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 18권의 철학·문화·사회·경제 고전을 54점의 그림으로 읽는다
박홍순 지음 / 비아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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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다시 꺼내 읽는데, 수십 페이지를 넘기도록 책 내용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초판인쇄일로 따져보니 40여개월 만에 펼쳐들었는데? 나, 설마 기억력 천재?!' 그럴리가! 실은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교양이 답하다』의 집필방식 덕분에 내용을 잘 기억하는 것일 것이다. 저자 박홍순은 '서가명당' 명강사도, 논문이 인용되는 학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화가의 꿈을 키우며 미술을 공부했던 경험을 십분 살려서 고전을 '명화'와 엮어 해석하는 방식을 특화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고전이 갖는 한계를 미술 작품이 보완해준다. 대부분의 고전은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다루는 내용과 논리적인 형식 덕에 지극히 이성적이다...(중략)...미술 작품을 고전 이해의 동반자로 삼음으로써 우리의 정신과 삶은 더욱 충만한 상태로 향한다." (10쪽) 즉 그림, 그것도 명화를 통해 독자는 활자로 곱씹어 이해해야할 내용을 직관적으로 궁금해하고, 강렬하게 기억하게 된다. 나 역시, 40여개월이 지나도 이 책에서 소개한 명화 50여점을 대부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해하는 "고전"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교양"을 책제목에 내세우는 저자는 과연 어떤 고전을 선별해서 소개할까? 먼저, 저자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을 빌어 "고전이란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 되기 쉽지만, 실은 향미가 뛰어난 맛있는 요리와 같다고 한다. 또한 고전의 요리법은 하나가 아니기에, 독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고전을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저자가 그 막막한 과제풀이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앞서 말한대로, 미술 작품을 안내자 삼는 방식으로. 그렇게 저자는 고전을 "철학, 문화, 사회, 경제" 네 분야, 다시 18개로 압축 선별했다. 순서 없이 18개 고전풀이하는 데 무방한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책머리에"를 들춰보니 제시된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어 1부 "철학에 길을 묻다"에서는 서양철학에서 '이성'에 대한 관점을 4편의 고전을 내세워 시대별로 정리했다고 한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니체, 화이트헤드의 저작이 등장한다. 물론 서양명화와 병렬배치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추구하는 정신적 열망을 설명하며 박홍순 저자는 "쾌락의 팔 안에서 알키바데스를 끌어내는 소크라테스"(르뇨, 18c)를 엮어 소개한다.


2부, "문화의 사려 깊은 매력"에서는 인류학자 말리놉스키, 푹스, 발터 벤야민, 보드리야르와 부르디에의 작품을 소개한다. 말리놉스키의 가족&친족 이론을 이해하는 데에는 루소의 가족그림을, 서구의 도덕성에 정면 도전한 푹스의 『풍속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부셰의 그림들을 배치했다. 저자는 중간중간 21세기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나 저자의 여담을 곁들여, 서구 학자들만의 이론의 향연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3부 "살맛 나는 사회를 위하여"에는 법, 제도, 관료제, 자유, 여가 등 오늘날 사회 이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전을 소개한다. 고전읽기를 '지금- 여기' 일상과 연결지으려는 저자의 큰 그림이 행간에서 느껴진다. 경제 분야 고전을 다룬 4부, "경제를 생각한다"에서는 로크, 하이에크, 폴라니, 리프킨을 요약본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 중간중간 생소한 용어와 뜻풀이가 필요한 부분은 '비아북' 편집실에서 매끈한 방식으로 해결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를 읽고 나면, 고전을 어떤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요리할지 감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아직 못 찾았는데, 최근 읽은 『감염된 독서』의 최영화 저자가 '감염내과 전문의'로서의 렌즈를 특화시켜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방식과 『맛, 그 지적 유혹』의 정소영 저자가 영문학과 미디어 전공을 살려서 음식을 문학작품 속에서 디코딩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빌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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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2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2차 문헌에 있는 문장을 직접 인용하고 번역하지 않는다면, 2차 문헌의 번역본에 있는 문장을 인용할 수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인용문의 출처를 밝히는 게 맞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문장을 인용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그땐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데, 표절로 오해 받아서 혼줄 났습니다. 그 날 이후로 출처 밝히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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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믿고 보는"이라는 문구를 피로감 줄 만큼 많이 쓰시잖아요. 자제해야겠는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에는 이 문구를 꼭 붙여주고 싶네요. 한가람 미술관을 찾고 후회해본 적 없었으니까요. 호평 일색인, "피카소와 큐비즘" 전 역시 '예술의 전당 명화 전시 14개'를 성공시킨 '서순주' 감독이 기획했다네요.




