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 백인 사회의 뒷모습
지성수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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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 문화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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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제목에 살짝 속아서 읽기 시작했지만, 한 밤중에 혼자 킬킬거렸을 만큼 재미 면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출판사 측에서는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인류학 단상"이라는 카피 문구를 뽑았는데 사실 "문화인류학"이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개인 편향의 속단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 지성수의 출생 연도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서 신학 대학을 나와 목사가 되었다가 다시 빈민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생계 때문에 호주로 나와서 택시 기사로 15년간 일했다하니 장년, 혹은 노년층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의 아들은 호주 대학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한국의 강단에 서 있는 듯 하다. '문화 관찰기' 류의 글들이 '무슨무슨 학문' '무슨무슨 학자'의 이름을 빌어와 치장되었을 때는 점잖 빼서 재미가 없는데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저자가 자신의 편견, 인생관, 민족주의적 정서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므로 솔직해서 참 재미있다. 멀리 호주 땅에 있어서 자유로운 것일까?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 된소리도 과감하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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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이 주로 한다는 택시 드라이버일을 하며 저자는 차별도 많이 당해보고 산전수전 많이 겪었다. 시비가 붙거나, 택시비 떼먹힐 사건들이 종종 있어도 저자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나보다. 그렇다고 활자에만 파묻힌 것은 아니고, 자신의 택시에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책에서 얻은 내용을 검증하거나 자기화했다. <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를 읽다보면, 저자가 꽤 옛 세대분이라는 것을 느낄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동포애, 민족애라 해야할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그의 정서 바닥에 깔려 있다. 동시에 근면과 정직, 성실 등 좀 더 이른 세대 어르신들께서 보이시는 건전한 가치를 온 몸으로 구현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참 존경스럽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부정함에 물들지 않고 비록 택시 운전이 고되지만 고고한 학처럼 정신적 연마를 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저자가 옛 세대분이라는 인상은 그가 굉장히 자주 쓰는 "백인, 흑인" "인종" 등의 표현에서 다시 한 번 받는다. 저자 지성수에 따르면, (손님으로) "태우는 인종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인도인이 타면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고, 중국인이 타면 무시를 당하는 것이 아니고 무시할 준비를 해야 하는 반면, 일본인이 타면 신경을 안 써도 된다...(중략)....길거리에 서 있는 동얀인은 먼 데서 한눈에 봐도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중략)...중국 사람은 옷을 입느라 애를 많이 쓴 것 같은데도 어쩐지 보람이 없이 허무해 보이고, 일본인들은 자유롭게 제멋대로 옷을 몸에 걸쳤는데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다녀서인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옷을 잘 입으려고 밤잠 안 자고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37~39쪽)." 심지어 저자는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체형에 상관 없이 "똥폼"을 잡고 있어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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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는 호주에서 15년을 지냈어도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고 변방에서 관찰하는 지위에 있는 이민자가 한국인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인종' '국적' 등의 범주에 따라 타자를 어떤 식으로 스테레오타이핑하는지를 보여주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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