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건강이 평생 간다
노영호 외 지음 / 이상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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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건강이 평생간다
 
 
 
한의학 박사의 건강서로는 이례적으로 '해요'체의 친근한 문체로 쓰인 <8살 건강이 평생간다>. 한권을 다 읽고나니 마치 저자 노영호 원장의 진료실에서 친절한 1:1 강의를 받고 나온 듯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라는 그는 통상 의사들의 권위나 현학성을 내려놓고,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한의학의 대중화와 한의학에 대한 편견 바로잡기에 애써왔다는 그답다.
<8살 건강이 평생간다>에서는 현대 서구생의학의 치료방식을 공격적이며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도외시한 질병 중심의 접근이라고 규정한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더뎌 보일지라도,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존중하고 이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을 쓴다고 한다. 물론 한의사인 노영호 박사가 옹호하는 치료법은 후자이다. <8살 건강이 평생간다>는 8세 이전에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할 자연치유력을 키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일종의 '어린이건강백과사전'으로 집필하였다. 
노영호 박사는 다음의 목차가 보여주듯 이 책에서  감기나 비염, 기침 같은 질환부터 아토피성 피부염, 복통과 설사 등 소화기질환, 소변과 수면 관련 문제들, 허약체질, 비만과 성장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내용들을 다룬다.
1장. 약과 병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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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건강을 지키는 3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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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감기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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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비염은 완치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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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기침과 천식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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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피부는 우리 몸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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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잘 먹고 잘 싸는 법 : 소화기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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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잘 자는 아이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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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소변, 하찮게 여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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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허약한 아이 건강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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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아이의 비만은 부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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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키가 잘 크는 아이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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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몸이 사는 방식을 알면 자연치유력이 보인다
  '감기 걸린 아이가 소아과에 가면 7일,안 가면 일주일 앓고 낫는다'라는 우스갯 소리를 본문에 인용하며 <8살 건강이 평생간다>에서는 소염제 항생제 해열제가 우리 몸을 위해 대신 싸우는 생의학의 전법대신, 자연치유력으로 질병의 자연사를 유도하는 한의학의 전법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자연치유력이란 어떻게 구성되는가? 면역력, 항상성, 체력이 그 삼각 기둥이다. 여기서 면역력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힘'이 아니라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말한다. 항상성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몸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힘이 되준다. 이 세 힘의 집합이야말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자연치유력이다.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인 독자로서 <8살 건강이 평생간다>가 가장 고마웠던 점은, 왜 아이때 자연치유력이 평생 건강과 연결되는지를 이해시켜주고, 자연치유력을 높이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도와줄 방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는 점이었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고,언제 자연치유력에 보다 기댈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요긴한 정보들도 많다.예를 들어, 감기가 오면 자연치유력에 기대더라도, 코감기나 비염이 왔을 때는 축농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제깍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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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건강이 평생간다>는 보약이나 한약, 홍삼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효능과 적절한 복용법, 한의원과 한약에 대해 평소 품고있던 궁금증도 해결해준다. 비싸도 홍삼제품은 항시 구비하고 먹이던 홍삼 맹신소비자로서, 홍삼을 먹으면 안되는 아이가 있다는 설명을 유심히 읽었다. 복통과 식체의 구급 대처법도 유용했다. 엄마손은 약손의 과학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복부 마사지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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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이들을 믿어주면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한다. 우리몸의 자연치유력도 믿어주자. 감기, 복통, 설사 등 흔히 겪는 증상들이 오면 무조건 병원에 가지말고 효과가 느리더라도 자연치유력을 믿어보자. 빠른 치유=건강이 아니다. 특히,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은 서서히 형성되가는 만 7~8세에는 부모가 제대로 알고 아이의 자연치유력을 키우는 관리를 해준다면, 아이에게 비싼 보험보다도 더 든든한 평생 건강을 선물하는 셈이다. 이것이 <8살 건강이 평생간다>의 핵심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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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바구니 - 안전하게 식품을 고르는 노하우
남기선 외 지음 / 미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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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바구니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한니발>의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범 한니발의 대사 중 귀에 울리는 말이 있다. “난 내 배속으로 들어가는 것에는 까다롭습니다.” 건강에 신경을 쓴다는 이들의 대다수가 그러할 것이다. 몸에 나쁜 것 내 뱃 속에 안 넣고, 몸에 좋다는 음식만 먹고 싶다! 그래서 병 없이 건강히 살고 싶다!
! ! !
어렵다!
몸에 안 좋다는 식품 첨가물은 왜 이리 길고도 복잡한 이름들인지! 전문가의 강좌도 듣고, 관련 서적 여러권 읽었어도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에 대한 충격파만 남을 뿐, 정작 그 이름들은 지우개로 지운듯 지워지기 일쑤. 이런 이들을 위해 여기 다행히 똑똑한 책이 나왔다. 제목조차 똑 소리나는 <똑똑한 장바구니>.
 
