전쟁보다 사랑, 평화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안드리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말한다. 당신이 나의 조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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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0-03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처형 장면..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그 아버지 무지 꼰대 였죠...

껌정드레스 2015-10-22 00:51   좋아요 0 | URL
<마테오 팔코네>에서 아버지가 아들 죽이는 장면과 영조가 사도 세자 죽이는 장면과 더불어 꼰대 아버지의 아들 살해 3대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아 우크라이나여! 드네프르강이여!
타라스 쉐브첸코 지음, 김석원 옮김 / 지식마당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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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브첸코(1814~1861) 시인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민족시인이다. 그의 시 <광인>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우리의 '아리랑'처럼 노래로 불린다. 그는 농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우연히 화가에게 임대되어 재능을 인정받아 그림과 문학 수업을 하고 농노에서 해방되었다. 1840년, 첫 시집 <코브자르>를 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역사, 민중의 삶을 담은 민족주의 시를 썼다. 러시아 저항단체를 꾸리다 체포, 10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러시아 지배 아래 우크라이나 언어 사용이 금지되었던 당시, 그의 시는 우크라이나 어 교본 역할을 했다. 1991년에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연방에서 탈퇴, 러시아에서 300년만에 독립한 셈이지만 여전히 현재 우크라이나의 시위현장에서는 그의 저항시가 불려진다.

 

울부짖으며 신음하는

넓은 드네프르 강이여!

 

이는 그의 시 <광인>의 첫 2행이다. 우크라이나 이민 후예들은 이 단 두행에 눈물짓는다고 한다.

 

바다같이 드넓은

드네프르 강 급류는

소리치며 흐르고

묘지들 산처럼 높이 일어셨거니

그곳에서 코자크의 자유

떨치고 일어났어라,

따따르인과 폴란드 귀족들

광야에 스러져

벌판은 시체로 덮였었지,

 

그의 시 <노래여 노래여>중 일부를 인용했다. 시인은 코자크 용사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렇구나 폴란드 친구 나의 형제여,

사제들과 귀족들이

우리를 갈라놓았구나,

이제까지 우리 함께 살았을 것을

그대여 다시 한 번 코자크에게 손을 다오

순결한 마음을 고이 바치리

다시 한번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우리의 고요한 낙원을 만들어 보자구나

 

그의 시 <폴란드인에게>의 마지막 부분이다. 시인은 우크라이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러시아와 폴란드, 타타르 등의 외세를 증오하지만 한편 이런 식으로 그리스도교 정신의 진수를 보이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그는 낭만적 사랑시도 썼고, 가슴 뛰는 저항시도 썼다. 그의 시에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기독교 정신이 보인다. 김소월과 윤동주와 이육사를 합친 것 같은 느낌이다. 솔직히, 외국시를 번역본으로 읽는 것이라, 운율 등등 제대로 시를 감상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의 첫 시집 제목이기도한 '코브자르'는 우크라이나 마을을 떠도는 음유시인을 말한다. 그들은 '크브자'라는 악기 연주에 맞춰 서사시를 외워서 노래하여 우크라이나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개 문학에서는 호메로스처럼 장님 시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스탈린 시대에도 코브자르는 언론탄압을 피해 각 마을에 뉴스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떠돌이 가객 코브자르는 없다. 일반적으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코브자르'하면 쉐브첸코 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시인은 진정 우크라이나 국민시인이라는.

 

(,,, 그런데 이 시인이 예찬하는 코자크 용사들은 <타라스 불바>의 그들 아닌가? 아아, 할 수 없구나. 이어서 <타라스 불바>를 읽을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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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 - 우크라이나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것
김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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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역사가 궁금해 찾아 읽은 책이다. '슬픈 운명'이 들어간 책 제목을 보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반식민지가 되고 폴란드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책은 현대사 위주였다. 20세기 이전 역사는 단 한 장에 요약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아, 물론 저자와 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실수다.

