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00% 활용하기
유판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퇴직 연금 100% 활용하기

 


20160131_141129.jpg
 

한국 사회에서 '환갑 잔치'라는 행사가 슬금슬금 자취를 감춰가는 이면에는 '평균 연령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 흐름이 있다. 이제 60세는 인생 주기에서 '노인'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애매한 나이가 되었다지만, 늘어난 수명에 즐거운 마음만큼이나 걱정이 앞서는 이가 많을 것이다. '뭘 먹고 살까? 어떻게 살까?'하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대한민국 상위 10%의 고소득자일테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퇴직 후 어떻게 씀씀이를 유지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이다.

*
그. 런. 데. 잘. 모. 른. 다. <퇴직연금 100% 활용하기>의 저자이자 연금관련 세무컨설턴트인 유판영은 '모른다'의 태도에 따끔한 충고를 던진다. "'노후가 불안하지만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십중팔구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6쪽)이라며 은퇴 준비는 입사 초기부터 미리미리, 구체적으로 하라고 자극한다.


20160131_141158.jpg

<퇴직연금 100% 활용하기>은 '연금의 이해'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연금의 구조와 종류,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소개한 후 연금 알차게 활용하는 법을 제시한다. 연금은 ‘나누어 받는 돈’이기에 월급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일 하지 않고도 받고, 정기적으로 받는 돈이다. 연금은 다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크게 나뉜다. 강제성이 있는 국민연금은 '마을의 공동 우물'과 같은 개념이라, 불입한 만큼 수령하지 못할 수 있는 불안감을 남긴다(저자 유판영은 "정부는 국민연금에 자신감을 잃었다"(25쪽)며 사적연금을 활성화시키려는 대한민국 정부의 전략 이면에서 어두운 함의를 읽어낸다). 반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가입의 임의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가입 절차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개인연금이 가입과 탈퇴가 모두 자유로운 비해, 퇴직연금은 탈퇴가 쉽지 않기에 '반강제성'을 가진다고 보면된다. 다시 말해, 퇴직을 하지 않는 한 은퇴 준비용 재산을 강제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

20160131_141217.jpg

퇴직연금이란 퇴직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퇴직 전 미리 금융기관에 예치시켜 퇴직금의 지급 가능성을 강화시키는 제도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국민 연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도록 유도하려는 저의를 가지고 2015년부터는  일시금 수령에 비해 세금 측면에서 연금 수령이 유리하도록 소득세법을 바꿔버렸으니 퇴직연금이 활성화되리라 예측된다. 퇴직연금이라해도 다 같지 않다. 회사책임형인 DB(Defined Benefit)형이냐 근로자책임형DC(Defined Contribution)형이냐에 따라 운용 수익률과 혜택에 차이가 있다.  이 외 퇴직금을 연금으로 바꿔주는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은 가입 자격에 제한이 있지만 요건이 갖춰진다면 개설 계좌에 제한이 없으므로 이직률이 높은 근로자는 특히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놔두면 그냥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운용하기에 따라 받는 혜택에 차이가 있으므로,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혼자서는 자신 없다면, <퇴직 연금 100% 활용하기>의 저자 유판영이 도와줄 것이니, 책을 읽어보도록.  


20160131_141236.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51TqcJMexHL__SX329_BO1,204,203,200_.jpg

 

 

참 제목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이라 하니, 왠지 알야야만할 것 같고, 음식 문화의 정치경제적 접근에 익숙한 독자일지라도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을 자극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의 원제인 <From Jicama to Jackfruit: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Food>에 등장하는 히카마(Jicama)니 잭푸르트(Jackfruit)란 과일은 한국인 독자에게 낯설기에 직역한 제목으로는 저자의 의도를 심상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 킴벌리 A. 위어(Kimberly A. Weir) 교수는 노던 켄터키 대학 정치학과에서 '음식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Food)'이란 이름으로 개설하여 수년 간 진행해온 국제관계론강좌를 <From Jicama to Jackfruit: The Global Political Economy of Food>으로 펴내면서 음식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위어 박사 스스로도 이 강좌를 꾸려오면서 강의가 책으로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유익하고 매력적인 자료를 대학 강의실에서만 소비하기란 아까운 일이다.

