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 실천법 - 1일1실천의 기적, 28일 후 생리통이 잡힌다!
여성건강연구회 지음, 김수정 옮김, 전상희 외 감수 / 진서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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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일 1실천의 기적여성 건강 실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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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바디 버든 Body Burden>이 연일 화제이다. '바디 버든'이란 '인체유해화학물질의 총량'을 뜻하는데, 당연히 몸에 부담을 덜 주어야 건강할 수 있다. 화학물질의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료나 건강서적의 문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생활 속에서 실천할 구체적 항목과 실천의지이다. <여성 건강 실천법>은 그러 의미에서 '스스로 건강을 향해 노력하는 자'들을 위한 책이다. 1생리주기 28일 건강 실천법 2매일매일 365일 건강 실천법’ 모두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실천할 항목을 제시하고 또 그 실천을 격려하기 때문이다.
먼저 1부에서는 생리통, 자궁내막증, 불임 등 여성질환의 예방에 좋은 생활속 실천 지침을 구체적으로 실었다.   '생리기, 안정기, 배란기, 준비기, PMS(생리전증후군)기'의 다섯 단계마다 가장 필요한 몸사랑 실천을 알려준다. 28일 생리 주기 일자별로 매일 실천할 거리를 한 가지씩 소개한 점이 독특하다. 일본의 건강 서적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편집이 돋보여서 독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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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소제목들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문구들로 이뤄졌다. "머리부터 치아까지 동안 미인 만들기," "뭉침 없는 어깨, 힘차게 뛰는 심장 만들기," "매끈한 배, 튼튼한 허리 만들기," "붓기 없는 늘씬한 하체 만들기,"에 더해 마지막으로는 "마음 건강 챙기는 셀프 힐링법"까지.
이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 단어는 바로 '자연치유력,' 즉 '내 안의 의사가 나를 고친다'는 믿음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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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건강서적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여성 건강 실천법>을 읽다보면 '늘 듣던 충고인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모르겠다. 그만큼, "천천히 먹어라." "단기 단식을 해봐라." "아침에 일어나면 물로 입 안을 헹궈라." "산이나 바다 등 자연을 찾아가라."등의 충고는 건강한 삶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니까.
중요한 것은 <여성 건강 실천법>은 실천을 유도하는 책이라는 점이다. 머릿 속에서 알고 끝나는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1일 1실천이라도 꾸준히 몸으로 따라하게 하는 책. 그렇게 활용한다면, "내 안의 의사"를 스스로 깨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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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습중이긴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지금 누르면 효과 보는 혈자리를 익혀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혈자리 마사지로 선물해준다면 더욱 유익할 듯! 특별한 공간이나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다. 손이나 볼펜, 지압봉만 있어도 기분좋은 자극을 선물할 수 있다니 바쁜 현대 여성에게 유용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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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나를 찾는 길 - 4,300킬로미터를 걷다 처음 맞춤 여행
김광수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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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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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T (4277km),  CDT (4900km),  AT (3508km)라는 영어 대문자 조어가 트레일을 나타냄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세 트레일 모두를 완주한 독일 여성이 쓴 <生이 보일 때까지 걷기 (원제: Laufen, Essen, Schlafen: Eine Frau, drei Trails und 12700 Kilometer Wildnis)>덕분이었다. 그동안 걷기(의 효용성)을 예찬한 고매한 분들의 글을 기웃거려본 적은 있으나, 이처럼 '걷기 자체가 목적'인 걷기의 희노애락을 본격 이야기한 책이 처음이었기에 꽤 강한 인상을 받았다. 마침 독일인 저자 크리스티네 튀르미야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두고 PCT에 도전한 한국인이 책을 썼다기에 놓칠 수 없었다. 400여 페이지의 길고 긴 에세이였지만, 눈을 즐겁게 해주는 사진이 많아서 페이지를 술술 넘기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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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광수는 사남매 중 맏이 아닌 아들로서 한국나이로 35세의 미혼남성이다. 원체 산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7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인 스스로 수십 차례 "짧은 영어," 혹은 "서바이벌 영어"라는 수준의 영어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도전할만큼 그는 용감하다. 또한 400여 페이지의 에세이의 반 이상이 트레일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한 묘사나 그들과의 친교활동에 할애되는 만큼, 김광수는 사교성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같다. 그러니, <나를 찾는 길>을 통해, 자아의 심연에 침잠하여 자신을 성찰한다거나 걷기의 명상을 대리체험하고 싶은 독자는 기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고독한 4277km의 길에서 온통 고마운 인연, 놓치지 싫은 인연은 끊임 없이 만나고 만든다. 낙천적이고 외향적인 그의 성격 덕분에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관계도 따뜻한 인연이 된다. <나를 찾는 길>을 읽다보면, 왁자지껄하고 취기가 올라오는 흥겨운 술자리가 자꾸 연상된다. 조용한 명상의 걷기가 아닌, 다국적 친구사귀기 프로젝트로서의 걷기. 아무튼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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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위에서의 5개월간 하루도 빠짐 없이 쓴 일기처럼 <나를 찾는 길>은 놀랍도록 시시콜콜하고 자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신라면을 누구에게 나눠주었다든지, 어디어디 브랜드 신발은 어떤 점에서 약하다든지, 누구랑 누구 누가 삼각관계라든지, 언제 먹은 맥주는 미지근했다거나 혹은 시원했다든지의 내용 말이다. 마치 일기인양 당황스러우리만큼 개인적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다 적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김광수 저자처럼 처음 PCT에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조언과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테니까. 또한 저자 혹은 저자의 트레일 동료들이 직접 찍은 사진 덕분에 활자로만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천혜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독자가 간접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현재 트레일 러닝화 브랜드 소속 하이커로 활동중이라니 김광수가 다음번엔 CDT, AT에 도전하리라는 데 한 표 내기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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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 거짓 선동과 모략을 일삼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보내는 레드카드
마이클 만 & 톰 톨스 지음, 정태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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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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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원제: The Madhouse Effect: How Climate Change Denial Is Threatening Our Planet, Destroying Our Politics, and Driving Us Crazy)>와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원제: Power in the 21st Century: Conversations with John Hall )>의 저자 이름이 공교롭게도 똑같다. 마이클 만 (Michael Mann ).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의 9장에서도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가진 예기치 못한 환경 파괴성의 위기(39)"에 필연적으로 처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처럼 두 권 모두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경고하기에 동일 저자인가 잠시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첫번째 마이클 만은 '하키스틱 곡선'으로 세계적 기후과학자 반열에 오른 대기과학과 교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이고 두번째 마이클 만은 사회학자이다.
 
