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 책 덕후님들 서재 기웃거리느라 매일 로그인합니다. 덕분에 지나칠뻔한 보물을 발굴합니다. 2018년에는 이언 매큐언 이름을 텄으니, 2019년에는 『시녀 이야기』를 내 서재에도 옮겨놓고 싶어졌습니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를 읽은 날, 우연히 대여해온 『시녀 이야기』 . 각각 21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딘느 사게르, 20세기 캐나다 영문학자 마거릿 에트우트가 썼는데 '여성'을 교집합 원소로 꼽아야겠네요. 그런데 『시녀 이야기』에서 여성은 '자궁'과 동의어 취급 당하기 쉬운 범주를 의미하는 것도 같습니다. 원제 "The Handmaid's Tale"에서 "tale"과 유사한 "tail"이 '여성의 질, 혹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서 중의적이라는 설명도 소설 에 제시되니, 저만의 억측은 아니겠지요.

 

황금가지 출판사가 펴낸 recover 1판 1쇄의 후면에는 "영미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시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오브프레드(Offred), 주인공처럼 붉은 유니폼을 입은 여성 이름은 오브글렌, 그 '오브'가 소유격의 'of'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정자 제공자로서의 고위층 간부 남성 이름에 "of"만 접두사처럼 붙인것이지요. 그녀들의 이름에서 개성과 인격이 지워지고, 소유관계만 부각되듯 그들의 몸, 특히 재생산 능력은 철저히 국가 관리 대상 아래 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시녀,' 1인칭 시점을 택했기에 그 굴욕적이고도 절망적인 심정이 더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혹자는 애트우트의 문장에 반했다고 하는데, 저는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잔가지를 쳐내고 속독으로 내달리는 바람에 문장의 매력에 빠질 틈이 없었네요. 길리아드의 강압적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지하여성도(The Underground Femaleroad)'는 과연 시스템을 뒤엎었을까? 길리아드 사회의 강압적 출산정책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데,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었을까? 망할 길리아드 사회를 전복시켜버리는 결말이 나오기만 기대하며 읽었던 것 같아요.

결말에 해당하는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파트는, 500여 페이지를 지나온 보상으로 흡족했습니다. 이전 챕터와 달리, 마지막 챕터는 한참 뒤로 가서 219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길리어드 시대는 끝난듯 한데, 22세기말 '국제역사학회 총회'에서 20, 21세기 기록 보관소 소장인 파익소토 교수가 『시녀 이야기』 원본의 진위에 대해, 자료 해석을 더해 강의합니다. 소설에서는 파익소토 교수를 '코카서스 인류학과' 소속 교수가 소개하는 설정인데, 처음에 저는 '코카서스'가 지명이나 고유명사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니

내부 증거로 볼 때 그녀가 출산을 위해 징집된 최초의 여성들 중 한명 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중략)...이런 여성들의 자질은 급락하던 코카서스 인종 출산율에 비추어볼 때 매우 바람직했으며...

『시녀 이야기』 중

쉽게 이해하자니, 인종차별적 출산정책이었군요. 영화 매드 맥스에서 임모탄의 상대적으로 오염 덜 된 여성을 통해서 소위 우성 자식을 얻으려했던 것과 비슷한. '코카서스' 가 우성이며 여성은 국가를 위한 출산도구라는 생각이 길리어드 사회 출산 정책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신체 통제권을 비롯 감정까지 억눌리고 조종당하는 '시녀'집단이 분노와 절망을 표출하고 죄의식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참여처형" 방식만큼 "인종주의"적 정책을 집단을 결집시키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길리어드 사회의 통치전략 중 일부를 정리해보았는데 마거리 애트우트가 이 소설을 쓰며 어떤 사전 조사 작업을 하고 자료를 모았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에미상을 받았다는 미드 "The Handmaid's Tale"도 보고 싶고요.

