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잡학사전 - 일상의 사물에 숨은 과학지식
와쿠이 요시유키 외 지음, 송은애 옮김 / 어젠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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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학사전
 
 
 
 
  왜 테크놀로지에 어두운 시골 노인을 희화화하는 우스개 소리 있지 않은가? 엘레베이터를 도통 본적이 없던 할아버지가 엘레베이터에 올랐탄던 사람이 젊어져서 나온줄 알고, 할머니에게 마법 상자에 타보라고 했다는.....우스개 소리지만, 요즘 같아서는 웃어넘기지 못하겠다. 워낙 첨단 기기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쏟아져나오고 일반에게 보급되니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쉽게 테크맹으로 전락하니 말이다. 스마트폰은 쥐고 있지만 검정색 유선전화기마냥 전화통화의 용도로만 주로 사용하는지라, 엘레베이터를 마법 상자라 생각한 할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고마웠다. 일상의 사물에 숨은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풀어 설명해준 <과학 잡학 사전>이....
 
이 과학정보책은 놀랍게도 과학전공자가 아닌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인 와쿠이 요시유키와 마찬가지로 고교 교사였다가 현재는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인 와쿠이 사다미가 공동 집필했다. 이 저자들은 "21세기의 에너지, 환경, 정보 문제 등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반드시 과학이 창조해낸 물건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p.5)"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과학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이 책은 가전제품에서 첨단기기,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건에서 평소 "왜"라는 의문을 품게 했던 물건들을 상세한 그림과 눈높이를 낮춘 설명으로 쉽게 전달해준다. 총 5챕터 구성으로, 5챕터는 각각 '거리에서' '집 밖에서' '손 가까이에서' '생활에서' '하이테크 시대에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하이패스, GPS, 자동 개찰 시스템, 체지방계,항균 상품 등 평소 이용하는 서비스나 물품에 대해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으니 적어도 디지털 시대 테크놀로지를 멍청하게 소비하는 바보로 전락한 느낌에서 벗어난다.
무엇보다도, 엘레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기뻤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두 기구는 이용할 때마다 항상 그 내부 구조와 작동원리가 궁금했는데, 그림을 곁들인 설명덕분에 궁금증이 풀렸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 가정 가사 시간에 배웠던 마이크로파의 응용기기, 전자레인지 사진과 설명으로 다시 확인하니 새로운 정보로 입력된다. 일본인 공저자들의 관심 레이다에 걸린 제품들을 소개한 만큼, 일본 특유의 문화적 환경적 특징이 드러나는 선별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내진, 제진, 면진의 구조나 시칸센의 형태, 구멍 다른 콘센트, 일회용 소난로 등이 그러하다.
 
 


 
<잡학사전>은 꼭 과학을 전공한 이가 아니더라고, 체계적인 지식을 필요해서가 아니라 과학 잡학 상식을 늘려서 보다 똑똑하게 스마트 물품들을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에게도 유용할 책이다. 특히 제 5장 '하이테크 시대에서' 소개된 3D TV니플라즈마 클러스터 이오, 터치 스크린 등은 알고 나면 그 편리성 이면의 복잡한 과학 기술과 과학자들의 노력을 새삼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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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구성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과학적 연구 결과로 풀어낸 셜록 홈스식 문제해결 사고법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박인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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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구성
master mind
 
 
 

 

 

 

 

 

마리아 코니코바 (maria konnikova),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대단한 엄친딸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부모들을 설레게 할 그 이름, 하버드 대학 출신 그것도 차석 졸업생이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다. 남들은 전공 하나만 십수년 파들어도, 별반 건져내지도 의미로운 저술활동을 하지도 못하는데 창작, 행정, 정치학, 심리학, 다양한 분과학문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흡수하고 글을 생산해내는 스폰지형 지적 욕구를 보여준다. 

 

될성한 나무였던 엄친딸 마리나 코니코바는 떡잎부터가 달랐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가 읽어주셨던 셜록 홈즈 이야기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더니만, 홈즈식 사고법을 핵심어로 한 <생각의 재구성>이란 작품을 내놓다니 말이다.

