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걸작 동화 베이직북스의 그림동화 걸작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경옥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 걸작 동화

20170210_142827_resized.jpg


'읽어본 적도 없이, 읽은 듯 착각해온' 대표적인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희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이며 주인공 이름이 친숙하기에, 얼추 줄거리를 소개하라면 할 수는 있겠는데 막상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을 <멕베스>, <한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원작에 도전하자니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 해석이 부담스럽고,  한글 완역본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겠는걸?' 이런 고민 중이라면, 고민을 해결해줄 앙증맞은 책이 나왔습니다. <셰익스피어 걸작동화>입니다. '동화'라는 타이틀에 걸맞에 일러스트레이션이 멋집니다. 수록된 6편,《열두 번째의 밤》《로미오와 줄리엣》《폭풍우》《한여름 밤의 꿈》《맥베스》《햄릿》의 일러스트레이션 화풍이 다채롭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일러스트레이터가 여럿입니다. 크리스타 언츠너, 제나 코스타, 세레나 리그리티가 그들입니다.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문장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내용을 잘 담아낸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큽니다.


 

61F2KzZbHeL__SX361_BO1,204,203,200_.jpg

 

<셰익스피어 걸작동화(원제:Illustrated Stories from Shakespeare ) >는 그 유명한 어스본 출판사의 "Usborne Illustrated Classics" 시리즈 중 한 권인만큼 퀄리티와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와 흥미를 고려하여 최대한 친절한 안내를 해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본문에 본격 들어가기 전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한다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정보를 간략히 수록해서 독자의 흥미도를 높여줍니다.

20170209_224742_resized.jpg

20170209_224813_resized.jpg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비극 대화체를 서술형 문장에 녹여 줄거리로 소개하면서도, 극의 느낌을 살려 쳅터(chapter)별 구성을 취했습니다. 

20170210_142844_resized.jpg

대학 은사님 중,  한쪽 눈의 시력을 실명하실만큼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오셨다는 분이 생각납니다. 어린이 독자는 우선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에 입문하고 나면, 한층 더 깊이 있게 이 대문호에게 다가가고 싶어질 것입니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어떻게 미묘하게 변화하는지, 갈등의 양상이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전개되는지, 도저히 1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방대한 어휘를 구사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원문은 어떠한지 알고 싶어질 것입니다. 즉 어린이가 어려서 처음 접한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훗날 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으로 크게 키워나갈 중요한 씨앗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를 초등생 맞춤형 셰익스피어 입문책으로 강력히 권합니다. 베이직북스에서 "Usborne Illustrated Classics"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어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해주기를 고대해봅니다.

20170210_142901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사벳이 콧구멍에 넣었어요 완두콩

22850345.jpg

ecd1c50e6b0405963863cda05fba79e5.jpg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2002)이 남긴 100여 편의 작품 중, 단 몇 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잘 알 터입니다. 린드그랜이 그려낸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티 없이 맑고 천진하여, 활자를 통해서 만났을지라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들이라는 것을요. 귀여움과 천진난만함으로는 작은 리사벳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요 귀여운 꼬마에게 엉뚱한 버릇이 있었는데, 다름 아니라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어딘가에 넣어보는 버릇이었어요. 하루는 리사벳이 부엌 바닥에서 완두콩 한 알을 주었지요. 어디에 넣었을까요?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제목을 보면 짐작하시겠죠? 네, 이 귀여운 장난꾸러기는 자기 콧구멍에 완두콩을 쏙 밀어 넣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들어갈 때는 쉬웠는데 이 완두콩이 리사벳 콧구멍에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친언니 마디켄은 "콩이 콧구멍에 뿌리를 내렸나 봐. 만약에 콧속에서 콩이 계속 자란다면, 곧 꽃이 필 거야."라는 말로 리사벳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요.
20170212_205438_resized.jpg
리사벳의 손가락도, 마리켄 언니의 손가락도, 머리핀도 다 소용 없었어요. 리사벳의 콧구멍에서 정말 스위프티 꽃이 피기라도 하면 어쩌려나요? 엄마는 리사벳과 마리켄을 의사 선생님께 보냅니다.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는 사이 좋은 두 자매가 완두콩 문제를 해결하러 의사 선생님께 다녀오는 동안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일상의 에피소드라지만, 소위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기'도 하고, 욕배틀도 하고, 코피 소동까지 담고 있습니다. 리사벳은 시종일관 너무도 귀여워서 독자의 사랑을 듬뿍 독차지할 수밖에요.  
20170212_205524_resized.jpg

20170212_205541_resized.jpg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읽다 보면, '동심, 동심' 우리가 그토록 희구하면서도 이젠 잘 보이지도 않는 그 동심의 세계가 얼마나 기발하고 찬란한지를 한껏 느낄 수 있어요. 어른 독자라면, 아이들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지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며 어린이 독자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거에요. 디지털 기기 따위 하나 없이, 완두콩 한 알로도 이처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자매의 하루는 먼 땅의 독자에게도 작은 감동을 줍니다. 찬란한 동심에의 부러움과 함께.