독자는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의 영어판 표지 그림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시사만평가 톨 토스 (Tom Toles 1951~   http://www.gocomics.com/tomtoles ) 의 작품이다. 서문에서 톨 토스와 마이클만은 직업적으로는 교차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시사 만평가'와 과학자가 이례적으로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힌다. 명명백백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은 기부변화에 관한 공론의 장에서 왜곡, 부인,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기후게이트(Climategate)란 사건명을 붙여 기후변화를 허구로 몰아붙인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전략에 말려든(?) 대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일단 확실해 보이는 사건 (príma fàcie cáse)인 기후변화와 지구촌이 직면한 환경 위협을 의심하기도 한다.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의 주장은 명료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는 굳건하니 이를 과학적 논쟁의 대상 삼으며 시비 거는 집단들에 휘둘리지 말자. 지구를 보호하는 단체를 옹호하고, 스스로 탄소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자'가 주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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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략)  우리가 방종한 탄소중독 탓에 이 소중한 지구를 치명적인 불균형 상태에 던져버린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하고 지극히 무책임한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214)

*

하지만, 총 195개 국가가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듯이 탈퇴를 선언했다. 대 놓고 인류를 상대로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듯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들은 다음의 핑계를 댄다. 1)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다 2)상승했다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3)인류가 초래한 영향력은 미미하며 4) 우리에게 좋을 것이며 5)행동하려면 비싸다 6) 돈이 덜 드는 해법이 있을 것이다. (106) 혹은 '에너지 빈곤 energy porverty'이라는 개념을 끌어와 화석연료를 제한하면 결국 고통받는 이들은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속지 말자. 이들은 이렇게 주장함으로써 잇권을 챙기고 기득권을 지킨다. 망가지는 것은 지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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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이덕임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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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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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적 풍토, 독서열기는 한국과 어떻게 다르길래?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원제: Rage and Time: A Psychopolitical Investigation) > (2017[2006])가 "유럽 철학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라 한다. 80여쪽의 서문만 거듭 읽으며 활자의 늪에서 헤매는 우매한 독자로서는 '베스트셀러'가 시사하는 높은 가독률이 부럽기만 하다.
*
독일인 철학자이자 문화 이론가인 페터 슬로터다이크 (Peter Sloterdijk 1947~ )는 '분노'를 키워드로 서구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2017년 한국 사회에서 분노는 '분노조절장애'니 하는 개인 차원의 '욱' 수준으로 평가절하되지만, 저자에 따르면 분노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발전의 원동력이자 변화를 이끄는 중추 동력이었다. <일리아드 Iliad>의 인용으로 시작하는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의 첫 장에서는 영웅 서사시에서 분노를 칭송하는 것이 곧 당대 사람들이 분노를 가치 있게 여겼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하지만 분노가 가진 순수한 힘은 길들여지고, 현대에 이르면서 사람들에게 역으로 '망설임'이 권위이자 미덕으로 내면화되었다고 한다. 페터 슬로터다이크 교수는 이처럼 분노가 개발되고 관리되는 단계는 거의 2000여년 전에 시작,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을 본문에서는 "사육화된 분노(32)"라고 표현하는데 '사육'에 해당하는 원어가 궁금해진다.