 


layout 2016-3-8.jpg 
 
* 사진속 과일이 바로 원제에 등장하는 Jicama와 Jackfruit*

 

*

이 책은 특정 식재료나 음식의 계보를 추적하는 역사적 접근도, 조리법이나 영양학 강의도 아니다. 제목 그대로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음식재료를 실타래 삼아, 음식의 생산· 유통 · 소비 과정 이면의 세계정치경제의 흐름, 즉 경제정책과 자본주의, 식민지정책,상호의존성, 개발문제를 풀어나가는 시도이다. 식량 생산에 동원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아동노동 문제, 기아와 비만 등 건강 불평등 문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협하는 식량 생산의 문제 등은 자칫 추상적이고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당장 나 먹고사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데 왜 그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해?'라며 반박할 예비독자가 많을 것이다. 이에 저자 위어 박사가 취한 영리한 전략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식재료인 향신료, 콩, 토마토 그리고 참치 등을 키워드로 성공적인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쏟아낸다. 물론 우리 일상과 닿아 있는 먹거리 소재로 이야기하니 귀가 솔깃해지고 읽기에 재미가 있다.  
20160305_143710.jpg

*

쉽게 시작해보자. 최근 비만은 '글로베시티(Globesity)'라고 불릴 정도로 지구적 이슈로 떠오르른데 이는,  비만이 비단 북반구(GN) 아니라 남반구(GS)에서도 사회적 재앙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비만인구의 증가가 단순히 의지력 결여, 단맛의 탐닉이라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음식공급시스템이라는 상호연관된 커다란 돔 아래서 이해할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한다. 즉, 비만의 세계화는 거대 식품회사가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식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칼로리는 높으나 영양가는 없는 음식들이 대량 생산되고, 사람들이 이를 편리함이나 주머니 사정을 이유로 대량 소비하면서 가속화된다.  

*

20160305_143756.jpg


 애당초 음식공급사슬은 '불공평함'과 '위험요소'를 함축한 체계이다. GN과 GS로의 경제적 세계 분할은 비단 21세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식민주의, 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니 말이다. 대탐험의 시대 시나몬, 후추 열매, 정향 등의 향신료야말로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롭게 개편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고, 이런 불균형의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은 대부분 자신이 경작한 작물로 만든 초콜릿을 맛본 적이 없다. (131쪽)"라는 본문의 한 구절이 불평등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20160305_143827.jpg


 

저자는 세계 4대 곡물 중 하나라는 콩과, '채소냐 과일이냐'의 논쟁을 일으켰던 적이 있던 토마토를 예로 들어, GM 음식과 유기농 농법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힌다. 놀랍게도 저자는 '무조건 유기농'의 사고가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생태계에 유해할 수 있다고 본다. 유기농법을 고수하려면 더 많은 물, 토지, 그리고 노동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생산한 유기농 식품으로는 전 세계 기아인구를 모두 구제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의 마지막 장에서는 '참치'를 소재로 '공유지의 비극,' 즉 자칫 재앙으로 치달을 세계환경문제를 이야기한다. 참치처럼 장거리를 이동하는 어류는 공공재로서 세계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이상 멸종에 이를만큼 남획하게 된다. 어획량할당제도(Total Allowable Catch)나 참치 양식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이 있지만, 대중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참치는 식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단지 참치의 문제만이 아니라, 참치를 천적으로 삼는 해파리의 습격이 더 심해질 것이고, 해양 식량 자원은 엉망이 될 것이다. 결국 상호의존,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음식을 둘러싼 각종 문제는 너의 문제가 될 수 없고, 국경을 넘어 공영의 문제가 된다.

*

이 외에도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는 저자 위어 교수가 대학 강의하며 수강생 에세이 과제로 내주었을 연습문제와 단원 정리 문제, 생소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책 속의 책 페이지가 있어 제대로 활용할 여지가 많기에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
이요셉.김채송화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



