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스콜라 창작 그림책 64
박정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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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식당 주인장 박정섭의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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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놓고 "꽃분홍,꽃분홍"한 표지의 그림책은 처음이다. 화사한 분홍색과 어울리지 않게 <짝꿍> 표지의 소년은 양미간을 찌푸리고 콧김을 내뿜으며 주먹 불끈. 왠지 싸울 태세이다. 그렇다. <짝꿍>은 꼬마들의 싸움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남녀노소 가를 것 없이, 편 가르고 오해하고 싸움을 연속하는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요. 남북분단의 우리 현실을 풍자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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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그린 박정섭 작가는 독특하게도 "그림책식당"이라는 까페겸 작업실을 운영하며 워크숍, 전시, 강연 등 다양한 그림책 관련 활동을 해왔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니(http://ch.yes24.com/Article/View/32654 ), 짐작은 했지만 기성의 틀로 담아낼 수 없이 독특하고도 에너제틱하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제 성향이 사랑스럽거나 착한 것보다는 웃기거나 비판하는 것, 풍자, 이런 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위 인터뷰 내용 중)"이라는데 <짝꿍> 역시 마냥 해피엔딩도 아니고, 마냥 천진하지만은 않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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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정말 사이좋은 짝꿍이었다." 눈치빠른 독자는 알아차린다. 과거형의 문장임을. 그런데 속상하게도 단짝 친구가 멀어진 계기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짝꿍이 나를 욕했다는 말에 불끈해서 지우개를 빌려주지 않았더니, 반감은 되로 가서 말로 되갚아졌다. 짝꿍도 화가나서 크레파스를 빌려주지 않았다. 썩은 생선 냄새나는 욕이 나왔다. 욕 역시 되로 건네지고 말로 받았다. 이제 머리에 뿔이 솟았다. 혹이 솟았다. 친한 친구들을 무더기로 몰고가 패싸움까지 하니, 친구들 머리에도 붉은 혹이 솟아올랐다. 혹밭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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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손 꼭 잡고 다녔던 짝꿍이었는데, 싸움의 앙금이 남아 이젠 책상에서도 38선을 가르고 서로 으르렁 댄다. 38선을 넘어오면 "100대," "너 100대니? 그럼 난 101대 때릴 거야?"식으로 미움은 세포처럼 증식한다. 커져만 간다. 그렇게 책상에는 굵은 줄이 가고, 두 친구의 의자는 서로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림체는 발랄하지만, 오해로 비롯된 싸움이 소강기는 커녕 부슬비처럼 계속 남아 마음을 어둡게 하는지라 독자 역시 마음이 가뿐하지만은 않다.
과연 두 친구의 의자는 서로 가까워질 것인가? 두 친구는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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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을 읽으면서, 왜 서로 으르렁거리고 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로 "적"이라고 인식하는 구도가 꼭 남한과 북한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판사측 서평을 읽어보니 그렇다한다. <짝꿍>에서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친구를 팔꿈치로 슬쩍 건들여보는 화해의 제스춰를 취하는데 현실의 우리에게서는 어떤 화해의 첫 자세가 필요할까?
아이들 그림책이라고만 생각하기엔, 어른들의 싸움 패턴을 돌아보게 하는 "착하지만 않은 고마운 책"이었다. <짝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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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한글 배우기 완료 단계에 들어선 7세 꼬마가, 박정섭 작가님 <짝꿍>의 팬으로서 나름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POP수업 한 번 안 받아봤건만 어디서 보았는데 POP스타일로 "짝꿍"이라는 제목을 꾸며 썼네요. 작가님, 아이가 이 책을 왜 이리 좋아하는지는 저도 심리 분석을 못하겠습니다만, 아이가 근래 들어 만난 그림책 중에 가장 열광합니다. 3번 읽어주었는데도, "오늘은 아직 1번밖에 안 읽어주었다"고 우겨서라도 매일 예닐곱번씩 반복해서 읽게 합니다. 엄마의 실감나는 성우 연기가 맘에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자기도 유치원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본 기억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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