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 - 당뇨, 고혈압, 비만, 암까지! 만병의 근원, 염증 해소의 답을 찾다
이희재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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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나리 드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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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에 좋다는 건 아는데, 어떻게 먹는지를 ……" 부끄럽지만, 미나리를 두고 하는 고백이다. 미나리를 데쳐서 초고추장을 곁들이는 수준으로만 미나리와 친하다. 미나리 예찬론과 더불어 미나리 요리법을 소개한 국내 최초 미나리 건강법 전도서가 출간되었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의 표지에는 미나리의 싱그러움을 꼭 닮은 연두빛을 배경으로 이희재 건강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서초동 장금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하루 100여 명 이상을 치료한다는 대한민국 미나리 건강법 전도사인 그녀의 입담이 재밌고 그 주장에 강하게 수긍이 가기에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한 달음에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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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제목 그대로와 같다. "미나리는 당뇨, 고혈압, 비만, 암 등 만병의 근원인 염증을 해소해주는 만능 약재이니 끓여 드시오."가 핵심 주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리에 서툴러서 미나리를 데쳐만 먹는 나같은 독자로서는 "끓이라?"하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끓인 미나리물은 '수근차'라고 불리는데, 사실 일반 가정집에서 만들기에는 들여야할 노력과 시간이 부담스럽다. 책의 136페이지에 무척 상세히 만드는 법이 소개되는데, 미나리 2단을 물 4.5L 및 고량주 1잔을 넣고 무려 거진 2시간을 끓이면 된다. 2시간이라니! 아직 해보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만들면 4인 가족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양이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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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노력을 들여 만들었으면 복용도 제대로 해야하는데, 수근차는 냉장고에 두고 3일 이내에 다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루 3번씩 마시면 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데 어떻게 '수근차'가 일률적인 만병 약재가 되느냐고? '서초동 장금이'의 처방이 여기 있다. 미나리의 효능을 배가시켜주는 12가지 약재를 그 답이다. 여름철 자양강장에는 오미자수근차, 함암효과를 기대하려면 마늘수근차, 기관지질환에는 선인장수근차 등 자연의 약재를 최대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수근차로만 마시기 지겨우면 식탁위에 다양한 미나리 변주를 풀어놓을 수 있다. 미나리 김치나 미나리 장아찌, 미나리 오징어 무침 등 비주얼만 보아도 싱그러운 향이 지면을 건너 유혹하는 것 같다.

*

  여기서 다가 아니다. 피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미나리로 수근세정제를 만들어 쓰면, 화학약품으로 인한 경피독 經皮毒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다. 나아가 <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에서는 미나리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운동법들을 소개해주는데, 공간이나 운동법에 큰 요구사항이 없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워서 엄지발가락을 부딪힌다거나, 무릎 관절 부딪치기, 흉부와 복부 쓸어내렸다가 올리기, 위장과 간장 진동시키기 등의 운동이 그것이다. 100세 시대 무병장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미세먼지 그득한 공해독 시대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미나리건강법을 권해본다. 그런데 귀차니즘 때문인가 수근차는 아무래도 사서 마시고 싶다. 언제 2시간을 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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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콘스탄케 외르벡 닐센 지음, 아킨 두자킨 그림,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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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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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의 작품임을. 예전에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의 표지만 보고도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이 쓰고 아킨 두자킨이 그린 그림책인줄 대번에 알았거든요. 그 때 제가 쓴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노르웨이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책' 상과 '브라게' 상 등을 수상해온 아킨 두자킨의 그림체는 지문이나 홍채만큼이나 흉내낼 수 없는 독특성이 있"다고 적었네요. 탈세속적 몽환미를 뿜어내는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독자를 끌어들이는 1인칭 독백의 심연을 이 두 작가의 홍채라 하겠는데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고통과 번뇌를 이야기하면서도 파스텔빛 몽환의 그림을 입혔고, 곱씹을수록 가슴을 파고드는 문장이 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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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는 그림책치고는 유독 철학적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었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반응은 '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무슨 뜻일까?'하는 아리송해하는 표정이었거든요. 어쩌면 이 책은 이민자가 연일 핫 이슈인 유럽의 아이들에게 더 빨리 와 닿을지 모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전쟁이나 민족탄압 등 생사가 걸린 이유로 국경을 넘어 오는 이민자들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는 않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혼자 뗏목을 탔거나 사막을 홀로 횡단하는 어린 아이가 화자입니다. 아이는 계속 묻습니다. "나는 왜 나인지, 다른 누군가가 아닌지 그리고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 아이가 자신에게 묻지만, 독자 역시 그 질문에 답하고 싶어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깊이 책 속에 감정이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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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된 문장과 몽환적 그림이지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를 읽다보면 지구촌의 구체의 현실을 상상하게 됩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쉴 새 없이 일해야하는 아이들. 부모도 없이 전쟁통에 다리 밑 임시 거처에서 살아야하는 아이들. 소속된 기관도, 자신을 보호해 줄 국가도 없이 그저 생존을 위해 보트에 몸을 실어야하는 아이들. 마실 물, 먹을 음식 등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자가 부족해서 죽음을 가까이 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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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 있을까요?>는 이런 가혹한 현실을 구체화된 언어로 콕 집어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냥 화자인 어린이가, 끊임없이 자문하는 와중에 독자 스스로 타인의 고통에 눈 뜨게 해줍니다. 저는 책장을 넘기다가  떠다니는 유빙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서있는 펭귄무리를 화자인 아이가 지켜보는 그림에 놀랐습니다. 어쩌면 삶의 고통은 특정 역사적 현실에 속한 개개인뿐 아니라 인류 나아가 생명 가진 존재 모두에게 숙명이라는 메시지를 읽었거든요. 부정하거나 분노할 것이 아니라, 생의 양면성으로서 감사히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미까지!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는 한 개인의 정체성 고민에서 나아가 생명가진 존재들의 연대를 시사합니다. 홍수에 뗏목하나 의지하고 표류하는 아이가 작은 동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듯, 모두 연약하고 번뇌하는 존재이지만 타인을 보듬을 수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보듬으면 세상이 좀 더 따뜻하지겠지요.
너무 아름다운 문구가 있어서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의 본문에서 옮겨와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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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 모두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닐까요? /

