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은 여러번 봤다. 하지만 그동안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에 어떤 글벗님 글을 보고서야 마음이 움직여 책을 펴 들었는데, 숨 쉴 틈도 없이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후회했다. 아, 이 책을 좀더 빨리 읽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물론 갑자기 글을 잘 쓰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좀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동안의 개고생이 떠올라 억울하기까지 하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해보니 이 책은 이미 3판이고 많은 리뷰가 달려 있었다. 10년 전 나온 책이지만 광고없이 입소문만으로 이런 쟝르의 책이 이렇게 스테디하게 사랑받다니! 블로그에서 조용히 꾸준히 글 쓰시며 몇 년 전에 비해 글쓰기 실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친구분들은 벌써 이 책을 읽고 이런 자세로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실천하고 계셨다니,,, 여러가지 생각하고 반성할 점이 많았다.

 

이 책은 문장 쓰기나 책 한권 쓰기 과정에 대한 실질적이고 세세한 팁을 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자세, 삶을 충실히 사는 자세를 말하는 책이다. 물론 별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냥 써라, 평생 써라, 평생 살아가듯 매일매일 하루를 성실히 사는 자세로 쓰라는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이고 삶이라는 것. 천재작가니 뭐니하면서 짜깁기로 자기계발서 같은 글쓰기 책이 많은데, 그런 책들의 내용에 비해 소박하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다. 글쓰기이건 삶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다. 지름길을 찾느니 매일 매일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 내가 읽고 쓰고 살아간 삶 뒤로 길이 생긴다. 내 역사가 서서히 이뤄진다. ,,,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이런 깨달음에 이른 것이 최근이다. 그러기에 저자가 나보다 먼저 깨닫고 써 놓은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맘에 와 닿았다. 진작 읽었더라면 큰 위로를 받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이하,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가 대화한 대목. :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 17쪽

(맞아요, 전 좋은 작가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 달 전에 꽤 괜찮은 글을 썼다고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 19쪽

(그러게요, 언제나 새롭게 새 글을 써야하고 언제나 새롭게 절망해야 하는 것이 우리 운명이죠.)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55쪽

(그래요, 무조건 써야 해요. 가만 앉아서 영감아 떠올라라, 하면 기욤 영감님만 오더라고요. 일단 써야 그 내용에서 영감이 꼬리를 물고 솟아나더라고요. )

 

습작 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탐험하며 표현할 공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56쪽

(저는 이게 힘들어요. 제 안의 검열관 엘사가 자꾸 제 타이핑하는 손가락을 얼려 버려요. 렛 잇 고 ~ )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 78쪽

(헉,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그래서 제가 요즘 그레이에 꽂혔나요? 부끄부끄 ~ )

 

사람들은 글쓰기가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략)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 끊임없이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육체적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 94 쪽

 (그러게요. 글쓰기가 육체 노동이더라고요. 우린 키보드 노동자죠. 좋은 글은 몸 컨디션이 좋을 때 나오더라고요. 밤 새 커피 한 드럼 마시며 글 쓰는 작가 이미지는 다 뻥이야!  작가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야!)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125 쪽

(아, 마님. 이 문장 참 좋아요. 저는 예술 지상주의자들보다 정당한 현실 발언을 하는 작가들을 존경해요. )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 136 쪽

(많이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해 보면 다 내 글 안에서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남자는 도망가도 내가 경험한 것들은 끝까지 나와, 내 글과 함께 있죠! 그리고 나는 역사 속의 개인이죠.)

 

예술가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같은 것은 떨쳐 버려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자신만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 138 쪽

(와우, 이거였어! 힘들 때마다  별나게 굴지 말고 징징거리지도 말자, 어차피 1인분의 인생이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이 문장을 좀더 빨리 만났더라면 제 미모가 이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

 

자신의 글쓰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라.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잇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 175 쪽

(흠, 유머 감각이라면 저는 이미 대가급일걸요? ㅋㅋ) 

 

만약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계속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잠시라도 완벽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해 보라.

