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본사 - 덴노.무사.상인의 삼중주, 일본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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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제 그대로, 처음 읽는 일본사로 좋은 책이다. 보통 영화 보다가 혹은 책이나 뉴스 읽다가 어떤 나라의 어떤 부분이 궁금해서 그 나라 이름이 붙은 역사서 한 권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숫자가 그 숫자인 것 같은 연대에 발음도 안 되는 지명과 인명 나열이 이어지다보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특히 선사시대 고대 읽다가 지겨워서 덮어버리기 쉽다. 정작 독자 자신이 관심 두고 있는 시대가 나오기도 전에 지쳐 버리게 된다. 그래서,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는 좀 거칠더라도 전체 역사 흐름을 이야기체로 크게크게 술술 서술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뭐, 기본 사관만 견실하다면야, 큰 오류나 역사 왜곡만 없다면야, 그리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입문용 역사서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입문용 책 한 권만 읽고 그 나라 역사서 평생 안 읽을 것도 아닌데.  

 

위 사항을 감안하고 보면, 이 책은 아주 괜찮은 입문서다. 과감하게 이야기체로, 때로는 상상의 대화 장면까지 만들어 넣어서 술술 읽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지배계급, 큰 정치적 사건 위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전체 일본사의 전개 흐름은 굵고 진하게 확실히 알려준다. 집필진은 일본사의 흐름을 네 번의 전환기로 설명한다. 호족의 지배를 극복하고 덴노 중심의 국가를 수립한 다이카 개신, 무사의 지배가 시작된 가마쿠라 바쿠후의 탄생, 가마쿠라 바쿠후 이후 지속된 중세에서 근대로 변화를 모색한 메이지 유신, 마지막으로는 패전 후 현대 일본의 출발점이 된 미군정 시기.  네 번의 전환기의 중심에는 덴노, 무사, 상인이 있었다. 이들이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일본인의 집단 심성에 남긴 영향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의 바탕이 다져진다. 한마디로<덴노, 무사, 상인의 삼중주, 일본>이라는 부제가 정확히 책 내용을 요약해 준다.  

 

기본 일본사 다 아시는 분들에겐 너무 쉽고 가볍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책이란 그 책이 설정한 예상 독자층의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볼 때, 이 책은 현재까지 나와있는 일본사 입문서 중 가장 괜찮은 편이다. 사진, 지도 등도 풍부하고 크고 시원시원하게 배치해두었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접근하는 부분도 배치해 두었다.  

 

일반 농민에 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은 아쉽다. 집필진도 이를 몰랐을리는 없다. 전체 흐름 위주로 정리하다보니 책 구성이 이렇게 되었으리라. '잇키'등 농민과 경제 부분에 대해서는 <아틀라스 일본사>를 읽어서 보강하면 좋을듯하다. 부락민이나 여성, 오키나와 등 약자 쪽 역사 서술도 부족한 편이다. 알아서 더 찾아 읽어야 한다.

 

***

 

사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읽었다. 2013년 초판 1쇄본인데 두 군데 오류가 보였다. 책을 다 읽고 반납하고 나니, 그 오류가 이후에 어떻게 수정되었을지가 무진장 궁금해졌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독자들이 오류나 오타 지적하면 바로 다음 쇄에 반영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최근 판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다 읽은 책을 사서 다시 읽고 이 리뷰를 남긴다.

 

이하, 1쇄와 현재 6쇄 오류 비교 부분.

 

1.

30쪽의 요시노가리 유적지 부분 : 수정되어 있었음

1쇄에서 생뚱맞게 규슈 사가 현의 '요코하마'에 위치해 있다, 라고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6쇄에는 '간자키 군'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2.

124쪽의 가이세키 요리 부분 : 여전히 틀린 한자 표기로 인쇄되어 있었음.