2시 도슨트를 놓치고 3시에 입장권을 발권 받았기에,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습니다. 1시간 여유롭게 관람한 후, 다시 4시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었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만큼은 도슨트 혹은 오디오 가이드를 적어도 하나 필히 활용하기를 권합니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었기에, 잔머리를 굴려서 오디오 가이드에서 해설하는 작품들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전시회 부제인 "입체파 회화의 모든 것을 만나다"에 상응하도록 이 전시는 입체주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세잔과 원시미술," 즉 입체주의의 기원을 소개하고, 둘째 섹션에서는 절친이었다는 피카소와 브라크를 중심으로 "입체주의의 발명"을 다룹니다. 이 섹션에서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을 만나봅니다.




파블로 피카소, 남자의 두상 (1912)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섹시옹 도르와 들로네의 오르피즘," 네 번째 섹션에서는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를 소개합니다.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며, 파리시립미술관에서 80년 만에 외출했기에 더욱 특별한 초대형 걸작품을 다섯 번째 섹션에서 감상한 관람객은 파리시립미술관 소장품 90개를 만나본 셈입니다.



"키즈 아틀리에" 수업 연계로 입장한 미취학&취학 꼬마 십수명에 일반 어린이 관객들이 꽤 많았는데도 어찌나 다들 관람예절을 잘 지키시는지 족히 일이백명 입장했을텐데도 관람환경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이크 없이도 온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으로 큐비즘의 생성과 발달 소멸을 강의한 도슨트 선생님, 엄지 척! 해설이 끝날 때까지 자리 이탈하시는 분 없을 정도로 흥미롭게 설명해주시더라고요.



90개 작품과 도슨트의 충실한 설명에 힘입어 불과 100여분 한가람미술관에 머물렀을 뿐이지만 '입체파 회화'를 희미하게나마 알겠더라고요. 오늘의 기쁜 수확인 셈이죠.

도슨트 선생님이 이번 전시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했기에, 같은 화가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풍이 어떻게 바뀌는지 눈여겨보라하였는데 피카소야 워낙 구사할 수 있는 화풍이 많으니 패스. 피카소보다도 로베르 들로네의 화풍 변화에서 큰 감명 받았습니다.



예술의 전당 측에서 제공한 팜플랫 문구에 따르면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는 무채색이 특징이던 입체파 회화에 색채적 확장성을 완성한 대표작가"라 합니다. 저는 실제로 로베르 들로네의 그림 앞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습니다. 같은 지구인으로 두 개의 눈과 두개의 귀를 갖고 살아도, 이렇게 세상을 풍성하고 찬란한 빛으로 재해석하는 이들이 있구나.... 1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그 색깔의 향연을 펼치던 들로네의 팔레트를 상상해봅니다. 그가 선물한 빛의 향연을 거진 100여 년 뒤 한국의 무명인이 찬탄하며 즐깁니다.

아래 사진은 6미터의 초대형 작품 제작을 위한 아담한 습작과 거대한 완성작입니다. 관람객 인증샷 부르기에, 실제 전시장에서는 관람객 흐름이 계속 이어집니다.




일단 출구 밖으로 나오면, Go back은 불가.

아트숍에서 평소보다 오래 머뭅니다.

도록은 공간을 차지해서 패스, 대신 3D 엽서 몇 장 샀습니다. 아트 프레임, 우산, 큐브 등 전시 연계된 소품도 눈에 쏙쏙 박힙니다.



2시간이나 한가람 미술관에 머물며,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를 찬찬히 살핀 덕분에 '입체파화가'가 누구인지, '입체파' 안에서의 다양성과 그 매력, 서양미술사에서 입체파의 의의 등을 윤곽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번 더 말해보고 싶네요. 역시! "한가람미술관 전시" 믿고 봅니다!

