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대단해! 푸른숲 새싹 도서관 3
식룬 다니엘스도티 지음, 비요크 비야르카도티 그림, 김세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몸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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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왜 이 책에 또 쓰여 있어요?' <우리 몸은 대단해!>를 먼저 읽은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자기 몸이 소중하다,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몸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유치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서인지 아이는 자못 '몸 박사'라도 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책장을 덮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시 읽어봅니다. 잔소리 9단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보니, 평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잔소리를 거의 시의 수준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문장이 페이지마다 이어져 책장을 넘기면서 흐뭇해집니다.

*
<우리 몸은 대단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저자의 관심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태생의 지은이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거식증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거식증(anorexia)는 흔히 폭식증(bulimia)와 함께 섭식장애(eating disorder)의 한 증후군으로 널리 알려 있습니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북미와 유럽 사회에서나 유행하는 병이었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 많은 아시아 국가며 심지어 태평양의 섬사람들에게서까지 발견되는 증후군입니다. 추정하건대 저자는 거식증 전문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몸 이미지를 왜곡하고, 자기 몸을 혐오하는 많은 젊은이를 만났을 것입니다.  내 몸이 보내주는 신호, 내 몸 고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아이돌 스타의 비현실적인 몸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해왔겠지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몸은 저마다 다를 뿐이지, 누구의 몸이 더 아름답거나 더 우열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특정 이상형의 몸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있는 다 큰 성인에게 그런 충고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더 어려서부터 자기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거식증 등 섭식장애의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은 대단해!>는 시종일관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의 몸은 소중하니 잘 돌보고 감사히 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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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진부한 훈계나 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그림작가 비요크 비야르카도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밝은 그림체로 우리몸의 신비를 그려주었어요. 인간이 몸을 가진 존재임이 얼마나 감사하고 신기한 일인지를 일상과 닿아있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예들을 들어 그려냈어요. 엄마가 발을 조몰락조몰락 주물러 주실때 우리 몸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지요. 소중한 몸의 신호, 특히 어린 아이들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배가 고픈지, 부른지, 어떤 감각인지......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소중한 우리 몸을 더 잘 돌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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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소중해!>의 하이라이트이자 저자의 몸 관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을 소개해볼까요? 알록달록 다양한 매력의 꽃들이 가득 채워진 페이지에서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꽃이라고 상상해 보아요. 세상의 모든 꽃이 다 똑같이 생겼다면 참 재미없겠죠? 여러 종류의 꽃이 다 모여야 알록달록 근사한 꽃다발이 만들어져요." 즉, 뚱뚱하다는 몸도, 날씬한 몸도, 작은 키, 큰 키 모두 사람의 다양성을 나타낼 뿐이지 우열의 지표가 아니라는 메세지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늘 하고 싶은 훈계를 이처럼 시적으로 표현하다니, 작가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참 멋진 일을 해낸 셈이네요. <우리 몸은 소중해!>를 읽은 어린 독자들이 커가면서도, 자기 몸을 사랑스런 표정으로 응시하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테니까요. 자신의 몸이 건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그 사랑이 주변까지 넘친답니다. 결국, 건강한 몸 가꾸기는 이 사회, 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는 작은 노력의 시작이 되는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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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꿈공작소 31
인그리드 샤베르 글,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마지막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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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은 지구 위, 마지막 초록을 그린 에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 큐브 쓰레기더미 속에서 작은 풀잎의 연두빛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어찌나 강렬한 정서를 환기하는지요. <마지막 나무>도 강렬한 초록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인 아이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 기억 속 초록일 뿐이라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이긴 하지만요. 온통 시멘트 독소를 뿜어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사는 아이는 아빠의 기억을 쫓아 풀밭을 마음속으로 그립니다. 나무와 풀이 그려진 책에 파묻혀보기도 하고요. 그토록 강렬히 아이는 초록과 만나고, 풀밭에서 뛰어놀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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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도 초록 싱그러움을 염원하고 사랑합니다. 두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나아가 풀 몇 포기를 보고 옵니다. 지난주엔 열일곱 포기이던 풀이 이제 달랑 열세 포기만 남았어요. 이제 풀들은 책 속에서나 만나보아야 하는 걸까요? 어느 날, 친구가 청합니다. 어디론가 가보자고. 친구는 비밀스러운 보물을 발견했던 것이었어요. 바로 지구 위 마지막 나무. 그날 밤 아이가 꿈속에서 만난 나무는 도시의 빌딩만큼 우뚝 솟아 초록의 생기를 내뿜어대고 있었지요.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바로 그 다음 날 아침에 꿈에서 깨어났을 때는 무려 247층이나 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려 있었지요. 작은 나무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바로 그 담벼락을 밀어버리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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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은 그냥 앉아서 지켜볼 수가 없었어요. 