20160223_172605.jpg
 
  꽤 오래전 '웃음 명상'을 경험했다. 흙 내음 나는 시골의 움막같은 공간에서 수십 명의 참여자가 갑자기 하하호호 깔깔껄껄 웃어제꼈다. 심지어 땅바닥을 구르며 웃는 이도 있었으니, 집단 환각 상태같은 부자연스러움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몇 년이 흘러, '웃음 치료' 수업을 받는다는 지인이 함께 웃기 훈련을 권유했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마치 발성 연습하듯 의식적으로 소리내어 웃다보면 절로 웃음이 몸에 익숙해진다는 논리였다. 그 때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마치 작년에 인기몰이를 한 만화영화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한국 웃음연구소의 공동 소장이자 부부인 이요셉과 김채송화가 지었다. 저자들의 목소리가 직접 묻어난다기보다는 그들이 운영하는 2박 3일 '행복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가 저자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기술한 형식이다. '행복여행'프로그램은 '웃음치료'를 목적으로 지난 십 수년간 많은 수료자를 배출하였다. 암 환자 등 몸이 불편한 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마음이 불편한 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많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웃음과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
자칫 '그들만의 이야기'로 공허하게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참여자의 시점을 빌어와 지독할만큼의 솔직함으로 내면의 변화를 기술하고 있기에 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웃음치료'를 주도하는 전도사가 애초부터 웃을 조건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요셉은 160cm되지 않는 단신인지라, 어려서부터 땅꼬마 놀림을 받았고 키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구타하는 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암 병동에서 암 환자들을 상담해주다가, 인도의 웃음 치료 프로그램을 접했고, 이후 웃음 전파를 사명으로 삼아 한국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 서울시청 등 정부기관과 국내 여러 기업과에 출강하고 심지어 말 통하지 않는 LA까지 진출해서 웃음전파를 하였다고 한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2박 3일 여정 동안 구체적으로 웃음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여자들의 내면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웃음과 긍정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쉽게 소개한다. 절절한 사연이 많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자칫 '그들만의 이야기'나 '웃으며 삽시다'의 구호로 공허하게 끝날 소재를  참여자의 시점을 빌어와 부담스러울만큼의 솔직함으로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기에 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웃음치료'를 주도하는 전도사가 애초부터 웃을 조건의 사람이었다면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요셉은 160cm되지 않는 단신인지라, 어려서부터 땅꼬마 놀림을 받았고 키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구타하는 아버지 밑에서 불우하게 자랐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암 병동에서 암 환자들을 상담해주다가, 인도의 웃음 치료 프로그램을 접했고, 이후 웃음 전파를 사명으로 삼아 한국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청와대, 서울시청 등 정부기관과 국내 여러 기업과에 출강하고 심지어 말 통하지 않는 LA까지 진출해서 웃음전파를 하였다고 한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는 2박 3일 여정 동안 구체적으로 웃음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여자들의 내면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웃음과 긍정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쉽게 소개한다. 절절한 사연이 많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20160223_172620.jpg

 
마치 다이어트 before & after의 논리처럼 웃음 치료 이전과 이후의 삶과 자기 정체성이 확 달라지는 듯 묘사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웃음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한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얼굴이 펴야 인생이 편다" <나만 나처럼 살 수 있다>를 읽고 난 후에 자꾸 굽은 허리와, 경직된 얼굴을 펴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식을 끊다 - 단식, 자신을 찾는 여행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준식 옮김 / 따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음식을  끊다


 

20160223_172123.jpg


<음식을 끊다>는 제목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낄 미식가들이 많을 것이다. '음식을 끊느니 차라리 SNS수다를 끊겠다'고 할만큼 먹방,쿡방 전성시대의 사람들은 음식 의존도가 크다. 이 책의 번역자 최준식은 "단식에 관련해서도 국내에서는 건강, 다이어트의 측면에서 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 단식의 영적* 감정적 측면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책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8쪽)고 말한다.

그렇다. 보통 '단식'이라 하면 '날씬함의 성취,' '의지력의 과시,' 혹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정치적 저항수단으로서의 단식을 떠올리기 쉬운데,<음식을 끊다>에서 이야기하는 단식은 좀 다른 차원이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저자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이를 '심층적 단식'이라고 표현한다. 1970~80년년부터 야생지 체험, 약초학 등 힐링(healing)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약해온 그 답게 구는 단식을 "신성과의 소통을 신화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본다. 즉 단식은 "비물질세계를 인간이 더 민감하게 느끼도록 하고, 자신과 우주의 신성함을 직접 경험하도록 도우며, 삶의 방향성과 목표를 다시 확립하도록 돕는 수단 (22쪽)"이라는 것이다.