*


"에버 알머슨" 전시회 끝나기 전에 다시 한가람 미술관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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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11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19-02-11 15:20   좋아요 0 | URL
읽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예술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주중이나 평일이나 한산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쩜 기획자가 능력이 이렇게 출중하신지^^ 기획자가 더 궁금해지네요 다녀오고나니
 
나마스떼! 김 써르 -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 1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 1
김규현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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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마스떼! 김 써르(Namaste! Kim Sir)』의 부제는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1"이다. 저자 김 써르, 김규현은 칠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네팔의 역사와 문화산책』 와 『티베트와의 인연, 4반세기』도 근간 준비 중이다. 나마스떼! 김 써르』만해도 330여 페이지 분량인데, 그 왕성한 창작욕구는 어디에서 나온걸까? 속된 말로 역맛살이 대단해서 젊어서부터 티베트와 친숙했고 여생을 네팔에서 보내는 저자의 경험세계가 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리라고 추측해본다. 더 근원적으로는 그가 아내를 떠나보내며 바뀐 에너지 덕분이라고 상상해 본다. 저자는 네팔에 미술 선생님, 그러니까 김 써르(김 선생님)으로 봉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내 한평생을 돌아보니 그런대로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 세월들은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삶이었다... (중략)... 이제는 남은 여생이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나아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결기가 가슴속 깊숙한 곳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본문 77쪽)  

 

다정 김규현은 헌신 어린 봉사를 향한 결의라고 정리하지만, 나마스떼! 김 써르』는 이 작가의 마음에 여전히 인연 동심원의 잔물결이 쉼 없이 파동침을 드러낸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추억을 정리한 1부,  ‘영원한 이별 그리고 비우고 떠나기’를 읽다 보면 '애잔'하다고밖에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독자의 마음에 올라온다. 자신을 취재하러 온 띠동갑 여기자와 결혼, 손수 지은 집 '수리재'에서의 신혼과 가정확대기, 하지만 아내에게 찾아온 병마, 꿈을 펼치지 못하고 하늘로 떠난 아내 유품 중 발견한 창작노트. 남편 김규현은 문학가를 꿈꿨던 아내 노력을 뒤늦게(재능은 진작에) 발견하고 정성을 담아 출간해냈대. 이렇게 1부에서 독자는 마치 김규현 저자가 상주로 있는 장례식에 경건한 마음으로 조문온 기분을 느낀다.


나마스떼! 김 써르』본문에서

2부부터 저자는 더 아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미술 선생님으로 몸담은 네팔 비렌탄띠 마을의 '스리 비렌탄띠 세컨더리 휴먼스쿨'과 그 학생들 이야기부터, 산악인이라면 특히 좋아할 안나뿌르나 트레킹 이야기, 네팔의 종교와 먹거리 문화를 소개한다. 아마도 저자 자신과 "글로벌콘텐츠" 출판사 편집자가 많은 내용을 덜어냈겠지만, 김규현의 경험세계가 워낙 폭넓고 깊기 때문에 이야기는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네팔을 아끼는 반semi내부자로서 뼈가 든 충고도 하고, 네팔과 한국과의 여러 연계(지원, 문화교류 등)에 대해 구체적 소개를 하며 향후의 소통 채널을 열어주는 일도 한다.

저자 김규현은 어떤 이들을 독자로 상상하며 글을 썼던 것일까? 1부에서는 아내 추모행사에 자리를 함께 해준 이들을 상세히 언급하고, 2부에서는 이례적으로 긴 지면을 할애하여 '세칸더리 휴먼스쿨' 염소 후원자의 실명과 기관명을 빼곡하게 적고 있다. 마찬가지로 3부에서는 안나뿌르나 트레킹을 계획한 이들을 위한 여행 코스를 상세하게 제시한다. 마치 김규현의 일기, 가까운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반 떠나려는 후배에게 전하는 쪽지글, 네팔 현지문화 전문가로서의 에세이를 동시에 섞어놓은 글을 읽는 듯하다.

염소 기증자 명단

나마스떼! 김 써르』는, 다른 어떤 네팔 안내서와도 차별되는 개성으로 네팔을 소개하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랬다. 김규현이라는 영혼과 발이 자유로운 구도자, 의미의 여행자, 그 만의 렌즈로 세상을 걸러 보여주기에 이 책은 충분히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끝으로 본문의 몇 문장을 옮겨 적는다. 다정 김규현 선생 덕분에 처음 듣게 된 '옴 Aum,' 뭘까? 궁금타.


