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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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겨레 신문의 구본준 기자가 당시 주목받은 대중 인문서 필자분들을 인터뷰한 글 모음이다. 면면을 나열하자면 정민, 이주헌, 이덕일, 한비야, 김용옥, 구본형, 이원복, 공병호, 이인식, 주강현, 김세영, 임석재, 노성두, 정재승, 조용헌, 허균, 주경철, 표정훈.

 

이 책은, 대중 인문저자의 자료 접근에 대한 자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소설 등 문학 작가의 작법에 대한 책은 많다. 그러나 문학 외 분야 필자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인터뷰 모음집이다. 그래서 독자는 저자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구본준 기자의 입장에서 정리해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 담당 편집자 등 저자 주변에서 같이 일하며 저작 작업을 지켜본 사람들이 평가하는 저자의 장점도 구본준 기자는 함께 전한다. 한마디로 프로들의 입장에서 높이 평가하는 프로들의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좋다. 비문학 분야의 대중 저술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 장담한다. 자료를 모으고 아이디어 키우고 기록하며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것이나 건강 등 자기 생활 관리하는 것 등등.

 

어떤 정보 하나를 찾으면 그 뒤로 연관 정보들이 줄 서서 대령하고 있었던 것처럼 계속 나와요. 심지어 글 쓰다가 피곤해서 무심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펼쳤는데 논문과 관련된 페이지나 막힌 생각을 뚫어주는 힌트가 들어 있는 대목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자주 그래요.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쫙 끼쳐요.

- 12쪽, 정민 편.

 

자신의 취향보다는 독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고르는 것이 원칙이다.

- 33쪽, 이주헌 편.

 

이씨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이자 밑천은 단연 사관 그 자체라고 잘라 말한다.

- 48쪽, 이덕일 편.

 

건강관리, 궁극적으로는 자기 몸이 젊어지는 것이야말로 프로 저술가의 기본이라고 도올은 설명했다.

- 66쪽, 김용옥 편.

 

그는 자기가 고민했던 문제, 해결하려 했던 문제를 책으로 쓴다.

- 84쪽, 구본형 편.

 

주씨는 자료가 공부의 반이라고 말한다.

- 141쪽, 주강현 편.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중략)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

- 169쪽, 임석재 편.

 

저술은 체력이며 글은 엉덩이로 쓴다.

- 184쪽, 노성두 편.

 

그는 전문가 글쟁이라면 지식을 묶어서 이어주는, 지식의 넘나들기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194쪽, 정재승 편.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 문어와 구어의 일치가 글쓰기 철학이라고 잘라 말한다.

- 208쪽, 조용현 편.

 

역사를 왕조 중심이 아니라 문화와 일상으로 살펴 본다는 점이다. (중략)

서구 중심으로 유럽과 세계를 보는 시각을 교정시켜 주는 점도 독자들이 꼽는 주 교수 책의 장점이다.

- 227쪽, 주경철 편.

 

2006년인가 2007년인가, 한겨레 신문 지면에 연재될 당시 인터뷰 기사로 읽다가, 2008년에 책으로 나오자마자 구입한 책이다. 당시의 나는 학원 못 다니거나 과외 못 받을 형편의 아이가 자습서 한 권 구해서 두고두고 반복해서 풀듯, 그렇게 소중하게 이 책을 읽었다. 다시 보니 감개무량하다. 그 때의 나는 이분들을 존경하고 한편 부러워하며 이 책에 소개된 전작들을 색연필로 줄쳐가며 다 찾아 읽었더랬다. 특히 역사 분야의 이덕일, 주강현, 주경철 선생님 편을. 그 후 거의 10년.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서 그 분야의 대가가 되신 분도 있고, 발을 헛디디신 분도 있고, 이렇다할 대표작을 못 쓰시고 강연이나 다른 일에 더 열심이신 분도 있다. 겨우 10년 지났는데 말이다. 저자건 리뷰 쓰는 일반 블로거건, 5년 10년 20년 오래 겪어 보고 평가할 일이다.  

 

걍, 최근에 만난 친구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읽고 이제서야 뒷북 리뷰를 올린다.

새삼, 길게 보고 길게 계획을 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226쪽, 주경철 교수님 편의 책 사진.

그리고, 혹시 작가가 되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그는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소설이든 아니든 1천매짜리 원고를 책 쓰는 심정으로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원고지 1천 매는 300쪽 안팎의 책 한 권 분량이다. 책 한권을 써 보는 첫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경험의 유무는 글을 쓰는 데 있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된다.