 

대단한 마리아 코니코바.  하버드대학교 최고 논문상hoopes prize 수상 경력에 빛나는 탄탄한 문체에, 여러 분야에 걸친 학술적 재료들을 일반 독자들에게도 쉽게 전달해내는 솜씨가 찬탄을 자아낸다. 대단한 마리아 코니코바는 필경  홈즈식 사고법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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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식 사고 전략? 명탐정 셜록 홈즈는 알겠는데 홈즈식 사고법은 금시초문이라고? 저자는 정신이 작동하는 두 가지 방식에 기존에 붙여진 이름인, 차가운 사색적 시스템(reflective system)과 뜨거운 반사적 시스템(reflexive system)을  마리아 코니코바 식으로 새롭게 명명한다. 전자는 홈즈 시스템, 후자가 왓슨 시스템이다. 왓슨 시스템을 "게으른 사고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순진해 빠진 자아이자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자아(p.30)," 한 마디로 게으른 사고 습관이라 한다면 홈즈 시스템은 의식적 사고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놀랄만큼 담담한 어조로 놀랄만큼 자기 계발에 무성의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콕 집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정신에 관한 한 놀라울 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자신의 사고과정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이해하고 숙고하는 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나아질 수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p.8)"........다행히 우리는 어린시절 생존을 위해 서라도 "동기와 관심(이 두개의 키워드를 기억해두시라)"을 가지고 세상을 대했다. 불행히도 나이가 들수록 싫증 지수가 높아져서 왓슨 시스템의 두리뭉실 편함에 자신을 내맡겨가지만.

마리아 코니코바는 그래도 왓슨 시스템에 중독된 이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을 던져준다. 자기의식과 노력이 있다면 왓슨 시스템에서 빠져나와 홈스 시스템으로 사고하고 살 수 있다며. 이 때 첫 단계는 "무엇이든 믿는 자연 그대로의 정신 상태가 아닌, 건강한 범위 내에서 주변을 의심하는 정신 상태(p.33)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와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낸 이 지적인 저자는 뜬구름 잡듯 '셜록 홈즈처럼 사고하자"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아(academia)에 오래 있었던 학구파답게 현대 신경생리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왓슨 시스템으로 굳어버린 사고방식을  유연하고도 기민한 홈즈 시스템으로 옮겨가기"의 구체적 방안을.

'직관은 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p.89)'라는 허버트 시몬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끊임없는 훈련을 강조한다. 심지어는 홈즈 조차도 태어나면서부터 홈즈처럼 사고했던 것이 아니며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신비롭게도 인간의 뇌는 유연하고도 변화가능하다고 한다. 홈즈식으로 사고하며 머리속 다락방 사용법을 바꾼다면 그 방향으로 뇌의 활동도 흘러간다고 하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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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비밀 - 독일 최고의 비밀 정보요원이 알려주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결정적 비법
레오 마르틴 지음, 김희상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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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비밀
 
 
 
1976년생, 아직 마흔 못미친 나이에 피부미남, 세련되고 지적인 외모, 경찰 교육을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데다 독일 정보부 국내 치안부 요원으로 10년이나 활약했으니 두뇌 역시 비범할테고, 아무튼 매력적이다. <관계의 비밀>의 저자 레오 마르틴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 10여년을 '음지'에서 보내고 나니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며 햇살을 누리는 기쁨이 상당한가보다. <관계의 비밀 (원제: Ich Krieg Dich! 넌 내편이야!)>이라는 민감한 주제의 책도 자신있게 펴냈다.
 
이 책은 '정보요원 양성 심리학 교과서'의 본문을 인용해 가며, 소위 끄나풀을 조직에 심는 전략 및 정보부 요원의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해준다. '이런 책 잡음 없이 출간할 수 있었으려나?'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정보도 실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끄나풀, 독일에서는 '파우만(정보 협력자, 내부 거래자)'에게 사례금을 줄 때, 가명일지라도 비용지불에 대한 서명을 한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았을 정도.
 