20170212_211159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작은 반복의 힘 -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로버트 마우어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작은 반복의



20170206_121015_resized.jpg

지. 지. 부. 진. 자. 기. 혐. 오. 의. 지. 상. 실.
*
혐. 오. 의. 지.  부. 진. 자. 기.
*
기. 혐. 오. 의.
 
결국 동의어가 아닐까. 결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 없고, 자꾸 스스로의 결심을 허무는 모습에 자기 혐오를 느껴 다시 결심하지 못하는 악순환.
그 악순환을 과감히 끊고, 인생 대변혁 이루고 싶은 이들 많을텐데, 문제는 HOW?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답하길, "스몰 스텝small step"부터 성취하라. 인간의 뇌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항한다. 그러니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계획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부담이 없는 변화로 시작하고 계획을 작게 세워 습관이 되도록 매일 성취하라. 그러면 결국 큰 변혁으로 이어지고, 성공한다.  UCLA의대 교수인 로버트 마우어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성공이유'가 궁금해서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꼭 성공을 목적으로 삼지 않더라고, 자존심, 자긍심을 높이는데 스몰 스텝 접근이 유용할 것 같다.
 
 

20170206_120306_resized.jpg

20170206_120404_resized.jpg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읽다가, 뜨끔하도록 무서운 예화를 하나 만났다. 술에 취한 남자가 가로등 아래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었다. 경관이 '어디에' 떨었뜨렸냐고 묻자, '저쪽'이라고 답하면서도 '가로등 아래'가 밝아서 여기서 찾노라고 대답한 고주망태의 모습은 나와 다르지 않다. '하루 1권 읽고 쓰기'의 자잘한 계획이 결국은 열쇠 찾는 일에 직접 착수하기가 두려워 내건 자기 기만의 미션임을 고백한다. 목적전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안락한 가로등 아래 안주해서도 안 된다.

20170206_120519_resized.jpg
 
명령보다 작은 질문의 반복이 변화를 이루는데 유익하다고 한다. 매일 '당신이 주차한 옆 자리에 자동차 색깔은?'이라고 반복해 묻는다면, 결국 옆 자리 자동차 색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작은 질문은 매일 던지면 어떻게 될까?
 
'짜투리 시간들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낼까?'
'하루 한 페이지씩 쓰기를 어떻게 착수하면 될까?'
가치 있는, 작은 질문을 만들어 본다. 질문 던지기를 습관화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한다. 고민후 실천을 습관화 한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그 방향으로 변화해 나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

전망좋은 도서관을 검색하다 새로 알게 된 '전망대 북까페,' 하늘 바로 아래 있는 그 북까페의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읽은 책이 바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인지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실천은 더욱 오래 지속적으로 하리라.
20170206_111500_resized.jpg

도서관에서 내다본 전경.
 
20170206_114220_resized.jpg

20170206_112554_HDR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평생
로베르트 제탈러 지음, 오공훈 옮김 / 그러나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평생


 

20170202_113920_resized.jpg


 

깊이 집중해야 하는 책을 잠시 멀리해도 된다는 변명거리를 주기 위해 집어든 소설, < 한평생>. 제목 외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 평생 산과 가까이 자연인으로 노동의 숭고함을 실천하며 살았던 주인공처럼 참 내향적이고 과묵한 책이다. 드라마틱한 전개도, 사건도, 흔한 로맨스조차 살짝 다루고 지나가는데도 '참 잘 읽었다' 싶다. 다 읽고 나서, 옮긴이의 후기를 보니 작가 로베르트 제탈러의 <한평생>은 2016년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의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검증받은 작품이다. 한국인에게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기억될 2016 맨 부커 상이겠지만.

*

이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비벼낸 작품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왓다고 옮긴이가 소개하는데, < 한평생>에서 역시 산악 지역 휴양지 개발 과정이 허구와 잘 어우러져 묘사된다. 작가가 오스트리아 빈 태생인데, 소설의 주요 공간적 배경인 산악 지역 역시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산악 지역이라고 한다.