- 210 쪽

(그래서 제가 폴댄스와 발레를 배웠죠. 요새는 김치도 담궈요. 글쓰기를 놓고 다른 몸쓰는 일을 하면 심신이 이완되며 아이디어가 팡팡 터지죠. ) 

 

작품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두고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잠시 미루어 두라. 그리고 6개월 후 다시 작품을 읽어 보라. 무언가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중략)

만약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에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낙담하지 말라. 당신이 쓴 좋은 부분은 이미 당신을 위한 퇴비가 되기 위해 발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무언가 좋은 것이 되어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 251 쪽

(그러더라고요. 퇴고는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해야 제대로 자신 글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자기 글이 쓰레기같아 보이면 절망할 필요 없어요. 그건 성공한 거죠. 그동안 내 눈이 더 높아져서 기존의 내 문제가 객관적으로 보일 정도로 내가 성장한 것이니까요. )

 

산만한 정신을 뚫고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훈련이다.

- 259 쪽

(자주 산만해 지지만, 말씀대로 지속적으로, 제 표현으로는 '걍' 글쓰는 것이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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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상가들 -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카를 야스퍼스 지음, 권영경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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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다보니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위인들을 거론한 카를 야스퍼스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스퍼스로 검색해보니 이 책이 있었다. 절판된 책이어서 다른 지역 도서관에 가서 단숨에 냅다 읽었건만 지금 기분이 맹숭맹숭하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인류사의 걸출한 사상가와 철학자를 다룬 두꺼운 책에서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 쓴 부분만을 발췌해 묶었다. 주 내용은 사대성인들의 생애와 근본 사상, 그들의 가르침이 후대에 미친 영향, 각 성인의 인간적인 면모, 공통점과 차이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며 종교 창시자로까지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알 수 있는 경전은 모두 그들 사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나와서 본 모습보다 신격화 되었다는 점. 이에 야스퍼스는 후대의 신격화는 걷어내고 그들의 인간적 상황, 인간적 모습을 독자에게 말해주려 한다. 각 시대의 맥락에서. 

 

불교는 폭력은 물론, 이교도 탄압, 종교 재판, 마녀 재판, 종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다.

- 95쪽

 

공자에게 가르치는 방법과 배움의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배움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람이 <시경>에 나오는 3백 개의 시를 외운다 하더라도, 국가의 일을 맡았을 때나 외국의 사절로 나갔을 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배움이 없으면 모든 덕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다. 배움이 없으면 정직은 저속함이 되고, 용기는 불복종이 되고, 강인함은 괴벽이 되고, 자비심은 어리석음이 되고, 지혜는 산만함이 되고, 진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 110쪽

 

성서 종교는 아브라함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수세기 동안 모든 종교인을 포괄하는 종교다. 어느 누구도 이 종교를 간과하거나 독점할 수 없다. 성서 종교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은 그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찾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강조하게 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서구의 종말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성서 종교가 사라질 때 올 것이다.

예수는 이런 성서 종교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를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신도들에게 중요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그는 기독교의 창시자도 아니며, 그를 통해서만 기독교가 탄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수의 실재는 그와는 거리가 먼 여러 이념들로 겹쳐져 있어 완전히 다른 실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실재의 잔재는 늘 우리에게 남아 있다.

- 200 ~201쪽

 

책에 적힌 내용은 다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건 솔직히 내가 한글을 뗏으니 읽을 수 있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이 사대성인의 생애와 사상을 요약 정리하는 야스퍼스의 생각을 간단요약본을 접한 거라, 내게 그 깊이가 와 닿지 않는다. 저자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이런 견해를 피력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 푼 것이 아니라 수학 자습서 답지 보고 풀이과정을 연습장에 베껴 쓴 기분이라고나 할까. (별점이 셋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없기에 기본만 준 것) 게다가 야스퍼스는 니체 등 다른 철학자의 견해를 많이 거론한다. 맙소사! 이번에는 또 누구로 찾아 읽어야 하나?

 

결국, 이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은 사대성인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몸을 쓰는 운동이나 기술을 배울 때 처럼, 책을 읽을 때도 두꺼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의 과정을 천천히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시작해야 진전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이번 독서는 걍 마트 시식 코너에서 한 점 맛본 것 정도. 다른 책으로 다시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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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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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 6권 중 1권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아나스타사 스틸은 학보사 기자인 친구 캐서린 대신 인터뷰 대타로 나가서 재벌남 크리스찬 그레이를 만난다. 둘은 서로 호감은 느낀다. 그레이는 만 사천 달러에 달하는 초판본 <테스>를 선물하면서 자신에 대해 경고한다. 그러나 아나는 그레이에게 빠져 들어 생애 첫 성관계를 한다. 그레이는 아나에게 비공개 합의서를 제안한다. 3달간 BDSM 섹스를 하는 계약이다.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섹스만 하며, 같이 침대에서 아침을 맞지도 않고 아나는 그레이를 만질 수도 없다. 그레이는 아나에게 졸업선물로 아우디를 선물하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아나는 이 상황이 버겁다. 계약서에 사인은 안 했지만 육체적인 사랑을 한가지씩 그레이에게 배워 간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류에 주로 등장하는 순진한 처녀와 경험 많은 부자 남자의 연애담이다. 1권에서 내가 주목한 점은 토머스 하디의 고전 소설 <테스>가 베이스로 깔린다는 점.