연약한 어린 나무를 무시무시한 포크레인의 이빨이 집어 삼키는 것을. 지구 위 마지막 초록 나무가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을. 인그리드 샤베르가 쓰고 라울 니에토 구리디가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 <마지막 나무>에서 마지막 나무는 소년들의 정성 덕분에 살아서 위용을 뽐내며 독자를 안도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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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에 눈을 뜨고 있는 독자라면 느끼기에 개운하지만은 않지요. 가을이 왔는데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려면 멀리 교외까지 나가야 하고, 종일 도시를 다녀보아도 맨발로 흙과 풀밭 밟을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어제까지의 세계>,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스터 섬의 몰락에서 인류가 교훈을 얻으라고 부탁합니다. 풍요로웠던 이스터 섬이 불모지가 된 것은 결국, 숲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여 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하며.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무와 사람은 둘이 아니다.' 아주 쉬운 인식이건만, 인정하지도 않는 어른들이 많나 봅니다. 평창의 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나가는데도 축제를 준비한다며 즐거워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나무>, 이야기 속 결말처럼 현실에서도 우리가 나무들을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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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 백인 사회의 뒷모습
지성수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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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 문화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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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제목에 살짝 속아서 읽기 시작했지만, 한 밤중에 혼자 킬킬거렸을 만큼 재미 면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출판사 측에서는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인류학 단상"이라는 카피 문구를 뽑았는데 사실 "문화인류학"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개인 편향의 속단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 지성수의 출생 연도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 신학 대학을 나와 목사가 되었다가 다시 빈민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생계 때문에 호주로 나와서 택시 기사로 15년간 일했다하니 장년, 혹은 노년층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의 아들은 호주 대학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한국의 강단에 서 있는 듯 하다. '문화 관찰기' 류의 글들이 '무슨무슨 학문' '무슨무슨 학자'의 이름을 빌어와 치장되었을 때는 점잖 빼서 재미가 없는데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저자가 자신의 편견, 인생관, 민족주의적 정서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므로 솔직해서 참 재미있다. 멀리 호주 땅에 있어서 자유로운 것일까?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 된소리도 과감하게 날린다.
*
호주에서는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이 주로 한다는 택시 드라이버일을 하며 저자는 차별도 많이 당해보고 산전수전 많이 겪었다. 시비가 붙거나, 택시비 떼먹힐 사건들이 종종 있어도 저자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나보다. 그렇다고 활자에만 파묻힌 것은 아니고, 자신의 택시에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책에서 얻은 내용을 검증하거나 자기화했다.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를 읽다보면, 저자가 꽤 옛 세대분이라는 것을 느낄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동포애, 민족애라 해야할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그의 정서 바닥에 깔려 있다. 동시에 근면과 정직, 성실 등 좀 더 이른 세대 어르신들께서 보이시는 건전한 가치를 온 몸으로 구현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참 존경스럽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부정함에 물들지 않고 비록 택시 운전이 고되지만 고고한 학처럼 정신적 연마를 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저자가 옛 세대분이라는 인상은 그가 굉장히 자주 쓰는 "백인, 흑인" "인종" 등의 표현에서 다시 한 번 받는다. 저자 지성수에 따르면, (손님으로) "태우는 인종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인도인이 타면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고, 중국인이 타면 무시를 당하는 것이 아니고 무시할 준비를 해야 하는 반면, 일본인이 타면 신경을 안 써도 된다...(중략)....길거리에 서 있는 동얀인은 먼 데서 한눈에 봐도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중략)...중국 사람은 옷을 입느라 애를 많이 쓴 것 같은데도 어쩐지 보람이 없이 허무해 보이고, 일본인들은 자유롭게 제멋대로 옷을 몸에 걸쳤는데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다녀서인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옷을 잘 입으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37~39쪽)." 심지어 저자는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체형에 상관 없이 "똥폼"을 잡고 있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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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호주에서 15년을 지냈어도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고 변방에서 관찰하는 지위에 있는 이민자가 한국인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인종' '국적' 등의 범주에 따라 타자를 어떤 식으로 스테레오타이핑하는지를 보여주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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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네이처 가계부
달곰미디어 콘텐츠연구소 엮음 / 달곰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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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네이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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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해돋이를 보며 새해를 다짐하겠지만, 가계부를 새로 구비해야 뭔가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는 느낌이 드는 이도 있다. 매년 가계부를 챙겨왔다. 고백하자면, 12개월 모두 만족스럽게 다 채운 가계부는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 가계부를 적을 때만큼은 신성한 기분마져든다. 단지 가계경영, 돈 절약의 의미가 아니라 내 삶에 필기체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작년에는 달곰 미디어 출판사의 <2016 가계부 부자 레서피>를 썼다.  '가정 생활관리 지침서'로서의  가정 경제의 흐름을 사전에 계획하고 능동적으로 관리하며, 재테크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는 가계부라했다. 가계부이자 재테크 선생님같은 인상을 주는 가계부였다면 <2017 네이처 가계부>는 소녀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예쁜 다이어리같다. '아, 예쁘다! 잘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앙증맞고 예쁜 일러스트레이션이 그 특징이다.

