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1 대산세계문학총서 21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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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에 꽂혀서 이 돌원숭이의 여정을 뒷북치며 허겁지겁 따라 가고 있다. 영화 <와일드>를 봐도 자신의 마음을 찾아 가는 서유기의 아류작으로 보일 지경이니,  이거 단단히 꽂혔나보다.

 

어린이, 청소년용 축약본으로 워밍업을 한 후 완역본을 찾아 보니 문지사 본과 솔 출판사 본 두 종류가 있다. 해요체로 풀어 번역한 것 등으로 보아 줄거리를 빠르게 따라 가기에는 솔 출판사 본이 읽기 편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고전을 읽을 때는 고전적 문체의 육질을 질겅질겅 씹어 즐기는 성격이라, 문지사 본으로 선택했다. 뭐, 문지사 본으로 일독한 후에 솔 출판사 본으로 또 읽으면 되니까, 이 책 저 책, 이 번역 장점 저 번역 장점 다 내가 가려 섭취하면 그만이니까. 이럴 때는 백수래서 행복해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하하. 

 

제 1권의 내용은 이렇다.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 손오공이 원숭이 대왕 미후왕이 되고 도술을 배운 후 천궁에서 말썽을 부려 오행산에 갇히는 내용이 제 1회에서 7회, 나머지는 삼장법사의 취경 여행의 배경이 되는 진현장 부모와 당태종의 이야기이다.

 

역시, 읽어나가면서 완역본의 맛과 멋에 흠뻑 빠져든다. 내가 어릴적 읽었던 삼국지와 서유기는 이단 조판에 세로줄 짜임이었고 고풍스런 목판화 삽화가 실려 있던 목침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축약 동화책으로 읽은 독자들에 비해 나는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현장 부모와 당태종 관련 이야기는 처음 읽었다. 그 이유는 역자가 세덕당본의 부록에 있던 진현장 부모의 일화를 제 9회로, 경하 용왕과 당태종 일화를 제 10회로 넣어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덕당본<신각출상 관판대자서유기>을 기본으로 하고 <이탁오 선생 비평 서유기>와 대조 검토해서 구성한 중국 북경인민출판사 본을 번역했다. 역자는 0000 4자 곱하기 4행으로 구성된 송(頌)도 운율감을 살려 번역해주셨다. 독자에 따라 고루한 번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나는 이 점이 참 좋았다. 나는 <춘향전>등 판소리계 소설의 운문체 낭송체 문장을 전부 현대식 산문 문장으로 바꾸어버리는 스타일의 고전번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당시의 고전을 당시의 형식대로 보는 것도 고전 읽기의 큰 맛이라고 생각하기에.

 

경을 가지러 가는 사람 아홉을 잡아 먹은 후 해골은 물 속에 던져서 버리는 사오정. 그런데 아홉 사람 해골만은 물 속에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 있다. 사오정은 신기해서 해골 아홉개를 건져 끈으로 꿰어 심심할 때마다 꺼내서 가지고 논다. 그러다 스스로 무언가 깨닫게 된다. 본문 262쪽 이야기인데, 내 이야기 같아 가슴에 와 박힌다.

 

그외 궁금증 :

1 왜 돌에서 원숭이가 태어날까? 여러 선생님들의 해석에는 천지기운의 감응,,,, 이 정도인데 나는 뭔가 더 있을 것 같다. 전세계 설화에 돌에서 태어난 생명의 이야기가 심하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민간전승에는 돌에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도 있다.

2 손오공은 왜 심원(心猿), 즉 마음 원숭이라고 불릴까? 서유기는 손오공처럼 오만방자한 마음을 찾아가는 이야기인가? 십우도?

3 진현장의 모친은 아기가 죽임당할까봐 널에 묶어 아기 현장을 강물에 띄워 보낸다. 이거 모세와 페르세우스 이야기이다! 이들의 관련성은? 영웅 설화의 기본적 설정이라면 근본 모티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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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즐거운 여행 중국학술총서 15
유용강 지음, 나선희 옮김 / 차이나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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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나, <서유기>에 꽂혔으니, 파 보는 수밖에. 이번에는 서유기 문학 이론서를 읽었다.

 