레오 마르틴은 versatile 이라는 영어단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다재 다능하다. 우선 그는 비밀정보요원으로서 최상의 자질을 갖추었다. 얼마나 마피아 조직에서 정보원 확보를 잘 했던지 동료들이 '영혼 사냥꾼," "하드 코어 소프트 킬러"라고 까지 불렀다고 한다. 성공의 비결? 그는 심리학 박사도 프로파일러도 아니지만 인간의 본성을 냄새 맡고 그 정보를 분석할 줄 안다. 게다가 정보원과 직업상의 동료 뿐 아니라 사람 일반을 대할 때 프로다운 전략을 알고 행한다.
둘째, 레오 마르틴의 글 쓰기 재주도 탁월하다. 340여페이지에 이르는 두터운 책이지만 한 달음에 읽히는 것은 <관계의 비밀>의 독특한 구성 덕도 크다. 정보요원 지침서를 인용해가면서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며서, 소챕터마다  첩보소설같이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파우먼(V-Mann)을 침투하려는 조직에 심고 활용하는 이야기를 티코프라는 인물을 사례로 한 긴장감 넘치는 실화로 소개한다. 중간 중간 요원 포켓북이라는 쉬어가는 요약 페이지도 담아주었다.
 
<관계의 비밀>을 읽고나면, 흥미로운 첩보 소설 한권을 읽은 듯한 쾌감에 더해,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득력'과 '신뢰'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활용할지를 배울 수 있어 뿌듯하다. '난 정보부에서 일하지도 않고, 사람과의 만남을 전략적으로 계산하고 접근하는 류가 아니야'하면서 만남 뒤의 작동하는 고도의 전략과 연출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도 <관계의 비밀>을 권하고 싶다. 레오 마르틴이 말하지 않았는가?'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소통이란 없다 (p.21)'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말이나 행동의 기저에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의도가 있으니. 레오 마르틴이 열어준 요원 포켓북의 기술을 제대로 배워서 부정적 조작 (manipulation)이 아닌 긍정적 조작의 방향으로 기술을 써보자.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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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처음 읽는 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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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현대 프랑스 철학
 
 
 
 
 중학교 사회 기말고사를 위해 이름만 외웠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만에 읽으니 부끄러웠다. 마치 읽어본 적 있다는 양, 다윈의 <종의 기원>을 종종 언급하다가 막상 친구로부터 두꺼운 원서를 선물받고는 책장 장식용으로 고이 모셔두기만 했음을 고백한다. '나 이래뵈도 샤르트르의 <말>과 <구토>는 고등학교 때 읽었거든?,' '메를로 퐁티, 무용 평론에서 자주 들어보던 이름인데?''한국에서 대학나온 사람치고 설마 롤랑 바르트랑 미셸 푸코 책 하나 안 읽어보았으리라고?' 하였건만, 정작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에 대해 이름 이상의 것을 설명하라하면 머릿 속은 백지. 그래서 두꺼운 책에 도전장을 내었다.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에.......살구핑크빛 표지에 '처음 읽는'이라는 겸손한 문구도 마음에 들었다.
 
 철학 문외한에게도 친절하리라는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고,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은 친절한  서술방식을 택했다. 철학서로는 이례적으로 '해요'체 '합쇼'체로 쓰인데다 필자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지적 편력을 혹은 취향을 드러낸다. 자크 라캉을 소개한 김서영은 "너희 엄마도 모른단다"라는 자캉의 말을 24세에 처음 만났단다. 이후 라캉 전문가인 숀 호머(Sean Homer) 교수에게 지도 받으며 라캉 개론서를 두권이나 번역한다. 철학 아카데미의 대표인 김진영은 롤랑 바르트를 그의 "육체적인 삶과 지적이며 공적인 삶을 상호 관련해서 개괄하는 방식"으로 적고 있다.
 