 

(다도회 순서 설명하는 앞 부분 생략) 다 함께 숯불을 한동안 감상하고 있으면 집사가 가이세키(會席) 요리를 내온다. 가이세키 요리란 허기를 달래 주는 간단한 요리로, 밥 한 주먹, 반찬 두가지, 국 한 그릇의 조촐한 상차림으로 구성된다. 이 명칭은 수행 중인 젊은 승려들이 긴긴 겨울밤 배고플 때면 따뜻하게 데운 돌을 품속에 넣어 허기를 잊으려 했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 본문 124~ 125쪽에서 인용

 

=> 가이세키 요리의 한자가 잘못 나왔다. '會席'가 아니고 '懷石'다. 가이세키 요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 본문에서 설명한 '돌을 품다'에서 유래한 소박한 가이세키 요리는 '懷石'요리이고, 혼젠 요리에서 유래한 가이세키 요리(보통 일본 온천 료칸에서 저녁에 먹는 풀코스 일식 디너요리 떠올리면 됨)는 會席 요리임.

 

크흑. 이제 나는 가이세키 오류 수정이 궁금해서 내 년 쯤 또 이 책을 사 읽게 되겠구나. 흑흑. 호기심이 많은 성격으로 살다보니 나는 늘 용돈이 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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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사
이노우에 키요시 지음, 성해준 옮김 / 어문학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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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키요시 선생은 마르크시즘 사관을 바탕으로 읽는 재미는 없지만 꼼꼼한 서술을 보여주는 일본사의 대가다. 선생의 이 책<일본여성사>는 비록 1947년 작이지만 내가 읽은 일본 여성사 쪽으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아니, 여성사가 아니라 일본사 전체로 봐도 그렇다. 농민봉기, 메이지 시대 노동운동사를 봐도 다른 통사류 서적보다 이 책에 더 꼼꼼하게 서술되어 있다.

 

책은 엥겔스 선생의 모권(母權) 이야기부터 꺼내면서 보편적으로 원시시대를 시작하여 고대, 헤이안, 가마쿠라, 무로마치, 센고쿠, 에도, 메이지,,, 일본 통사 시대 구분 순으로 일본 여성의 삶과 역사를 서술한다. 각 시대별로 천황가, 귀족, 무사, 농민, 쵸닌 등 각 계급별 여성이 처했던 현실을 조명한다.  지루하고 진지한 책인데, 70여년 전인 1940년대에 남성 노인 학자가 어떻게 이런 서술을 할까, 싶을 정도로 과격한 문장이 많아서 읽다보면 의외로 빵빵 터지게 된다.

 

현모양처란, 실은 남편에게 한없이 복종하는 처를 양처라고 하고, 남편의 학대를 숨기며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을 현모라고 했던 것이다.

- 303쪽, 메이지 시기 서양식 여성 교육의 확대 목표가 현모양처였음을 설명하는 부분.

 

각 시대별 서술은 다른 책과 유사하다. 이노우에 선생의 진가는 메이지 유신 기 서술 부분에 드러난다. 유신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거나 유신 이후 빛만 강조해서 서술하고 그림자는 한두 줄로 얼머무려 서술하는 다른 일본사 책과 달리 선생은 유신 후 농민과 도시 빈민,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메이지 시대 빈농들과 여공들에 대한 기술은 압도적! 꼭 여성사에 관심이 있지는 않더라도 메이지 시대와 산업혁명 초기 제사, 방적, 성냥 공장 현실과 농민 봉기, 노동 쟁의에 관심있는 분께 강추한다. 여튼 약자들에게는 메이지 유신이 유신이 아니었던 것. 특히 메이지 31년, 1898년부터 행해진 민법 중 가족 관련 법은 근대적 성격은 커녕 봉건시대 관습법의 개악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해 선생의 의견은 이렇다.