어쩌면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 그런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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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당신을, 우리를 응시합니다. 그러면서 눈으로 묻습니다. 당신은 왜 사느냐고? 당신은 누구냐고?

다시 되뇌여봅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 모두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닐까요? /

어쩌면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 그런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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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악삐악 할머니 집 쁘띠 이마주
쿠도 노리코 글.그림, 한라경 옮김 / 책내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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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삐악삐악 할머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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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도 노리코'라는 작가의 작품인줄 모르고 표지만 봤을 때도 일본 그림책일 거라 상상했습니다. 유치원 단체복을 연상시키는 모자와 노란 옷이 일본의 유치원생을 바로 떠오르게 했거든요. 게다가 어른 앞에서의 저 공손한 태도며, 일사불란 규율 잘된 단체활동. 딱 일본 스타일의 유아 교육이라는 속단을 했습니다. 실제 <삐악삐악 할머니집>은 일본 작가의 시리즈 연작이더군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색들의 조합으로 아기 병아리들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시킨 일러스트레이션이 일품입니다. 그림의 색감만으로도 달콤한 마카롱을 맛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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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아빠께서 꽃과 체리 선물을 차에 실으시고 외할머니께 병아리 다섯을 맡기시네요. 울랄라. 그럼 여섯번째 막내 아기? 다산의 병아리? 다행히 아니었어요. 병아리 오남매의 친동생이 아니라 사촌 동생이 태어났다네요. 오남매는 외할머니 댁에서 머무를 수 있어 만세와 환호를 지르네요. 이 할머니 유아교육 전공자이신가요? 애들 돌보기의 달인이신가요? 몸 튼튼한 2,30대도 혈기왕성한 꼬마 다섯을 한 꺼번에 맡으면 심란할 텐데, 이 할머니 최고세요. 아이들과 함께 할 거리를 착착 계획 세우고 실천하시니까요. 

