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과거의 영광 재현을 꿈꾸는가 - 키워드로 이해하는 세계 최정상 해군력, 해상자위대의 실체 KODEF 안보총서 85
류재학.배준형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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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위의 해군력을 가진 일본 군사력의 핵심, 해상자위대에 대한 책이다. 2015년 9월, 일본 안보법안이 통과되었다. 패전 후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일본은 '자위대'라는 이름의 군대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조직이 국방을 맡았다. 자위대 임무는 평화헌법 9조에 따라 일본이 공격을 받을 때에만 반격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오로지 방어만 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는 일본 방위정책의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위대는 적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갖게 되었다. 즉, 미국과 함께 전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 맞서 일본과 협력을 원하는 미국이야 이웃 아시아 국가나 한국의 불안한 입장은 신경쓰지 않는다. 덕분에 아베 정권은 방위비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4년째 증액되던 일본 방위비 예산은 2016년 사상 최고치이다. 일본의 군사력 순위는 지난해 9위에서 올해 7위로 상승했다. 이런 시점에서, 나는 동북아 국제 정세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는 것은 아니고, 메이지 시대 일본의 근대화 서구화 정책과 음식문화 관계를 파다보니, 종착역이 이 책이었다. 육식 해금령과 부국강병 탈아입구 화혼양재(일본 자기네 말로) 따라가다 보니 일본군 급식 관련 역사에 이르고, 커리 라이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일본 해군 급식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해상자위대의 역사까지 파다 보니 이 책에 이른 것이다. 

 

책은 전체 5 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책은 일본의 해양사상과 전략을 설명한다. 해양 영토까지 포함하면 일본은 세계 6위의 대국이다. 해양교통로인 1,000해리 바닷길을 지키는 것은 일본의 국가 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책은 과거에는 러시아와의, 현재 중국과의 바다 지배를 놓고 일본은 갈등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2장에서 책은 해상자위대의 전신인 과거 일본 해군의 흥망사를 다룬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이나 전쟁 영화도 같이 인용해서 읽기 지루하지 않다. 메이지 시기부터 태평양전쟁 패전까지 주요 키워드로 일본 근대해군사를 설명한다. 진주만 공습과 미드웨이 해전, 야마토 전함, 가미카제 등등 관련 역사 서술이 이어진다. 망한 제국 해군에서 해상자위대로의 부활의 배경이 된 Y위원회 관련 이야기가 흥미롭다. '해상자위대의 실체'라는 제목을 단 3장에서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해상자위대의 조직,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 소해함 등등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도표와 함께 이어진다. 일본 해역 5개 지방대며 해상 보완청, 함정 조직과 편성, 계급장에 관련한 내용도 있다. 이쪽은 내가 워낙 배경 지식이 없어서 뭐라 쓸 말이 없다. 다 읽었지만 그 배가 그 배 같다. 계급장이 별이 아니라 사쿠라란 것만 기억난다.  이어 4장에서는 '해상자위대 문화'를 다룬다. 침략의 상징 욱일기가 자위함기로 쓰이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 함정에는 위인 이름을 붙이지 않고 '이즈모함'하는 식으로 지명을 붙인다는 것. 해상자위대의 가장 큰 이벤트인 관함식 소개에 이어, 드디어 내가 이 책을 읽은 목적인 해군 카레의 역사 배경이 나온다. 고기와 야채를 쉽고 빠르고 맛있게 먹일 수 있는 방식은 스튜. 게다가 따뜻한 스튜는 선박 식량인 비스켓 등 딱딱하고 차가운 빵을 찍어 먹기 좋다. 영국 해군은 식민지 인도의 향신료를 넣은 카레 스튜를 보급하고, 메이지 시기 영국을 본따 근대 해군을 만든 일본은 카레 스튜도 들여와서 독특한 해군 카레 라이스를 완성한다. 아래, 그 과정을 인용한다.

 

그러던 중 의외의 일을 계기로 카레라이스가 일본 해군의 메뉴에 오르게 되었다. 1900년대 일본 해군 병사들은 각기병으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일본 군대의 병사 계층의 메뉴는 장교의 메뉴와는 달리 밥, 간장, 단무지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에야 각기병이 비타민 B1의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당시 초보적인 의학 기술로는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없었다. 이 때 영국에서 유학하여 최초의 일본 해군 군의관이 된  다카키 가네히로는 영국의 식단을 참고하여 각기병을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식단을 적용하던 중 영국 해군의 비프스튜에 주목한다. 영국 해군은 비프스튜에 오래된 재료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카레가루를 넣고 끟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를 맛본 일본 해군은 반감이 강했다, 그래서 양식처럼 고기를 일부 섞되 밥을 넣어 먹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해군 내에 만연한 각기병 해결책의 일환으로 카레라이스가 탄생하게 되었고, <해군 조리법>이라는 책자까지  발간되어 본격적으로 카레라이스가 일본 해군의 메뉴로 도입되었다. 맛과 건강 면에서 카레라이스는 인기를 끌었고, 이후 각기병 환자까지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토요일에는 카레를 먹는 풍습까지 생겼다. 이는 장기간 바다에서 항해하는 해군 승조원들이 요일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당시 해군은 토요일 점심 후에 외출을 나가는데 조리원들의 식사 준비와 뒤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정의 부함장이 제안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 본문 219 ~ 220쪽에서 인용

 

 

 

 

흠, 외국 일반인인 내가 해군 카레를 맛보려면 사세보 요코즈카 등 해상자위대의 5개 지방대가 있는 항구도시 식당에 가야 하는구나. 마지막 5장에서는 중일 갈등의 현장인 센카쿠 열도와 러일 갈등의 현장인 쿠릴 열도에 대한 서술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이런 종류의 책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아니라, 저자 입장에서 어렵다라는 것이다. 즉, 이런 책은 저자가 쓰느라 고생한 만큼 성공을 거두거나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전문성과 대중성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면 다른 하나를 망치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를 유지해 대중적 개론서로 서술한다고 해도, 각각 독자들의 배경 지식에 따라 혹평받기가 쉽다. 군사 쪽은 모르고 역사 쪽으로는 조금 읽은 역덕인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본사에 대한 부분은 너무 상식적 내용만 나와서 시시했다. 반면, 밀덕(밀리터리 덕후)인 독자가 읽는다면 온갖 함정과 잠수함 등등을 소개한 부분이 너무 간략해서 시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군사 장비 나오는 그 부분이 가장 지루하고 어려웠다.

 

다방면으로 공부하여 이 책을 쓰느라 저자 두 분은 정말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 자체의 수준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을 리뷰에 남기게 되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다. 저자분들의 잘못은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이 갖는 기본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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