 

결국 봉건적인 가족제도와 지주제와 자본주의와는 천황제를 매개로 하여, 삼중 사중으로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 본문 297쪽

 

이상과 같이 메이지 이후의 일본은 자본주의 시대가 되어도 자본가, 지주, 천황제 관료 정부, 결국 모든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봉건적인 가족제도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필요하게 되었고, 또 그것을 타파할 뿐인 경제적인 조건이 용이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가도 사회도 모두 이 가족 관련에 끼워 넣었다. 천황과 국민은 친자(親子)이며 노동자와 자본가도 친자, 지주와 소작인도 친자, 가주(家主)와 차가인(借家人)도 친자, 가게의 경영자와 종업원도 친자, 가는 곳마다 '가족주의'가 주창되었다. 그 가족주의는 결코 인정주의가 아니라, 자식의 부모에 대한 노예적인 복종을 '인정'이라는 미명으로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

- 본문 299쪽

 

메이지 정부는 민법을 만들 때, 봉건적 가족제도에  반대하고 남녀 동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화족, 사족 가족을 본보기로 장남 아들의 가독 상속 관습을 성문화한다. 부부관계에서는 처를 남편에게 예속시킨다. 오히려 전 시대인 봉건시대보다 가부장의 권한이 강해졌는데 이는 천황제 근대 국가의 강화로 이어지며 노동 쟁의 탄압과도 연결된다. 여기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어 군국주의와 전쟁의 광풍이 몰아치자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는 소리로 무시된다. 그리고 패전. 책은 여기까지 서술한다. 철저하게 모든 계급의 약자인 여성의 입장을 고수해 서술한다. 좋다.

 

또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자국사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려는 시도가 없다는 점. 마비키(영아 살해) 부분 서술은 <일본인구사>보다 자세하다. 아들 둘 딸 한 명 정도 낳은 이후 성구분 없이 성행하던 마비키가 장남 태어난 이후에는 남아에게만 행해지고 여아는 살려 키우는 부분이 메이지 시대 여공들 역사와 이어지는 부분은 소름끼쳤다. 그리고 여공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삐끼?뚜쟁이?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산간 처녀들을 꾀어내는 루트가 있었다는 것, 여공들의 월급은 아버지가 수령했으며 폐병으로 죽어가거나 엄격하고 폭력적인 공장과 기숙사 생활에 지쳐 도망하는 여공들을 아버지가 다시 잡아와서 공장에 넣었다는 부분은 끔찍했다. (이래서 가부장제 타파가 나올 수 밖에 없다만, 건전한 비판을 부모 패륜으로 몰아가는 무식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

 

이 책에는 없지만 내가 다른 책들을 더 읽고 추적한 바에 의하면 이 시스템이 개화기 이후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 공장 시스템으로 들어왔다는 사실 역시 끔찍했다. (순진한 처녀들을 돈 몇 푼에 꼬셔서 공장에 팔아 넘기는 루트는 정신대와도 연결된다.)

 

일본사, 여성사, 산업혁명기 역사에 관심있는 글벗들에게 강추한다. 70여년 전에 씌여진 책이고 번역은 좀 거칠지만 내용이 워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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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과거의 영광 재현을 꿈꾸는가 - 키워드로 이해하는 세계 최정상 해군력, 해상자위대의 실체 KODEF 안보총서 85
류재학.배준형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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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위의 해군력을 가진 일본 군사력의 핵심, 해상자위대에 대한 책이다. 2015년 9월, 일본 안보법안이 통과되었다. 패전 후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일본은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대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조직이 국방을 맡았다. 자위대 임무는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일본이 공격을 받을 때에만 반격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오로지 방어만 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는 일본 방위정책의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위대는 적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갖게 되었다. 즉, 미국과 함께 전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 맞서 일본과 협력을 원하는 미국이야 이웃 아시아 국가나 한국의 불안한 입장은 신경쓰지 않는다. 덕분에 아베 정권은 방위비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4년째 증액되던 일본 방위비 예산은 2016년 사상 최고치이다. 일본의 군사력 순위는 지난해 9위에서 올해 7위로 상승했다. 이런 시점에서, 나는 동북아 국제 정세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는 것은 아니고, 메이지 시대 일본의 근대화 서구화 정책과 음식문화 관계를 파다보니, 종착역이 이 책이었다. 육식 해금령과 부국강병 탈아입구 화혼양재(일본 자기네 말로) 따라가다 보니 일본군 급식 관련 역사에 이르고, 커리 라이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일본 해군 급식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해상자위대의 역사까지 파다 보니 이 책에 이른 것이다. 