히말라야는 분명 인간의 영역 밖이다. 그것은 히말라야의 깊이 모를 경이로움 앞에 마주서 본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인하는 바일 것이다. 그 앞에 서면 '옴 (Aum)'이라는 신비로운 파장이 자신도 모르게 전율같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155쪽).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산 밑에 서면 우리는 두려움과 함꼐 안온함도, 마치 모태에 다시 들어가 앉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160쪽).

몇몇, 이미 그렇게 되기로 운명지어진 사람들은 그 부름소리를 듣고 성스러운 것에 대한 열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일어남을 꺠달아 그 영감의 근원지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된다. 자연에 이어진 보이지 않는 끈을 자신의 영혼에 잇기 위하여,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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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익스프레스 -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익스프레스 시리즈 1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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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처음 찾은 과학전문 책방 "갈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은 바로 『아톰 익스프레스 (Atom Express)』! 마침 그 무렵 읽고 있었으니까. 알고 보니, 이 서점에서 저자 강연회도 열렸다고 한다. 몇 년 전 우연히 『 Gravity Express 』를 발견했을 때, 당연히 외국 작가 작품일 거라고 추측했다. 많은 한국 작가분께 죄송하지만, 솔직히 한국에서도 이렇게 세련된 그림체의 과학"전문"만화책이 나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이런 실수 한 독자, 왠지 나뿐만 아니었을 듯. 그런데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조진호 이분, 참 대단하다. 우선 그 유명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생물 선생님으로 지내다가 '교육용 컨텐츠' 개발에 흥미를 느껴, 주경야독하듯 만화를 그린 분이시다. 취미라고 하기엔 베테랑 수준급이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 나오기 힘든 그림 그리는 과학자의 출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로 2013년 문화체육부 최우수 교양도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분 수상을 했으니까. 이어 2016년에는 『게놈 익스프레스』를, 2018년에는 『아톰 익스프레스』를 펴내었다. 딱 봐도 '조진호' 작가의 그래픽과학책인줄 알 수 있다. 한 가지 중대한 과학적 질문을 탐색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탐색 여행하는 방식의 줄거리, 과학지식에의 전문성, 그리고 세련된 그림체. 딱 '그'답다. 감사할 따름이다. 과학 교육과 만화(교육용 컨텐츠 제작)이라는 양 분야에 정통한 저자가 이렇게 일반을 독자 삼아 좋은 과학 책을 꾸준히 펴내주니.



조진호 작가 과학 만화책 3부작, 어느 책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아톰 익스프레스』에서는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과학자들이 그것을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존재하도록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일까?"의 질문을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저자 조진호의 말을 빌자면 "원자야말로 과학의 진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다리 휘어지는 한정식 차림 한편에 놓여 있는 된장찌개처럼 빠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냅니다 (385)." 이처럼 이 책이 원자 탐색의 참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데는 '왜 why?라는 근원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충족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과학을 공부했으면서도 정작 '왜'라는 질문 던지기에 소홀했던 저자 조진호는 나이 들어 다시 만난 과학에 '왜?' 물음표를 달고 나니, 과학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 과학 공부 방식과 공부의 재미를, 자신의 3부작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늘 그러하듯, 저자는 과학자들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행을 시킵니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의 질문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라부아지에, 돌턴, 아보가드로, 멘델레예프, 페러데이, 줄, 볼츠만 등 이 분야 대가, 유명한 과학자들을 만나지요. 물론 저자는 이들의 어려운 개념을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독자에게 소개해줍니다. 자칫 어려워서 흥미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조진호 저자는 이들 과학자들의 삶에 얽힌 에피소드를 버무리고, 입에 착착 감기는 농담을 섞어 대화체를 가볍게 하고, 영화 같은 화면구성의 그래픽 노블로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조진호 작가의 신작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조진호의 그래픽 노블 같은 과학전문만화 세 권을 차근차근 만나보심이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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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01-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정보 감사합니다. 과학 책방 ‘갈다‘ 가보고 싶네요. 3부작도 보고 싶네요^^

<어메이지 그래비티>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조진호님 작품들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