사실 이 고마운 프로젝트는 '철학 아카데미(http://www. acaphilp.or.kr)'의 2012년 가을 학기 기획강좌에서 시작되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비제도권 평생교육기관'을 모토로 삼는 이 학교의 좁은 물리적 공간 탓에 프랑스 현대 철학 수강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에 강의를 글로 재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 시간과 노력을 잡아 먹는 성가신 작업을 총 12명의 저자들은 기꺼이 나누어 맡아주었다. 이렇게해서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가 일반 대중과 만나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철학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조광제는 말한다. "우리 나름의 철학 사상을 꾸릴 작업이 무르익지 못했고.......중략......다른 이들이 형성한 철학 사상의 진의를 정확하게 해독 (p. 9)"하는 것이 순서라고. 철학 사상에서의 배타적 민족공동체나 국가 공동체의 독선을 따르지 않되, 한국 사회가 지닌 특수성에 프랑스 현대 철학에서 해독한 진의를 적용해보자는 취지에 철학 까막눈 독자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샤르트르부터 바디우까지, 우리 눈으로 그린 철학 지도"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처음 읽는 프랑스 철학>는 장 폴 사르트르, 모리스 메를로-퐁티, 엠마뉘 엘레비나스, 모리스 블랑쇼, 롤랑 바르트,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알랭 바디우를 소개한다. 어짜피 철학 지도 독도법(讀圖法)에 까막눈이지라 아무 철학자를 탐사시초로 삼은들 어떠하리란 생각으로, 이름이 친숙한 철학자 순서로 읽어내려갔다.  
 
 
먼저 <사랑의 단상>으로 왠지 친숙한 이름부터.....롤랑 바르트의 사적인 삶, 공적인 삶, 그리고 지적인 삶의 상호관계를 꿰뚫어 보는 김진영이 아니었던들, 바르트가 왜 '경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그 경계를 넘나드는 부드러운 사유(p.157)'의 철학자이며, 그의 카멜레온적 변신력과 기민한 지적 이동성이 실패자의 콤플렉스와 관련되는지의 이해를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세에 발병했던 폐결핵으로 프랑스 지성계의 중심에 진입할 수 없이 주변을 머물러야 했던 바르트, 어머니 사망 이후에는 '죽음''연민''애도'의 테마를 중심으로 사유했다니, 앞으로 롤랑 바르트를 읽게 되면, 행간에서 그의 이런 사적인 삶이 중첩될 듯 하다.
 
 
 한국근대현대문화사상 연구소의 허경 대표는 푸코를 전공한다하면 '그게 누구냐?' 묻던 1980년대와, '아직도 푸코를 공부하냐?'라는 반농담을 들었던 1990년대 중반의 한국지적풍토의 변화를 꼬집으면서, 푸코의 영향력은 유행처럼 그리 쉽게 사그라들 수도, 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web of science'의 통계결과까지 제시하며. 나남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해준 미셸 푸코책을 수집하여 고이 전시'만' 해놓은 날나리 독자로서 허경 대표의 푸코 해설을 읽으니, 다시금 도전 욕구에 불이 붙는다. 우선 그는 푸코에 대한 오해들 - 푸코의 사유를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포스트구조주의,포스트마르크주의 혹은 비합리주의로 보는 관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스스로가 동성애 성향을 가졌던 푸코는 정상이란 오직 정상 놀이에서 승리한 지배적인 개념일 뿐이며, 사람들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진리 역시, 사실은 무수한 진리 놀이(jeux de verite)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삐딱이의 시선을 제시한다. 허경 대표 역시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단어 자체가 일본어이며, 우리가 탐구해야 할 대상은 영원불멸의 절대 진리라는 허상이 아니라, 조건화된 문제틀 자체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살피는 작업이라고 덧붙인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흔히 영어의 have 동사를 사용하여, '문화를 가지다' '권력을 가지다' 권력을 잃다' 식의 경제적 소유개념을 권력에 부가하는데,  푸코에게 권력은 '주어진 상황에 존재하는 요소들 사이의 전략적 배치(에 의해 파생되는 효과)'이자 복수의 권력관계이지, 획득,탈취, 양도, 계약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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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가게 : 노포의 탄생 - 전 세계 장수 가게의 경영 비결을 추적한 KBS 초특급 프로젝트 백년의 가게 1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지음 / 샘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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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가게- 노포의 탄생
 


