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세상에는 백마 탄 왕자들이 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가 궁금한 인간도 있고,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지가 궁금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 둘다 나란 인간이다.
신학 박사이자 교수인 저자는 음식, 풍습, 인삿말, 건축, 미술, 음악, 연극, 스포츠, 문학, 발명품, 동식물학, 교육과 미신, 법과
정치적 요소, 지명과 국기, 상징들, 관용어 등등에서 가톨릭과 관련된 역사를 밝혀낸다. 상당히 광범위하고 깊은 내용이 실려 있다. 관련 주석도
꼼꼼히 붙어 있어 신뢰성을 높여 준다. 뭐 제목에 있는 이야기야 예상대로 육식을 금하는 금요일의 유래를 말하고 있어서 맥빠지지만 대부분 그리
만만하거나 상식으로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한 단어를 긴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지는 않지만, 이 책으로 방향을 잡고 더 깊이 추적하면
될 것 같다.
빨강색은 또한 성령 강림 대축일에도 사용된다. 이날은 성령께서 불꽃같은 붉은 혀 모양으로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것을 기념한다.
- 196쪽
<빨간 모자>와 <빨간 구두>에서 사용된 빨간색의 상징성을 추적하다 찾아 읽은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빨간 색이 성령
강림 대축일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오랜 전승을 보면, 빨간 모자는 성령 강림 대축일에 태어난 아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빨간
색을 좋아한 소녀들이 징죄당하는 이유에는 종교, 계급, 여성 억압 문제가 얽혀있는 것이 확실하다.
표기에 오류가 있는 부분이 약간 보이지만 책 내용은 좋다. 저자가 미국인이고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서 그런지, '뜻밖에 이렇게나
많은 가톨릭 유래가 있다니!'하는 투의 서술이 종종 보인다. 그런데, 뭐 서구 문명을 따져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