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습격이 연이어지니, "온실 식물원" 검색을 하게 됩니다. 인위적 환경으로건 사진으로건 초록이 본능적으로 그리워서요. 끔찍한 상상이지만, 동식물이 "한때 존재했음"을 미디어 재현으로만 확인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포토 아크(Photo Ark)"도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한 듯 합니다. 약 12,000종으로 추정되는 지구 생명체를 사진으로 "존재함, 존재했음"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니까요.

9001

2019년 2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아크展" 한 벽면에서 "9001"이라는 숫자를 보았어요. 사진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최근까지 9001개 이상 사진 찍었다는 뜻입니다. 2005년, 링컨 어린이 동물원에서 "벌거숭이 두더지 귀" 촬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700여 종 사진을 추가하는 목표로 2019년에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전시회에 도슨트와 오디오가이드(2000원)는 언제부터인가 필수로 생각하며 챙기고 있습니다. 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도슨트 가이드는 오후 2시 정각부터 40여분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초상권 침해 실례가 될까봐 사진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도슨트가 전시회 취지를 잘 알고 박학다식하여 어린이 관람객들이 몰입하여 경청하더군요. 멋진 전시는 단지 포토 전시뿐 아니라, 전시회를 물밑에서 실제 진행해주시는 노력과 정성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엘 사토리는 "Photo Ark" 동물, 곤충 사진을 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답니다. 평균 약 45분간 사전 준비 후, 실제로는 5분 정도 촬영함으로써 최대한 촬영대상을 배려했다고 하는군요. 또한 동물원에서건 스튜디오에서건 뒷 배경을 무채색 처리하여 피사체의 독특성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외부 환경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보자는 의도에서 한 연출이랍니다.



조엘 사토리는 생명체의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고 도슨트가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키가 3미터 넘는 코끼리나 작은 새 모두 같은 크기의 화면에 배치한 이유입니다.



저는 "포토 아크" 전에서 만난 많은 매혹적인 생명체 중에 유독 비인간 영장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더군요. 외양의 유사성에서 오는 친밀함 때문일까요? 그들로 개체수 감소니 멸종 위기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같은 영장류인 인간의 근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까요?









section4. 5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과 그 보호를 위한 노력 및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전시장이 꾸려졌습니다.



"멸종위기" 동물 리스트에서 토끼를 보게 될 줄 꿈도 못 꿨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멸종 예상"판정 받은 "컬럼비아분지 피그미 토끼" 사진입니다. 암컷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왜? 왜?"를 묻게 될 수 밖에요.

아래 마다가스카르 거북이는 수명이 100여년인데, 애완용으로 새끼들을 잡아가고 강장제로 등껍질을 몰래 유통함으로써 개체수가 급감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 종을 구하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전시 중





캘리포니아 콘도르나, 판다 등은 집중적인 보호 관리를 받음으로써 개체수가 다시 증가추세에 있는 종입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이렇게 번식한 콘도르의 경우, 납중독의 문제도 겪고 있고 '어떤 종을 우선 보호하는가? 인간이 그 결정을 무슨 권리로 하는가?'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남아 있으니까요.







전시회 가기 전, 다른 관람객들의 리뷰를 미리 봤습니다. 나름의 선호와 일정대로 전시장에 체류하셨을 텐데, 저는 2시간 여유 잡고 방문했다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찬찬히 들으면 1시간, 도슨트 가이드 40분, 여기에 더해 다큐멘터리 상영해주는 room이 있는데 다큐가 하도 재미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잘 안 나오신다더라고요. 총 3시간 분량의 영상물이라고 하니, 전시 방문 예정인 분들은 시간 여유있게 잡으셔도 좋겠습니다.





조엘 사토리의 스튜디오를 몰래 살펴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설치였습니다. 하얀색 보자기를 쒸운 장방형 공간 안에 동물 사진들이 지나갑니다.





시간 여유가 더 있으신 관람객은 작은 참여를 하실 수 있습니다. "Planet or Plastic?" 관한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포스팅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회를 다녀간 어린 친구들, 아니 어른 그 누구라도 마가렛 미드가 말한 "깨어 있으며 헌신적인 구성원"으로 자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며! 너부터? 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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