*

 

시작은 죽음이다. 죽어가는 노인, 노인의 죽음에 대한 묘사, 죽음에 대한 주인공의 태도, "죽음은 차가운 여인"이라는 염소지기 노인의 말에, 젊은 주인공은 "하지만 제 등에서 돌아가시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부모 없는 에거는 어려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해 다리골절을 입고 절름발이가 되었으나, 평생을 묵묵히 숭고한 노동으로 연명한다. 비록 다리길이도 짝짝이도 다리뼈도 이상하게 휘었지만 산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잘 타서, 스키 휴양지로 개발하려는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일 역시 기막하게 잘한다. 젊어서는 그 일로 먹고 살았다. 늙어서는 도시 사람들에게 '산림체험(?), 산 안내'를 해주고 받는 돈으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아서 소박하게 먹고, 단순하게 살았다. 종교 수행자도 아니건만 에거의 삶은 금욕 그 자체였다. 아내 마리를, 산사태로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난 이후 어떤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저 고독하게 마리를 그리워했다.

*

마지막 역시 죽음이다. 이번에는 츨생 증명서상 일흔아홉의 노인이 된 에거의 죽음. <한평생>에는 다양한 양상의 죽음과 죽음에 대한 태도가 등장하는데, 에거의 죽음은 천천히 그리는 인물화 같이 천천히 온다. 시인이 아름다운 풍경을 관조하듯 관조하며 천천히 온다. 겸허히 수용한다. 작가는 이렇게 그의 마지막을 묘사한다.

 

에거는 심장 쪽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고, 자신의 상반신이 서서히 앞으로 쓰러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한쪽 뺨이 탁자 표면에 닿았다. 에거는 그런 자세로 쓰러진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멈추자, 고요함에 귀를 기울였다. 참을성 있게 심장이 다시 뛰기를 기다렸다.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자, 그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죽었다. (149쪽)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었다면 <한평생>은 에거의 고독한 한평생을 몰래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에거의 죽음을 묘사한 후, 다시 6개월 전으로 거슬러 간다. 노인 에거의 정신이 혼미해져서 가끔 치매 기운을 보이는 와중, 에거는 9월에 눈송이를 맞았다. 자신을 부르러 온 죽음의 여인으로 착각했던 에거는 "아직은 아냐."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며 나이드는 와중에도, 생이 찬란해 미칠것 같은 순간 한 번 없이 거진 80년을 살아오면서, 그 느리고 외로운 생을 더 연장하고 싶어함이 한 마디에 내포되어 있다. 노인이 된 에거는 우연히 빙하에서 발견된 노인 시신과 마주하는데, 그 노인은 바로 소설의 첫 페이지에 등장한 염소지기이다. 염소지기는 산에서 죽었고, 산악 지방의 차가움 때문에 40여년 동안 냉동 미이라가 되었던 것이다. 젊은 날의 에거 등에서 죽어가던 노인의 미이라를, 이제 그 노인만큼 늙어버린 에거가 마주본다. "에거가 몰두한 생각은 하나 더 있었다. 얼어붙은 염소지기가 마치 시간의 창을 통하기라도 하듯 에거를 응시하고 있다는 상상이었다. 하늘을 향한 그의 얼굴 표정에는 무언가 젊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에거가 오두막에서 죽을병에 걸린 염소지기를 발견해 나무지게에 지고 골짜기로 내려갔던 당시, 하네스는 마흔 살이나 쉰 살쯤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에거는 일흔 살을 훌쩍 넘겼고, 자신이 젊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았다. 산에서의̋ 삶과 노동으로 인해 그에게는 진한 흔적이 남게 됐다. (137~8쪽).
*

나에게는 이 부분이 클라이막스로 느껴졌다. 40년전 눈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죽어가는 노인의 미라를 이제 그보다 더 늙은 남자가 되어 다시 만나는 부분. 압축된 40년은 소설 속 '한 문장'이요, 한 순간이다. 허망하기까지 하다. 그 세월, 반평생의 세월이. 다만 노인의 미라에게서 느껴지는 '젊다는 느낌' 앞에서, 이제는 폭삭 늙어버린 주인공이 여전히 떳떳할 수 있음은, 그가 순간순간 진실로 최선을 다했기에.