 

어째서 제게 위험하다는 말을 해주지 않으셨어요? 어째서 경고를 하지 않으셨어요?

숙녀들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아요. 그들은 이런 속임수가 나오는 소설을 읽으니까요,,,,,,

- 89쪽

 

위 부분은 초판본 테스를 선물할 때 그레이가 보낸 메모다. 부자 난봉꾼 알렉 더어버빌에게 유린당한 테스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따지는 장면이다. 그레이는 이런 식으로 아나에게 경고를 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손을 잡고 바랜 흰색의 커다란 소파로 끌고 갔다. 소파에 앉으며 나는 악명 높은 알렉 더어버빌의 새 저택을 보는 테스 더비필드 같은 기분이 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중략)

"난 당신을 엔젤 클레어처럼 어이없이 높은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고 알렉 더어버빌처럼 타락시킬 수도 있으니."

- 151쪽

 

위 부분은 그레이의 대저택에 아나가 처음 간 장면. 그리고 그레이의 대사. 아마 그레이의 이름이 화이트도 껌정도 아니고 그레이인 것이, 그레이는 엔젤도 알렉도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름 이야기 말 나온 김에 더 이야기해보자. 그레이라는 성씨에 대해서는 위에 썼다. 그렇다면 이름인 크리스천은? 나는 존 번연의<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이 떠오른다. 아마 우리의 크리스천 그레이 역시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아나만을 추구해야 구원받으리. 아나의 절친 캐서린, 즉 케이트의 캐릭터는 부잣집 말괄량이 딸이다. 이는 세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아나의 남자 사람 친구는 호세다. 문학에서 유명한 호세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카르멘>에 등장하는 돈 호세. 그렇다면 그는 아나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혼자 구애하다가 배반감에 혼자 몸부림칠 운명이다. 미리 말하자면, 나중에 아나를 성추행했다가 해고당하는 아나의 직장 상사남은 잭 하이드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그 하이드! 그렇다면 여주인공 아나는 왜 아나스타샤인가? 그 이유는 맨 밑에 쓰겠다.

 

그렇다. '내 몸의 가장 깊고 어두운 부분의 근육이 무척 맛있게도 조였다.(178쪽)' 이런 표현이 곳곳에 있어서 후끈한 성애소설인줄 알았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은근 문학적이다. 변태 소설 아니다. (아님, 이 야한 소설을 읽으며 연필 들고 이런 것 메모하는 내가 변태인가? -_- ) 이 점에 여주인공 아나의 캐릭터가 보인다. 왜 이렇게 아나가 쉽게 그레이에게 빠져 드는지. 물론 그레이는 '사람이 이렇게 잘 생겨도 법에 걸리지 않는 걸까?(197쪽)'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생겼다. '그에게서는 갓 세탁한 리넨과 비싼 바디워시 냄새가 풍겼다. 아, 취할 것만 같았다.(79쪽)'일정도로 그는 돈냄새도 팍팍 풍긴다. 늘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정도로 낭만적이며, 근무시간에 닭살 메일을 열라 보낼 정도로 애정 표현에 부지런하다. (남성 여러분, 사실 외모나 돈 보다 닭살 애정 표현이 가장 중요해요. 여자들은 비싼 선물 안 사주는 것보다 연락 자주 안 하는 것, 사랑한다는 말 자주 안 하는 것에 더 상처입어요.) 문제는 그레이가 변태이고 여자를 아프게 한 다는 것. 그런데도 아나는 그레이에게 너무도 쉽게 빠져든다. 왜일까?

 

가끔은 내게 무슨 이상이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소설 속에 나오는 낭만적 주인공들과 너무 오랫동안 함께 지낸 탓에 결과적으로 이상형이나 기대치가 넘 높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도 나를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지 못했다.

최근까진 그랬지.

