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사카이 준코. 이 저자는 일본 여성사나 사회사 쪽 읽다보면 매우 중요하게 등장한다. 2003년, <마케이누(負け犬)의 절규>라는 책을 써서 결혼 안하고 아이도 없는 젊은 일본 여성들의 새로운 삶과 주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여러 사회 현상 혹은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거의 10년 정도 앞서 겪는 것 같다. 그러기에 지금 내가 처한 개인적 현실과 예상되는 사회의 변화 등등을 아우른 상황을 보려면 일본 언니들의 글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게다가 딱 이 저자 세대가 1985년의 고용기회균등법 덕분에 사회진출과 직장생활에 있어서 법적 차별을 겪지않고 씩씩하게 성장하여 그 과실까지 따먹은 세대이기 때문에 (일본 여성사에서는 고용기회균등법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세상과 삶을 보는 자세에서 눈여겨둘만한 점들이 많다. 이렇게 결혼도 출산 경험도 없이 마음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살아온 여성들이 중년에 이르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게 될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읽은 에세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중년 언니들의 에세이는 가족과 아이 쪽 이야기가 너무 많고 자기 이야기는 적기에.

 

불안정이 바로 중년의 추함이다. - 본문 15쪽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절을 '본래의 자신으로 받아 들인다. 초기 설정이 너무 높았던 까닭에 나중에 변화가 찾아오면 찾아오는 족족 당황하고 허둥거린다. - 28쪽

마음 편히 늙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정말 행복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29쪽

젊게 꾸미는 것이 필수가 된 현대 사회에서 '노화를 그대로 두는 것'은 유명 인사의 특권이다. - 139쪽

 

등등, 흥미로운 문장을 많이 만나서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페미니즘 쪽 이론에 기반하지는 않고, 그냥 시시콜콜 일상의 생각 위주이다. 특별히 pc하게 써야겠다는 의식 없이 쓴 글 같은데, 현재 일본의 책 읽는 싱글 중년 여성들을 이끌고 나가는 분이 쓴 글이라 이런 점도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노가타리에서 하이쿠까지 일본문화총서 (글로세움) 3
한국일어일문학회 지음 / 글로세움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그렇다. 내 방식이다. 어느 나라를 공부하면 그 나라 통사를 읽고 문화사를 읽고 문학사를 읽어 본다. 일본도 그런 식으로 번갈아 읽고 메이지 유신사나 음식사 등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이 책은 그런 방식으로 접해본 일본 문학사 중 제일 믿음직스러워서 책장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종종 꺼내 읽어보고 있다.

 

한 작품에 대한 깊이있는 논문 수준의 분석은 없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시켜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일본사 등 기본 배경 지식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나열식 구성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좋은 점은 고전 문학사여서 13년전에 나온 책이지만 전혀 구닥다리같지 않다는 점, 한 학자가 한 권을 쓴 것이 아니라 40명이 넘는 전공자가 나눠 집필하여 더욱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

 

현재 '아름답다'는 뜻인 형용사 'うつくしい'는 당시에는  'うつくし'의 형태로 '귀엽다' 또는 '사랑스럽다'라는 뜻이었다. 원래 헤이안 시대 이전에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갖는 감정으로 사랑스럽고 애처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헤이안기에 들어와서부터 시간적, 공간적으로 작은 것을 귀엽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다시 헤이안 후기부터 의미 변화가 일어나서 가마쿠라, 무로마치 시대 이후에는 일반적인 미를 가리키는 말로 정착한 것이다. 작은 것에 국한되어 호의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사물 전체의 미질에 대한 평가어로 바뀌어,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 본문 152쪽에서 인용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예쁘고 귀여운 것>이란 글에서 '그러고 보면 작은 것은 다 귀엽다'라는 문장에 대해 저자는 위와 같이 설명한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문학사인데 일본 문화 전반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이나 <꾸러기 닌자 토리> 등을 보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카구야 아가씨' 등 일본 고전 문학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이기에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일본문학사를 처음으로 읽어보고 싶은 분들께 강추한다. 미미 여사의 에도 시리즈 같은 현대물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께도 강추한다. 에도 시대 서민문학 배경 설명도 잘 되어 있으므로.