이 책은 북경대 중문과 교수가 쓴 서유기론이다. 그리 어렵거나 전문적이지 않아서 읽을만 했다. 번역자분께서 생경스런 중국식 용어를 별로 풀어쓰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용 수준에 비해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역사의 선택'에서는 서유기 형성과정을 서술한다. 현장의 기록과 후대인들의 현장에 대한 전기, 서유기잡극 등을 다룬다. 주로 원숭이 행자 캐릭터를 좇아 서술하는 편이다. 이어서 '2. 곤혹스러운 상세한 해석'에서는 후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서유기 해석의 역사를 다룬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지, 정치적 해석 부분이 독특했다.'3. 영웅의 풍채'는 말 그대로 손오공을 영웅시하여 그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다. 거의 서유기 본문 내용을 인용해서 확인시키는 서술 위주이다. 새롭거나 깊은 분석은 없다. 나머지 인물들은 '4. 동반자와 요마'에서 다룬다. 삼장, 저팔계, 사오정, 관음보살, 게다가 우마왕 집안까지. '5. 거리낌 없는 경지'는 서유기의 내용을 분석한다. 문장의 특징, 요마 퇴치 이야기에 반영된 신화, 전설, 불교 우화를 추적한다. '6. 불교의 후광과 도교의 그림자'는 말 그대로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언급한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가장 기대하고 이 책을 골랐는데, 저자는 명쾌하게 서유기가 불교를 우위에 놓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나는 불교를 내세웠지만 실은 도교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기에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는데, 이 정도 서술로는 저자의 의견에 납득하지 못하겠다. 이 쪽은 다른 책을 더 봐야겠다. '7. 중국을 벗어나 『서유』를 말하자'는 마지막 장인데 약간 자화자찬 식으로 서유기의 장점을 늘어놓고 후세 아류작에 미친 영향을 말한다. 서구에 번역된 서유기의 제목이 <The Buddhist Pilgrim's Progress>라니, 다들 천로역정과 서유기를 비교해 보는가 보다. 그래도 <돈 키호테>와 서유기를 비교해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주제의식이 다르지 않나. 이어  '부록 : 『서유기』 작가에 대한 의문'에서 저자는 오승은 저자설을 의심하여 그 증거를 제시한다.

 

여러가지로, 내가 서유기를 읽으면서 어슴푸레 생각했던 점이 전문가의 의견으로 밝혀지는 점은 좋았다. 그러나 북경대 교수의 저술이지만 대학 중문과 교재 정도 수준이 아니라 걍 중고교 학생용 문학 입문서같은 수준이기에 나는 좀 아쉬웠다.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딛고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인생은 가도가도 끝없는 취경길이다.

우리는 손을 잡아 줄 벗을 원하며 비록 옥신각신하더라도 여행의 머나먼 길에서는

그들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보살과 요마는 모두가 한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니 심각히 걱정, 근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 본문 181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처럼, 저자분이 작품에 의미부여하는 부분도 꽤 많다. 하지만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리뷰가 좀 심드렁한가? 사실 이 책은 오타가 매우매우 심하다. 책을 읽으면서 짜증이 나서 내용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다. 본문 단순 오타 뿐만 아니라 한자 표기 오타도 있다. 474쪽 삽화에 沙和尙(사화상, 곧 사오정) 한자 아래'자화상'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니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심드렁하니 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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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3 창비아동문고 134
김정호 엮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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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서유기>에 꽂혔다. 어릴적에 어린이용 동화책이 아니라 꽤 두꺼운 책으로 여러 번 읽었지만 집에 있던 그 책은 완역본 정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려운 한자어가 많았고 목판화같은 삽화가 있었다. 손오공의 모험 위주 만화와 달리 알쏭달쏭 심오한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꽂힌 김에, 완역본으로 제대로 읽으려고 검색해보니 만만찮은 분량이다. 문학과 지성사, 솔 출판사 본이 있다. 일단 어릴적 기억과 대조도 해 볼 겸 가볍게 워밍업 해 보려고 축약본을 다시 검색했다. 그러다 만난 책이 이 책이다.  지난번 <사랑의 학교> 완역본을 좋게 읽었기에 창비의 이 시리즈로 믿고 골랐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다.

 

줄거리야 누구나 다 아는 그 이야기이다.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수행하여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천축국에 불경을 구해오며 방해하는 요괴들과 싸우는 이야기. 이 책은 너무 손오공의 모험 위주로 축약하지 않고 알고보면 구도 과정인 완역본의 느낌을 비교적 살렸다. <서유기>를 처음 읽지만 10권짜리 완역본은 부담스러운 어른 독자에게 적합하다. 단,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을 '누런뿔 대왕'과 '흰뿔 대왕' 하는 식으로 너무 풀어 번역한 점은 어른 독자로서는 아쉽다.


읽다보니, 어린 시절에 <서유기>를 읽으면서 품었던 의문들이 착착 살아 비늘처럼 우수수 일어난다. 그리고 새로운 의문들, 또다른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아, 이렇게 또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내 나름 새로운 구도의 길로 또 들어서나보다. 하하.

 

* 어릴 때부터 품었던 의문

손오공은 왜 취경길에 근두운 타고 가지 않고 14년동안 걸어갔을까

손오공은 왜 돌에서 태어났을까. 그 의미는 뭘까

여자 요괴들은 왜 이리 일행들을 붙들고 결혼하려 할까

저팔계는 왜 걸어다닐까

삼장법사는 왜 이리 띨띨할까

 

* 새로 생긴 의문

고대인들이 보는 돌의 생명력?

손오공과 가보옥의 유사성

손오공과 피노키오의 유사성

화엄경, 서유기, 천로역정,,,

부처 옆에서 경전을 배우다가 왜 어떤 동물은 요괴가 되는가?