 


★ 연속적 일부다처제 → 동시적 일부다처제

★ "참여 처형"를 공동체 의식으로 분기별 시행

★ "여성을 통제하는 최고의, 가장 비용이 절감되는 방식은 여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 (526쪽) 이기에 '아주머니' 봉사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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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던 참이었다. 저자 유현준 교수는 많아야 4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책날개에 소개된 약력이 화려하고도 크레셴도 진행형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학력깡패"라는 애칭으로, 홍익대에서는 우수 명강의 교수로, 공공건축 부분 대한민국에서 인정하는 건축가로서 유명한 분인가 보다. 나는 오로지 활자를 건너 다니며 그의 생각을 엿보았을 뿐이나, 왠지 공식적 약력 이상으로 포스를 지닌 분일듯하여 강연을 꼭 듣고 싶었다. 늦은 7시 30분 시작하는 강연이어서 좀 무리했다. 예상대로 청중석은 만석. 중고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청중이 다양했다.

유현준 교수는 강연장에 입고 온 티셔츠가 배너 사진 속 티셔츠와 똑같(지만 실은 여벌 옷이 더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verbal warm up은 그 농담이 전부, 역시 베테랑은 다르다. 바로 강연 시작,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그 많은 청중을 미동도 않고 집중하게 한다.



강연 타이틀은 "도시 이야기"라지만 궁극은 공간,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90분이 어떻게 지나간 지도 모르게 유익한 강연이었다. 유현준 교수는 목소리 작은 젠틀맨 이미지와 사뭇 다르게, 비속어와 "쎈" 표현으로 소신 발언하는 강경파(?)의 매력은 덤.


1. 90분 강연에서 제기한 문제들

1) 대한민국 건축과 도시 디자인에서의 장기적 안목 결여

공공건축은 사람들의 심리, 사회적 관계양상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잠재적으로,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교실 천장 높이와 학생들의 창의성에는 보이지 않는 상관관계가 있다. 뉴욕 맨하탄과 서울의 경우, 녹지 분포는 30% 후반대로 큰 차이가 없으나 왜 서울에서는 '공원이 부족하다'는 말이 더 나오게 될까? 이는 단순히 공간 면적이 아니라 분포와 지형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고속 성장, 도시화가 진행된 한국의 경우 평지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고 녹지와 공원을 경가가 지는 산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거꾸로 간 경우. 공원은 평지일 때 더 접근성과 활용도가 높아진다.

높은 건축물은 권력욕의 과시와 관련된다. 높이 올리는게 중요한가? 소통하고, 그 안의 사람들이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 필요한데 공간의 문제를 간과해버린다. 이렇게 우후죽순 위로만 획일적으로 올린 건물들, 그래서 생겨난 공간은 20,30년 후대에 영향을 미칠텐데 사람들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듯 하다.



2) 높이 솟구치며 권력을 과시하는 건축에서 소통하고 화목하게 하는 건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물리적이고도 심리적인 벽으로서의 분할과 심화된 계층화 → 공간의 분할은(SKY캐슬 거주자와 달동네) 경험의 동심원 자체가 생길 여지를 줄여버림으로써 경험을 괴리시키고 공감과 소통 여지마저 낮춰버린다. 결국 단절과 분할로.

3) 자연에서 스스로 소외시키는 건축: 왜 당신이 TV리모콘 버튼을 눌러대고, 유투브 채널 옮겨다니는지 생각해보았는가? 단조롭게 찍어낸 듯한 아파트 생활에서는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도, 경험의 다양성에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어렵다. 뭔가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이벤트 거리를 찾고 싶은데 공간에서는 얻기 어려우니 TV라도.


영드 "Black Mirror" 한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모티브였던 다리를 유현준 교수의 책과 강연에서 다시 만났다. 이 다리는 강 이북과 이남이 소통시키는데, 한강은 다리 개수는 많지만 교통수단 이동이 위주인지라 사람들은 소외된다.

한강가야말로 도시공원이자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좋은데, 고급 아파트 단지가 폐쇄적으로 점유함으로써 다른 활용 여지를 차단했다고 한다.



학교를 살리자!

두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한 유현준 교수는 자신이 강연하러 다니는 이유가 결국 이 때문이라고 하며 PPT 슬라이드를 넘겼다. "어떤 학교에서 아이를 키울 것인가?"



위로 위로 높이고 운동장은 좁히고, 교실 수는 늘리되 아이들이 뛰놀 공간은 정작 없는 학교.

감옥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학교. 그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12년을 지내는데 정작 학교 건축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낮다는 중요한 지적이다.

