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빠는 할머니 해피 &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 시리즈 1
박미라 글, 백서율 그림 / 나한기획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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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빠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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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빠는 할머니>! 제목만 읽었을 때 설마 그 콧물이 '남의 콧물'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자칫 온정주의로 치닫기 쉬운 노인 문제를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하게 풀어냈으리라고도 기대하지 않았고요.  '문학과 치유'출판사가, 고령화가 가속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 간 공감과 소통, 그리고 화합을 꾀하고자 기획한 '해피 &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 시리즈' 그림책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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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빠는 할머니>의 화자는 돌쟁이 남동생을 둔 초등학생 '지민'입니다. 지민이 엄마는 일을 하시기에 동생을 봐주실 할머니를 모십니다. 엄마는 자식 다섯 명을 낳아 키우고, 일곱 명이나 되는 아기들을 더 키우셨다는 할머니가 푸근해 보인다며 신뢰하십니다. 하지만, 지민이는 할머니가 미덥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마디가 툭툭 불거진 거친 손으로 지성이를 만지는 것도 싫었고, 할머니가 코를 풀어 치마로 닦는 모습에 질겁합니다. 왠지 할머니가 '마귀'같아 보였고, 지성이를 곧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지성이 똥을 '황금똥'이라며 '냄새가 구수하다'고 야단법썩 떠는 모습도 수상해보였으니까요. 동생을 지켜야한다! 는 생각에 지민이는 거짓말을 해서 조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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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눈'으로 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지민이의 불안한 마음을 백서율 일러스트레이터는 재치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할머니가 동생을 잡아 먹을지는 않을까 불안해서 감시하는 지민이의 시선을 노란불빛의 경찰차 헤드라이트처럼 그렸거든요. 불안해진 지민이는 결국 누나로서의 사명감과 용기를 그러모아, 할머니로부터 동생을 납치하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아예 유모차째로 지민이를 데려갑니다. 하지만 어설픈 납치극은 실패로 끝나버리지요.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마구 흔들리던 지민이가 '으앙' 울음을 터뜨리다 못해 열 경끼까지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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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구원병처럼 등장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따뜻한 품에서 금새 지성이의 울음을 잠재우고 지성이를 달래주셨어요.  게다가 할머니는 코가 꽉 막힌 지성이의 콧물을 입으로 빨아내주시지 않겠어요? 지성이 엄마는 할머니의 그 자연스럽고 따뜻한 행동에 그만 눈물을 보이십니다. 저는 <콧물 빠는 할머니>를 읽으며, 가슴으로 품어 아이들을 키워내시는 할머니의 사랑도 대단해보였지만, 그런 할머니의 사람됨과 가치를 알아보고 감사하는 지성이, 지민이 남매의 엄마도 예뻐보였어요. '위생'이니 '절제'니 하는 가치를 들먹이며, 전통 방식의 육아를 '비위생'으로 치부하는 많은 젊은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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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환갑을 맞으신 분께 '노인'이라 존칭해드리기가 애매해졌을 정도로 초고령화되가는 한국 사회, 동네 아파트에서는 꼬마들이 놀 친구를 찾을 수가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온통 나이드신 분들입니다. 그 안에도 개성, 살아온 경험, 가치 등등이 다양할 텐데 우리는 흔히 '노인들'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 동질적인 집단인양 타자화시켜버리지요. 어떤 생 경험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더 잘 알아보려하지도 않고요. <콧물 빠는 할머니>에서는 초등학생 소녀 지민이의 눈을 통해서, '마귀할멈'처럼 낯설었던 할머니에게서 따스함과 사랑을 보며 할머니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해피 &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라는 타이틀이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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