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정갑수 외 지음 / 열린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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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은 책이라 일부러 찾아 읽었다.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듣기 거북한 신조어가 있다. 소위 '제 새끼, 제 가족'만 아는 이기주의를 비꼬는 말이라지만 듣기 거북하다. 만약 '엄마들'의 공통적 속성이 '제 새끼'를 챙기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기주의의 발로로 볼 수 있지만, 보다 더 큰 공통체를 위한 희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에서도 모성의 그런 확장적 힘을 본다.  여러 저자의 글모음인 이 책 역시, 일본인 주부의 글로 시작한다. 교토에 살던 평범한 아이 엄마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본 국민으로서 어떻게 겪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국의 엄마들에게도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글이다. 여타 책에서도 여러번 읽은 이야기이지만 3*11 사고 직후 NHK에서는 사고 이전의 멀쩡한 원전 녹화 동영상만 계속 내보냄으로써, 국민을 안심 혹은 기만하는 전략을 썼다. 순진한 사람들은 이미 방사성 물질이 사방으로 퍼져가는 대도 "현 단계에서 걱정 없다"는 어용학자나 원전 마피아의 설명에 안심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여야 했는데. 단지 '나'만을 위함이 아니라, 그 피해를 오롯이 안고 살아갈 아이들과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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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중적 상식이 되었지만, 방사능 취약성은 남자보다 여자, 어른보다 아이가 총 20배 더 취약하다. 아이들을 기필코 지켜내야할 이유이다. 게다가 장기 어떤 기관보다도 생식기가 취약하다. 다시 말해 방사능 재앙은 일류 존립의 위협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맞서 싸울 적이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너무 거대하다고 무서워서 넋 놓고 앉아있을 수 만은 없다. 차일드 세이브 전 대표였던 엄마는 외친다. "아이들의 미래를 태우지 말자!"고. 다행히 미래를 내다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선언을 해주신다. 혼자 힘으로 거대한 원전 마피아들과 싸울 수 없다.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에너지에 대해, 성장에 대해, 미래에 대해 재고하고, 생태 발자국을 적게 남기는 삶을 공동체 차원에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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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강원도에서 새벽차 타고 왔어요"라는 문장을 본다. 실제 그렇다. 누가 떠밀어서도 아니고, 출석도장 꼭 찍어야만 해서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발로 움직여 행동한다.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지를 외치는 모임에 참석하고, 국회의원실에 연락해서 핵발전소 안전성을 이슈화 촉구한다. 자기 밥상만 지키는 게 아니라, 학교 급식, 군대 급식까지 염려해준다. 실제 행동한다. "맘충"이라 하겠는가?
나는 이 분들을 존경한다. 작은 힘이라지만, 절실함이 행동이 될 때 얼마나 힘찬 발걸음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니까.
<방사능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라는 책은 결국, 너 엄마니까 너희 식구 지키는 게 네 몫이야가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더 큰 공동체를 지키자는 큰 메시지를 주고 있다. 좋다. 많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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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미세 먼지' 대신 '부유먼지'라는 기상천외한 naming을 제안했다던 기사를 읽고 조소를 실컷 보내주었다. 이름의 정치학보다 더 사람을 미혹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숫자의 정치학'이다. 기준치 미만이니까 안전하다, 아무 걱정마라는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 한살림에서는 기준치를 8로 잡았는데 국가 기준이 300이라면, 특히 영유아 식품의 경우 국가에서 정한 세슘 기준치가 100이라면, 세슘이 78 검출된 영유아 식품은 기준치 미만이라 안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게 일반 국민일 것이다. 기준치의 숫자 놀음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혹은 숫자 놀음을 더 못하게 예의주시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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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피폭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한다. 모르면 guinea pig되니까.  "남용"은 문제이다. 모르고 기꺼이 피폭 당하니 더 문제이다. 2017년에 내가 의료장비로 인해 피폭된 방사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는데, 기록이 필요하다. 요구해야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과도한 의료화 경향에 경종도 울려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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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헐리우드 가쉽 기사에서 임신한 드류 베리모어가 임신 기간 내내 craving해서 자주 먹은 음식이 바로 대구를 주재료로 한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오호라....통재라.....그 세슘이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 축적될텐데.'라고 대신 걱정해준 적이 있다. 적어도 대구, 병태, 고등어는 알고도 먹을만큼 둔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제 입에 들어갈 것을 제 스스로 다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 아이들의 급식 식판이나 집밥 식탁에서 매일 고등어와 명태, 황태를 올리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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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익중 선생님께서 방사능 공포증 때문에 "먹을 것이 도통 없다."고 한탄하고 강박증에 걸린 엄마들에게 권하는 현명한 방식이니 참고할 수 있다. 선택은 다시 한번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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