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을 소독하다 손등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피부과를 들락이며 처방해준 밴드를 한 열흘 교체해가며 상처에 붙였다. 이후 화상은 다 나은 것 같은데도, 이상한 피부 알러지 반응에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새로운 처방전을 또 내주었다. 밴드의 금속 성분이 피부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으나 치료받으면, 2-3주면 가라앉는다고...... 결국 화상 치료 열흘에 밴드 부작용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한 2-3주쯤 싸웠다. 곤도 마코토의 <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을 읽다보니 생각난 에피소드이다. 30년동안 일본 게이오 대학병원 방사선과에서 암치료에 헌신해온 저자는 고발한다. '암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암 치료'라고!
곤토 마코토는 이제껏 본 내부고발자(insider) 중에서도 돋보이게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고도 소신있다고나 할까. 본인이 의사이면서 정작 채혈도 30년 이상 한 적이 없고, 정확한 자신의 체중과 혈압도 모른다고 한다. 그는 '노화에 저항하는 것은 강물의 흐름을 거역하는 것 (p.216)'이라며, 암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사이좋게 공생하라고 권한다. 진짜암 (무한 증식할 수 있는줄기세포의 암, 진행암)의 경우, 제 아무리 의술이 발달했어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심지어는 암과 싸우는 행위를 '패전을 예상하고도 반드시 적을 쏴죽이겠다며 죽창, 특공대, 인간 어뢰까지 동원하며 무모하게 싸움을 계속하는 것과 닮아 있다(p.103)'고 까지 과격하게 비유한다.
곤토 마코토의 강경한 충고를 전해드렸더니 한 어르신은 대뜸, "요샌 암 걸려도 다들 산 속 깊은 곳 들어가면 살던데 뭘......."하시며 한 귀로 흘려들으신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매체나 '카더라' 통신에서는 말기 암에서도 기적적으로 삶의 세계로 온전히 두 발 다 옮겨놓은 이들의 실화를 전하니까. 하지만 곤토 마코토는 이런 기적에 냉소적 반응이다. 그것들은 애초에 '진짜 암'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적의 암완치'라고 떠들지만 실상은 애초부터 위협적이지 않던 '유사암'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