비록 자식도, 그 흔해 빠진 집한채의 재산도, 뭐 하나 남기지 못했기에 세속적 명예 창구는 텅텅 비었겠지만 에거의 삶은 숭고했다. 노동했고, 진실했다. 그래서 세속적 창구가 비었어도 떳떳하고 죽음 앞에서 비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얻은 교훈은 그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만권 독서법 -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나미 아쓰시,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만권 독서법


20170206_142642_resized.jpg_origin_temp00.jpg
책만 읽으면, 아니 종이에 인쇄된 활자 앞에만 있으면 스트레스며 강한 희노애락의 감정이 부드럽게 중화되는 책벌레로서는 '서평가'는 꿈꿔볼만한 직업이다 (누가 내게 서평가를 제안해준다면, 덥썩 제안을 물고 싶다).  인나미 아쓰시가 바로 그 부러운 직함을 가진 서평가이자, 프리랜서 작가 겸 편집가이다. 작가의 아버지 역시 책 만드는 일을 하셨고, 인나미 아쓰시 역시 책을 참 좋아했단다. 단, 그에게는 컴플렉스가 있었는데 현직 서평가로서는 역설적이게도, '읽기 능력'에 대한 수치감이었다.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사고로 3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이후, 도무지 빨리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 페이지에 5분은 족히 걸릴만큼 지독하게 느린 독서법으로 책을 대하던 그가, 웹미디어에서 서평란을 담당하면서 하루 한 권을 소화하고 서평을 "써야만"하는 상황에 놓였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였던가. 그는 '거북이' 독서법에서 토끼형' 독서법으로 혁신적 전환을 한다. 그가 콕 집어 소개한 단어 그래도 설명하자면, '플로우 리딩(flow reading)'법인데 말그대로 "책에 쓰인 내용이 자신의 내부로 흘러드는(flow) 것에 가치를 두는 독서법 (33쪽)"이다.  이와 대립항에는 '스톡(stock)형 독서법'을 놓을 수 있는데, 이는 지식과 정보를 담아두는 독서법이다. 책 빨리 읽기의 달인 인나미 아쓰시에 따르면 책을 앞에두고 먼저, "읽지 않아도 되는 책  ( =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책)," "빨리 읽을 필요가 없는 책,"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분류한 후 읽기 시작하라고 한다.
*

20170206_142629_resized.jpg
저자가 하루에 2권씩, 일년이면 7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데는 '"정독의 저주 (24쪽)"에서 자유로운 힘이 크다. 어짜피 아무리 공들여, 시간들여 책을 읽은들 한 번의 독서로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면 왜 같은 책을 계속 붙잡고 있는가? 차라리 많은 책을 읽어나가, 레고 블록을 쌓듯이 '큰 덩어리'로 독서경험을 구축해나가는 방향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 텐데.
저자는 '정독에의 강박'이나 '밑줄치며 읽기'를 실패한 독서법의 특징으로 든다. 대신 플로우 리딩을 하되, 책 한 권의 정보를 응축한 '운명의 한 줄'을 발견하라고 충고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읽으면서 손글씨도 책 내용 메모하기를 권한다. 저자가 전문 서평가이기 ˖문에 컴퓨터를 많이 쓰지만,  A4나 A5 크기의 큰 노트에 책 내용을 메모해가면서 읽어나가면 '운명의 한 줄'을 찾는 알찬 독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20170206_142709_resized.jpg

<1만권 독서법>은 어찌보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2015)류로 대변되는 미니멀리즘의 유행과도 겹친다. 정독하며 다시 읽고 또 읽는 독서법 대신, 후다닥 읽어도 될 책들을 후다닥 읽어 1줄, 1문장의 엑기스로만 남긴후 빠른 처분을 하라는 충고를 던지니 말이다.
책의 후면에는 실제 저자 인나미 아쓰시가 쓴 리뷰가 예시로서 여러 편 소개된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서평의 차별화된 점으로 '인용'을 꼽았는데, 실로 그의 모든 리뷰에는 해당 도서에서 따온 문장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호흡으로서의 독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행위가 숨을 내쉬는 '인용'"(75쪽)이라며 인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용을 많이 쓴다, 서평 대상이 되는 도서의 문장을 그대로 많이 빌어온다는 말은 다시 이해하면,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읽기 보다는 빨리 읽고 내용파악하기에 중점을 둔 독서법의 결과라고 보인다. 실제 인나미 아쓰시는 꽤 솔직하게 본문에서, 자신이 제안하는 독서법은 '독서 엘리트'(34쪽)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로 그는 아직 10000권의 책을 읽은 독서가가 아니다. 1년에 700권씩 읽어나가다보면 10년 후에 1만권을 읽게 될 독서가이다. 이런 점을 참고하며 <1만권 독서법>을 유용하게 읽기 권한다.

20170206_142728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