- 241쪽, 표정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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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16-05-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을 `인간문화재 열전`으로 바꾸어도 좋겠어요. <노름마치>의 저자 진옥섭을 추가한 개정판이 나와야 하는데 구본준 기자가 고인이 되었다니 애석합니다.

껌정드레스 2016-05-08 01:04   좋아요 0 | URL
거의 10년전 책이라, 그 세월동안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저자분들의 지난 이력 생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고인이 되신 저자의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아쉽습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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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해머튼은 '지적 생활'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빅토리아 시대 작가라고 한다. 영화나 티비 등 시각 전달 매체와 미디어가 등장하기 이전 그 시대는 문자와 인쇄매체의 힘이 막강했다. 수요도 많았고 공급 물량을 대는 작가들도 많았던 시대. 전무후무한 정보 대량 생산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기 관리를 못하고 스스로를 혹사하던 집필가들이 많던 시대. ( 이 시대에 요절한 작가들이 많은 것은 아마 이런 지적 노동 생활에 대한 선례나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저자는 문인들의 폭음이나 기행, 무절제한 생활이 당연한듯 여겨지던 이 시기에 평생 쓰고 읽는 자로서의 지적 생활을 위한 조언을 담은 글을 쓴다. 이 책이다. 내용도 맘에 들고, 요즘 나오는 에세이 서적들처럼 별 이쁘지도 않은 잡다한 일러스트 같은 것 없이 글에만 집중한 세련된 편집도 맘에 든다.

 

책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결론은 건강관리 시간관리 잘 하라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자기절제에 힘쓰라는 것. 정말 맞는 말이다! 키보드 노동자들이 믹스 커피 열 봉 주전자에 타 놓고 코피 흘리며 밤새 글쓰는 것은, 밤새 술독에 빠져 천재인 나를 몰라주는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명을 재촉하는 일이다. 생물학적 수명과 작가로서의 수명 둘 다. 멀쩡했던 저자가 알콜로 뇌가 망가져서 50대 넘어 이상한 소리 sns에 날리며 어럽게 쌓았던 캐리어를 다 깎아먹는 것을 한두번 보았는가. 자신의 재능을 혹사하다가 피로에 지쳐 제대로 퇴고하지 않은 책을 시장에 내놓거나 자기복제 아류작만 쓰다가 악평을 받고 망가지는 것도 한 두번 보았는가.

 

그러면 안 된다. 어차피 평생 읽고 쓰는 것. 문제는 건강관리 시간관리 자기절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저자는 부드럽게 조근조근 말해주고 또 말해준다. 독자가 세뇌될 때까지! 하하. 워즈워스, 칸트, 니체, 괴테, 조르주 상드, 바이런 등 다양한 문인과 학자들의 사생활을 엿듣는 재미도 있다.

 

인간은 명예를 위해, 돈을 위해 학문과 예술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을 걷지 아니하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내면의 욕구에 따라 일생을 지성에 바치게 되는 것입니다.
- 129쪽에서 인용

과거의 나는 기회의 중요성을 믿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져야 노력이 가능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살아보니 정말로 간절한 것은 시간과 건강입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회는 쉬지 않고 찾아옵니다. 우리를 찾아오지 않더라도 내가 찾아낼 수 있습니다.

- 본문 194쪽에서 인용

 

빅토리아 시대라면 이중적이고 엄격한 도덕률로 유명하다. 그러기에, 책 소개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문장들을 접하고 '이건 질러야 돼!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니까!'를 외치며 책을 구입했지만 조금 찜찜했다. 은근 구석구석 빅토리안 개저씨같은 표현이 숨어 있을까봐. 막상 배송받아 펼쳐보니 책은 그런 면이 없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편역본이었다. 원작은 꽤 고리타분하다고 하는데, 역자의 역량 덕분에 책이 살아난 것 같다.   

 

그래서 역자분 이름을 다시 보니 오 마이 갓! <폭주 노년>과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를 쓰신 김욱 선생님이시다. 70세에 번역을 시작하여 85세인 오늘까지 현역 번역가로 일하고 계신. 이런 분의 평생의 삶에서 터득한 안목으로 편집, 번역된 글이니 더욱 믿음이 간다. 한 책을 읽으며 두 선생님의 삶의 지혜를 느끼는, 묘한 독서를 경험했다.