 

 

두툼한 양장본이라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이 좋다.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가계 흐름은 자칫 사라지기 쉬운데, 이처럼 두툼한 책에 기록을 남긴다면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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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미디어 콘텐츠연구소"는 기획자, 저자, 편집자, 그림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 모아 함께 일하는 단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2017 네이처 가계부>는 페이지마다 디자인과 편집이 유난히 예쁘다. 각 달마다 계절과, 그 월령에 맞는 색감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입혀져 있어 가계부 쓰고픈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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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네이처 가계부>는 '다이어리같은 가계부'를 지향하는지 일별, 주별, 월별로 예쁘게 섹션화되어있다. 우선 월별 계획부터 적어보고, 그 달 할 일 목록도 고민해서 잘 적어내려간다. 매일매일 가계부를 적고 매주 반성하고, 월별로 흐름을 읽다보면 돈 새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돈 쓰다보면 재미있기에 '막기는' 어렵긴 하지만.....

*

가계부 써서 부자되는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사실 무엇을 해도 잘 하겠지. 가계부는 일차적으로는 가계 관리와 기록을 목적으로 한 것이겠지만, 부차적으로는 한 사람의 성실도를 기록하는 장이기에, 2017년에는 손으로 흔적을 남기겠다는 성실의 각오를 새로해본다. <2017 네이처 가계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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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9-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여우관찰하는 영국 생물학자의 글을 읽고 나서 여우 이미지를 좋아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가계부 이쁘네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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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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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의 기억 조각보 중에는 <새의 선물>이 있다. 불문학을 동경하던 어린 취향 때문인지 프랑스 작가의 소설만 열심히 찾아 읽던 시절, '책 사랑'으로 말하자면 머리 조아리고 모셔야 할 고수 친구가 소개해주었다.  <새의 선물>은 그 당시 막 유행하던(?) 알랭 드 보통이나 미셀 트루니에의 소설과 완전 다른 매력을 뿜고 있었다. 작정하고 두 달만에 써내린 소설이 이 정도? 와우! 이후로도 은희경의 소설을 종종 찾아 읽었지만 <새의 선물>이 워낙 압도적이라, 그 기억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주말, 본격적 두뇌회전을 위한 책을 읽기엔 한가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긴 제목의 소설을 골랐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작가 이름에 은희경이란 세글자가 없었더라면, 결코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읽게 될 책 제목은 아니었다. 뭔가 감상에 질질 늘어질 것 같은 분위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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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까지 한 번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다. 은희경의 사람보는, 세상 보는 눈이 보였다. 감히 추정하기엔 작가에게 미안해지는데, 은희경은 마음이 따뜻해서 국밥 막 퍼주는 스타일의 아줌마가 아니다. 차갑다. 사람을 대상으로서 관찰하지, 깊이 연민을 느끼거나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지적이다. 냉정한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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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런 성향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소설의 내용적인 측면보다도, 은희경이 세상을 관찰하고 사람을 대상화하는 방식에 끌렸다. 예를 들어, 한국 노인들의 성별에 따른 언어용법 차이을 묘사하고 비아냥 거리는 저 문장을 보아라. 삼할은 공감하면서도 그 기저의 냉소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새의 선물>과 연장선에서..... 한국, 스페인, 아이슬란드, 공간을 옮겨다니면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은 은희경이 글쓰기 작업 뿐 아니라 "사는 데" 정말 능동적이고 정열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마한 양의 글을 써내려간다는 걸, 새벽 1시에 검색으로 다시 확인하고는 질투와 부러움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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