대학입시제도, 교육 커리큘럼을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는데 학교 건물은 반세기, 아니 1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같다.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은 1층 혹은 저층. 고학년 아이들은 학교 탑층으로 몰아올리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5층에서 걸어 내려와 놀고 다시 5층 교실에 올라갈 수가 없다. 복도에서 놀면 선생님들은 사고 위험 있다면서 들어가라고 하거나 복도에 많이 나오는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낙인찍는다........

90분 강의를 들었을뿐인데, 강의 듣기 전후 도시와 공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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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미세먼지 습격이 연이어지니, "온실 식물원" 검색을 하게 됩니다. 인위적 환경으로건 사진으로건 초록이 본능적으로 그리워서요. 끔찍한 상상이지만, 동식물이 "한때 존재했음"을 미디어 재현으로만 확인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포토 아크(Photo Ark)"도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한 듯 합니다. 약 12,000종으로 추정되는 지구 생명체를 사진으로 "존재함, 존재했음"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니까요.

9001

2019년 2월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아크展" 한 벽면에서 "9001"이라는 숫자를 보았어요. 사진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최근까지 9001개 이상 사진 찍었다는 뜻입니다. 2005년, 링컨 어린이 동물원에서 "벌거숭이 두더지 귀" 촬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700여 종 사진을 추가하는 목표로 2019년에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전시회에 도슨트와 오디오가이드(2000원)는 언제부터인가 필수로 생각하며 챙기고 있습니다. 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도슨트 가이드는 오후 2시 정각부터 40여분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초상권 침해 실례가 될까봐 사진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도슨트가 전시회 취지를 잘 알고 박학다식하여 어린이 관람객들이 몰입하여 경청하더군요. 멋진 전시는 단지 포토 전시뿐 아니라, 전시회를 물밑에서 실제 진행해주시는 노력과 정성으로 완성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엘 사토리는 "Photo Ark" 동물, 곤충 사진을 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답니다. 평균 약 45분간 사전 준비 후, 실제로는 5분 정도 촬영함으로써 최대한 촬영대상을 배려했다고 하는군요. 또한 동물원에서건 스튜디오에서건 뒷 배경을 무채색 처리하여 피사체의 독특성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외부 환경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 보자는 의도에서 한 연출이랍니다.



조엘 사토리는 생명체의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고 도슨트가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키가 3미터 넘는 코끼리나 작은 새 모두 같은 크기의 화면에 배치한 이유입니다.



저는 "포토 아크" 전에서 만난 많은 매혹적인 생명체 중에 유독 비인간 영장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더군요. 외양의 유사성에서 오는 친밀함 때문일까요? 그들로 개체수 감소니 멸종 위기대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같은 영장류인 인간의 근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까요?









section4. 5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과 그 보호를 위한 노력 및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전시장이 꾸려졌습니다.



"멸종위기" 동물 리스트에서 토끼를 보게 될 줄 꿈도 못 꿨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멸종 예상"판정 받은 "컬럼비아분지 피그미 토끼" 사진입니다. 암컷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왜? 왜?"를 묻게 될 수 밖에요.

아래 마다가스카르 거북이는 수명이 100여년인데, 애완용으로 새끼들을 잡아가고 강장제로 등껍질을 몰래 유통함으로써 개체수가 급감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 종을 구하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 아크 전시 중





캘리포니아 콘도르나, 판다 등은 집중적인 보호 관리를 받음으로써 개체수가 다시 증가추세에 있는 종입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이렇게 번식한 콘도르의 경우, 납중독의 문제도 겪고 있고 '어떤 종을 우선 보호하는가? 인간이 그 결정을 무슨 권리로 하는가?'라는 윤리적(?)인 문제도 남아 있으니까요.







전시회 가기 전, 다른 관람객들의 리뷰를 미리 봤습니다. 나름의 선호와 일정대로 전시장에 체류하셨을 텐데, 저는 2시간 여유 잡고 방문했다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찬찬히 들으면 1시간, 도슨트 가이드 40분, 여기에 더해 다큐멘터리 상영해주는 room이 있는데 다큐가 하도 재미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잘 안 나오신다더라고요. 총 3시간 분량의 영상물이라고 하니, 전시 방문 예정인 분들은 시간 여유있게 잡으셔도 좋겠습니다.