 

여튼, 책을 덮으며, 자기 관리 잘 하여 건강한 심신으로 오래 살다보면, 평생 읽고 쓰며 발전하는 것은 나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희망이 솟았다. 자, 오늘 하루 또 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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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라는 극장 그리고 문화
최영주 지음 / 글누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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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비극 관련 서적들을 주욱 찾아보고 있다가 좋은 책을 만났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있는 이 책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책 관련 정보가 거의 없다. 책 소개글은 너무 간략하고 저자 소개도 아예 올려져 있지 않다. 독자 리뷰도 한 편도 없다. 안타깝다.

 

독자가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뭐 정답이 있겠느냐만은, 내가 읽고 생각하는 셰익스피어란 고전이 아닌 당대의 대중 오락인 연극 대본이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년 지난 지금에서야 불멸의 고전이지 셰익스피어 당대에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1페니 극장에 올릴 목적인 대중 희극과 왕실의 화이트홀에서 공연될 목적으로 쓴 역사비극은 좀 차이가 있겠지. 여튼 근본적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은 당대인 영국 자본주의 초기의 대중 문화 상품이었을뿐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작품은 400년 지나 현재까지 연극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등 문화 상품으로 계속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분명 셰익스피어를 문자로 접한 사람보다 이런 문화 상품으로 접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를 책으로 읽더라도 그 대본 자체보다 셰익스피어라는 문화 상품이 어떻게 작가 생존 당시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반영했으며, 400년동안 재생산되고 소비되어오면서 어떻게 그 소비 대중들의 시대와 문화, 욕망, 가치 등등 당대의 삶을 반영했을까,,,, 하는 점에 더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관련 책을 찾아보다 이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책은 연극 대본으로서 셰익스피어 작품과 해석의 역사를 다룬다. 각 시대별 무대별 연출자별 셰익스피어 인물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하는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연극평론가인 전문적인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보이는 것은 셰익스피어 당대부터 현재까지 각각의 시대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도 다룬다. 특히 거투르드, 오필리아, 데스데모나, 레이디 맥베스 등 여성 인물들을 분석하는 페미니즘적 시선이 정치적으로 올바르(pc)다. 저자는 10년전 이미 '여성혐오'를 말하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10년전 나온 책이어서 편집 등이 좀 촌스럽기는 하지만 내용은 2016년 지금 봐도 전혀 10년전 책 같지 않다.  

 

또 이 책의 좋은 점이다. 저자는 세익스피어의 조국 영국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셰익스피어 극 수용 역사도 같이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 관련 이론서 찾아보면 거의 영어권 저자들 책이 많아서 영미 쪽 상황만 읽게 되는 것에 비해 이 점, 이 책의 엄청난 장점이다. 문학과 역사를 같이 보길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햄릿>이 일제강점기와 1070년대 저항 정신을 우의적으로 표현하는 무대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셰익스피어 작품의 시대 배경은 늘 현재였던 셈.

 

셰익스피어의 공연사에서 <햄릿>은 단연 극장 안팎의 관심을 독점하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햄릿>에 쏟아부은 관심과 정성은 플롯이 함유하는 다층적인 의미, 주인공의 심오한 대사, 그리고 무대 구성에서 오는 재미뿐 아니라 우리 관객이 무대 속의 현실을 자신의 삶으로 전환시켜 볼 수 있는 보편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관점이 전통적인 해석으로 성실히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후자의 관점은 군사 독재 시대를 거치며 사회 현실을 무대에 담아내는 정치극의 면모로 발전하게 된다. (중략)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현실에서 안민수의 <하멸태자(1976)>가 현실 인식을 은유적이고 우회적으로 패망하는 백제의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 이야기를 빌어 동양적 색채로 바꾸고 있다면, 80년에서 90년에 걸쳐 진행된 기국서의 <햄릿>연작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군사 독재, 광주 사태, 사회 부패 등의 현실 사회에 통렬히 비한을 가하는 저항 문화의 첨단에 서 있다.