'분노의 사육화' 관점에서 보면, 20세기의 폭력은 '분출된 것'이 아니라, 폭력의 대리인들이 자신들의 사업적 기준에 맞추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대상을 통제하고 관리한 결과 (56), 즉 기획된 폭력이다. 분노는 증오의 문화를 통해 기획된 형태로 구현되는데 (117), 예를 들면 복수가 그러하다. 분노가 은행 형태로 축적되면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역사적 행태로 변모한다 (123). 성숙되지 못한 분노가 지엽적으로 표출되면 도리어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분노 자산을 낭비하지 않고 낡은 것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세계 혁명'의 동력이 될 수준으로 축적하려면 기다릴 필요가 있다.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증오와 분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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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티모스적 역동성에 대한 이해, 즉 사회 심리 체계에서 분노에 대한 연구는 현실적으로 차단되었다고 본다. (45) 그러나 21세기 전반부도 대규모의 갈등으로 뒤덮이리라 예측하기에, 우리는 우리 시대의 분노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라는 어젠다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60) 이 작업을 바로 페터 슬로터다이크 교수가 하는 셈이데, 그 스스로는 이 작업을 "전 세계적으로 작동되는 분노은행 건설과 관련된 연구관찰(266)"이라고도 칭한다. 이 작업을 위해 저자는 유럽지성사는 물론, 경제학, 정신분석학, 역사, 인류학, 정치학 등을 넘나들며 자료를 제시하기에, 나같은 무지한 독자는 뇌에 당분이 많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그의 논의가 난해한만큼, 독창적이어서 흥미롭니다. 특히 축적된 분노를 운용할 귀중한 자본으로 해석하는 점이 흥미로운데, 그에 따르면 분노은행은 정당이나 정치 운동, 특히 좌파적 정치 스펙트럼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255)
 *
중요한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전 세계적 관점을 지닌 분노의 수집 장소가 없다(336)"는 점이다. 분노가 고립되고 분산되어 이전 시대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미래 세계에서도 분노는 공산주의의 보편적 집단적 형태로 결집되지 못할 것이다. (418) 안타깝게도, 교활하고 은밀하게 작동하는 신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에서는 "분노와 반체제적 에너지"가 결집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운동성도, 이론적 구심점도 상실된 상태에서 언론과 TV가 '행복'이라는 환타지로 사람들을 눈 멀게 했으니 분노가 결집될 수가 없다. 급진적 행동주의라는 면에서 공산주의와 유사한 면이 있는 이슬람주의 역시, 세계화된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 보편적 반체제 집단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415) 미래 사회에서 분노가 공산주의의 보편적 집
그렇다고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가 분노의 전복력을 부정하는 책은 아니다. 마치는 글에서 페터 슬로터다이크 교수는 그가 희망하는 '세계 문화'를 제시한다. 그것은 "보복의 형이상학과 그 정치적 반향을 적절한 수준의 성찰로서 깨부수는 포스트 일신교적 문화 (421)," "문화 상호주의와 트랜스 문화적 균형을 갖추고 반권위적인 부드러운 도덕성에 바탕을 둔 실력주의이자, 뚜렷한 규범적 양심과 양도불가능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의 문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인칭 시점에서 건설된 합리성의 문화 (422)"이다.
*
출판사 "이야기가 있는 집" 측에서 이 책을 주인공이 "분노"인 소설에 비유하며 강력히 권한다. 어려워도 포기말고 공들여 한장 한장 읽다보면 독자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절대 동감한다. 꽤 어려운 독해였지만, 희열이 대단하다. 특히 4부 '중심에서 분리된 분노'와 마치는 글인 '적대감을 넘어서'는 읽고 다시 또 읽으며 속뜻을 음미하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이렇게나 어려운 철학에세이의 번역을 해준 이덕임 번역자에게 고마움의 인사와 동시에 아쉬움의 말을 남기고 싶다. '문화 상호주의,'니 '분노의 사육화' 등 용어 중 일부 해설이 필요한 단어는 독자를 위해 언어를 병행 기재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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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의 주제와 모티브는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역사의 종언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1992) 와의 가상대화에서 비롯되었다 (76).  "후쿠야마의 창의적인 통찰력은 외부로 뻗어가는 문명의 전쟁 에너지가 종식된 바로 그 순간에 자유세계 시민들 사이의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질투로 가득 찬 투쟁이 역사의 무대 중앙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시민들은 항상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불만족의 물결에 젖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한다. 인간은 티모스적인 불안의 에너지에 시달리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81)" 물리적인 전쟁은 끝난 듯 보여도, 형이상학적 전쟁은 불가피.  "과거의 세상에는 노예와 농노, 시대에 대한 불만을 품은 양심의 소유자들이 있었다면 현대 사회에는 패배자 (Verliere)들이 있다. (83)"

