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건강에 핵심이라며 '물
마시기'를 시간별로 알려주는 어플의 도움을 받는 이들을 종종 본다. 게다가 요즘은 황사와 미세먼지라는 빨간 비상등이 켜졌기에 해독,
몸청소용으로서라도 물을 일부러 찾는 이가 늘었다. 스마트 전자 기기에 둘러 싸인 현대인은 왠지 건조할 것 같기에 '습열'이라는 용어와는 거리가
멀 것같다. 하지만,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를 읽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중국에서
30여년간 뛰어난 의술로 존경받고 있다는 쿵판시앙은 '습열'이야말로 오늘 날 숱한 문명병과 관련되었으며, 만병의 근원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만큼
해롭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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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쁘다는데
그럼 설마 나도 습열?' 하는 이들은 그 증세부터 궁금해질 것이다. 저자는 습열의 증상은 잠에서 깬 순간부터 나타난다며 '자가진단법'을
설명해주는데, 솔직히 모호하기는 하다. 온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고 축축한 느낌이 난다고 한다.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증상으로는 끈끈한
대변, 노랗고 악취 풍기는 소변, 지독한 입냄새, 비정상적인 설태 등 혀의 이상, 노리끼리한 눈동자, 특히 여름에 심해지는 다양한 피부병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습열이 왜 생기는가?
독자로서 내가 이해한 바로서의 습열은 한마디로 현대 환경병이다. 외부의 여러가지 유해한 요인이 몸 안에 들어와, 과식, 과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몸에, 특히 비장과 위장에 모인다고 이해했다. 반대로 비장과 위장이 튼튼하다면 외부의 습(濕)이 침범할 여지가 적어진다. 따라서, 습열은
어느 정도는 일상의 양생 (養生)법으로 예방과 치유가 가능하다. 다행히 30여년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습열 예방 및
치료법을 무척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음식 절제,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 생활,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 등이 기본이고 이에 먹거리와
운동이 가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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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에는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다양한 약선 레서피와 기공법, 혈자리 지압이 실려
있다. 다행히 구하기 어려운 한방 재료나 복잡한 조리법이 아니라 일반인도 의지만 있다면 따라 할 수 있는 레서피들이다. 특히 팥과 율무의
활약이 대단한데, 덕분에 그동안 잘 먹지 않아왔던 '잡곡'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그 외에도 여름철 비장과 위장을 보양하는데 곽향박하차가 특효이며
귤껍질을 말린 진피차도 좋다고 한다. 신체 부위별로 이야기를 하자면, 간을 위해서는 미나리, 시금치, 부추 등 푸른 색 계열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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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에는 먹는 양생 외에 운동법. 경락법 그리고 마음 다스리는 법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중국의 기공이나 중국어 발음에
생소한 이들은 다소 낯설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비장과 위장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후hu' 소리를 내며 시행한다. 호흡 기능을 강화하고
싶을 때는 '쓰' 소리를 내는 '쓰기공'을, 오장육부를 편하게 하려면 '커'자공을, 시력을 좋게 하려거든 '쉬 噓' 자공을 권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제대로 배우고는 싶은데, 소리를 직접 들어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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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뜸을 권하지만, 뜸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족욕도 좋다고 한다. 족욕은 1년 내내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밤 10시 전후로 하는 것이 노폐물 배출에 가장 효과가 좋단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배변" "소변 참지 않기"도 습열과 멀어지는 생활의 중요 수칙이다.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좀 더
부지런해지면 건강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겠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세를 부릴 때는 일부러라도 기침을 하면 폐가 청소된다. 이
외에도 항문 조이기, 내장을 들여다보듯 상상하며 명상하는 내시법, 다이어트 효과가 큰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기' 등을 틈틈히 시행하면 된다.
물론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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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열 다스리기 비법에서 '마음
다스리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고맙게도 마음 수련에는 돈도 시간도 들지 않는다. 타인을 '남'이 아니라 '님'이라고 생각하고 존대하고, 근심
걱정을 덜고 마음을 편하게 하면 그 보다 좋은 양생법이 없다고 한다. 어느 한 줄, 허투루 넘길 이야기가 없다. 마음에 새겨들었으니 이제 실천만
남았다. 참 고마운 책을 번역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준 비타북스 출판사에 더욱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