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즐거운 여행 중국학술총서 15
유용강 지음, 나선희 옮김 / 차이나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어쩌겠나, <서유기>에 꽂혔으니, 파 보는 수밖에. 이번에는 서유기 문학 이론서를 읽었다.

 

이 책은 북경대 중문과 교수가 쓴 서유기론이다. 그리 어렵거나 전문적이지 않아서 읽을만 했다. 번역자분께서 생경스런 중국식 용어를 별로 풀어쓰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문장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용 수준에 비해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역사의 선택'에서는 서유기 형성과정을 서술한다. 현장의 기록과 후대인들의 현장에 대한 전기, 서유기잡극 등을 다룬다. 주로 원숭이 행자 캐릭터를 좇아 서술하는 편이다. 이어서 '2. 곤혹스러운 상세한 해석'에서는 후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서유기 해석의 역사를 다룬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지, 정치적 해석 부분이 독특했다.'3. 영웅의 풍채'는 말 그대로 손오공을 영웅시하여 그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다. 거의 서유기 본문 내용을 인용해서 확인시키는 서술 위주이다. 새롭거나 깊은 분석은 없다. 나머지 인물들은 '4. 동반자와 요마'에서 다룬다. 삼장, 저팔계, 사오정, 관음보살, 게다가 우마왕 집안까지. '5. 거리낌 없는 경지'는 서유기의 내용을 분석한다. 문장의 특징, 요마 퇴치 이야기에 반영된 신화, 전설, 불교 우화를 추적한다. '6. 불교의 후광과 도교의 그림자'는 말 그대로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언급한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가장 기대하고 이 책을 골랐는데, 저자는 명쾌하게 서유기가 불교를 우위에 놓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나는 불교를 내세웠지만 실은 도교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기에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는데, 이 정도 서술로는 저자의 의견에 납득하지 못하겠다. 이 쪽은 다른 책을 더 봐야겠다. '7. 중국을 벗어나 『서유』를 말하자'는 마지막 장인데 약간 자화자찬 식으로 서유기의 장점을 늘어놓고 후세 아류작에 미친 영향을 말한다. 서구에 번역된 서유기의 제목이 <The Buddhist Pilgrim's Progress>라니, 다들 천로역정과 서유기를 비교해 보는가 보다. 그래도 <돈 키호테>와 서유기를 비교해 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주제의식이 다르지 않나. 이어  '부록 : 『서유기』 작가에 대한 의문'에서 저자는 오승은 저자설을 의심하여 그 증거를 제시한다.

 

여러가지로, 내가 서유기를 읽으면서 어슴푸레 생각했던 점이 전문가의 의견으로 밝혀지는 점은 좋았다. 그러나 북경대 교수의 저술이지만 대학 중문과 교재 정도 수준이 아니라 걍 중고교 학생용 문학 입문서같은 수준이기에 나는 좀 아쉬웠다. 이 책을 디딤돌 삼아, 딛고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인생은 가도가도 끝없는 취경길이다.

우리는 손을 잡아 줄 벗을 원하며 비록 옥신각신하더라도 여행의 머나먼 길에서는

그들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보살과 요마는 모두가 한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니 심각히 걱정, 근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 본문 181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처럼, 저자분이 작품에 의미부여하는 부분도 꽤 많다. 하지만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리뷰가 좀 심드렁한가? 사실 이 책은 오타가 매우매우 심하다. 책을 읽으면서 짜증이 나서 내용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다. 본문 단순 오타 뿐만 아니라 한자 표기 오타도 있다. 474쪽 삽화에 沙和尙(사화상, 곧 사오정) 한자 아래'자화상'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니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심드렁하니 쓸 수 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