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방문했던 공공기관 건물에서 대형 구조물, 아니 미술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두었다. 버리면 폐기물신세일 밤나무 조각조각을 다듬어서 이렇게나 매끈하고도 부드러운 '하나'로 다시 탄생시켰다
(작가님, 죄송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못합니다). <노인과 소년>을 읽고 나니, 이 구조물 생각이 다시 났다. 어느 하나의 조각이
'내가 주춧돌일세!'하면서 특별 대접받길 원한다거나, 작은 조각들이 무시당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형상이다. 부드러운 모양새, 빈틈이 많아
흐름이 가능한 구조, 작은 조각이라도 하나가 빠지면 왠지 불완전해질 것 같은 이 형상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광장에서 부르짖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공정한 사회.'를 표상하고 있지 않은가? 국정'농단'을 '농단'이라고 이야기하는 자가 코너로 몰린다면, <노인과
소년>에서 감자를 감자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엄벌을 받는 그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예술인으로서의 박완서 작가가 어쩌면, '블랙리스트'
정치에 이렇게 그림책으로 조용히 항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