먼저 외할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체리 따기와  차조기 잎을 따오라고 하셨어요. 차조기잎 Shiso Leaf?  붉은 깻잎이라는 별명이 있는 이 잎은 효능도 색깔도 예쁘다네요. 외할머니께서는 아이들 앞에서 차조기로 쥬스만드는 법을 보여주셨어요.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로 "와와!" 탄성이 나오는데, 꼬마들도 같은 마음인가봐요. "우아, 예쁜 색이다"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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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아리 오남매의 외할머니 정말 부지런하세요. 차조기 쥬스로 끝이 아닙니다. 찹쌀 경단도 마트에서 사다 쓰시지 않고, 직접 익반죽해서 만드시네요. 꼬마들에게 직접 경단 빚기를 유도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드시면서요. 바나나도 숟가락으로 작게 잘라 과일화채도 만드시고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함께 요리하기를 유도하는 외할머니의 통솔력이 대단하신대요. 저렇게 어린 꼬마들이 일사불란하게 할머니 말씀대로 행동하는 것도 놀랍고요. 현실 속의 꼬마들도 저럴까요? 외할머니 댁이 아니라 규율 잘시키는 유치원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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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악삐악 할머니집>에서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바로 '엄마도 병아리?'에피소드랍니다. 엄마가 아기였을 때 엄마를 안고 계시는 외할머니의 젊으셨을 때 사진을 보며 오남매는 놀랍니다. "엄마도 병아리였다고요?" 그러자 할머니께서 "아빠도 할머니도 모두 병아리였다."라고 하시니 꼬마들이 엄청 놀랐어요. 이 단순한 대화가 어쩜 이리 사랑스럽게 들리는지요. 뭉클하기까지 하네요. 인간사, 인간 존재의 이유란 결국 자기 닮은 미니미를 남겨 불멸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렇게 단순한 대화속에서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유전자의 불멸성을 이야기하니 뭉클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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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노을진 하늘. <삐악삐악 할머니집>의 마지막 페이지가 하도 예뻐서 자꾸 자꾸 펴보게 됩니다. 미세먼지 걷히고 저런 분홍노을진 하늘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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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아름다운 노을진 하늘. <삐악삐악 할머니집>의 마지막 페이지가 하도 예뻐서 자꾸 자꾸 펴보게 됩니다. 미세먼지 걷히고 저런 분홍노을진 하늘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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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 세기의 천재이자 위대한 과학자!
코린 마이에르 지음, 안 시몽 그림, 권지현 옮김 / 거북이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EINSTEIN

 

 
어쩌면 어린이 전기문 시장에서 <아인슈타인>은 잘 팔리는 이름이 아닌가봅니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뉴턴 보다 훨씬 아인슈타인을 다룬 책을 찾기 어려운 느낌이니까요? 아니면, 대중들은 그저 아인슈타인을 천재 과학자의 이미지로서 소비하고 싶어하지 너무 비범하기에 더 깊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인슈타인에 대해 처음 읽는다면, 이왕이면 냉철한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의 검증된 글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바로 코린 마이에르(Corinne Maier).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정신분석가인데 2016년에는 "BBC WOMEN 100"에 선정되는 영예도 얻었을정도로 작가로서나 비평가로서 저명합니다.  정치과학과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그녀가 이례적으로 위대한 이들의 전기를 쓰는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이미 나 를 안 시몽 (Anne Simon)과 작업하여 큰 반향을 얻었거든요. 이번에 나온 역시 그 둘이 공동하였습니다다. 마찬가지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의 형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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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 마이에르가 되짚어낸 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깔끔하게 시간 순서대로 기술되었지만, 솔직히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작가들은 아인슈타인이 이룬 중요한 과학적 업적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성격과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들을 줄거리 속에 교차적으로 삽입했거든요. 아인슈타인이 실재 종잡을 수 없는 괴짜였는지, 아니면 코린 마이에르가 의도적으로 종횡무진 글쓰기 전략을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을 다 읽고도, 잘 감이 오지는 않네요. 괴짜천재인지, 평화를 사랑하는 인본주의자인지.
*
실제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이런 엇갈리는 평가들로 가득 채워진 채 시작됩니다. CIA가 감시하는 공산주의자, 독일에서 도망친 배신자, 이스라엘 건국을 주장한 시온주의자, 바람둥이, 이미지 관리의 달인, 표절자, 자식들을 돌보지 않은 차가운 부성 등등.
 

을 읽다보면 이런 엇갈리는 평가를 이끌어낼 관련 에피소드들이 혼재하여 등장합니다. 완전한 문장을 말 할 수 없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었던 어린시절부터, 바이올린 선생님과 충돌을 일으키고 독학으로 바이올린 연습을 하였고 노년기에도 음악을 사랑했던 이야기며, 물리학을 공부하던 밀레바와 결혼하였으나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이야기 등이 독자에게 놀라움의 연속으로 다가옵니다. 분명한 건 이 천재 과학자는 관습에 얽메이지 않고 권위를 부정했으며 인간사의 사사로운 인간관계를 넘어서는 우주의 인과관계를 추구했습니다. 즉 몸은 인간세계에 속해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우주적 큰 세계를 지향한 것 같습니다. 아마 코린 마이에르도 아인슈타인의 이런 성향을 책 속에서 부각시키고 싶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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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연방 공과 대학에 재학시절 물리학과 교수에게 "교수님"이라는 존칭대신, "저는 누구나 다 똑같이 부릅니다."라며 끝까지 "베버 씨"라 이름(first name)으로 불렀던 일화.
격식있는 행사에서 턱시도를 입으라는 제안에 "사람들이 나를 보러 오는 거요? 내 옷을 보러 오는 거요?"하면서 평소 스타일을 고수했다는 일화.
이런 일화를 알고 나니, 72세 생일날 찍혔다는 '혓바닥 멜롱'사진의 맥락이 이해가 갑니다.