관음보살이 버들가지를 들고 다니는 이유, 버들여신과 연관성?

불교를 내세웠지만 도교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건 위장?

서유기에서 느껴지는 연금술적 상징

취경인들이 유혹에 빠지는 상업 도시, 명대 도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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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1-2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큰애는 문학과 지성사 청소년용(?) 3권 짜리로 재밌게 봤어요. ^^

껌정드레스 2015-01-31 19:56   좋아요 0 | URL
그 나이때 3권짜리 서유기라니! 만두 언니댁 큰도령, 고전적 취향이 있군요!
저는 문지사 임홍빈 선생님 번역으로 10권 완역본 읽기 시작했어요.
 
동물의 영혼
니콜라스 J. 손더스 지음, 강미경 옮김 / 창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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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동물과 텔레파시로 교감하고,,, 뭐 이런 내용같지만 실제 내용은 인류학 신화학 상징 역사 등등 동물에 대하여 광범위한 내용을 넘나들고 있다.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칠뻔했는데 이렇게 이 책과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도 왜 이 내용에 왜 이 제목인지 의아해서 찾아보니 원제가 <Animal Spirits>였다. 원래 그랬나보다.

 

책은 각각의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외에 고대부터 전해지는 동물 숭배 사상과 신화 등을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 쇼'처럼 다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뿐 아니라 상상 속, 전설 속 동물들도 다룬다. 간략하게 결론만 말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이 저자분이 참 엄청난 이야기를 마지못해 축약해서 들려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이 들려주고 싶어서 간질간질한 그 마음, 나는 알 것 같다. 아우, 너무 재미있어서 읽는 내내 혼자 실실 웃었다.

 

예를 들자면, '양' 부분에는 기본적 정보 외에 선사시대 양 숭배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바로 알렉산드로스 머리에 양뿔이 있는 모습으로 새겨진 동전 이야기로 간다. 양이 어떻게 풍요의 상징이 되는지, 어떻게 농경신이 되는지,,,그 사이 연결 고리는 다 건너 뛴다. 독자가 알아서 채워 읽어야 한다. 이 점은 이 책의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로 동물에 대해 인류학 신화학을 넘나들며 총 망라해주는 책은 드물다.

 

게다가 유럽 위주가 아닌 점은 놀랍다. 늑대인간 파트에서는 고대, 중세 유럽 늑대인간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중남미의 재규어인간과 비교도 나온다. 이렇게 메소 아메리카 지역 이야기가 깊이 있게 나와서 참 인상적이었는데 알고보니 저자 니콜라스 J. 손더스의 전공이 이쪽이었다. 저서로 <재규어족>과 <고양이 숭배 의식>이 있다는데, 번역서가 안 나왔다. (아, 궁금해 미치겠다. 원서를 사야하나? )

 

읽다보니 결국 이건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과 상호작용해온 우리 인간의 이야기로구나, 싶다.

 

이 책은 현재 절판이다. 이 책이 속한 '살아있는 인류의 지혜 시리즈'가 다 좋다. <샤먼> <여신> <성과 영혼>등. (나는 왜 맨날 절판된 후에 읽고 뒷북치며 리뷰 쓰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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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대사전
편집부 / 한국사전연구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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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읽은 책 중 가장 두껍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 책이다. 그렇다! 사전인 것이다! 나는 무식하게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ㄱ에서 ㅎ까지 사전 읽는 여자였던 것이다!

 

원래는 내가 쓰려고 구상한 글의 소재와 관련한 정보만 찾아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그냥 전체 1600쪽을 다 읽고 말았다. 발췌독이 통독으로! 대출이 안 되는 책이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울 시내 도서관에 몇 권 없는 책이라 다시 올 시간을 절약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저 나, 원, 참!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책은 고리타분하게 짤막한 정보를 나열한 사전이 아니다. 종교학이라고 하지만 각 종교와 문화권의 상징, 신화, 민속 등이 어우러진 방대한 지식의 보고다.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각지의 민간 신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용이 알차다. 절판된지 오래된 책이지만 중고서적시장에서 비싼 값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사전을 기획하고 만들었을까. 존경스럽다. (그런데 편집부 엮음으로 되어 있는 것이 수상하다?)

 

단점이 있다면 중세 카톨릭 민중문화 정도는 내용이 풍부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구약 모세 오경 이전 연대 쪽에서 더 올라가는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것. 그러니까 청동기 정도? 구석기 신석기까지 보려면 아리엘 골란을 읽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빵이 신성시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카톨릭과 관련해 말한다. 그러나 빵 반죽에 성호 긋는 풍습이 중세 카톨릭의 영향뿐이었을까? 땅과 곡식과 신의 관계, 신석기 시대 종교까지 거슬러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래서 나의 미련한, 1000페이지가 넘는 배고픈 독서는 또 이어지게 된다. 다음 리뷰는 아리엘 골란의 <선사시대가 남긴 세계의 모든 문양>이다. 흑흑.

 

 

 

이 책이 있는 강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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