 

다시 말한다. 이 책은 현대사 위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 경제, 국제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지 특파원으로서 2004년 오렌지 혁명과 10년후 시민혁명을 취재한 경험이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정계 인물 정리와 러시아와의 관계 분석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저자는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물론 정치인들의 부패와 지역감정과 재벌, 외세 의존 등등으로 민생이 어려워진 점을 생각하면 그렇긴 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 혼란스러운 10년을 보내면서 얻은 것은 없었을까? (이 부분은 내가 알지 못하니 저자가 어떤 시각으로 어떤 현실을 책에 담아 보여주는 것인지 판단이 안 되어 쓴다)

 

여튼, 내가 아는 것이 없으니 이 책을 제대로 리뷰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편집은 꽝이다. 어떻게 지도 한 장 안 넣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특집 기사를 그대로 책에 실은듯, 전체 책의 구성과 맥락 면에서 공을 덜들인 티가 난다. 

 

( ,,, 그런데 나는 우크라이나 정치 현황보다,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시위하면서 노래부른다는 타라스 쉐브첸코 시인이 더 궁금하다. 이어서 쉐브첸코의 시집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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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마샤 스크리푸치 엮음, 김남주 옮김 / 뜨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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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도모르(우크라이나 대기근)에 대한 기록을 찾다가 만난 책이다. 편자 마샤 스크리푸치는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의 후손이다. 그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의 경험과 역사를 담은 수기, 소설 등의 기록을 모아 이 책을 냈다. 책에는 총 12편의 실화와 실화에 근거한 소설이 실려 있다. 일단 강추!부터 쓴다.

 

책에 실린 이야기를 각각 소개하자면, 이민 1세대들이 집을 짓고 정착하는 이야기인〈어머니의 집>, 우크라이나 이민자들의 풍습과 일상이 잘 담겨 있는〈빨간 부츠>와〈거래>는 따뜻하고 정답다. <초원의 집>이나 <빨간머리 앤>을 읽는 느낌이다. <초컬릿 바>와 <묘지 옮기기>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 웃게 만드는 놀라운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위니펙 총파업 경험을 회상하는〈나예요, 타탸>와 〈카타리나를 위한 노래>는 역사가 어떻게 한 여성의 개인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1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점령당했기때문에, 캐나다에 있는 우크라이나 이민자들이 적국민으로 몰려 수용소에 갇혀 부당대우 받은 사실을 고발한〈안드리의 휴식>과 스탈린의 기아학살인 홀로도모르를 생생하게 기록한〈살아남은 자의 슬픔>,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수기인〈아우슈비츠, 지옥의 끝>은 읽기 끔찍하다. 가슴 먹먹해지고 눈물이 고여서 쉬었다가 책장을 넘겨야했다. 이 세 이야기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

 

책의 마지막 이야기는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을 배경으로한〈키예프의 촛불들〉이다. 해외동포들이 고국의 민주 항쟁과 정권 교체를 응원하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오렌지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 현실에 대한 후일담이 없어서 이후 우크라이나 현대사를 모르는 독자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겠다는 기우가 든다. 뭔가, 서구 선진국 해외 동포가 모국에 대해 갖는 시혜의식 같은? 나는 좀 불편한 감정이 읽힌다.

 

근래 읽은 책들 중에 제일 좋았다. 역사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지만 책상머리 글쟁이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겪어낸 역사와 삶의 이야기. 식민지인이고 힘없고 가진 것 없고 어리고,,, 게다가 여성이어서 부당하게 감수해야하는 폭력,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난 이런 역사가 담긴 이야기가 끌린다. 기억해주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와 삶을. 나는 다른 시공간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읽고 쓰는 방식으로 지금 내가 있는 이 현실의 부당함에 조금이나마 저항하고 싶다.

 

다음날 아침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우크라이나로 여행가요. " 그 과수원에 가봐야겠다.  카타리나 고모를 위해 추모의 노래를 불러야겠다. 그러면 내 영혼도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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