- 40쪽

 

엘리자베스 베넷이라면 벌컥 화를 내겠지. 제인 에어라면 덜컥 겁을 내겠지. 테스라면 굴복할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 347쪽

 

그건 바로 아나가 '연애를 책으로만 배웠어요' 스타일이었던 것. 이건 뭐 이 리뷰를 읽고 계신 여성 글벗분이라면 십분 이해할 것이다. 아마 당신도 문학 소녀로 자라 소설 속 사랑에 익숙해 현실의 남자에게 매력을 못 느꼈을 테니까. 어찌어찌하여 연애하고 결혼했지만 지금 당신 옆에서 고장난 냉장고처럼 코 골고 자는 남자에게서 받는 허전함 때문에 책 읽고 블로그에 리뷰 쓰며 살고 있을 테니까. (그러다 이 웃긴 리뷰까지 읽게 되었을테니까! ㅋㅋ)

 

게다가 아나의 엄마는 아나 말에 따르면 '대책없는 낭만주의자'이며 현재 4번째 남편과 살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아마도 아나 입장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책 읽고 공부만 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바로 대학 다니던 시절의 저입니다. 믿으셔요.) 그러다, 그동안 호세 같은 학교 남자애들 만 보다가 처음으로 성인 남성을 만났다. 그레이. 게다가 졸업을 앞둔 시점이다. 졸업이라, 이제 성인이 되어 뭔가 색다른 모험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할 때 아닌가. 영화 <졸업>처럼.

 

하지만 아나의 첫 사랑이자 첫 섹스 상대는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쉽게들 '백마 탄 왕자'라고 표현하는 재벌남. 백마 탄 왕자는 결혼할 공주를 찾기 위해 백마 타고 싸돌아다닌다. <겨울 왕국>의 한스 왕자처럼 형이 많아 왕위를 물려 받을 수 없기에 이웃 나라의 여왕이 될 외동 공주나 맏공주를 꼬시려 하는 것이다. 이미 상속이 확정된 장남 왕자는 결혼할 공주를 구하러 모험하지 않는다. <신데렐라>의 왕자처럼 자신의 성에서 공주들을 맞이한다. 그래도 장남 왕자가 백마 타고 싸돌아다닐 때가 있다. 그건 사냥하거나 왕국 시찰할 때. 그때 보고 찜한 평민 아가씨는,,, 왕자의 하룻밤 상대가 된다. 혹은 첩이 된다.

 

계약 규칙

개인 관리 :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 외 다른 어떤 사람과도 성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서브미시브는 항상 품위 있고 겸손한 태도로 행동한다. 자신의 행동이 도미넌트의 품격을 곧바로 반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167쪽

 

15.22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의 명령 없이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 앞에서는 항상 눈을 내리깔고 조용하고도 존경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15. 23 서브미시브는 항상 도미넌트를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며 그를 주인님, 선생님, 그레이 씨, 혹은 도미넌트가 명령한 호칭으로만 부른다.

- 267쪽

 

위의 게약서를 보라. 이건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다. 주종관계다. 과거 서양의 첩, 여자 노예들의 태도에 대한 글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이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레이는 아나와 사랑할 생각이 없으며 자신의 빨간 방, 오락실에 묶어두고 섹스만 즐기려 한다.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주인님이라 불리기를 원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내가 보기에, 아나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프린세스가 되고 신분상승할 기회를 잡은 것이 아니라 첩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사람은 그냥 새 장난감을 찾는 거야. 침대에서 가지고 놀고 말로 할 수 없는 일을 시킬 편리한 새 장난감. 내 심장이 아프게 죄어왔다. 이게 현실이었다.

- 312 쪽

 

아나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러면서도 첫 사랑과 첫 섹스가 자신에게 열어준 새로운 세상에 눈 멀어 이런 자신의 반응에 혼란스러워 점점 힘든 길로 제발로 걸어간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아나스타샤인 것이다. 아놔~! 스타샤! 왜 그러는 거니? (이건 농담이고, 맨 밑에 아나스타샤 이름 분석이 있음)

 

물론 우리는 1권밖에 안 읽었지만 뻔히 안다. 아나의 지극한 사랑이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아나는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임을. 소설은 해피엔딩일 것임을. 그런데 이런 뻔한 이야기의 구조에서 나는 혁명성을 느낀다. 평민 여성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는 골빈 여자들의 신분상승에 대한 꿈이 아니라, 힘없는 평민들의 평등에 대한 요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 노예로 이용당하지 않고 대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으려는 혁명적 요구! 나는 이 점에 착안해서 자그마치 6권이나 되는 그레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진짜, 학구적 이유였다니까요! )

 

* 역사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아나스타샤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다.