장바구니에 넣고 쇼핑가도 부담없을 정도로 아담 사이즈의 <똑똑한 장바구니>()풀무원홀딩스 식품연구원의 여익현 원장과 식생활연구실의 남기선, 안윤, 장성희, 이은영 박사가 함께 만들었다. 공저자가 식품영양학 및 식품생물공학 박사들(이은영은 박사수료)인만큼 전문지식을 알차게 전하고 있다. , 이들 모두 가공식품을 판매하는(물론 친환경 'ORGA'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풀무원에 소속된 연구원인만큼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적극 알리고, 첨가물 섭취를 적극 만류한다기 보다는 차갑게 정보를 서술하는 성향이 강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책이 강경한 어조로 식품첨가물을 몰아내자는 구호를 담고 있다면 보다 차분한 교과서같다는 느낌일까? 그래서 일장일단은 있다. <똑똑한 장바구니>는 작은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메뉴얼처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토마토 케첩'을 처덕처덕 핫도그에 뿌려 말아?하며 망설일 때 '짜잔'하고 페이지 157쪽을 펴서 토마토 케첩에 대해 찾아보는 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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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바구니>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1부에서는 식품첨가물이나 다양한 인증마크,식품 표시 등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로하스, 로하스, 식품포장지에서 참 많이도 보던 그 단어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줄임말인지도 덕분에 처음 알았다. 식품첨가물의 칵테일 효과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새로 다졌다. 건강식품이라고 많이들 섭취하는 가공훈제오리에서 흔히 보던 첨가물 소르빈사칼륨(방부제)와 아질산나트륨(발색제)가 만난 것에 열을 가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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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식품 표시 바로 읽기에서는 제목처럼 가공식품에 표기된 암호같은 식품첨가물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식품영양학 교과서를 일반대중이 소화할 수 있도록 쉽고 깔끔하게 편집한 느낌이랄까? 일본 잡지풍의 편집과 앙증맞은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한 눈에 정보가 들어온다. 2부는 다시 자연 식품’ ‘상온식품’ ‘냉장식품’ ‘냉동식품으로 항목별 세분화되어 구성된다.

 
기승전결이 있는 구조가 아닌, 사전식 정보나열서이므로 <똑똑한 장바구니>를 한번 통독한 후에, 필요한 부분을 그 때 그 때 찾아 읽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짬뽕 라면의 식품 표시가 궁금하면 68쪽을 펴보자.. 변성전분이니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이니 호박산이나트륨 등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단, 정보 전달이 주 목적이므로 저자들은 이 첨가물들이 유해한지에 대한 의견개진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식품을 섭취할지의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아는 만큼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당신의 뱃 속에 유해물질을 덜 집어 넣을 수 있다. <똑똑한 장바구니> 덕택에 똑똑한 선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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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무서운 질병 냉증 탈출 65
후쿠타 치아키 지음, 황미숙 옮김 / 아롬미디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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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증 탈출 65
 
 
 
 
산후풍, 흔히 산후조리를 적절히 못했을 때 생기며 "뼈 속에 바람이 든 듯 냉기가 도는"증상을 한 특징으로 한다. 냉증은 병명이라기 보다는 증세이다. 특별히 체온을 1도 올리는 체온 건강법 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한 대다수의 일반인 역시 냉증을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넘겨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쿠다 치아키 박사는 말하다. 냉증이야말로 알고보면 무서운 병이라 꼭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자신의 냉증은 어떻게 자각할 수 있는가? 후쿠다 치아키 박사는 냉증 자가검진의 손쉬운 방법으로 목덜미를 만져보라고 한다. 자신의 목덜미를 만졌을 때 손바닥이 따듯하게 느껴진다면 몸이 차가운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배나 허리에 손을 대었을 때 피부가 서늘하게 느껴진다면 이미 중증일지도 모른다.
 
 
 
 
후쿠다 치아키 박사에 따르면 냉증으로 인한 몸의 이상 증상은 크게 부종, 피부 트러블, 빈혈, 알러지 등 네 가지로 나뉜다. 특히 부종을 그대로 방치하면 셀룰라이트가 된다고 하니 매끈한 명품 몸매를 희구하는 이들이면 주의할 부분이다. 
 
<알고보면 무서운 질병 냉증 탈출 65>는 제목 그대로 냉증 탈출의 구체적 실천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지, 냉병이 왜 건강에 치명적인 복병인지에 대한 설명에는 그다지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일본인 저자들이 특히 많이 쓴 '체온 건강법'관련 서적에서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후쿠다 치아키 박사는 생활습관, 패션, 스트레칭, 식생활의 4개 분야에 걸쳐서 꼼꼼하게 냉증 탈출의 전략을 소개한다. 일본 건강서 특유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깔끔한 편집도 박사 주장의 전달력을 높여주는 데 한 몫한다.
 

