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사의 집구경은 안채부터
시작합니다. 모름지기 대청으로 상징되는 집의 중심이 바로 안채입니다. 김은희 일러스트레이터는 안채에서 최진사네 한옥을 한눈에 보는 구도로
시원스레 그림 그려주었습니다. 독자는 마치 집주인이 된양 안채 대청에 앉아 최진사댁 부녀를 바라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부엌으로
들어가볼까요? 건축을 전공했다는 김은희 일러스트레이터가 선으로 섬세하고도 치밀하게 재현해내는 한옥의 부엌은 여자들의 젠더화된 공간이면서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독자는 이 정밀한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부엌에 어떤 집기들이 놓이고, 아궁이가 어떤 구조로 생겼으며 옛 조상들이 어떻게 음식을
했을지 그림만 봐도 상상의 나래를 훨훨 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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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공간만 옮겨다니며 설명하면
기억에 오래 안 남을 텐데, 이상현 작가님은 최진사댁 딸의 혼례준비라는 구체적 상황을 설정해서 독자는 혼례준비의 과정을 따라가며 한옥을 배우게
됩니다. 최진사댁 가족이 사당에 가서 조상들께 혼례 소식을 알려드리는 과정에서는 사당이라는 공간의 용도, 사당 지붕의 모양, 사당에 놓인 위패
등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
이제 최진사댁 혼인잔치에 손님들을
모시고, 곳간의 곡식들도 보호하고자 요즘 표현을 빌자면 증축 공사를 시작해요. 최신사댁 하인들이 행랑채를 짓는 과정을 터다지기부터 지붕올리기까지
차례차례 따라가며 배울 수 있습니다. 한옥 지붕과 기둥, 문과 창의 모양, 대문과 담의 종류를 그림과 실사 사진 자료를 혼재한 비주얼
인포그래픽으로 효과적으로 익힙니다. <우리가 사는 한옥>을 꼼꼼하게 읽고나니, 갑자기 종로의 우리 궁전이나 민속촌으로 놀러가고
싶네요. 더 나아가, 이 책에 이상현 작가가 직접 방문하여 소개한 고택들을 하나씩 돌아보고 싶고요. "네버랜드 전통문화 학교" 덕분에,
자랑스러운 우리 한옥에 더욱 애정이 갑니다. 애정이 생기니 더욱 잘 알아보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긍정의
선순환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