그렇다면 아나스타샤는 공주이지만 공주 아닌 공주인듯,,, 그런 존재인가?

하지만 난 여기서 그녀의 이름을 어원분석하고 싶다.

아나스타샤, Anastasia는 그리스어 이름 아나스타시오의 여성형이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나타샤는 나탈리아이다. 아나스타샤의 애칭이 아니다)

위로, 다시라는 의미의 ana와 서다란 의미의 stasis가 합쳐져서 부활이란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아나스타샤 스틸은 엉망진창 50가지 빛깔로 망가진 그레이를 재생, 부활시키는 구원의 여성이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이름 그대로 그레이를 끊임없이 다시 위로 세우는 여성이기도 하다. (애들은 몰라도 됨) 세어보니 최대가 하루에 4번.

이 소설의 작가가 이것까지 알고 작명을 이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여기 쓴 이름 관련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 없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 의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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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4-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스타샤!
기다릴게요. 학구적인 리뷰를요!

껌정드레스 2015-04-04 23:29   좋아요 0 | URL
이번에 <신데렐라>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같이 쓸 예정이어서, 그레이 6권을 다 읽고 있습니다. 원작을 다 읽고 써야 안전하니까요. ^^
 
소설 창작 강의
전상국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의 2003년 개정판이다. 1991년 6월에 나온 이 책은 당시 문학지망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반년만에 4쇄를 찍었고, 나는 그 때 이 책을 산 수많은 문학지망생 중에 한 명이었다. 뿐만 아니다. 줄 치며 읽고 또 읽고, 전상국 선생님 말씀대로 습작하고 습작하다 개정판까지 사 읽었다. 당시는 블로그 안 하던 시절이라 이 책 리뷰가 여기에 없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인데, 내 현실 책장에는 꽂혀 있는데 사이버 서재에는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워 생각난 김에 몇 자 적는다.

 

이 책은 좀 올드한 느낌은 있다. 고교 국어 혹은 문학 참고서처럼 1인칭 관찰자 시점이 주는 효과,,,, 이런 설명도 있을 정도니까. 게다가 이 책에 예로 든 소설은 요즘 문학지망생들에게는 거의 <혈의 누>나 <무정>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 내게 이 책은 최고였다. 지금은 소설 아닌 다른 글을 쓰고 있지만, 이 책에서 배운 아우트라인 잡는 법 등은 지금도 매우 유용하다. '자기 몸에 맞는, 자신의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그런 무엇을 찾아 써야 한다(43쪽)''자신의 장기가 있는 쪽에서 이야기를 풀어라. 이것이야말로 구상 단계에서 당신이 결정적으로 써먹어야 할 요령이다. 이미 '무엇을 쓸 것인가'에서 가장 잘 아는, 절실한 것을 써야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장기가 있는 쪽에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그것과 문맥을 같이하는 말이다(83쪽)'아아, 내가 소설을 포기하고 계몽사 전집을 거쳐 역사 배경 이야기로 빠진 것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너무 충실했던 것이던가? 하하.

 

당신에게는 열등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소설 쓰기로 나타났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열등한 어떤 문제로 인해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이제 당신은 그 상처를 무기로 삼아야 한다. 그 상처는 오직 당신만이 잘 아는 문제로서 그 이야기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잖은가. 부모를 일찍 잃은 아이가 자립심이 강하고 매사에 도전적이듯 당신은 소설 쓰는 일을 통해 당신을 괴롭혀온 그 열등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상상력을 통해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맺힌 것 풀기가 아니겠는가.

- 본문 52쪽에서 인용

 

91년도 책을 보니 이 대목에 줄 쳐 둔 것이 보인다. 새삼, 울컥하고 뭐가 올라온다. 아직,,,, 맺혀 있구나.