 
 

게다가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독자의 가슴을 뜨끔뜨끔 하게 할 질문들을 던져서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생활 습관 등을 점검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는 차가운 커피 하루에도 몇 잔 들이키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 직접 쐬이고, 잘 때 이불을 덮고 자지 않는 이가 있다면 <알고보면 무서운 질병 냉증 탈출 65>의 책장을 넘기다가 여러번 가슴 뜨끔해질 것이다. '커피 하루 세 잔 이상'의 대목에서 심히 가슴 뜨끔거렸음을 고백한다. 커피보다는 생강과 계피가 듬뿍 들어간 수정과로 몸을 따뜻하게 할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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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무서운 질병 냉증 탈출 65>에서는 의학박사인 저자의 지식과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냉증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갖춰야 할 이유와 구체적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여름 철에는 거즈 소재의 이불이라도 덮어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안락하게 자라고 충고한다. 식후 달콤한 디저트를 자제하라면서, 설탕이 몸을 차갑게 하는 의학적 메카니즘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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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증을 막아주는 스트레칭은 공들여 천천히 동작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신체 부위별 스트레칭을 일일이 외우고 따라하기 어렵거든, 아침에 깨자마자 손발 흔들기의 동작만이라도 해보자. 말단 부위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져서 온몸에 활력이 돈다. 겨울철에 손난로는 꼭 필요한 곳 (허리가 1순위, 등, 배, 목덜미 등이 2순위)에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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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냉증을 예방하는 건강습관을 키우는  A씨처럼, 몸을 항상 따뜻하게 하고, 몸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 위주로 잘 챙겨 먹고, 몸 움직이기에도 부지런해진다면 '행복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냉증과 스트레스'라는 '불행의 고리' 대신에 '따뜻한 몸과 행복이라는 순환고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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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즐거움
임희택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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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망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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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냉장고에 두고 한 나절을 찾았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통화하면서 온 방을 찾아 다녔네.'하며 "저주받을 기억력 감퇴, 건망증"을 한탄하는 이들을 보았다. 자식 SKY로 올려보내고자 기억력 증강법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는 부모도 보았다. 실제로 최근 망각 유전자를 억제하여 기억력을 증강시키는 시도가 행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망각의 즐거움>의 저자 임희택은 말한다. "잊어라. 망각으로 자유의 즐거움을 사라." 그의 통찰을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망각이야 말로 인류의 오랜 생존기제의 하나이기에 망각을 억제하지 말고 오히려 행복한 생존으로 가는 통로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망각의 즐거움>은 서울 사이버대학교 심리학과에 편입후 망각을 연구해온 저자 임희택의 책장을 엿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심리학 용어, 실험 및 이론이 등장한다. 브레이트, 보르헤스, 러셀, 카뮈, 세익스피어 등 임희택의 독서편력을 짐작케 할 문학작품에서의 인용도 눈에 뜨인다. 어떤 의미에서 <망각의 즐거움>은 대중에게 공개하는 저자의 고백서같다. 정작 저자 자신은 이 책의 주관성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학자와 유명 저서의 권위를 빌렸다고는 하지만 말이다임희택은 기억하기에 집착하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고통받았고 벗어나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고 반 아이들 앞에서 면박을 당했던 그는 가난을 증오하고 부끄러워하던 그 기억을 35년이 지나서도 생생히 기억한다.  임희택은, “과거의 나는 무엇을 기억하는 능력에만 매달렸지 무엇을 잊으려고 애쓴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내게 있어 잊어버린다는 것은 능력의 부재와 같은 뜻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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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기억에 집착했던 그가 이제는 망각의 즐거움, 생존에서의 그 필수불가결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저주받을 기억력을 가진 인물들의 비극적 종말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며 '기억력과 행복이 비례'한다는 대중적 신화에 일침을 놓는다. 인류 최고의 기억술사로 불리는 솔로몬 셰르셉스키는 말년에 자신이 5분 전에 들은 이야기와 5년 전에 들은 이야기를 구분 못하는 지경의 혼돈에 빠져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등장하는 기억의 천재 푸네스 역시 나의 기억력은 쓰레기 하치장이라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스물한 살도 채 못되어 생을 마감한다.