아마 평범한 서술형 문장으로 가득채워진 전기문으로 아인슈타인을 만났다면 이처럼 인물에 다층적 호기심이 생기진 않았을 것입니다. 정신 분석학자 코린 마이에르의 독특한 서술과 안 시몽의 그림 덕분에 아인슈타인의 업적보다도 그의 세계관, 정신세계, 유대인으로서의 종교관 등이 참 궁금해지는 군요.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래픽노블의 재미와 가치를 덕분에 잘 알게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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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 -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고전의 지혜
강경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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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왜, 무엇 때문이었냐?'고 물어보기 어렵겠다.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저자 강경희는 분명 젊은 시절 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얌전하지 않은 우울과 번뇌의 시절을 보낸 듯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의 탄식이 우울과 함께 자리했 (241)"다는 그녀의 20대, 왜 그리 행복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기는 민망하다. 사실은 좀이 쑤시게 궁금한데 말이다. '우울'을 10년 화두로 안고 가던 그녀의 강의실에서 한 20대 대학생이 "위로받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는 화답했다. 그녀 자신이 중국에서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녀가 어려울 때 위안의 카우치가 되어주었던 중국 고전문학을 통해서. 즉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고전문학의 입문서이지만, 깊숙히 읽다 보면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스스로 치유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고마운 명상서이다.

*

강경희는 소동파 蘇東坡, 사기 事記, 장자, 공자, 시경 詩經, 주역 등을 읽다 보니, "어느새 위로를 받고 아픔이 치유되었다.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더 이상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다 (6)"라면서 '나를 치유하는 고전 읽기'의 놀랄만한 치유력을 강조한다. 나아가 혼자서만 편해지지 않고, 그 치유력을 타인과 나누고자 자판을 두드렸다. 한 마디로 "흰 종이 위에 검을 글씨로" 썼다. 마치 사마천이 "죽느냐, 궁형의 치욕 속에서 평생 사느냐?"의 결단을 두고, "비루하게 죽어버리면 후세에 문채(文彩)가 다 드러나지 않을 것이 한스러워 (164)," 삶의 연장을 결단하고 붓을 들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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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스로 "순서와 관계없이 읽어도 괜찮다 (7)"라고 권할만큼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의 8장은 각각 독립된 주제로 이뤄져있다. 그런데도 유독, 소동파와 사마천에 저자의 공감이 더 깊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감각일까? 혹은 강경희가 10년 우울과 허무감의 터널에서 헤어나오는 데 가장 빛을 많이 던져준 이들이 실로 소동파와 사마천일까?

강경희는 소동파(1036 ~ 1101)에게서는 고통을 긍정하는 힘을 보았다. 흔히 우리는 고통을 극복의 대상화하지만 사마천은 "고통의 뒷몃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고통이 주는 선물을 향유할 능력(40)"으로 고통을 동의하고 성장했다. 인품의 깊이가 대단한 소동파는 깊은 관조와 긍정으로 유배생활에서 "수인 囚人"이 아닌 "유람객 (27)"이 되어 "현실의 누추함을 몰아"낼 수 있었다. 

사마천은 썼다. 남겼다. 흔적을 남겼다. 마치 오자서와 계포가 굴욕의 시간을 더 큰 뜻을 품고 굴욕으로 여기지 않고 건너온 뒤 족적을 남겼듯, 사마천은 썼다. 강경희도 쓰기 시작한다. 아울러 독자더러 쓰라고 권한다. 꼭 출판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말하는 것은 치유의 첫걸음이며, "글쓰기야말로 말하기 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 (201)"이기 때문이다. 이 때 치유는 종교학자 정진홍교수가 일깨워주듯 "치료의 주체는 타인이지만 치유의 주체는 자기일 수 에  없 (198)"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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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는 강경희 작가는 그녀의 강의실에서,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차를 함께 마시며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옮겨진 그녀의 깊이에 이미 반했으므로. 그녀가 인용했듯, "글(文)이란 그 사람의 인품이 그녀낸 무늬(文)"(18)라면 그녀의 무늬는 소박하지만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의 무늬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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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에 저자가 두 번이나 인용한 장자의 문구
*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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