 

촌스럽지 않은 표지도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꿈꾸는 수레
이국화 / 타임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안녕하세요, 이국화 작가님.

 

먼저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닌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작가님 연락처를 몰라 리뷰에 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저는 70대 은퇴하신 교수님께 아래와 같은 내용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어르신들 사이에 돌고 있는 카톡이라고 합니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군요.

 

작가님께서 쓰신 카톡이 맞나요?

존함을 도용당한 것은 아닌가요?

 

시인이신 작가님이 '비유'에 대해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비유란,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유사성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 '박근혜 대통령'이 '어머니'로 비유되어야 하나요?

대통령은 나라일 하라고 국민이 뽑아놓은 머슴일 뿐입니다.

 

대통령을 어머니로 비유하여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을 어미의 흠을 들추는 천륜을 어긴 무리로 몰아가면

연세 드셔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 박근혜에게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박근혜를 탄핵하는 국회의원을 병든 어미 버리는 자식에 비유하면

늙고 병들어서 자식들에게 버림받을까봐 걱정하는 어르신들은

 

우리 불쌍한 영애~ 탄핵당하면 어떡해~ 뭉쳐서 지지해주자~ 또 이렇게 되지요.

 

이 글, 박근혜 지지 세력이 써서 작가님 이름을 도용한 것이 아닐까요?

유포자를 꼭 밝혀내셔서 명예회복을 하시길 바랍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신 작가님께서 이렇게 기본적인 비유도 성립하지 않는 후지고 천박한 글을 쓸 리가 절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리뷰로 문의 남깁니다.

 

만의 하나, 작가님께서 직접 쓰신 글이라면, 이렇게 표현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참, 리뷰 별점은 중립적 의미에서 3개 붙였습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낭만인생 2016-12-0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 이런 카톡이... 세상 어지럽긴합니다.

至人無己 2016-12-0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은 품격을 지닌 일꾼을 뽑았는데 작가님께선 여염집 아낙만도 못한 작부의 모습에 견주어 비유를 하셨나요?
宇裏國民의 수준이 그렇게 밖에 보이
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작가님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달리 하여야겠네요!
옛말에 ˝염불엔 맘이없고, 잿밥에만
신경쓴다!˝는 말처럼 우물안의 개구리를
우린 너무 큰 그릇으로 본 대가이겠지만
그렇게 안팎을 표하시면.........,
井坐之蛙 ........
글을 내려주셨음 합니다!
이 또한 공해이니까요!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서
김율희 지음 / 어떤책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 다닐 때는 내 시간이 아까워 집에서는 대강 살았다. 살림할 시간을 아껴, 그 시간에 읽고 쓰는 것이 더 좋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지금은 좀 달라졌다. 의. 식. 주 관련하여 내가 몸을 직접 움직이는 시간 역시 고민하고 쓰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의 연속선에서, 삶을 담는 그릇에 관심을 가지다 이 책을 만났다.    

 

어릴 때부터 그릇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홈쇼핑 엠디와 방송사 편성피디로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그릇과 패브릭, 가구를 취급하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그릇에 대한 관심과 수집 과정, 그릇과 살림, 그릇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이고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편적 공감을 주는 이야기로 엮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글이 촘촘하고 단단하다. 보통 내공이 아니다. 정밀하며 감성을 담아낸 묘사 부분에서는 그만 흡, 숨을 참고 읽었을 정도다. 일본 헤이안시대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枕草子)>를 읽는 느낌과 비슷했다. 인용하자면 이런 대목.

 

설거지를 마치며 그릇을 하나씩 엎어 두면 크기가 비슷한 두 그릇이 빈틈없이 포개지며 오목한 소리를 낸다. 해와 지구와 달이 만나는 일식, 혹은 월식의 순간에 들릴 듯한 '톡'

- 189쪽에서 인용

 

이런 그릇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은 곧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저자는 설거지한 그릇을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사 생활을 회상하고 아래와 같이 쓴다. 이런 부분들이 내겐 참 좋았다.