 


e.jpg

요요 (Yo-yo Syndrome) 부작용 없는 단식의 비법을 취해서 날씬해지고싶은 이라면 <음식을 끊다>를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삶에서 비물질세계, 즉 영적 세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심층적인 자아와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스티브 헤로드가 언어와 국경을 넘어 당신의 구루(guru)가 되어 줄테니까.  이 책에서 단식 (fasting)은 브래드 필론이 열풍을 일으킨 '간헐적 단식 (Irregular Fasting)'도,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1일 1식' 류의 단식과 그 목적과 방법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중적으로 보다 인기 있을 이 단식법들이 건강이나 체중감량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심층적 단식'은 "얄팍한 음식이 남긴 독소와 부작용들이 자아의 가장 깊은 속에서 솟아나서 밖으로 배출"(64쪽)시킴으로써 영적 디톡스(spiritual detox), 궁극적으로는 영혼의 활력찾기를 목표로 한다.
*
감정적 단식
단식 과정에서 두려움, 화, 슬픔, 기쁨 등 감정의 파동을 거의 항상 겪는다 하니, 단식 중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응시하면 좋겠다.  단식은 인간 정신의 근원적 외로움, 즉 취약점과 대면하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
화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에너지이다. 화는 우리의 기본 본성이 침해되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
두려움은 무언가 우리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
슬픔은 무언가를 놓아주는 것이다.
*
기쁨은 우리의 살아 있는 자아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88쪽)
단식을 통해 문화적 메세지의 폭격에서 벗어나 몸이 가진 내적 지혜를 회복, 신뢰한다. 즉 '날씬해야 한다. 오메가3며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 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등등 먹기와 음식에 관한 메세지로부터 잠시 판단을 중지하고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라는 의미이다. 이로써 우리 자신이 부족하고 혐오할 존재가 아닌, 사랑받을 소중한 존재임을 (재)자각하게 된다.
신체적 단식
 
단식 동안 일어나는 주된 신체 변화로서 케토시스를 대표적 예로 들수 있다. 이는 인슐린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때 인체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변화를 말한다. 이 때 생산되는 케톤으로 인해 단식하는 이의 정신 기능에는 미묘한 차이가 생겨난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의아하게 여겨지는 신체 변화는, 바로 단식 중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자연스런 신체 복구 메카니즘으로 인한 것으로서, 콜레스트롤이 손상된 혈관을 복구하며 코팅한다. 이 외에도 단식의 효과로는 피부 개선, 간질 완화, 비만 치료 등을 들 수 있다. 단식에는 동시에 부작용도 있는데, 현기증, 근력과 체온의 저하, 구토, 두통, 설태와 구취, 체취 증가, 통풍, 감정적 고통, 명현 현상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카페인 중독 수준으로 커피를 들이키던 이라면 극심한 두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에, 단식 시작 몇 주에 걸쳐 카페인 섭취량을 점차 줄이기 권장한다.  

단식 준비와 과정 
스티브 헤로드 뷰너는 가장 먼저 자신이 단식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단식의 종류와 기간을 결정한다. 본격적 단식에 들어가기 전 10주 동안 저지방 강화 식단을 따르는데, 이 때 유제품, 달걀, 감미료, 튀긴 음식, 소금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물 단식보다 난이도가 낮은 쥬스 단식의 경우, 유기농 재료로 해독용 혼합 쥬스, 신선한 녹즙을 확보한다. 비트나 샐러리, 당근, 사과, 케일, 시금치, 무, 생강, 레몬, 고추 등이 주로 쓰인다. 쥬스 단식은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행할 수 있지만, 단식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피정의 공간을 확보한다. 중요한 점은 만약 물 단식을 선택했다면 다소 지루해지더라도 일이나 격렬한 운동을 절대 하면 안 된다. 단식의 영적 목표도 세워야하는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의미이다.
 
 마음 먹기 
<음식을 끊다>를 읽다보면, 물질 세계에 경도되어 영혼의 가꿈에 소홀한 삶을 '딱딱함'이라는 감각에 빗댄 표현을 종종 발견한다. 예를 들어 205쪽에는 "우리에게는 사회, 가족, 경력, 젊은 날의 오해 등으로 인한 압력 떄문에, 자신의 날개 달린 부분을 딱딱함 속에 묻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우리의 날개 달린 생명은 동면에 들어가고, 우리 삶의 딱딱함 속에 가둬진다. 우리는 때때로 이를 느끼고, 삶이 '꽉 막힌' 듯하다고 이야기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딱딱한 층이 견디기 어렵게 두터워질수록 우리는 내면에서 심층적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을 꺠우는 불길의 열기가 더 뜨거워짐을 느낀다. 지금, 그러하다면 미루지 말고 단식에 조용히 도전해보기를. 비겁하게도, 난 아직 먹고 있다. <음식을 끊다>의 첫 페이지를 읽은 그 날부터 '음식 끊어보리'라는 말을 수십 번 되뇌였으나, 아직 먹고 있다. 조만간 준비 기간을 거쳐 쥬스 단식을 해야겠다.


