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면, 만든 이들이 보입니다. 처음부터 "아트브릿지"라는 이름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꽤 오래전에,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라는 역사체험극의 참신한 기획에 감탄하고 높은 완성도에 두 번 놀랐더랬죠. 최근엔 "정조, 인재를 뽑다"를 정동 세실극장에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아트브릿지(ArtBridge)"라는 '교육연극전문 사회적 기업'이 두 작품의 공통분모더군요.




이 "아트브릿지"에서 3*1절 운동, 고종황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 작품을 선보였답니다. 제목은 "고종의 꿈."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의 독넝쿨이 국경을 넘어오던 19세기 말인데, 나라가 사라질까 봐 반만년 역사가 종지부를 찍을까 봐 중책감에 시달리던 고종인데, 웬 "꿈"이냐는 첫 반응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지했던 저도 그랬네요. 하지만 60분 연극에 몰입하고 나니, 두려운 와중에 백성과 나라의 재건을 꿈꾸던 고종의 한 줄기 희망과 의지가 막연하게나마 느껴졌습니다.




3월 2일, "고종의 꿈" 안 보고 2019년 3월 시작했으면 어쨌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공연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나, 아쉽게도 이 공연은 3월 1일, 2일, 3일 단 3일간만 정동 세실극장 무대에 오릅니다. 저도 새벽인지라 꽤나 졸립지만, 한 어린이라도 이 공연과 역사탐방 체험을 하는데 제 리뷰가 길잡이가 될까하여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로써 이처럼 의미깊은 공연을 시의적절한 때에 어린이에게 선사해준 '아트브릿지'에 관객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셈이지요.



"고종의 꿈"은 서울시청과 "고종의 길" 탐방로 입구 중간에 위치한 세실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실은 이 작품은 2018년, "서울역사 도심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전회 매진의 신화를 기록할만큼 인기를 끌었던 탐방 결합형 공연이었지요. 2019년 3월에는 세실극장으로 무대를 잠시 옮긴 것이고요.



로비 장식과 제작한 기념품 등을 통해 '아트브릿지' 측에서 이 작품을 위해 세심히 신경썼음을 간파했습니다. 먼저, "일월오봉도." 눈에 익숙한 이 모티브는 조선 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 야외 행사 시에는 천막 안의 옥좌 뒤에 반드시 놓는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작품이랍니다.


아트브릿지 측에서 기념품도 다양하게 제작했더라고요. 특히 1000원짜리 태극기 머리핀이 가장 눈길을 끌었는데 평소에도 머리카락 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게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긴 하겠더라고요. 에코백은 역사탐방 신청자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해줍니다.(단품 구매시 7000원) 머그컵도, 손거울도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에 딱 적합한 디자인이었어요.



고종, 고종의 총애를 받던 상궁 엄귀비, 애국지사 이재명, 유관순열사의 스승이자 독립운동가 김란사, 참정대신 한규설, 매국노 이완용, 매국노 이완용을 암살시도하다가 사형 당한 독립투사 이재명...총 여섯 인물이 극에 등장합니다. 특히 고종 역의 김정남 배우는 연출자와 동일인인듯 하여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애국지사 김란사



애국지사 이재명

극 도입부에는 엄상궁과 독립투사 사이에서 통하는 비밀 신호(꼬끼오 꼬꼬댁 등)로 객석에서 웃음을 유도합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이후,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100여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말의 조선의 역사를 연극화 합니다.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으로 처참하게 시해당하고 아관파천하기까지 고종이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고 불안한 상황이었는지를 고종 역의 김정남 배우가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아관파천 후, 기울어가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고종이 조선의 국권을 지키고자 결의하고 다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나온 일, 이름 알려진 혹은 이름 모를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과정이 60분 연극을 통해 잘 정리되어 객석에 전해집니다. 조선 여성 최초로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 귀국한 후,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양성한 김란사 열사 역의 배우는 "나라의 힘을 기르는 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게도 그 호소가 가슴으로 와닿기를 바랍니다.





별 평점이 너무 얕은 방식의 평가이긴하지만 별 다섯에 다섯 플러스를 드리고 싶은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난후, 예정된 역사탐방을 시작했는데요 30여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고종의 길, 러시아 공사관, 중명전, 배재학당"을 출연진이 이끌고 관람객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역사탐방 코스는 빨리 걸으면 15분, 이처럼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이동하기에 60분으로 충분한 거리였지만 19세기 말, 20세기 초, 우리 역사를 더 자세히 배우고 싶은 친구라면 더 오래 머물며 뜨거운 울컥도 느껴보면 좋겠네요.



매국노이자 을사오적 이완용을 암살시도한 이재명 열사도 10대, 유관순 열사도 10대....실제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의 과반수가 10대 20대였음을 생각하면, 뜨거운 울컥에는 발효기간이 따로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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