 

나라는 탑이 균형을 잃지 않고 서 있는 것은 내 생애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커다랗고 무겁게 저 아래서 지탱해 준 덕분이다.

- 324

 

그리고 그릇 덕후로서의 '덕력'이 보이는 대목이 많아 즐거웠다.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던 저자는 악당 모리아티가 런던탑에서 왕실의 보석을 훔치며 동시에 은행 전산과 감옥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자, 쉬고 있던 각 담당자가 놀라는 장면에서 즐거워한다. 런던탑 보안 직원은 종이컵에, 교도관장은 머그컵에, 중앙 은행장은 고급  티웨어에 차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매의 눈으로 잡아 낸 것이다.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오후의 티타임을 갖는다. 그러나 드라마는 티웨어에 따라 다른 사회적 지위을 꼼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런 서술 부분, 참 재미있었다. 좋아하고 많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여서 삶을 더 풍부하게 살 수 있지 않은가. 부디 저자분은,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면서 그릇 수집한다고 뭐라뭐라 떠들어대는 사람들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자신 스타일대로 살며 이런 책을 종종 써 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에 엮어 몇 줄,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 글을 양 부풀려 담아낸 흔한 감성 에세이 책이 아니다. 앞으로 쓸 글이 더 기대되는 저자다.  

 

***

 

옥의 티,,, 인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부분이 있다. 272쪽에 할머니 추억을 이야기하는 부분.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색이 소라색(そら色)이었다는 부분. 일본어인줄 모르고 사용했나 싶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기본 어휘를 익힌 할머니의 언어습관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알면서도 그대로 쓰셨나 싶기도 하고,,,,

***

 

이건 읽다가 박장대소하며 공감한 부분. 10살 때 수련회에 가서 급식을 거부했던 이야기. 저자는 금속 식판이 너무너무 싫었다고 한다. 똑같은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급식실에 줄지어 들어가 차디찬 금속 재질 식판에 기계처럼 똑같은 메뉴를 받아 똑같이 먹어야 하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아아, 나도 그런데!

 

***

 

도자기에 대한 정보를 더 원하시는 분들은 조용준 저자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를 이어서 읽으시면 좋을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가 -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일상
마이클 P. 폴리 지음, 이창훈 옮김 / 보누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그렇다. 세상에는 백마 탄 왕자들이 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가 궁금한 인간도 있고,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지가 궁금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  둘다 나란 인간이다.

 

신학 박사이자 교수인 저자는 음식, 풍습, 인삿말, 건축, 미술, 음악, 연극, 스포츠, 문학, 발명품, 동식물학, 교육과 미신, 법과 정치적 요소, 지명과 국기, 상징들, 관용어 등등에서 가톨릭과 관련된 역사를 밝혀낸다. 상당히 광범위하고 깊은 내용이 실려 있다. 관련 주석도 꼼꼼히 붙어 있어 신뢰성을 높여 준다. 뭐 제목에 있는 이야기야 예상대로 육식을 금하는 금요일의 유래를 말하고 있어서 맥빠지지만 대부분 그리 만만하거나 상식으로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한 단어를 긴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지는 않지만, 이 책으로 방향을 잡고 더 깊이 추적하면 될 것 같다.

 

빨강색은 또한 성령 강림 대축일에도 사용된다. 이날은 성령께서 불꽃같은 붉은 혀 모양으로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것을 기념한다.

- 196쪽

 

<빨간 모자>와 <빨간 구두>에서 사용된 빨간색의 상징성을 추적하다 찾아 읽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빨간 색이 성령 강림 대축일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오랜 전승을 보면, 빨간 모자는 성령 강림 대축일에 태어난 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빨간 색을 좋아한 소녀들이 징죄당하는 이유에는 종교, 계급, 여성 억압 문제가 얽혀있는 것이 확실하다.  

 

표기에 오류가 있는 부분이 약간 보이지만 책 내용은 좋다. 저자가 미국인이고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서 그런지, '뜻밖에 이렇게나 많은 가톨릭 유래가 있다니!'하는 투의 서술이 종종 보인다. 그런데, 뭐 서구 문명을 따져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