조엘 사토리의 스튜디오를 몰래 살펴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설치였습니다. 하얀색 보자기를 쒸운 장방형 공간 안에 동물 사진들이 지나갑니다.





시간 여유가 더 있으신 관람객은 작은 참여를 하실 수 있습니다. "Planet or Plastic?" 관한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포스팅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회를 다녀간 어린 친구들, 아니 어른 그 누구라도 마가렛 미드가 말한 "깨어 있으며 헌신적인 구성원"으로 자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며! 너부터? 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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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평점, 별점, 리뷰가 아무리 좋더라도 직접 보기 전에는 반만 믿는 편이지만 '극장 용' 무대에 오른다면 우선 기본 별★★★은 주고 시작합니다. 관객으로서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작품의 규모와 완성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작품만 오른다고 판단하거든요. 오페레타 가족 뮤지컬 "판타지아"는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데다가 "재관람" 관객들 후기도 많이 올라와서 특히 기대가 컸습니다.



2시 공연 시작인데, 2시 정각 도착해서 공연 시작 30분 전의 포토타임을 놓쳤습니다. 출연진, '부니부니 음악 탐험대' 배우님들이 관객들과 교감하며 사진 촬영에 응해주신다 하는데, 아쉽게도 전 빈 배경만 찍어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철 지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웬 트리냐고요? 실은 "판타지아"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오픈해 기획되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서 연장 공연 중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다가오는 2월 24일(일요일)에 마지막 공연을 한다니까요. 혹시 관람 고민 중인 분들은 아래 공연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시어 낭패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연은 듣던대로, 엄지 척할만 합니다. 다만, 관람 연령 7세 이하의 연령대 어린이들이라면 양 손 다 올려 박수치겠지만 초등학생만 되어도 살짝 시큰둥 할 수 있다는 스포일러는 남기고 싶습니다.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30명 출연진의 노래솜씨 춤실력에는 절로 박수가 터졌지만 줄거리가 많이 평면적이고 유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심술을 부리는 악당 Black이 산타마을에 침입해 Snowball을 훔쳐가자 크리스마스는 사라질 위험에 처합니다. 이에 '부니부니 음악대'인 '롬바,' '호린,' '튜튜,' '코코넷,' '크랄라'가 악당 블랙에게서 스노우볼을 되찾아올뿐 아니라 Black을 감화시켜 산타 마을 식구로 맞이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줄거리가 너무나 예측 가능하고, 캐릭터 성격도 또한 뻔히 예측가능하니 유치 갈고 영구치 나올 연령의 아이들은 줄거리에서는 재미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다들 '모범생' 스타일이고 줄거리에 유머 코드가 거의 없어서, 객석에서 빵빵 터지는 반응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위 사진 속, 파란 의상을 입은 "코코넛" 캐릭터가 열일합니다. 착한 모범생같은 캐릭터들 사이에서 수다스럽고 산만한 매력을 퐁퐁 풍깁니다.

또한 군무진 중, 자그마한 몸집에 현대무용, 한국무용, 재즈 테크닉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멋진 무용수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반적으로 30명 배우분들의 끼와 능력이 탁월하기에 "판타지아" 재관람 관객까지 생겼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공연장에서, 꼬마들이 허가 받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없으니 아이 두신 부모님들이라면 2월 24일 공연 막내리기 전에 극장 용 찾을 계획 세워보셔도 좋겠습니다.



객석의 어떤 꼬마는 감동 받아서 울고, 어떤 꼬마는 "무서워, 집에 갈래"하며 울고, 어떤 꼬마는 출연진과 손 한 번 잡아보려고 고사리 손을 쭉쭉 뻗어봅니다.



공연이 끝나고, 한글박물관 나들이까지 알차게 했네요.