*

놀랍게도 이 패배자에는 '외모지상주의Lookism'라는 종교에 빠져, 얼짱 외모를 과잉 보상의 충분조건으로 생각하나 정작 자신은 외모로서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이도 해당한다. 페테 슬로터다이크 교수는 더 시니컬하게 나아가 '보통 사람'을 재정의하는데, "진보된 자본주의에서 과잉 보상으로부터 제외된 이 (368)"라고 콕집어 명쾌하게 말해준다. 분노가 가진 엄청난 전복 에너지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급진적 무관심과 극단주의적 권태에 빠진 이야마롤 어쩌면 보통사람일지 모른다. 페터 슬로터다이크 교수는 무기력과 무관심에 젖어 있는 보통의 독자, 뒤통수를 확 친다. '거대한 숫자'는 의미가 있다고. 연합해서 집단적 이익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강력한 당파가 될 수 있다고.

2016년 광화문 광장과 대한민국 전역을 달군 촛불집회의 열기가 바로 그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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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숲 하늘파란상상 10
이정덕.우지현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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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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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여름에 생일을 맞는 제게는 붉은 장미 한 다발 선물이 자주 옵니다. 하지만, 만약 제게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어 준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어요. "숲에 가자!" 숲이 참 좋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고, 직접 찾으면 더욱 좋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내가 태어난 숲>의 우지현 작가와 이정덕 역시 숲을 사랑하겠지요? 책의 표지부터 속지까지 온통 초록 연두 기운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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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숲>은 아주 특별합니다. 과수원집 7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부지런히 살아온 어르신이 한땀한땀 자수로 만든 책이거든요. 표지의 글자가 두툼하다 싶었는데 고동색 실로 한땀 한땀 새겨만든 글자랍니다. 아름다워요. 가지와 줄기의 질감이 살아 있고, 나뭇잎의 도톰한 촉감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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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이 너울거리는 숲을 배경으로 한 줄의 문장이 새겨있습니다. "내가 태어났어요." "나?, 누굴까? 누가 태어났다는 거지?" 독자의 머릿 속에 반짝 하고 떠오르는 첫 번째 답은 무엇일까요? <내가 태어난 숲>에서는 숲 속 친구들로 시작합니다. 숲에서 태어난 작은 열매, 분홍 날개가 예쁜 작은 새, 달팽이와 나비 등 작은 생물들.

비오고 바람 부는 날에 특히 잘 태어나는 것도 있대요. 꼬마들과 이 대목을 읽으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아무도 '옹달샘'을 생각해내진 못했어요. 의외였네요. "바람이 불고 비오는 날 태어나는 것은 바로 옹달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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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작은 집에는 꼬마가 살고 있어요. 친구를 기다린답니다. 숲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숲에서 보내는 초대장을 우지현 작가는 아이의 목소리로 전해주었네요.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이 순간에도 또 누가, 무엇이 숲에서 태어날까? 숲에가면 누구를 만나게 될까? <내가 태어난 숲>은 진행형의 확장, 미확정의 즐거움. 그래서 더 독자를 설레게 하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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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숲>은 수목원에서 읽었어요. 책 속 부록처럼 작은 책자가 함께 왔는데 본문의 그림과 아주 똑같은 스케치로 채워져 있어요. 자수 놓는데 자신 있는 이라면 이 책자를 본 삼아서 자수를 놓아도 좋겠고, 색칠북으로 이용해도 좋겠어요. 수목원 평상에 배 깔고 엎드려서 꼬마들이 <내가 태어난 숲>을 예쁘게 칠했답니다.
*
숲을 소재로 한 많은 그림책이 있지만 <내가 태어난 숲>처럼 아름다운 자수로 한땀한땀 만들어진 책은 드물 거예요. 한국의 독자뿐 아니라, 세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나고 아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결국 숲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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