 

책은 전체 5 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책은 일본의 해양사상과 전략을 설명한다. 해양 영토까지 포함하면 일본은 세계 6위의 대국이다. 해양교통로인 1,000해리 바닷길을 지키는 것은 일본의 국가 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책은 과거에는 러시아와의, 현재 중국과의 바다 지배를 놓고 일본은 갈등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2장에서 책은 해상자위대의 전신인 과거 일본 해군의 흥망사를 다룬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이나 전쟁 영화도 같이 인용해서 읽기 지루하지 않다. 메이지 시기부터 태평양전쟁 패전까지 주요 키워드로 일본 근대해군사를 설명한다. 진주만 공습과 미드웨이 해전, 야마토 전함, 가미카제 등등 관련 역사 서술이 이어진다. 망한 제국 해군에서 해상자위대로의 부활의 배경이 된 Y위원회 관련 이야기가 흥미롭다. '해상자위대의 실체'라는 제목을 단 3장에서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해상자위대의 조직,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 소해함 등등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도표와 함께 이어진다. 일본 해역 5개 지방대며 해상 보완청, 함정 조직과 편성, 계급장에 관련한 내용도 있다. 이쪽은 내가 워낙 배경 지식이 없어서 뭐라 쓸 말이 없다. 다 읽었지만 그 배가 그 배 같다. 계급장이 별이 아니라 사쿠라란 것만 기억난다.  이어 4장에서는 '해상자위대 문화'를 다룬다. 침략의 상징 욱일기가 자위함기로 쓰이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 함정에는 위인 이름을 붙이지 않고 '이즈모함'하는 식으로 지명을 붙인다는 것. 해상자위대의 가장 큰 이벤트인 관함식 소개에 이어, 드디어 내가 이 책을 읽은 목적인 해군 카레의 역사 배경이 나온다. 고기와 야채를 쉽고 빠르고 맛있게 먹일 수 있는 방식은 스튜. 게다가 따뜻한 스튜는 선박 식량인 비스켓 등 딱딱하고 차가운 빵을 찍어 먹기 좋다. 영국 해군은 식민지 인도의 향신료를 넣은 카레 스튜를 보급하고, 메이지 시기 영국을 본따 근대 해군을 만든 일본은 카레 스튜도 들여와서 독특한 해군 카레 라이스를 완성한다. 아래, 그 과정을 인용한다.

 

그러던 중 의외의 일을 계기로 카레라이스가 일본 해군의 메뉴에 오르게 되었다. 1900년대 일본 해군 병사들은 각기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일본 군대의 병사 계층의 메뉴는 장교의 메뉴와는 달리 밥, 간장, 단무지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에야 각기병이 비타민 B1의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당시 초보적인 의학 기술로는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다. 이 때 영국에서 유학하여 최초의 일본 해군 군의관이 된  다카키 가네히로는 영국의 식단을 참고하여 각기병을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식단을 적용하던 중 영국 해군의 비프스튜에 주목한다. 영국 해군은 비프스튜에 오래된 재료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카레가루를 넣고 끟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를 맛본 일본 해군은 반감이 강했다, 그래서 양식처럼 고기를 일부 섞되 밥을 넣어 먹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해군 내에 만연한 각기병 해결책의 일환으로 카레라이스가 탄생하게 되었고, <해군 조리법>이라는 책자까지  발간되어 본격적으로 카레라이스가 일본 해군의 메뉴로 도입되었다. 맛과 건강 면에서 카레라이스는 인기를 끌었고, 이후 각기병 환자까지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카레를 먹는 풍습까지 생겼다. 이는 장기간 바다에서 항해하는 해군 승조원들이 요일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당시 해군은 토요일 점심 후에 외출을 나가는데 조리원들의 식사 준비와 뒤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정의 부함장이 제안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 본문 219 ~ 220쪽에서 인용

