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가타리에서 하이쿠까지 일본문화총서 (글로세움) 3
한국일어일문학회 지음 / 글로세움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그렇다. 내 방식이다. 어느 나라를 공부하면 그 나라 통사를 읽고 문화사를 읽고 문학사를 읽어 본다. 일본도 그런 식으로 번갈아 읽고 메이지 유신사나 음식사 등 세부적으로 들어갔다. 이 책은 그런 방식으로 접해본 일본 문학사 중 제일 믿음직스러워서 책장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종종 꺼내 읽어보고 있다.

 

한 작품에 대한 깊이있는 논문 수준의 분석은 없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시켜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일본사 등 기본 배경 지식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나열식 구성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좋은 점은 고전 문학사여서 13년전에 나온 책이지만 전혀 구닥다리같지 않다는 점, 한 학자가 한 권을 쓴 것이 아니라 40명이 넘는 전공자가 나눠 집필하여 더욱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

 

현재 '아름답다'는 뜻인 형용사 'うつくしい'는 당시에는  'うつくし'의 형태로 '귀엽다' 또는 '사랑스럽다'라는 뜻이었다. 원래 헤이안 시대 이전에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갖는 감정으로 사랑스럽고 애처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헤이안기에 들어와서부터 시간적, 공간적으로 작은 것을 귀엽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다시 헤이안 후기부터 의미 변화가 일어나서 가마쿠라, 무로마치 시대 이후에는 일반적인 미를 가리키는 말로 정착한 것이다. 작은 것에 국한되어 호의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사물 전체의 미질에 대한 평가어로 바뀌어,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 본문 152쪽에서 인용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예쁘고 귀여운 것>이란 글에서 '그러고 보면 작은 것은 다 귀엽다'라는 문장에 대해 저자는 위와 같이 설명한다.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문학사인데 일본 문화 전반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이나 <꾸러기 닌자 토리> 등을 보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카구야 아가씨' 등 일본 고전 문학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이기에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일본문학사를 처음으로 읽어보고 싶은 분들께 강추한다. 미미 여사의 에도 시리즈 같은 현대물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께도 강추한다. 에도 시대 서민문학 배경 설명도 잘 되어 있으므로.

 

촌스럽지 않은 표지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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