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은 여러번 봤다. 하지만 그동안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에 어떤 글벗님 글을 보고서야 마음이 움직여 책을 펴 들었는데, 숨 쉴 틈도 없이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후회했다. 아, 이 책을 좀더 빨리 읽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물론 갑자기 글을 잘 쓰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좀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동안의 개고생이 떠올라 억울하기까지 하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해보니 이 책은 이미 3판이고 많은 리뷰가 달려 있었다. 10년 전 나온 책이지만 광고없이 입소문만으로 이런 쟝르의 책이 이렇게 스테디하게 사랑받다니! 블로그에서 조용히 꾸준히 글 쓰시며 몇 년 전에 비해 글쓰기 실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친구분들은 벌써 이 책을 읽고 이런 자세로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실천하고 계셨다니,,, 여러가지 생각하고 반성할 점이 많았다.

 

이 책은 문장 쓰기나 책 한권 쓰기 과정에 대한 실질적이고 세세한 팁을 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자세, 삶을 충실히 사는 자세를 말하는 책이다. 물론 별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냥 써라, 평생 써라, 평생 살아가듯 매일매일 하루를 성실히 사는 자세로 쓰라는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이고 삶이라는 것. 천재작가니 뭐니하면서 짜깁기로 자기계발서 같은 글쓰기 책이 많은데, 그런 책들의 내용에 비해 소박하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다. 글쓰기이건 삶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다. 지름길을 찾느니 매일 매일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 내가 읽고 쓰고 살아간 삶 뒤로 길이 생긴다. 내 역사가 서서히 이뤄진다. ,,,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이런 깨달음에 이른 것이 최근이다. 그러기에 저자가 나보다 먼저 깨닫고 써 놓은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맘에 와 닿았다. 진작 읽었더라면 큰 위로를 받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이하,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가 대화한 대목. :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 17쪽

(맞아요, 전 좋은 작가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 달 전에 꽤 괜찮은 글을 썼다고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 19쪽

(그러게요, 언제나 새롭게 새 글을 써야하고 언제나 새롭게 절망해야 하는 것이 우리 운명이죠.)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55쪽

(그래요, 무조건 써야 해요. 가만 앉아서 영감아 떠올라라, 하면 기욤 영감님만 오더라고요. 일단 써야 그 내용에서 영감이 꼬리를 물고 솟아나더라고요. )

 

습작 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탐험하며 표현할 공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56쪽

(저는 이게 힘들어요. 제 안의 검열관 엘사가 자꾸 제 타이핑하는 손가락을 얼려 버려요. 렛 잇 고 ~ )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 78쪽

(헉,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그래서 제가 요즘 그레이에 꽂혔나요? 부끄부끄 ~ )

 

사람들은 글쓰기가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략)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 끊임없이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육체적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 94 쪽

 (그러게요. 글쓰기가 육체 노동이더라고요. 우린 키보드 노동자죠. 좋은 글은 몸 컨디션이 좋을 때 나오더라고요. 밤 새 커피 한 드럼 마시며 글 쓰는 작가 이미지는 다 뻥이야!  작가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야!)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125 쪽

(아, 마님. 이 문장 참 좋아요. 저는 예술 지상주의자들보다 정당한 현실 발언을 하는 작가들을 존경해요. )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 136 쪽

(많이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해 보면 다 내 글 안에서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남자는 도망가도 내가 경험한 것들은 끝까지 나와, 내 글과 함께 있죠! 그리고 나는 역사 속의 개인이죠.)

 

예술가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같은 것은 떨쳐 버려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자신만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 138 쪽

(와우, 이거였어! 힘들 때마다  별나게 굴지 말고 징징거리지도 말자, 어차피 1인분의 인생이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이 문장을 좀더 빨리 만났더라면 제 미모가 이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

 

자신의 글쓰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라.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잇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 175 쪽

(흠, 유머 감각이라면 저는 이미 대가급일걸요? ㅋㅋ) 

 

만약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계속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잠시라도 완벽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해 보라.

- 210 쪽

(그래서 제가 폴댄스와 발레를 배웠죠. 요새는 김치도 담궈요. 글쓰기를 놓고 다른 몸쓰는 일을 하면 심신이 이완되며 아이디어가 팡팡 터지죠. ) 

 

작품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두고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잠시 미루어 두라. 그리고 6개월 후 다시 작품을 읽어 보라. 무언가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중략)

만약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에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낙담하지 말라. 당신이 쓴 좋은 부분은 이미 당신을 위한 퇴비가 되기 위해 발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무언가 좋은 것이 되어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 251 쪽

(그러더라고요. 퇴고는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해야 제대로 자신 글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자기 글이 쓰레기같아 보이면 절망할 필요 없어요. 그건 성공한 거죠. 그동안 내 눈이 더 높아져서 기존의 내 문제가 객관적으로 보일 정도로 내가 성장한 것이니까요. )

 

산만한 정신을 뚫고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훈련이다.

- 259 쪽

(자주 산만해 지지만, 말씀대로 지속적으로, 제 표현으로는 '걍' 글쓰는 것이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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