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왜
이 책에 또 쓰여 있어요?' <우리 몸은 대단해!>를 먼저 읽은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어봅니다. '자기 몸이 소중하다,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몸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말을 유치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서인지 아이는 자못 '몸
박사'라도 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책장을 덮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시 읽어봅니다. 잔소리 9단 엄마의 입장에서 읽어보니, 평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잔소리를 거의 시의 수준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문장이 페이지마다 이어져 책장을 넘기면서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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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대단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저자의 관심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태생의 지은이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거식증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거식증(anorexia)는 흔히 폭식증(bulimia)와 함께 섭식장애(eating disorder)의 한
증후군으로 널리 알려 있습니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북미와 유럽 사회에서나 유행하는 병이었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을 비롯 많은 아시아 국가며
심지어 태평양의 섬사람들에게서까지 발견되는 증후군입니다. 추정하건대 저자는 거식증 전문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몸 이미지를 왜곡하고, 자기 몸을 혐오하는 많은 젊은이를 만났을 것입니다. 내 몸이 보내주는 신호, 내 몸 고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아이돌 스타의 비현실적인 몸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해왔겠지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몸은 저마다
다를 뿐이지, 누구의 몸이 더 아름답거나 더 우열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특정 이상형의 몸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있는 다
큰 성인에게 그런 충고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더 어려서부터 자기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거식증 등 섭식장애의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몸은 대단해!>는
시종일관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당신의 몸은 소중하니 잘 돌보고 감사히 여기라"고.
그렇다고 진부한 훈계나 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그림작가 비요크 비야르카도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밝은 그림체로 우리몸의 신비를 그려주었어요.
인간이 몸을 가진 존재임이 얼마나 감사하고 신기한 일인지를 일상과 닿아있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예들을 들어 그려냈어요. 엄마가 발을
조몰락조몰락 주물러 주실때 우리 몸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지요. 소중한 몸의 신호, 특히 어린 아이들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배가 고픈지, 부른지, 어떤 감각인지......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소중한 우리 몸을 더 잘 돌볼 수 있지요.
<우리 몸은
소중해!>의 하이라이트이자 저자의 몸 관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을 소개해볼까요? 알록달록 다양한 매력의 꽃들이 가득 채워진 페이지에서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꽃이라고 상상해 보아요. 세상의 모든 꽃이 다 똑같이 생겼다면
참 재미없겠죠? 여러 종류의 꽃이 다 모여야 알록달록 근사한 꽃다발이 만들어져요." 즉, 뚱뚱하다는 몸도, 날씬한
몸도, 작은 키, 큰 키 모두 사람의 다양성을 나타낼 뿐이지 우열의 지표가 아니라는 메세지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늘 하고 싶은 훈계를
이처럼 시적으로 표현하다니, 작가 식룬 다니엘스도티는 참 멋진 일을 해낸 셈이네요. <우리 몸은 소중해!>를 읽은 어린 독자들이
커가면서도, 자기 몸을 사랑스런 표정으로 응시하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테니까요. 자신의 몸이 건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그 사랑이 주변까지 넘친답니다. 결국, 건강한 몸 가꾸기는 이 사회, 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는 작은 노력의 시작이 되는
셈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