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상가들 -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카를 야스퍼스 지음, 권영경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다보니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위인들을 거론한 카를 야스퍼스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스퍼스로 검색해보니 이 책이 있었다. 절판된 책이어서 다른 지역 도서관에 가서 단숨에 냅다 읽었건만 지금 기분이 맹숭맹숭하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인류사의 걸출한 사상가와 철학자를 다룬 두꺼운 책에서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 쓴 부분만을 발췌해 묶었다. 주 내용은 사대성인들의 생애와 근본 사상, 그들의 가르침이 후대에 미친 영향, 각 성인의 인간적인 면모, 공통점과 차이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며 종교 창시자로까지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알 수 있는 경전은 모두 그들 사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나와서 본 모습보다 신격화 되었다는 점. 이에 야스퍼스는 후대의 신격화는 걷어내고 그들의 인간적 상황, 인간적 모습을 독자에게 말해주려 한다. 각 시대의 맥락에서. 

 

불교는 폭력은 물론, 이교도 탄압, 종교 재판, 마녀 재판, 종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다.

- 95쪽

 

공자에게 가르치는 방법과 배움의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배움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람이 <시경>에 나오는 3백 개의 시를 외운다 하더라도, 국가의 일을 맡았을 때나 외국의 사절로 나갔을 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배움이 없으면 모든 덕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다. 배움이 없으면 정직은 저속함이 되고, 용기는 불복종이 되고, 강인함은 괴벽이 되고, 자비심은 어리석음이 되고, 지혜는 산만함이 되고, 진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 110쪽

 

성서 종교는 아브라함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수세기 동안 모든 종교인을 포괄하는 종교다. 어느 누구도 이 종교를 간과하거나 독점할 수 없다. 성서 종교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은 그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찾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강조하게 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서구의 종말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성서 종교가 사라질 때 올 것이다.

예수는 이런 성서 종교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를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신도들에게 중요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그는 기독교의 창시자도 아니며, 그를 통해서만 기독교가 탄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수의 실재는 그와는 거리가 먼 여러 이념들로 겹쳐져 있어 완전히 다른 실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실재의 잔재는 늘 우리에게 남아 있다.

- 200 ~201쪽

 

책에 적힌 내용은 다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건 솔직히 내가 한글을 뗏으니 읽을 수 있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이 사대성인의 생애와 사상을 요약 정리하는 야스퍼스의 생각을 간단요약본을 접한 거라, 내게 그 깊이가 와 닿지 않는다. 저자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이런 견해를 피력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 푼 것이 아니라 수학 자습서 답지 보고 풀이과정을 연습장에 베껴 쓴 기분이라고나 할까. (별점이 셋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없기에 기본만 준 것) 게다가 야스퍼스는 니체 등 다른 철학자의 견해를 많이 거론한다. 맙소사! 이번에는 또 누구로 찾아 읽어야 하나?

 

결국, 이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은 사대성인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몸을 쓰는 운동이나 기술을 배울 때 처럼, 책을 읽을 때도 두꺼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의 과정을 천천히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시작해야 진전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이번 독서는 걍 마트 시식 코너에서 한 점 맛본 것 정도. 다른 책으로 다시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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