- 본문 388쪽에서 인용. (광주 '사태'란 용어 사용은 맘에 안 든다만)

 

개화기 셰익스피어 소개는 격언으로부터 시작되어 찰스 램의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일본을 거쳐 번역되고, 1930년대 동경 유학생들의 극예술연구회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1960년대에 와서야 셰익스피어의 한국 수용은 학계의 연구와 번역, 공연이 삼위 일체를 이루며 일단 완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좀 의아하다. 그러니까, <햄릿>의 원작을 읽지도,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기도 전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니라"같은 격언이 먼저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것 아닌가?  "죽느냐 사느냐" 같은 대사야 식민지 청년들의 갈등을 대변하는듯하여 유행했을만 하지만, "약한 자여" 는 왜 유행했을까? 식민지 남성성 관련,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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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셰익스피어 대전집
    from to be immortal 2016-04-03 23:42 
    십년 전 우연케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다행히도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전집. 20년 전에 이만한 전집을 출간한 대한민국의 문화역량에 감동!
 
 
blackbooks 2016-04-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 예전 리뷰보고 말씀드립니다

blackbooks 2016-04-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는 작은아버지가 아니고 외삼촌에게 유산을 상속받은게 맞습니다

껌정드레스 2016-04-13 08:12   좋아요 0 | URL
예, 제가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 읽기>란 책의 리뷰 마지막에 이렇게 적어 놓았네요.

이 시대의 문학과 역사에 관심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서구 책 읽으면 늘 그렇지만, 등장인물 가계 호칭이 멋대로인 점이 거슬린다. 엉클을 무조건 외삼촌이라 번역했다. 제인 에어가 작은 아버지가 아니라 `외삼촌`에게 유산을 물려 받았다고 서술되어 있다. 박사 학위 가진 전공사분이신데, 좀 방심하신듯.

껌정드레스 2016-04-13 08:25   좋아요 0 | URL
제인 에어에게 유산 상속하신 남자친척어른의 이름은 John Eyre입니다.
제인 에어가 자선기숙학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친척집은 the Reeds입니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 성은 Eyre이고 어머니의 결혼전 성은 Reed였습니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 형제는 3남매였죠. 그 중 한 남자 어른이 제인 에어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존 에어이고, 그 중 한 여자 어른, 즉 제인의 고모님이 샌존, 다이아나, 매리 리버스의 어머니였습니다. 샌존의 풀네임은 St. John Eyre Rivers거든요. 그래서 제인과 샌존이 사촌간이 됩니다. 제인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존 에어는 샌존네 남매들에게는 외삼촌이 됩니다.

그러므로, 제인 에어는 외삼촌이 아니라 작은아버지에게 유산을 상속 받은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국내 <제인 에어>번역본에는 uncle을 삼촌이라고 번역한 책이 많기에 많이들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혹은 백부, 숙부라고 번역한 책도 있습니다. 숙부는 원래 작은 아버지이지만, 요새는 외숙부 외숙모 하는 식으로 더 많이 쓰기에 숙부라고 번역해 놓은 책으로 읽어도 외삼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튼,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길게 답댓글 단 것 같네요. 민망해하지 마세요. ^^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특별판 세트 - 전5권 - 햄릿 + 리어왕 + 오셀로 + 맥베스 +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외 옮김, 스탠리 웰스 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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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검색하다가 이 상품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펭귄클래식에서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기념해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의 오리지널 펭귄북스 디자인으로 특별판을 출간했다고 하기에. 특히 펭귄클래식 판본은 영국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판본이라고 하기에. 셰익스피어가 작품의 출간에 관여하지 않은 탓에 기준 판본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읽기에서 판본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기에. 그런데 단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것을 '세계 4대 비극'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이 모든 것이 다 호들갑이고 장삿속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싸고 가볍고 내용이 충실해서 추천할만 하다. 게다가 이 구성에는 영국의 학자들이 쓴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이란 책이 보너스로 껴 있다. 이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 세트를 구입했다만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의 역사와 연극할 때 연출가들의 해석 차이 위주의 논문들이 모여 있어서, 역사적 배경이 궁금했던 내겐 조금 아쉬웠다. 책의 문제는 아니고, 내 독서 목적의 차이이니 구입하시려는 분은 이 부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아,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없다. 그건 4대 비극은 물론, 비극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주인공이 죽거나 슬프게 끝난다고 비극인 것은 아니다. 18세기까지 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비극의 주인공은 상당한 지위에 있으며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죽는 결말이어서가 아니라 운명이나 잘못된 성격과 상황 판단 때문에 파멸하는 고귀한 인물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야 비극이다. 이때 주인공이 고귀한 신분에 있어야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게 쉽게 매료되어 감정이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이런 전통적인 서양 비극의 정의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햄릿은 너무 고민하고 결단하지 않아서, 오셀로는 너무 쉽게 결행하여 파멸한다. 리어왕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왕국을 분할해버려서, 맥베스는 너무 미래를 내다보고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행동하여 파멸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 표현에 대한 해석보다 이 세트는 '희곡'의 기능 자체에 집중한다.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연극대본을 써서 올렸다. 당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가 보여준 것은 자신이 살던 시대다. 연극이란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든 관객 앞에서 상연될 때는 항상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 세트에 추가된 보너스 책과, 각 책의 마지막에 붙은 해설은 이렇듯 철저히 '연극 상연을 위한 대본'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해설하고 있어서 좋았다. 각주도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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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태원 옮김, 조지 헌터 판본 편집, 스탠리 웰스 책임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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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해서 4대 비극을 한번에 읽었다. 4대 비극을 희곡 원작으로 읽기는 처음이지만, 이 작품들에 얽힌 추억들은 방울방울 많기도 하다. 열 살 무렵 계몽사 전집에서 찰스 램의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로 처음 접한 이후 만화나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각종 패러디 등등으로 계속 접해왔기 때문이다. <햄릿>의 또다른 버전인 영화 <야연>이나 뮤지컬 <햄릿>은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잊고싶은 슬픈 추억도 있다. 어언 이십여년 전, 이제 더이상 고딩이 아니라 지성인인 대학생이라는 착각에, 고3 겨울방학을 맞은 나는 그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원서 읽기에 도전, 책부터 지르게 된다. 그 중 처음으로 <맥베스>에 도전한 나는,,,, 흑흑,,,, 마녀 등장 장면에서 멘붕이 와서 책을 덮을 운명이었다. 세상에, 무슨 마녀들이 그리 고색창연하게 프랙티컬하지 않은 영어단어로 마녀의 솥에 들어갈 온갖 재료들을 리스트 좔좔 읊어대는지 원. 그중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아는 단어는 toad밖에 없었다. ㅠㅠ

