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풍경들 - 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 년 비주얼 경제사 2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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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읽은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에는 총 54개의 명화가 등장합니다. 어제 오전, 우연히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다가 두 시간 만에 읽어낸 『세계화의 풍경들』에도 많은 그림이 소개되지요.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경제사와 연계해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 자료라는 목적성이 강해서 굳이 명화가 아니더라도 만평, 캐리커처, 광고 포스터, 설계도면 등을 두루 등장시킨다는 점이지요. 두 책 모두 비주얼 자료들 덕분에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높여준다는 점은 공통되지만요. 하루마에 700페이지 넘게 읽은 셈이라, 등에 통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군요. 그래도 잊지 않게 정리를 해야겠죠?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어서 『세계화의 풍경들』를 펴낸 송병건 교수는 경제학과 학부 소속이었다지만 전공책보다 역사책을 더 즐겨 읽었다네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산업혁명 시기 영국 경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케임브리지 대학에 적을 두고 생활하는 가운데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다녔나 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맙게도, 송병건 교수가 미술관에서 느꼈던 지적 흥분감을 전문지식에 녹여내 말랑말랑하게 전해주니 '경제사'라지만 소화하기가 쉽습니다. 『비주얼 경제사』를 읽지 않은 독자일지라도 『비주얼 경제사2』를 '세계화'라는 키워드 아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려 34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연대기적 구성을 취합니다. 1부는 '고대에서 중세' 2부는 '대항해시대와 중상주의 시대' 3부는 '산업혁명의 시대' 4부는 '제국주의 시대' 5부' 세계대전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5부는 다시 24개의 에세이 형식 경제사 쪽글로 이뤄지는데, "비주얼 자료 하나 + 자료에서 뽑아낸 흥미유발 질문들"로 첫 노크를 합니다. '역사적 상상력이 뭐이더냐, 비주얼 독해력은 더더욱 웬말이냐'하는 무심한 이라도 그림을 보면 흥미가 생기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는 요런저런 답들을 상상하게 될 터입니다. 예를 들어 "노예제와 고대 로마의 몰락" 챕터에서 저자는 찰스 바틀릿(Charles Bartlett, 1860~1940)의 1888년 작품을 소개하며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 왜 표정에 거부와 불신, 슬픔이 보일까?"를 묻습니다.



이 기골이 장대하지만 수수한 차림의 젊은이는 누구일까요? 놀랍게도 그 대단한(Great) 표트르 대제(Peter the Great)네요. 이처럼 떡밥이 맛있게 생겼으니, 경제사 문외한 독자 그 누구라도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얻어가는 게 참 많군요. 저는 이 책 덕분에 'Bull baiting'이라는 잔혹한 동물학대에서 'Bulldog'이 어떻게 쓰였는지, 나아가 산업혁명기 영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자원을 활용하여 혁신을 이끌었음을 배웠네요.



송병건 교수는 서문에서 "'세계화'는 지구 곳곳이 인간의 교역과 교류를 통해 점차 가까게 연결되는 과정이다. 간단히 말해 세계가 좁아지는 움직임이다.(8쪽)"이라고 정의하는데요. '낭세녕'이라는 청나라식 이름도 가졌던 이태리 밀라노 출신 화가 주세페 카스틸리오네가 그린 '건륭제'를 보니 그 연결과 문화적 버무림의 양상을 직관적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조우'라 하든, '정복'이라 하든 서로 다른 이름으로 스스로 인지하던 집단끼리의 만남은 필연 배제, 차별, 구별짓기의 과정을 수반할 텐데요. 저자는 세계화 과정에 수반되었던 이 충돌과 갈등의 모습을 인상적인 비주얼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강렬하게 기억시킵니다.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은 1904년 영국의 신문에 실렸다고 하는데, 자바 섬에서 실제 있었던 호랑이 사냥을 영국인들에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그려졌겠지요? 다시 말해, 보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피지배자에 대비하여 강인한 제국, 지배자의 모습을 대비시켜 각인시키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작년에 읽은 역사책 중에는 『코르셋과 고래뼈』, 『소비의 역사』가 『비주얼 경제사』에는 못미치더라도 많은 비주얼 자료를 소개하고 있네요. 그 많은 논문들 섭렵하랴, 학술활동하랴, 그 와중에 미술관 및 박물관과 친해서 조금 더 참신하고도 흥미유발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대중에게 전하는 이분 학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플러스, 존경의 마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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