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본사 - 덴노.무사.상인의 삼중주, 일본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표제 그대로, 처음 읽는 일본사로 좋은 책이다. 보통 영화 보다가 혹은 책이나 뉴스 읽다가 어떤 나라의 어떤 부분이 궁금해서 그 나라 이름이 붙은 역사서 한 권을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숫자가 그 숫자인 것 같은 연대에 발음도 안 되는 지명과 인명 나열이 이어지다보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특히 선사시대 고대 읽다가 지겨워서 덮어버리기 쉽다. 정작 독자 자신이 관심 두고 있는 시대가 나오기도 전에 지쳐 버리게 된다. 그래서,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는 좀 거칠더라도 전체 역사 흐름을 이야기체로 크게크게 술술 서술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뭐, 기본 사관만 견실하다면야, 큰 오류나 역사 왜곡만 없다면야, 그리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입문용 역사서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입문용 책 한 권만 읽고 그 나라 역사서 평생 안 읽을 것도 아닌데.  

 

위 사항을 감안하고 보면, 이 책은 아주 괜찮은 입문서다. 과감하게 이야기체로, 때로는 상상의 대화 장면까지 만들어 넣어서 술술 읽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지배계급, 큰 정치적 사건 위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전체 일본사의 전개 흐름은 굵고 진하게 확실히 알려준다. 집필진은 일본사의 흐름을 네 번의 전환기로 설명한다. 호족의 지배를 극복하고 덴노 중심의 국가를 수립한 다이카 개신, 무사의 지배가 시작된 가마쿠라 바쿠후의 탄생, 가마쿠라 바쿠후 이후 지속된 중세에서 근대로 변화를 모색한 메이지 유신, 마지막으로는 패전 후 현대 일본의 출발점이 된 미군정 시기.  네 번의 전환기의 중심에는 덴노, 무사, 상인이 있었다. 이들이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일본인의 집단 심성에 남긴 영향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의 바탕이 다져진다. 한마디로<덴노, 무사, 상인의 삼중주, 일본>이라는 부제가 정확히 책 내용을 요약해 준다.  

 

기본 일본사 다 아시는 분들에겐 너무 쉽고 가볍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책이란 그 책이 설정한 예상 독자층의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볼 때, 이 책은 현재까지 나와있는 일본사 입문서 중 가장 괜찮은 편이다. 사진, 지도 등도 풍부하고 크고 시원시원하게 배치해두었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접근하는 부분도 배치해 두었다.  

 

일반 농민에 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은 아쉽다. 집필진도 이를 몰랐을리는 없다. 전체 흐름 위주로 정리하다보니 책 구성이 이렇게 되었으리라. '잇키'등 농민과 경제 부분에 대해서는 <아틀라스 일본사>를 읽어서 보강하면 좋을듯하다. 부락민이나 여성, 오키나와 등 약자 쪽 역사 서술도 부족한 편이다. 알아서 더 찾아 읽어야 한다.

 

***

 

사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읽었다. 2013년 초판 1쇄본인데 두 군데 오류가 보였다. 책을 다 읽고 반납하고 나니, 그 오류가 이후에 어떻게 수정되었을지가 무진장 궁금해졌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독자들이 오류나 오타 지적하면 바로 다음 쇄에 반영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최근 판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다 읽은 책을 사서 다시 읽고 이 리뷰를 남긴다.

 

이하, 1쇄와 현재 6쇄 오류 비교 부분.

 

1.

30쪽의 요시노가리 유적지 부분 : 수정되어 있었음

1쇄에서 생뚱맞게 규슈 사가 현의 '요코하마'에 위치해 있다, 라고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6쇄에는 '간자키 군'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2.

124쪽의 가이세키 요리 부분 : 여전히 틀린 한자 표기로 인쇄되어 있었음.

 

(다도회 순서 설명하는 앞 부분 생략) 다 함께 숯불을 한동안 감상하고 있으면 집사가 가이세키(會席) 요리를 내온다. 가이세키 요리란 허기를 달래 주는 간단한 요리로, 밥 한 주먹, 반찬 두가지, 국 한 그릇의 조촐한 상차림으로 구성된다. 이 명칭은 수행 중인 젊은 승려들이 긴긴 겨울밤 배고플 때면 따뜻하게 데운 돌을 품속에 넣어 허기를 잊으려 했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 본문 124~ 125쪽에서 인용

 

=> 가이세키 요리의 한자가 잘못 나왔다. '會席'가 아니고 '懷石'다. 가이세키 요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 본문에서 설명한 '돌을 품다'에서 유래한 소박한 가이세키 요리는 '懷石'요리이고, 혼젠 요리에서 유래한 가이세키 요리(보통 일본 온천 료칸에서 저녁에 먹는 풀코스 일식 디너요리 떠올리면 됨)는 會席 요리임.

 

크흑. 이제 나는 가이세키 오류 수정이 궁금해서 내 년 쯤 또 이 책을 사 읽게 되겠구나. 흑흑. 호기심이 많은 성격으로 살다보니 나는 늘 용돈이 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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