 

 

 

 

흠, 외국 일반인인 내가 해군 카레를 맛보려면 사세보 요코즈카 등 해상자위대의 5개 지방대가 있는 항구도시 식당에 가야 하는구나. 마지막 5장에서는 중일 갈등의 현장인 센카쿠 열도와 러일 갈등의 현장인 쿠릴 열도에 대한 서술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이런 종류의 책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아니라, 저자 입장에서 어렵다라는 것이다. 즉, 이런 책은 저자가 쓰느라 고생한 만큼 성공을 거두거나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문성과 대중성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면 다른 하나를 망치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를 유지해 대중적 개론서로 서술한다고 해도, 각각 독자들의 배경 지식에 따라 혹평받기가 쉽다. 군사 쪽은 모르고 역사 쪽으로는 조금 읽은 역덕인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본사에 대한 부분은 너무 상식적 내용만 나와서 시시했다. 반면, 밀덕(밀리터리 덕후)인 독자가 읽는다면 온갖 함정과 잠수함 등등을 소개한 부분이 너무 간략해서 시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군사 장비 나오는 그 부분이 가장 지루하고 어려웠다.

 

다방면으로 공부하여 이 책을 쓰느라 저자 두 분은 정말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 자체의 수준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을 리뷰에 남기게 되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다. 저자분들의 잘못은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이 갖는 기본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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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 밥 위에 문화를 얹은 일본음식 이야기
박상현 지음 / 따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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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기행같은 제목이지만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각 음식의 역사와 지역 특색, 음식점 소개와 음식 관련 문화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직접 발로 혀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거의 주영하 저자급이다.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나올 책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무엇보다 내게 흥미로운 점은, 음식을 통해 일본의 근대 형성과정을 추적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돈가스의 탄생>이나 <커리의 지구사>, <에도의 패스트푸드> 등과 겹치는 내용이지만 음식 기행 형식이기에 보다 대중적이고 쉽게 읽힌다. 그리고 가게 경영 측면이나 지역 경제 측면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거기에 스토리텔링을 붙이는 과정을 서술하는 내용 등, 음식의 기원이나 문화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많다.

 

일본의 음식문화나 근대화 과정을 마냥 예찬하는 내용만도 아니다. 저자는 가고시마, 즉 과거 사쓰마 번이 아마미제도, 류큐 등을 식민지배한 점 등을 밝히는 등, 음식 역사에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관계를 언급해 준다. 음, 한마디로 공부를 많이 하신 티가 나서 읽기 좋았다. 아래 인용 부분처럼 넓은 시야로 음식 문화를 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상에서 클릭 몇 번으로 뚝닥 급조해내는 음식 칼럼과 다른 책이다.

 

돼지국밥, 고기국수, 돈코쓰라멘, 오키나와소바는 돼지를 활용했다는 공통점 외에도 국토의 남단이며 해안 지방이라는 지리적 환경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해안과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와 규슈는 오래전부터 뱃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음식의 역사를 교류의 역사로 본다면 이는 만만치 않은 단서들이다.