 

이런 슬픈 추억을 봉인하고, 눈물 닦고, 자, 다시 4대비극 헛소리 리뷰 시작한다.

 

<맥베스> 역시 제임스 1세 앞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즉위 후 제임스 1세는 셰익스피어 극장을 왕실 극단으로 바꾸어 후원해준다. 이에 셰익스피어는 제임스 왕의 조상 역사를 담은 이 작품을 지어 보답한다연대기에 의하면 제임스 왕의 가문인 스튜어트 왕가는 이때 맥베스에게 암살당한 뱅코우의 후손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기본 연대기 내용에 11세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야심가인 맥베스 장군이 마녀의 예언을 듣고 아내의 사주를 받아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차지하는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더해 희곡<맥베스>를 지어낸 것이다. 왕을 죽이고 스코틀란드의 왕이 된 맥베스는  극심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다가 몰락한다. 뱅코우의 후손인 스튜어트 왕가의 제임스1세는 어머니인 메리 스튜어트 여왕이 잉글랜드 튜더 왕가의 엘리자베스 1세의 5촌 조카였다. 그래서 후사 없이 사망한 엘리자베스 1세를 이어 잉글랜드 왕위를 차지하였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유아기에 왕위에 오른 이후 여러 번의 암살 음모를 겪었다. 아마 왕위 찬탈자 맥베스의 심신이 파멸하는 과정을 무대에서 지켜보며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지나 않았을까.

 

한편, 마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레지날드 스콧의 저술에 반박하기 위해 1597년 손수 <악마론(Demonology)>을 짓기도 한 제임스 왕의 취향도 셰익스피어가 작품에 반영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듯 당시에는 왕이든 농민이든 모두 마녀의 존재와 마법의 효력을 믿던 시대였다. 유럽에서 마녀 사냥이 절정에 이른 시기는 중세가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후반이었다. 마녀 사냥은 근대 초, 중세에서 근대 이행기의 사회 혼란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 역시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가 공존하는 어지러운 시대, 셰익스피어 당대의 시공간을 무대에 올렸다고 볼 수 있겠다. 아아, 셰익스피어 비극의 시대배경은 늘 현재였던 것인가!

 

그런데, 관련 책 읽다보니 종종 보이는 '맥베스가 마녀와 레이디 맥베스 - 여성의 부추김 때문에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견해는 좀 웃기다. 춘추전국시대 각 국가들의 패망 원인에나 이런 논평 나오는줄 알았는데. 역시나 웃김에는 동서고금이 없다.

 

*** 역시, 안 중요하지만 내겐 재미있는 사항 하나. 역시 스코틀란드 배경 사극답게 성에 '맥'이 들어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스코틀란드에서 '맥 ~'라는 성은 '~의 자손'이라는 뜻. 맥아더, 맥그리거, 맥도날드 등등. (맥심은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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