 

결론을 요약해 적는다면, 나는 그동안 내가 읽은 소설 작법에 관한 책 중 이 책이 가장 좋았다. 글쓰며 사는 삶에 대한 책으로는 나탈리 골드만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전체적인 책 쓰는 과정에 대한 책이라면 임승수 작가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가 좋았고. 다 피부에 와닿는 조언을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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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그림자 : 해방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해방 1편이다. 전체로 보면 5권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왜 1권부터 읽지 않냐고 묻지 마시라. 도서관에 예약 대기 걸어놨는데 가장 먼저 알람 문자 온 것이 이번 책이었을뿐이다. 왜 요새 자꾸 그레이에 집착하냐고 묻지도 마시라. <성과 사랑이란 색안경을 쓰고 읽는 문학 속 역사> 혹은 <여성을 위한 19금 세계사>같은 앙큼분홍분홍한 책을 쓰고 싶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나는, 단지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믿어주세요)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든 춘향전이든,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랑 이야기에는 분명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모든 성공한 사랑 이야기는 약자의 저항을 담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레이, 이 소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성공한 것일까? 여성 독자들이 열광할만한 무언가가 이 책에 있기에? 그 이유로 내가 대강 생각한 것이 있다. 하지만 영화만 보고 짐작한 것이기에 아무래도 전체 소설을 내 눈으로 다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학구적 이유로 나는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라고 부디 믿어주세요)

 

이번 책에서 아나스타샤와 크리스천 그레이는 결혼한다. 꿈같은 신혼 여행을 보내지만 화재, 미행 추적, 가택 칩입, 납치 기도 등 둘의 안전을 위혐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아나에게 집착하고 통제하려드는 크리스천 때문에 둘은 자주 다툰다. 다투면 서로 벌주며 몸으로 화해한다. 더 짜릿한 자극을 얻기 위해 일부러 싸우고 화내는 것 같기도 하다.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추격 차량을 피해 과속으로 달리다 주차장에 숨어 따돌리고 겨우 한숨 돌리는 장면인데 바로 차 안에서 관계하는 것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둘 앞에 닥치는 모든 위기는 섹스를 거쳐 결국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아나의 사랑 덕분에 그레이는 점차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나도 사랑해요 크리스천."

눈을 떠 보았더니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그의 사랑이었다. 오락실의 부드러운 불빛 아래 대담하게 환히 빛나는 사랑. 그의 악몽은 이제 다 잊혀진 듯했다. 분출을 향하여 내 몸이 점차 고조된다고 느꼈을 때, 이게 내가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이 결합, 우리 사랑의 증명.

"나를 위해 느껴봐, 아나."

- 본문 389쪽에서 인용

 

'그는 다시 한번 키스하며 내 명품 속옷의 얇고 고운 레이스 위로 엄지 손가락을 부드럽게 돌렸다(158쪽)'는 식으로 그레이의 재력을 덩달아 누리는 아나의 모습이 너무 자주 웃길 정도로 묘사되기는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성공한 것은 단지 여성들의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과 부에 대한 동경때문만은 아니다. 대놓고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한 것, 그건 조금 들어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랑의 힘에대한 전통적이고 오래된 믿음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만으로 한 남자를 바꿀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의 확인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약자 중의 약자가 자신의 미약한 힘으로 강자들의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소망이다. 그런데, 뜻이야 좋다만 이런 소망은 한 여자의 일생에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이 소설이야 당연 해피엔딩이겠지만.

 

뭐, 진짜 궁금한 이야기가 리뷰에 없어서 서운하신가? 알려 드리겠다. 이 소설의 성관계 묘사는 본게임보다 장면과 분위기, 과정 묘사가 더 길다. 와인을 마시고, 머리 핀 풀어주고 단추 하나 하나 풀러서 옷을 벗기는 길고 긴 문장이 잔뜩이다. 침실 쿠션 색깔이나 인테리어 묘사 부분도 만만찮다. 아마 그래서 이 소설이 내용이 없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바로 그런 점이 '먹힌다'.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여 여성 독자의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켜 주므로. 얼핏 보기에 쓸데없어 보이는 그 기나긴 과정 묘사가 여성 독자에게는 일종의 전희이므로. 또 여성의 몸을 가진 작가가 쓴 소설이어서 여성 몸 아래쪽 근육의 움직임을 세세히 표현해주어 여성의 반응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점도 색다르다. 그러나 아나의 몸에 손가락을 넣기 전에 그레이가 손을 씻는 장면은 한번도 서술되지 않는다. 이점은 맘에 안든다. 그레이, 너 여자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어. 나에게 혼나야겠구나. 오늘 밤 아나가 잠들면 빨간 방 말고 껌정 방으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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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4-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역시 껌정님!

껌정드레스 2015-04-03 10:40   좋아요 0 | URL
그레이는 오지 않고, 그레이가 탄 헬리콥터가 제 머리위로 떨어지는 악몽만 꾸었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