 

 
 
최근 <이영돈 PD의 먹거리 X 파일 - 착한 식당을 찾아서>를 흥미롭게 읽었다.  어찌 보면 고지식하다할만큼 초심의 정성으로 가게(식당)를 운영하는 이들에게서 경탄과 함께 안타까움의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그 우려어린 안타까움은, '과연 이 착한 식당들이 얼마나 계속 착할 수 있을까?' 이란 질문으로 압축된다.  계속 착하기에는 영세한 그 식당들 앞에 유혹과 난항들이 많을 테니까. 이영돈 PD가 소개하는 착한 식당이 미니어처급이라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이 <100년의 가게>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머메드급이랄까? 이미 로컬을 넘어서 글로벌한 명성을 얻고 있고, 그 정통성을 유지하고 자본화할 이유를 갖추고 있으니까... 원하는 최상의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신뢰의 루트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자부심도 갖추었으니까.
*
반면, 제작팀에 따르면 한국에는 100년 이상을 잇는 가게가 단 6곳이란다 (아이러니하게 이 책의 추천사는 푸릇푸릇한 신생 가게라 할 수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가 썼다.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은 비단 한국 뿐 만이 아닐텐데 어떻게 어떤 가게들은 세계대전이나 공산화의 압박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이어지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웠을까? '전통'이니 '장인정신'에 대한 생각들, 장인을 대우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100년의 가게>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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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작팀은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16개국에서 40여개의 장수 노포와 장인의 명가를 취재하였다. 이를 <명가의 비결>과 <노포의 탄생>,  2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일상에서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인 노포(老鋪)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뜻한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성격에 따라 노포 20곳을 크게 3부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미국 디저트, 프랑스 수제 초콜릿,체코 전통 하우스맥주, 일본 과자 등 듣기만 하여도 비행기 티켓을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매년 가을 겨울이면 독일에서 가공 초콜릿을 박스 째 구매해 먹는 일인으로서, 프랑스 수제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의 마롱글라세와 콰트르는 프랑스 여행을 꿈꾸게 하는 이유가 될 정도로 강렬한 유혹이다. 짐작대로, 제작팀은 이르상제르의 성공 비결로 대대로 전해오는 장인의 기술, 신선한 친환경 재료, 차별화된 맛과 신제품 개발을 꼽았다.
 
 장인 정신, 최상의 재료, 손님과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은 초콜릿 가게 이르상제르 뿐 아니라 다른 장수 가게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요소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자신의 가게와 전통에 대한 애정과 민족적 자부심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르상제르 가게는 1차 세계대전당시 독일군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하고 가게 문을 아예 닫고, 정원에서 채소를 길러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터키의 디저트 가게, '카랴쿄이 귤류올루' 역시 1980년 군사정권치하에서 정부의 지시에 반발하여 1년 동안 바클라바를 팔지 않았다고 하니 그 결단과 자부심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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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정신'을 대중은 어떻게 규정할까? 아마 '장인'이라는 말을 쓰긴 좋아해도, 실제로 '전통'이니 '장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리라. <백년의 가게>를 읽으니, 적어도 그 동안 놓치고 있던 장인 정신의 한 요소가 새로 들어온다. 한 분야의 명인이 되려면, 지루함이 새로워질 때까지 인내의 수련은 기본으로 사람을 진정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품을 갖춰야 하더라. 백년의 가게에 소개된 노포의 사장들을 보니...예를 들어 뉴욕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 4대 사장인 그레그 셰리는 9.11 사태 당시, 도시가 폐쇄되고 가게도 문 닫는 상황에서 매일 음식을 만들어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뉴욕 소재의 디저트 가게 베니에로의 사장 역시, 9.11사태 당시 매일 케이크를 인근 소방서에 기부했다 (가게 이미지 재고를 위한 상술이었을까? 그런 색안경이 자동으로 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백년의 탄생>은 단순히 창업을 꿈꾸는 이나, 가게 운영을 하고 있는 이들 외에도 세계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전통과 장인'이라는 화두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독서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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