20160223_172143.jpg

20160223_172147.jpg

20160223_172253.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 노릇 아이 노릇 - 세계적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의 교육 이야기
고미 타로 글.그림, 김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어른 노릇, 아이노릇



20160227_234818.jpg

 

그림책을 아끼다 보면, '고미 타로' 작가의 작품 한두 권은 집 서가에 꽂아 두게 마련이다. 단순하지만 흉내낼 수 없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림을 1945년생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에 더욱 감탄한다. 단순명쾌함이 매력인 그의 그림책만큼이나 명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어른노릇 아이노릇>은 2001년 첫 출간되었다. 2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은 이 책이 15년이 지난 요즘에도 일본의 교육 현장에서 필독서로 대접받는다 한다. 일본어 문외한이라 안타까웠는데, 2016년 한국의 미래인 출판에서 "문제아는 없다! 문제 어른이 있을 뿐! 그림책계의 장난꾸러기 고미 타로가 작정하고 던지는 죽비소리"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니,  고맙다.

 

*

처음엔 멋 모르고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육아서, 교육 에세이'라는 장르로 한정짓고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이상'의 보았다. 한 마디로 육아서를 표방한 사회비판 에세이라 하겠다. 고미 타로가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쓰고 세간의 따듯한 평가만 받았을 것 같지 않은데, 이 책이 일본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이야 일본 사회의 몰랐던 모습을 덕분에 상상하며 얻어 가는 것이 많아지지만, 고미 타로가 혹시 일본 독자에게서 쓴 소리도 많이 듣지 않았나 싶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일본식 '타인 지향의 문화,'와 '이지메 문화' '획일주의 혹은 전체주의의 압력' '죽은 교육'등에 대한 고미 타로의 반감을 누군가는 껄끄러워할 것이 틀림 없기 떄문에.  

*

고미 타로는 독자로서의 어른에게 적당히 아부하지 않는다. 듣기 싫은 쓴 소리 과감히 던지는데,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가 던지는 말은 상당부분 현실의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미 타로는 어른들의 위선과 자기중심성을 꼬집고, 극단적으로 말해 어른은 아이에게 해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잘 읽어보면, 그가 단지 '어른 대 아이'라는 대립구도에서 어른들의 잘못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라는 맥락에서 아이를 옭죄이는 문화를 비꼬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해보자.  

*

 

 

"개인적인 개인이 너무도 적은 우리 사회(일본)입니다 (12쪽)."


이 나라의 키워드는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다'입니다. 학부모회의를 할 떄도, 예방접종을 할 떄도, 동네 반상회를 할 떄도 '좀 이상한데? '왜 그렇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질문하면 담당자 대부분이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38쪽)


실험정신이 참으로 부족한 (일본) 사회입니다. 조금 시험해보는 일, 조금만 바꿔보는 정도의 시도에도 왠지 불안해하는 사회, 그리고 개인들입니다. (48쪽)


전쟁 때도 매국노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모두가 꾹 참고 견뎠습니다. 전쟁 때처럼 명령만 내리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을 만들려는 망령 같은 문화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니, 정말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용감하게 혼자 반론을 제기하기 무거운 문화 속에서 '개인'은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57쪽)


장기든 야구든, 전체적인 배치를 내려다보는 '눈'이 있습니다. 바로 '남의 눈'이라는 것입니다. 즉, 남들이 지켜본다는 말입니다. 남들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고미 타로가 일본 사회에서 나고 자라 나이 들면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고미 타로가 일본 교육을, 아니 그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은 스스로 아이들과 '다른 존재,' 혹은 더 '성장한 존재'처럼 스스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세계관을 강요하고 아이들을 '착한 아이'로 길들이려한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독이 되는 존개이기도 하다는 것이 고미 타로의 관점인 것 같다. 뼈 속 깊이 반골 기질의 권위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의 두 딸 역시 아빠를 닮아 자유롭게 키운 듯 하니, 그는 실로 말뿐 아닌 행동으로 신념을 사는 사람인가보다. <어른노릇, 아이노릇>을 교육현장의 교육전문가나 육아에 헌신하는 이들만 읽을 육아서라고 한정지으면 아깝다. 일본 사회 이야기라고 대강 읽으면 더욱 아깝다. 15년 전에 고미 타로가 던진 쓴 소리는 2016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꿰뚫어 지적하는 듯 당신과 나에게도 틀림 없이 쓴 소리일 테니까 말이다. 귀한 말은 입에 쓴 법이다. 새겨듣는 몫은 당신의 선택.

 

20160227_234910.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