- 54쪽에서 인용

 

옥의 티는, 광대한 범위의 역사와 문화를 음식과 함께 펼쳐놓다보니, 잘못된 역사 지식이 종종 보이는 점. 17쪽에 메이지유신을 단행한 무쓰히토 왕이 즉위 2년에 메이지 왕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부분은 좀 심했다. 이름은 무쓰히토, 연호가 메이지. 그래서 메이지 시대다. (무쓰히토는 메이지 덴노, 요시히토는 다이쇼 덴노, 히로히토는 쇼와 덴노, 현재 아키히토는 헤이세이 덴노) 그리고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음식이 처음 도입된 것만은 아니다. 이전에 이미 카스테라나 덴뿌라도 있었다. (이 부분은 명확히 오류는 아니고, 독자가 좀 오해할 여지가 있는 정도로 서술되어 있는 정도. )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음식만이 아니다. 돈카쓰, 카레, 돈코쓰라멘, 단탄멘, 교자, 잔폰, 오코노미야키, 구시아게, 스시, 오니기리, 우동, 소바, 오뎅 같은 음식 이야기도 있지만 가쿠우치, 가라토 시장, 야타이같은 공간에 대한 서술도 있고 에키벤이나 료칸 같은 일본만의 음식문화 이야기도 있다. 소바가도나 프로듀싱 계열점 등 외식산업 관련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규슈 여행이나 식당 창업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렇다. 도서관 노트북실 제 96석에서 작업하고 있다가 갑자기 <료마가 간다>가 생각났다. 이어서 당연히 메이지 유신이 떠올랐다. 그런데 '메이지 유신은 음식유신'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나니, 마구 허기가 지는게 아닌가.  배가 고픈게 아니라 돈까스, 카레, 고로케, 카스테라의 역사에 대한 글이 고팠다. 그래서 침 흘리며 자료실 올라가 찾아 읽은 책이다. 처음에는 돈까스와 카레 부분만 읽고 반납하려했는데 책이 너무 재미있어 끝까지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아아, 이래서, 자율 학습실에는 감독관이 있어야 한다!)

 

기대 없이 대출했지만 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도서관 대출이 아니라 사서 읽고 규슈 여행가방에 넣어가야 할 책이었다. 음식 문화 관련, 좋은 필자의 좋은 책을 많이 내 주시는 따비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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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 평전
마쓰우라 레이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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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서는 그냥 <坂本龍馬>로 되어 있는 것을, 국내 번역본은 무리하게 '평전'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었다. 이점, 꽤 큰 문제다. 이 책은 기본적인 인물, 사건, 배경에 비평을 더한 평전이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 보아도 지은이의 평가는 215쪽의 '이것이 료마의 재미있는 점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정치와 사업과 개척이 동거하고 있다'밖에 없었다. 

 

책은, 료마에 대한 지인들의 편지, 일기, 회고담을 1차 사료로 하여, 다른 전기작가들이 추정 기술한 료마 행적의 오류를 바로잡아 정확히 맞춰가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료마의 일생과 업적에 대한 친절한 일대기적 설명은 아예 없다. 즉, 이 책은 료마의 생애와 당시 역사배경에 대해 꿰뚫고 있는 매니아 내지 스토커 급의 독자가 일종의 '완결판'으로 보아야 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독자에 땨라 별 다섯개도 줄 수 있을만한 책이다. 절대 초보자를 위한 평전은 아니다. 

 

여하간 료마는, 시바 료타로의 대하 소설 <료마가 간다>외에도 기본 일본 근대사에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다. (예상외로 책 한 줄 안 읽는 사람들도 일본 만화나 게임을 통해 막부말이라든가 메이지 유신 전후 시기와 료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더라) 우리 한국인들에겐 유신 시기를 살아남아 정권을 장악, 조선 침략에 나서는 다른 유신지사들과 달리 비교적 호감을 사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일본인 저자도 알았던지 료마가 살아있었더라면 이후의 일본 역사가 좀더 평화적으로 전개되지 않았나,하는 후기를 써 놓았다. 이런 마음이 료마를 그리워하는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마음일까? 아니면 이후 러일전쟁을 거쳐 제국을 완성하는 그 시대에 대한 단순한 향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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