 

망각은 심리학적으로 건조하게 정의하자면 “연습을 하지 않은 기간에 뒤따라 나타나는 학습된 행동의 퇴화(p.26)”이다. 임희택은 망각을 거부하고 억제하려는 욕망을 소유의식과 집착의 연장으로 본다. 대신 망각의 절대적 순기능을 강조한다. 망각이야말로 인류에게 보호막을 제공하며,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택하면서 진화해온 긍정적 능력이라는 것이다. , 기억이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뇌의 방어기제의 대표적인 씨줄이라면 망각은 정신 보호기능의 날줄이다. 이 씨줄과 날줄을 조율을 잘해야 현대인을 괴롭히는 불면증, 공황장애, 스트레스 등 현대사회의 심리적 고통에서 보다 멀어질 수 있다. 정신건강의 발목을 잡는 기억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잊으라고? 아니다. <망각의 즐거움>은 망각의 필요성과 원리, 그 실천법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려 애쓴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망각을 원리와 필요성에 대해 인문학, 과학으로 접근함으로써 설득시킨다. 잊어버리는 것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에너지를 현재에 집중시킬 수 있는 망각의 기능을 강조한다. 기억에 대한 집착으로 마음에 담아둘 수록, 쌓아둔 생각들도 부패하며 독소를 만들어 몸과 마음에 병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집착적 기억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저자는 몰입을 답으로 제시한다. 몰입이야말로 망각과 기억 사이의 중용이라며.

 



 

 

저주받을 건망증과 기억력 감퇴를 한탄하는 이나, 완벽주의 성향으로 기억 창고를 꽉꽉 채워두려 하는 이들, 그래서 늘 가슴이 뻐직근하게 무겁고 숨쉬기 답답한 이들에게 <망각의 즐거움>을 권한다. 이왕이면 몰입해서 읽어서, ‘망각과 기억 사이의 중용을 경험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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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여성을 말하다
미셸 페로 외 지음, 강금희 옮김 / 이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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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 

 

 

 

 

 

 

 

언제부터인가 식을줄 모르고 하나의 문화적 키워드로 잘 팔리는 '인문학’ 열풍 영향인가. 원제 "La Plus Belle Histoire des Femmes (여성의 아름다운 역사)>를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무려 380여 페이지에 이르는 대담집 형식의 이 학술서의 공저자 4명 엄밀한 의미에서 인문학자로 뭉뚱그려 범주짓기는 어려울 듯 하다. 먼저, 니콜 바사랑은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는 구조주의 인류학의 창시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수제자로서 물론 인류학자이다 (통섭의 시대에 이런 구획은 낡아보이겠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인류학은 인문학이라기보다 사회과학 분과에 속한다고 본다). 한 때 자크 데리다의 동반자였던 실비안 아가생스키(정작 그녀 자신은 이런 소개를 달가워하지 않을 듯 하지만)는 철학자이자 작가,  미셸 페로는 미셸 푸코와 함께 연구를 했던 역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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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여성을 말하다>를 독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이 4명의 학자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니콜 바사랑,프랑수아즈 에리티에(1933년생),실비안 아가생스키(1945년생),미셸 페로(1928년) 모두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투쟁으로서의 여성의 역사를 일깨우고 또 쓰고자 한다. 정치학, 인류학, 역사학, 등 세부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 철학에 탄탄한 지적 초석을 두고 있다. 게다가 이 4명 모두 여성, 그것도 대중적 시선으로 말하자면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분모는 철학에 문외한이고, 더군다나 (억압받고 평가절하되어온) 여성의 역사에 미처 눈 뜨지 못한 독자에게 대단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공적 영역(public sphere) VS 사적 영역(domestic sphere), 여성의 재생산력( reproduction)과 자연에 묶인 여성의 종속적 지위의 보편성, 여성의 가사노동에 얽힌 논쟁 등은 이들이 1920~40년생이라는 사실도 다시금 환기시켜준다.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에서는 "여성이 정말 제 2의 성으로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어 왔는가?"란 질문의 예스, 노(yes/no)를 구하지 않는다.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보편적인 사실로 전제하고 있기에....이들의 관심은 그 종속적 지위가 어떤 문화적 기제로 생산, 강화, 그리고 당연시 유포되어 왔는가, 나아가 어떻게 여성의 지위를 복원하여 '혼성' 사회를 이룩할지에 있다.

이들의 주장은 '프랑스식 추상적 보편주의 환상(p111)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그들은 잘라 말한다. 남성 중심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양성의 중요성을 거부하고 남성의 문화적 우위성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추상적 보편주의를 파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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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학자들은 성불평들의 기원을 원시사회에서부터 더듬어보기도 하고(레비 스트로스의 수제자 답게, 프랑스와즈 에리티에는 신화에서 답을 찾아보려한다), 서양 고대철학 전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유교 문화권에서의 남존여비 사상에 더 친숙한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치않은  틀이기는 하지만, 새로쓰는 여성 역사라는 보편적 과제에 대해 사명감은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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