혹 점심 시간 전후로 "판타지아" 관람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계획 있으시다면, '거울못' 식당에서의 식사도 추천 드립니다. "판타지아" 티켓 소지자 중 어린이에 한해서 반상 50% 할인 이벤트 중이더라고요. 쏟아지는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여행지 같습니다. '거울못(Mirror Pond)'에서 한참 머물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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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풍경들 - 그림의 창으로 조망하는 세계 경제 2천 년 비주얼 경제사 2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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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읽은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에는 총 54개의 명화가 등장합니다. 어제 오전, 우연히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다가 두 시간 만에 읽어낸 『세계화의 풍경들』에도 많은 그림이 소개되지요.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경제사와 연계해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 자료라는 목적성이 강해서 굳이 명화가 아니더라도 만평, 캐리커처, 광고 포스터, 설계도면 등을 두루 등장시킨다는 점이지요. 두 책 모두 비주얼 자료들 덕분에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높여준다는 점은 공통되지만요. 하루마에 700페이지 넘게 읽은 셈이라, 등에 통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군요. 그래도 잊지 않게 정리를 해야겠죠?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어서 『세계화의 풍경들』를 펴낸 송병건 교수는 경제학과 학부 소속이었다지만 전공책보다 역사책을 더 즐겨 읽었다네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산업혁명 시기 영국 경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케임브리지 대학에 적을 두고 생활하는 가운데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다녔나 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맙게도, 송병건 교수가 미술관에서 느꼈던 지적 흥분감을 전문지식에 녹여내 말랑말랑하게 전해주니 '경제사'라지만 소화하기가 쉽습니다. 『비주얼 경제사』를 읽지 않은 독자일지라도 『비주얼 경제사2』를 '세계화'라는 키워드 아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려 34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연대기적 구성을 취합니다. 1부는 '고대에서 중세' 2부는 '대항해시대와 중상주의 시대' 3부는 '산업혁명의 시대' 4부는 '제국주의 시대' 5부' 세계대전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5부는 다시 24개의 에세이 형식 경제사 쪽글로 이뤄지는데, "비주얼 자료 하나 + 자료에서 뽑아낸 흥미유발 질문들"로 첫 노크를 합니다. '역사적 상상력이 뭐이더냐, 비주얼 독해력은 더더욱 웬말이냐'하는 무심한 이라도 그림을 보면 흥미가 생기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는 요런저런 답들을 상상하게 될 터입니다. 예를 들어 "노예제와 고대 로마의 몰락" 챕터에서 저자는 찰스 바틀릿(Charles Bartlett, 1860~1940)의 1888년 작품을 소개하며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 왜 표정에 거부와 불신, 슬픔이 보일까?"를 묻습니다.



이 기골이 장대하지만 수수한 차림의 젊은이는 누구일까요? 놀랍게도 그 대단한(Great) 표트르 대제(Peter the Great)네요. 이처럼 떡밥이 맛있게 생겼으니, 경제사 문외한 독자 그 누구라도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얻어가는 게 참 많군요. 저는 이 책 덕분에 'Bull baiting'이라는 잔혹한 동물학대에서 'Bulldog'이 어떻게 쓰였는지, 나아가 산업혁명기 영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자원을 활용하여 혁신을 이끌었음을 배웠네요.



송병건 교수는 서문에서 "'세계화'는 지구 곳곳이 인간의 교역과 교류를 통해 점차 가까게 연결되는 과정이다. 간단히 말해 세계가 좁아지는 움직임이다.(8쪽)"이라고 정의하는데요. '낭세녕'이라는 청나라식 이름도 가졌던 이태리 밀라노 출신 화가 주세페 카스틸리오네가 그린 '건륭제'를 보니 그 연결과 문화적 버무림의 양상을 직관적으로 상상하게 됩니다.



'조우'라 하든, '정복'이라 하든 서로 다른 이름으로 스스로 인지하던 집단끼리의 만남은 필연 배제, 차별, 구별짓기의 과정을 수반할 텐데요. 저자는 세계화 과정에 수반되었던 이 충돌과 갈등의 모습을 인상적인 비주얼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강렬하게 기억시킵니다.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은 1904년 영국의 신문에 실렸다고 하는데, 자바 섬에서 실제 있었던 호랑이 사냥을 영국인들에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그려졌겠지요? 다시 말해, 보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피지배자에 대비하여 강인한 제국, 지배자의 모습을 대비시켜 각인시키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작년에 읽은 역사책 중에는 『코르셋과 고래뼈』, 『소비의 역사』가 『비주얼 경제사』에는 못미치더라도 많은 비주얼 자료를 소개하고 있네요. 그 많은 논문들 섭렵하랴, 학술활동하랴, 그 와중에 미술관 및 박물관과 친해서 조금 더 참신하고도 흥미유발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대중에게 전하는 이분 학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플러스, 존경의 마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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